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격투게임에서 총을? 게임 속 반칙왕 TOP 5
2019.12.26 17:44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세상 모든 경기엔 규칙이란 게 있다. 축구에서 공을 손으로 잡고 뛰거나, 야구에서 배트를 날려 상대편 투수를 맞추면 안 되는 것과 같다. 그에 비하면 게임 속 격투대회 규칙은 꽤나 관대한 경우가 많다. 분명 맨손격투 대회지만, 장풍을 쏘고 불을 뿜어내도 ‘사람 몸에서 나온 거니까 인정’이라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명목상으로나마 격투대회이기에 되도록 자신의 능력으로 싸우는 것을 불문율처럼 여긴다. 뭐, 초능력이나 마법으로 생성한 무기나, 숨겨놓고 살짝살짝 꺼내 쓰는 조그마한 무기 정도는 허락해 주는 경우도 있다. 어디까지나 게임이니까.
그런데, 여기 소개할 캐릭터들은 그런 암묵적 허락의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서로의 육체적, 정신적 강함을 겨루는 대회에서 이들이 가지고 나오는 병장기들은 반칙 수준이다. 이쯤 되면 대회 주최자나 심판들이 이들을 왜 실격패 시키지 않는지 궁금할 정도다. 맨손 격투게임에서 치사하게 무기를 써 대는 반칙쟁이 캐릭터들을 모아 보았다.
TOP 5. 발로그(스트리트 파이터), 무기 반칙쟁이들의 원조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는 분명히 맨손 대전격투 게임이다. 비록 인간 같지 않은 것들이 나와 온몸으로 장풍이니 불이니 전기니 사이코 파워니 잔뜩 뿜어대긴 하지만, 어쨌든 개인이 수련으로 손에 넣은 힘을 발산하는 것이니 그렇다 칠 수 있다. 그러나 대장간에서 벼려낸 철제 무기를 들고 나오는 건 솔직히 좀 치사하다. 실제로 스트리트 파이터 3부터 나오기 시작한 닌자 이부키만 해도 수리검을 수십 개씩 던져대는데, 저게 대체 뭔가 싶을 정도다.
그러나, 역시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의 대표 무기쟁이라면 단연 이 방면의 선구자인 발로그(해외명 베가)를 들 수 있다. 1991년, 스트리트 파이터 2에서 남들 다 맨손으로 싸우는데 혼자 손에 쇠갈고리 차고 나와서 할퀴어대던 그의 포스를 어찌 잊을 수 있으랴. 그나마 무기가 크지 않고 내구도도 약했기에 큰 문제가 되진 않았지만, 그로 인해 수많은 따라쟁이들이 맨손격투에 무기를 들고 참전하는 결과를 낳았다. 무기 자체의 파괴력은 크지 않지만, 그 파급력을 인정하여 5위에 놓겠다.
TOP 4. 미스터 빅(용호의 권), 몽둥이인 줄 알았는데 전기충격기!?
캡콤과 함께 90년대 대전격투게임을 이끌어간 쌍두마차 SNK. 그 초기 대표작인 아랑전설과 용호의 권에는 위에서 소개한 발로그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무기를 쓰는 캐릭터가 한두 명씩 끼어 있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용호의 권 시리즈 1, 2편 보스인 미스터 빅이다. 얼핏 보면 격투 스타일도 봉술이고 손에 들고 있는 것도 조그마한 몽둥이 두 개인지라 이쯤이면 허용 범위 아닌가 싶지만, 실상은 다르다.
사실 이 몽둥이의 정체는 다름아닌 전기 충격기다. 조그마한 전기 충격기만 닿아도 몸이 마비돼 움직이기 힘들어지거나 심하면 심장마비까지 오는데, 미스터 빅이 들고 다니는 전기봉은 무려 공중에 대량의 스파크 구름을 만들어낼 정도로 전압과 전류량이 높다. 얼핏 보면 이건 상대방과 겨루겠다는 것이 아니라 한 방에 죽이겠다는 것에 가까운데, 쓰는 사람이 다름아닌 악명 높은 미스터 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럭저럭 납득이 간다.
TOP 3. 요시미츠(철권), 대체 왜 일본도를 허용하는거야?
위에서 소개한 발로그가 2D 대전격투 게임 최초 무기쟁이라면, 철권의 요시미츠는 3D 격투게임 최초 무기쟁이다. 철권 1편부터 출전한 요시미츠는 대놓고 커다~란 일본도를 손에 들고 나온다. 얼핏 보면 일본도는 손에 쥐고만 있을 뿐 대부분의 싸움은 주먹으로 하는 듯 하지만… 이내 본성을 드러내고 검을 휘두르기 시작한다. 심지어 대부분의 검 공격은 당연하겠지만 가드불가 판정이다. 대체 왜 타이틀부터 ‘주먹 권’ 자가 들어가는 게임에 일본도를 사용하는 아저씨가 나오는지는 지금도 미스터리다.
첫 작품에서 실격패를 당하지 않자, 요시미츠는 시리즈를 거듭해 가며 더욱 흉악한 반칙맨이 되어간다. 검을 휘두르는 기술들은 갈수록 늘어가고, 심지어는 미리 준비해 온 독을 입에 머금고 뿜어대는 등 별의별 반칙을 다 가지고 온다. 요시미츠가 이토록 설치고 다니니, 맨 밑에 소개할 끔찍한 혼종까지 출현했는데… 이쯤 되면 초장부터 기선을 잘못 잡은 주최측의 잘못을 물어야 할 정도다.
TOP 2. 윕(KOF), 야야야, 총은 좀 아니지 않냐?
KOF 시리즈에는 알게 모르게 무기쟁이들이 은근히 많은데, 그 중에도 KOF 99부터 출전한 윕은 조금 흉악한 무기를 사용한다. 바로 채찍이다. 제대로 휘두르면 끝 부분이 음속을 돌파하며 뼈와 살을 찢는 그 무기 말이다. 당장에 고대부터 현대까지 아주 가혹한 형벌 중 채찍형이 있다는 것을 보면 명목이 대회 형식으로 운영되는 KOF에 대놓고 채찍을 가지고 나오는 아가씨가 출전 허가를 받았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하긴, 몸뚱아리 만한 철구 휘두르는 아저씨도 있으니 이 정도는 허용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윕의 만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눈에 안 띄게 무기를 숨겨 다니다 슬쩍슬쩍 꺼내 쓰는 다른 캐릭터들처럼, 윕도 무기를 한 가지 숨기고 있는데… 그 정체는 다름아닌 데저트 이글. 아무리 고무탄이라고는 하지만, 세계 최강의 자동권총 중 하나인 데저트 이글을 근거리에서 쏜다는 행위 자체가 이미 격투에서 한참 벗어난 것이 아닌가 싶다. 여기서 영감을 받았는지 철권 캐릭터들도 철권 6부터 특수 아이템으로 총을 가지고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럴거면 뭐 하러 격투대회에 나오냐!
TOP 1. 아리사 보스코노비치(철권), 너무 흉악해서 한국 오락실엔 못 들어옵니다
아무래도, 대전격투 게임계에서 가장 큰 파급력을 보인 최강의 무기쟁이는 단연 철권 6부터 등장한 아리사 보스코노비치 이상 가는 이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 칼날도 아니고 무섭게 회전하는 전기톱, 정확히는 체인쏘우를 사람에게 무자비하게 갖다 대기 때문이다. 참고로 전기톱은 살짝만 피부에 닿아도 그 주변부위까지 잘리는 것이 아니라 갈려나가 버린다.
사실 철권 시리즈에도 위에서 소개한 요시미츠나 최근 파판에서 출장 온 대검/총쟁이 등 다양한 무기쟁이들이 존재하지만, 아리사의 전기톱 만큼이나 충격적이진 않았다. 이것만 해도 무서운데, 머리를 떼어내 폭탄처럼 사용하기까지! 결국 아리사가 원인이 되어 철권 6 BR 아케이드판은 한국에서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을 받았고, 그 때문에 한국에선 전기톱을 빔샤벨로 교체하고서야 겨우 청소년오락실 출시가 가능해졌다. 아마 아리사 전기톱의 임팩트를 이길 캐릭터는 향후 20년간 없으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