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강] 먼저 눌렀는데!! 핑계 안 통하는 키보드 ‘에이펙스 프로’
2019.11.01 10:16게임메카 안민균 기자
게임을 하다가 키보드가 잘 안 눌려서 억울한 마음에 “먼저 눌렀는데!”라고 외쳐보신 적이 있나요? 정말로 안 눌렀는데 아쉬운 마음에 자기 자신에게 하는 거짓말(?)인 경우도 많지만, 실제로 눌렀는데 입력이 안된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바로 키보드의 ‘키감도’ 때문입니다. ‘얼마나 눌러야 키가 입력되는가’를 결정 짓는 요소인데요, 특히 FPS나 AOS 장르같이 빠른 판단과 키 입력이 필요한 게임을 즐길 때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살짝만 눌러도 입력되고, 단 0. x초라도 상대보다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면 유리할 수밖에요.
이번 하드웨어 +9강에는 그런 ‘키감도’를 사용자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신기한 키보드를 하나 가져와 봤습니다. 보통 키감도를 바꾸려면 키보드 자체를 갈아치워야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이 키보드는 프로그램을 열어 키마다 감도를 바꿔줄 수 있습니다. 바로 스틸시리즈 ‘에이펙스 프로’입니다.
키감도 설정 가능한 기계식 키보드 ‘에이펙스 프로’
‘에이펙스 프로’를 처음 접했을 땐, 그다지 특별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고급 손목 받침대가 기본으로 제공되고, 본체에 USB를 연결할 수 있는 패스스루 포트 1개가 달려 있으며, 뒤판에 선 정리가 편하도록 고정 통로가 뚫려 있긴 하지만, 편의성을 강조했을 뿐 디자인 자체는 평범한 검은색 풀배열 키보드였기 때문이죠.
이 키보드의 특별함은 디자인이 아닌 기능에 숨어있습니다. ‘에이펙스 프로’는 키감도 조절이 가능한 최초의 기계식 키보드입니다. 일반 기계식 키보드가 청축, 적축, 갈축, 백축, 흑축 등 각자 개성 강한 스위치를 탑재한 반면, ‘에이펙스 프로’는 ‘옴니포인트’라는 특수한 스위치를 활용했습니다. 키 마다 마그네틱 센서가 들어 있는데, 이것이 프로그램으로 설정한 값에 따라 입력이 되는 거리, 즉 키감도를 바꿔줍니다.
옴니포인트 스위치는 키감도를 최소 0.4mm부터 3.6mm까지 조절할 수 있습니다. 손가락을 살포시 얹기만 해도 키가 입력되거나, 최대한 끝까지 찍어 눌러야 입력이 되게 하는 등 평소 자신의 타건 습관과 용도를 반영한 사용자 설정을 할 수 있는 것이죠. 타건감은 은축, 적축, 흑축 스위치 같은 리니어 방식과 비슷합니다. 중간에 걸리는 것 없이 매끄럽게 끝까지 밀려들어 가는 느낌이며, 조용하고 빠르게 입력할 수 있습니다.
키감도는 전용 소프트웨어인 ‘스틸시리즈 엔진’으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설정이 가능한 키는 '~' 키부터 우측 'Ctrl' 키까지(아래 사진 참고)입니다. 이외 키는 일반 리니어 스위치로 이뤄져 있어 감도를 바꿀 수 없었습니다. 키감도는 1(0.4mm)부터 10(3.6mm)까지 총 10단계 설정이 가능합니다. 기본 설정인 5단계는 대략 적축 정도 키감도를 보여줬습니다.
이외 게이밍 기어라면 빠질 수 없는 RGB LED 제어와 매크로 기능도 지원합니다. 키 하나하나 색상을 조절할 수 있으며, 색이 파도처럼 밀려나가는 등 특정 패턴 애니메이션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Q' 키를 누르면 'A' 키가 눌리도록 하거나, 'Ctrl' + 'Shift' 키 등 조합키를 누르면 사전에 설정해둔 키가 차례대로 눌리는 식 매크로 설정도 가능해 사용자 입맛에 맞는 게이밍 설정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죠.
키보드에 디스플레이가 달렸네? OLED 패널
‘에이펙스 프로’에서 키감도 조절만큼 특이한 것이 있다면 바로 OLED 패널입니다. 키보드 우측 상단에 작은 디스플레이가 존재하는데, 이를 통해 ‘스틸시리즈 엔진’ 소프트웨어 없이도 간단하게 LED 밝기, 패턴, 키감도 등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물론 소프트웨어처럼 키 하나하나의 값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키감도나 밝기를 조절하거나, 소프트웨어에서 사전에 만들어 둔 프로파일을 불러와 적용할 수 있어 굉장히 편리했습니다.
또 특정 프로그램과 연동해 알림이 뜨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디스코드가 있습니다. 누군가 디스코드로 말을 걸면 닉네임과 함께 어떤 내용을 말했는지 텍스트로 표시되는 식입니다. 다만 아쉽게도 한국어는 빈 공백으로 뜨네요.
가장 재미있는 것은 이미지 파일을 업로드해 디스플레이에 나만의 특별한 로고를 띄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128*40px 크기에 흑백 이미지를 사용할 수 있으며, GIF 형식 애니메이션도 넣을 수 있습니다. 직접 그려도 되고, 일반 이미지에 흑백 보정을 더해 사용해도 됩니다. ‘게임메카 +9강’이라는 문구를 새겨봤는데 어떤가요?
키보드 여러 개 살 필요 없이 ‘에이펙스 프로’ 하나면 충분
‘에이펙스 프로’는 한마디로 축약하자면 ‘커스텀이 가능한 키보드’입니다. 보통 게임, 타이핑 등 용도에 맞게 키감도를 설정하려면 키보드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하지만 ‘에이펙스 프로’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키감도, LED 색상과 밝기, 매크로까지 제어할 수 있어 게임 뿐만 아니라 업무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굳이 단점이 있다면 20만 원을 넘어가는 몸값이 있습니다. 모니터, 헤드셋, 마우스 등 쾌적한 게이밍 환경 조성을 위해 지출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보통 키보드는 후순위로 두고 남는 예산으로 사는 편인데, 높은 가격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기 때문에 고급 게이밍 기어를 가지런히 하고자 하는 게이머라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봅니다. 하나의 키보드로 강력한 커스텀 기능을 누리고 싶은 게이머라면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