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류, 이제 안심하고 은퇴하셔도 됩니다! 용과 같이 7
2020.01.23 17:17게임메카 서형걸 기자
‘또무로쵸’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 용과 같이 시리즈 팬 사이에서는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었다. 그러나 ‘용과 같이 7: 빛과 어둠의 행방’이 처음 공개됐을 때 많은 이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키류 카즈마가 펼치는 호쾌한 액션 대신, 껄렁해 보이는 폭탄머리가 적과 사이 좋게 한 대씩 공격을 주고받는 모습은 너무나도 낯설고 커다란 변화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러한 대격변은 성공을 거뒀다. 새 주인공 카스가 이치반은 보기보다 진국인 녀석이었고, 부족한 부분은 수많은 동료들이 대신 채워줬다. 그리고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턴제 전투에는 시리즈 전통의 호쾌한 액션이 잘 녹아들어 이 게임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성공적인 세대교체다.
(드퀘 + 궤적) x 야쿠자 = 용과 같이 7
용과 같이 7은 주인공 카스가 이치반과 동료들로 파티를 꾸리고, 적을 마주치면 전투 모드로 변경돼 정해진 순서에 따라 공격을 주고 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방식은 드래곤 퀘스트를 떠올리게 하는데, 실제로 게임 내에서 드래곤 퀘스트에 대한 언급이 많이 나온다. 주인공 카스가 이치반은 게임 마니아로, 실제 싸움에서도 드래곤 퀘스트의 전투와 같은 턴제 방식을 선호한다는 설정이다.
턴제 전투는 캐릭터 움직임이 제한적이기에 정적이라는 느낌이 들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용과 같이 7은 캐릭터가 공격을 시도하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움직인다. 이처럼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캐릭터 덕분에 실시간 액션 전투를 즐기는 듯한 느낌을 준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캐릭터는 전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약간의 시간차로 스킬 타격 범위에 들어오냐 마냐가 결정되기에 전작 못지않은 빠른 판단력과 키 입력을 요구한다. 이러한 시스템 덕분에 실시간 액션을 용과 같이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하는 기존 팬들을 설득하기에 충분했다. 또한 턴제 전투 시스템에 끌려 용과 같이를 처음 접한 신규 유저도 일반적인 턴제 RPG에서 본적 없는 빠른 템포의 전투로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감상은 저스트 가드와 추가 커맨드 입력 등에서도 느낄 수 있다. 전작의 히트 액션과 비슷하게 스킬마다 다른 추가 커맨드가 있으며, 시전 중 연타 또는 타이밍에 맞춰 입력 시 추가 대미지가 가해진다. 아울러 적이 공격 타이밍에 맞춰 X 버튼을 누르면 저스트 가드가 발동돼 받는 대미지를 줄일 수 있다. 이 두 가지 시스템 덕분에 턴제 전투임에도 실시간 액션을 즐기는 듯한 착각이 든다.
직업과 스킬의 경우 주인공 카스가 이치반의 망상에서 나온 ‘용사’라는 직업을 제외하면 댄서, 보디가드, 해체업자, 요리사, 점술사 등 대다수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직업이다. 그러나 이들이 구사하는 공격 방식과 스킬은 현실과 가상 사이 그 어딘가에 위치한 독특함을 자아낸다.
예를 들어 점술사 직업을 살펴보자. 보통 판타지 세계관 게임에선 마법 공격과 치유를 담당하는데, 용과 같이 7에서도 기도를 통해 아군을 치유하는 것은 동일하다. 그런데 공격 방식과 스킬이 매우 독특하다. 분명 스킬 설명에는 무기로 들고 있는 수정구로 미래를 보고, 마력을 이용해 공격하는 것처럼 설명돼 있다. 그러나 시전하는 모습을 보면 수정구로 두들겨 패는 ‘물리’ 공격이다. 다음으로 요리사 직업은 고급 레스토랑 셰프를 연상시키는 외형에 국자와 같은 요리 도구를 무기로 사용하고, 스킬로는 쟁반, 포크, 나이프, 심지어 토치로 화염 마법(?)을 구사한다.
이렇듯 현실과 판타지가 적절히 뒤섞여 있는 직업을 체험하다 보면, 카스가의 망상이 만들어낸 ‘용사’나, 술로 불을 뿜고 비둘기를 소환해 공격하는 ‘노숙자’가 오히려 현실적이고 무난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참고로 전투 시에는 각 직업에 맞는 복장으로 변경돼 몰입감을 배가한다. 덕분에 게임을 하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용과 같이 7에서 가장 참신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딜리버리 헬프’다. 팀 단위 스킬인 딜리버리 헬프는 ‘영웅전설: 섬의 궤적’에 나오는 ‘오더’와 비슷한데, 사용 시 적에게 공격을 가하거나 아군에 버프를 부여한다. 사용 장면은 배달앱을 패러디 해 묘한 공감을 주는데, 주인공 카스가가 스마트폰으로 딜리버리를 호출할 때 연출되는 진지하고 비장한 모습이 압권이다. 초회 이용 무료, 이후 사용 시 보유한 엔화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도 어울리지 않게 현실적이어서 재미있다.
이진쵸는 넓고 즐거움도 많다
용과 같이 7에서는 동성회가 몰락한 도쿄 카무로쵸 대신 성룡회, 거미줄, 헝빙류만이라는 3개 세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요코하마 이세자키 이진쵸가 주 무대가 됐다. 이진쵸는 카무로쵸보다 훨씬 넓은 규모를 자랑하는데, 그만큼 즐길거리도 더 다양해졌다.
귀여운 가분수 캐릭터 대신 레슬러와 스모 선수, 야쿠자가 라이더로 등장하는 어른용 카트라이더 ‘드래곤 카트’, 팩맨이 떠오르는 길거리 ‘캔 줍기’ 등은 이미 체험판에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외에도 포켓몬스터 도감 채우기를 연상케 하는 ‘야쿠몬’, 위기에 처한 이웃을 도우며 돈도 벌 수 있는 ‘알바 히어로’, 저지아이즈에서 만났던 ‘고양이 찾기’ 등등 정말 많은 미니게임이 준비돼 있다.
특히 직업 변경에 필요한 인간력을 올릴 수 있는 자격증 학교 퀴즈는 일반 상식은 물론, 세가와 관련된 지식을 테스트 하는 등 마니아 취향을 저격하는 문제도 있다. 참고로 기자는 세가에 대한 기초 지식을 묻는 세가 2급 검정 시험에서 문제 5개를 모조리 틀리는 기염을 토했다.
다양한 불량배를 때려잡고 귀중한 잡동사니를 얻을 수 있는 ‘던전’도 존재한다. 대도시인 요코하마에 던전이 있다는 것이 생소하게 느껴질 텐데, 이 던전의 정체는 바로 요코하마의 ‘지하공간’이다. 어두운 던전을 탐험하며 전투를 치러 캐릭터를 육성하고, 아이템을 획득하는 재미는 용과 같이 7의 또 다른 재미다.
전작에 대한 깊은 존중이 느껴지는 게임
다만, 실시간에서 턴제로의 대격변이었던 만큼 편의성에 있어 몇 가지 놓친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 먼저 길거리에 등장하는 적과의 접촉을 들 수 있다. 기존 턴제 게임보다 빠른 템포를 추구했다고 하더라도, 시비를 걸어오는 적을 하나하나 맞상대 하기엔 시간과 체력, 그리고 기력이 아깝다. 그렇기에 불필요한 전투를 피하고 싶은 마음은 전작보다 더한데, 싸움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 적들의 탐지 범위가 상당히 넓은데다가, 카무로쵸보다 협소한 골목이 더 많은 맵 특성상 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많다.
또한, 이동 편의를 위해 용과 같이 7은 스마트폰 콜택시 어플을 제공하는데, 이미 탐색한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직접 택시를 목격하고, 활성화해야지만 다음 이동부터 목적지로 설정할 수 있다. 지역을 돌아다니다 보면 택시를 목격 하더라도 이를 활성화시키는 것을 자주 까먹게 된다. 필드가 이전보다 훨씬 넓어진 만큼, 지역을 탐색하고 택시를 목격하면 자동적으로 목적지에 등록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이러한 자잘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용과 같이 7은 정체성을 보전함과 동시에 성공적인 변화를 꾀해 기존 팬들과 신규 유저를 모두 만족시켰다. 앞서 언급한 특징 외에도 진일보한 캐릭터 모델링, 진지한 분위기의 메인스토리와 매우 유쾌한 서브스토리의 적절한 조화 등 칭찬할 거리는 차고 넘친다.
마지막으로 새 주인공 카스가 이치반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분명 카스가 이치반 혼자서는 넘치는 카리스마와 힘을 갖춘 ‘도지마의 용’ 키류 카즈마에 한참 모자라다. 하지만 카스가 이치반의 부족함은 든든한 동료인 난바 유우, 무코다 사에코, 아다치 코이치 등이 채워준다. 1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용과 같이를 지탱했던 키류 카즈마가 안심하고 주인공 자리에서 은퇴해도 될 만큼 카스가 이치반과 동료들의 RPG 인생은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