[순정남] 선물 대신 주먹을, 게임 속 '괴랄' 산타 TOP5
2018.12.20 17:54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산타클로스에 대한 이미지는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다 똑같다. 썰매를 타고 다니며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배불뚝이 할아버지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산타클로스의 모습이다. 여기에 푸근한 뱃살과 하얀 수염, 빨간색 일변도의 옷과 모자만 더해지면 딱이다. 그리고 어린아이들이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는 이유는 이런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기 때문일 터이다.
하지만, 산타라고 선물만 주고 다니라는 법은 없다. 때론 우는 아이에게 벌을 주기도 나쁜 짓을 한 아이를 혼내기도 해야 재미있는 법. 실제로 러시아에서는 '데드 모로즈'라는 산타가 파란 옷을 입고 나쁜 짓을 하는 아이를 서리로 얼리고 다닌다는 전설이 있기도 하다. 게임에도 이와 같이 동심을 맘껏 깨부수는 산타클로스가 적잖이 등장한다. 다른 신들과 주먹다짐을 겨루는 깡패로 나온다던가, 알고 보니 크리스마스만 되면 사람들을 괴롭히는 악마라던가 하는 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순정남 주제는 낭만 따위는 던져버린 동심파괴 산타클로스 TOP5로 정해봤다.
TOP5. 벌크업 제대로된 근육질의 마초, 파이트 오브 갓즈 '산타'
▲ 예수와 산타가 치고박고 싸우는 크리스마스 더비가 하이라이트다 (영상출처: 게임 공식 유튜브 채널)
생각해보면 산타도 보통 비범한 인물이 아니다. 일단 하루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는 속도와 체력, 그 무거운 짐을 들고 돌아다닐 수 있는 근력 등을 고루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타의 역할을 분담 없이 혼자서 해내려면 중력의 14억 배에 달하는 힘을 31시간 동안 견뎌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한다. 이쯤 되면 초인을 넘어서 신의 힘에 필적하는 인물인 것은 확실하다.
이 콘셉트를 그대로 가져온 게임이 있으니 바로 '파이트 오브 갓즈'다. 예수와 부처, 아누비스, 오딘 등 각종 종교와 신화를 대표하는 신이 모여 자웅을 겨루는 이 게임에 당당히 산타가 참전한 것. 외형이나 인자한 미소만큼은 확실히 평범한 산타클로스인데, 선물 보따리에서 장풍을 날리고, 굴뚝을 소환해 적을 공격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심히 당황스럽다. 특히, 예수와 산타가 맞붙는 크리스마스 더비가 종종 펼쳐지는데, 시종일관 웃으면서 예수를 짓밟는 산타의 모습은 마치 말 안 듣는 아이에게는 매타작을 선물하겠다는 무언의 메시지로 보이기도 한다.
TOP 4. 선물인줄 알았는데 터지잖아? 포켓몬스터 '딜리버드'
▲ 생긴건 대놓고 산타를 닮았는데 던지는 선물의 상태가? (사진출처: 포켓몬 팬덤 위키)
2세대부터 등장한 포켓몬인 '딜리버드'는 800마리가 넘어가는 포켓몬 중에서 유일하게 크리스마스와 연관이 있는 녀석이다. 그냥 한 눈에 딱 봐도 펭귄과 산타클로스를 합성한 모습을 하고 있으니 말 다했다. 솔직히 펭귄보다는 닭에 좀더 가까운 것 같기는 하지만 일단 산타클로스를 닮아 있는 것은 맞으니까 넘어가도록 하자. 짧은 다리에 하루 종일 먹이를 운반한다는 도감설명이라던가 보따리로 보이는 것이 알고 보니 탈부착이 가능한 꼬리였다는 충격적인 설정까지 완벽한 개그성 포켓몬이다.
헌데 이 포켓몬 생긴 것만 닮았지 하는 짓은 테러범이나 다름없다. 해당 포켓몬이 자력으로 배울 수 있는 기술은 딱 하나 '프레젠트' 밖에 없는데, 이게 뭔고 하니 80%의 확률로 적에게 대미지를 주고 20% 확률로 적의 HP를 회복시켜주는 선물을 던지는 기술이다. 말만 선물이지 진짜 선물이 될 확률은 겨우 20%에 불과한 농락성 기술인 셈. 생각해보라. 10명의 아이들이 산타한테서 선물을 받았는데 8명의 아이들이 꽝을 받았다면? 이건 안 주느니만 못한 처사다. 이 불쾌함 덕분에 딜리버드는 사용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비운의 포켓몬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TOP 3. 요새는 캐롤도 헤비메탈으로 들어야 한단다 '산타 락스타'
▲ 저 우람한 팔뚝과 기타를 부여잡은 열정을 느껴보라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위에서 이야기 했듯이 산타 업무도 혼자서 하려면 보통 체력이 필요한 게 아니다. 무엇보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야밤에 썰매 운전하다 보면 졸음 운전의 압박에서 벗어나는 것도 일일 것이다. 더군다나 잔잔한 캐롤만 듣고 있어서야 졸음이 달아날 리 만무하다. 그래서일까? '산타 락스타'에 등장하는 근육질 산타는 동심 터지는 음악보다는 상남자들의 음악인 헤비메탈을 좋아한다.
실제로 게임에는 모든 유명 캐롤을 헤비메탈로 재 편곡한 음악이 나온다. OST 첫곡인 '징글벨'은 도입부터 묵직한 사운드의 기타 속주로 시작하며, '종들의 캐럴'에선 잔혹동화 수준의 비장미가 느껴진다. 기타를 치는 산타 주변으로 사슴들이 모여서 헤드뱅잉을 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그리스도보다는 악마를 숭배하는 이교도 느낌이 물씬 풍길 정도. 뭐, 산타가 꼭 감미로운 캐롤만 들으란 법은 없지 않은가? 취향이겠거니 하고 존중해주자.
▲ 신명나는 헤비메탈로 편곡된 캐롤을 잠시 들어보자 (영상출처: 게임 공식 유튜브 채널)
TOP 2. 거물 범죄자지만 좋은 부모를 꿈꾸며, GTA5 '마이클 드 산타'
▲ 이름만 '산타'일 뿐 크리스마스와는 아무 상관 없는 범죄자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온갖 범죄가 넘쳐나는 'GTA 5'에도 산타가 있다. 세 주인공 중 한명인 '마이클 드 산타'가 바로 그 산타다. 물론 우리가 아는 산타클로스랑은 아무 관련 없고 그냥 이름만 산타다. 크리스마스 산타클로스가 일종의 성인이라면 'GTA 5' 이름뿐인 산타는 범죄자다. 범죄자 중에서도 엄청난 거물 범죄자. 마약이면 마약 은행강도면 강도, 안 저질러 본 범죄가 드물 정도이며 방송과 신문에 본인의 이름이 대문짝 만하게 실릴만큼 진짜배기 날강도다.
그래도 산타는 산타라고 가족들을 아끼는 마음 하나 만큼은 진짜인 사나이다. 딸인 트레이시의 대학 합격 소식을 듣고 감격해 울기도 하고 백수인 아들만큼은 평범한 삶을 살길 바라며 지극정성으로 취직을 위해 도움을 주기도 한다. 아내와 사이가 나쁜 이유가 자기 때문은 아닌가 싶어 요가와 정신과 상담을 받기도 하는 애처가다. 이 노력의 일환으로 주인공 3인방 중 유일하게 제대로 된 가정으로 이루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게 다 이름값 덕분 이려나?
TOP 1. 상상초월 변태 산타도 있다고, 데스티니 차일드 '산타클로스'
▲ 심히 부담스러운 복장의 산타클로스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커뮤니티)
'데스니티 차일드'에도 산타가 등장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산타클로스인 척하는 남성 악마인데, 망상증에 빠져서 자기를 진짜 산타로 착각하고 있다나? 실제로 망상증이 고쳐지기 전까지는 악마인 주제에 진짜 산타 행세를 하며 어린 아이들에게 온갖 선물을 나눠주고 다녔다고 한다. 물론 천성이 악마는 악마라서 제대로 된 선물을 전달한 적은 거의 없고, 옷은 항상 빨간색과 대비되는 파란색을 입고 다니는 괴짜다. 글쎄, 빨간 옷의 산타는 콜라를 팔려는 상술 때문에 생긴 고정관념이라나?
뭐 여기까지는 애교로 봐줄만 한데, 이 녀석 사실은 엄청난 변태다. 일단 복장에서 남자답게 고간이 상당히 강조되어 있으며 저 고간이 출렁거리는 게 게임에 구현돼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맨몸에 멜빵을 메고 다니는 데다가 멜빵의 위치마저 상당히 부담스러운 위치에 몰려있는 것은 덤. 사실상 자태에서부터 "나 변태요"하고 말하고 있는 셈. 저 모습 그대로 아이들한테 선물을 나눠주려 다녔다면 굴뚝에 얼굴 내밀기도 전에 부모님한테 성추행으로 신고 당하기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