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아이템·스킬 다 필요없다, 극한 피지컬 게임 TOP 5
2019.03.28 12:00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웬만한 게임들은 진행을 거듭할 수록 점차 캐릭터가 성장하고 이로 말미암아 처음엔 깰 수 없던 어려운 적이나 보스들도 상대할 수 있게 된다. 캐릭터가 성장하지 않더라도 각종 삐까뻔쩍한 장비를 얻거나 화려한 스킬을 새로 습득해 아무리 어려운 구간이라도 눈 감고 지나갈 수 있을 만큼 밸런스를 조정한다.
그러나 가끔은 이런 공식을 무시하고 오로지 피지컬로만 승부해야 하는 게임들이 있다. 아무리 아이템을 좋은 걸로 장착하고 열심히 시간을 들여서 캐릭터를 육성해도 컨트롤이 미숙하면 죽을 때까지 깰 수 없게 만든 그런 터무니 없는 게임들 말이다. 이번 순정남 주제는 오로지 극한의 피지컬만을 요구하는 게임 TOP 5다.
TOP 5. 의문의 피지컬게임이 되어버렸다,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 VR'
원작과 달리 VR 버전은 의외로 살벌한 피지컬을 요구한다. 공격속도의 제한이 없어서 유저가 신명나게 방패와 칼을 휘두르면 그만큼 적에게 대미지가 들어가는 초 현실적인 구조로 게임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본래 수백 번 칼을 휘둘러야 간신히 잡을 수 있는 몬스터를 VR 버전에선 플레이어의 손만 빠르다면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다진 고기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만약 당신이 팔 근력과 지구력에 자신이 있다면 평범한 활도 자동소총 못지 않은 빠른 속도로 연사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쯤 되면 게임이 문제가 아니라 실제 생활 체육에서 요구하는 피지컬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TOP 4. 8비트 게임 최고의 피지컬 훈련소, '록맨 시리즈'
8비트 게임기 시절 최고의 피지컬 게임을 고르라면 역시 '록맨' 시리즈가 있다. 여러모로 게이머들이 화날 만한 요소를 고루 모아놓은 괴상한 난이도는 지금도 뭇 게임들의 교과서처럼 활용되고 있다. 세 발 이상 나가지 않는 총알, 애매하기 짝이 없는 점프 길이, 가시에 살짝 만 닿아도 죽는 괴상한 내구도의 주인공, 피하는 것도 힘든데 총으로 맞추기 까지 해야 하는 보스전, 창의적인 장애물까지. 전반적으로 어떻게 하면 플레이어가 패드를 던지고 욕을 하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만든 것 같다. 지금도 그 록맨 특유의 BGM을 들으면 트라우마가 발동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시리즈 모든 게임이 극한의 피지컬을 요하는 '록맨'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악랄하다고 알려진 보스가 있으니 바로 '록맨 2' 4번째 와일리 스테이지 보스 '부빔트랩'이다. 이 보스를 깨기 위해선 클래시맨 무기인 클래시 봄이 정확히 7발 필요한데, 클래시 봄은 최대 7발 밖에 쏠 수 없다. 쉽게 말해 한 번 실수하면 게임 오버라는 뜻. 거기에 1번과 3번 서포트 아이템도 충분이 있어야 하는게, 두 아이템이 없으면 공격할 수 없는 위치에 버젓이 보스가 놓여져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발사하는 빔은 정말로 눈에 안보일 만큼 빠르다. 제대로 된 공략을 알아도 완벽한 피지컬을 구사할 수 없으면 죽는 거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는 이야기다. 괜히 게임하다가 트라우마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TOP 3. 유다희와 연애 시뮬레이션 한 판, '다크 소울 시리즈'
이 작품은 그야말로 유저의 피지컬 상승을 전제로 제작됐다. 아무리 장비가 좋아도 유저의 실력이 늘지 않았다면 고난이도 보스를 잡을 방법은 없다. 특히 3편 튜토리얼 보스 '재의 심판자 군다'의 경우 만렙을 달성해 놓은 2회차에도 컨트롤을 못하면 끝을 모르는 날카로운 패턴과 한 방 맞을 때마다 뭉텅뭉텅 깎여 나가는 체력으로, 삽시간에 죽어버리는 농밀한 난이도를 자랑한다. 여기에 제작진이 정성스레 만든 뜬금없는 장애물과 복잡한 길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지옥이 펼쳐진다. 이토록 어렵고 불친절한 게임이지만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킬 정도로만 딱 어려워서 아직도 많은 유저들이 고통 속에서 이 게임을 플레이 하고 있는 중이라고...
TOP 2.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바이브, '항아리 게임'
재작년 11월, 국내 트위치를 비롯해 인터넷 방송계를 독점하다시피 한 콘텐츠가 있었으니 바로 '게팅 오버 잇', 속칭 '항아리 게임'이다. 이 게임 덕분에 요즘 흔히들 사용하는 '발암게임'이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 인터넷 방송계에서 욕 안하고 착하기로 유명한 방송인도 이 게임만 했다 하면 자기도 모르게 육두문자를 내뱉었을 만큼 악랄한 난이도를 자랑한다. '수명이 짧아질 것 같은 게임'이란 수식어가 농담이 아닌셈이다.
이 게임이 난이도가 악랄한 데는 뭐 이런저런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피지컬 의존도 100%의 악랄한 게임 디자인이 제일 먼저 손에 꼽힌다. 오로지 마우스를 움켜진 내 손의 피지컬 말고는 의존할 수 있는 게 전혀 없다는 뜻이다. 이토록 제한적인 환경에다가 최종구간에서도 시작지점까지 떨어질 수 있는 절묘한 게임 디자인이 더해져 많은 유저들을 멘붕에 빠뜨렸다. 실제로 손가락 하나 까딱 잘못해서 태초마을로 돌아가며 게임을 접은 유저들이 한 둘이 아니다. 그러니 피지컬에 자신이 없다면 이 게임 만큼은 괜히 도전하지 말고 그냥 인터넷 방송이나 보면서 대리 만족하는 걸로 타협하자.
TOP 1. 다크 소울보다 더한 녀석이 나타났다, '세키로: 섀도우 다이 트와이스'
일단 처음 이 게임을 시작하면 다들 닌자 의수를 새롭게 업그레이드 하고 잠입 기술을 올리는데 혈안이 된다. 은신을 이용해 잡몹들을 암살해가며 경험치를 쌓다 보면 화려한 유파기술을 익히고 의수에 창과 도끼도 달 수 있게 된다. 이후 의기양양하게 적 보스를 찾아가면 이 모든 노력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된다. 잡몹들과는 달리 보스전은 순수하게 패링을 이용한 피지컬 싸움으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괜히 특별한 기술 사용했다가 막히면 내 체간만 숭덩숭덩 깎이고 실수로 빈틈을 보이면 한 방에 죽는 건 장비나 기술과 상관없이 매한가지다. 결국 패링에 익숙해지지 못하면 무슨 짓을 해도 깰 수 없는 게임인 셈이다. 이 게임이야말로 순도 100%짜리 피지컬 게임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