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닮긴 닮았네, 같은 배우 다른 캐릭터 TOP 5
2020.01.30 15:42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좋아하는 배우가 예상치 못한 새로운 배역을 맡아 성공적으로 분한 모습을 보는 것은 꽤나 즐겁다. 개인적으로 2004년 영화 ‘몬스터’의 연쇄살인범 ‘에일린 워노스’ 역을 맡은 샤를리즈 테론을 좋아했는데, 그녀가 매드맥스: 분노의 질주에서 삭발을 하고 노예들을 이끄는 사령관 ‘퓨리오사’로 이미지 변신을 했을 때 굉장히 놀란 적이 있었다. 생각 없이 보면 전혀 다른 캐릭터지만, 자세히 보면 같은 배우라는 것이 경악스러우면서도 재미있다.
게임에도 이런 캐릭터들이 있다. 모티브가 된 원판 배우는 같은데, 다른 게임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는 경우다. 일부는 딱 보면 알 정도로 비슷하지만, 일부는 ‘이 둘이 같은 배우 캐릭터라고?’라는 탄성이 절로 나오기도 한다. 게임 곳곳에 존재하는 같은 배우 다른 캐릭터들을 살펴보자.
TOP 5. 황정리 - 라우 첸(버추어 파이터) – 타오파이파이(드래곤볼 게임)
1978년 영화 ‘사형도수(원제 사형조수)’는 성룡을 스타로 만들어 준 대표작 중 하나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성룡 못지 않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최종 보스인 상관일운. 한국인 배우 황정리가 연기한 상관일운은 압도적 카리스마와 강렬한 이미지로 국내외에 눈도장을 찍었는데, 특히 일본에서 인기가 많았나 보다. 그래서인지 상관일운을 모티브로 한 게임 캐릭터들도 몇 있는데, 바로 버추어 파이터의 라우 첸과 드래곤볼 게임의 타오파이파이다. 사실 타오파이파이는 엄밀히 말하면 만화 캐릭터지만, 드래곤볼 게임에도 자주 등장하니 5위로 슬쩍 끼워넣도록 하자.
사실 이 둘은 겉보기도 매우 닮아서 같은 캐릭터가 아닐까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다만, 원 배우인 황정리 씨가 동서양 무협영화 마니아에게 숭배받으며 전설적 인물로 남은 데 반해, 라우 첸은 호연권의 부작용으로 나이에 비해 폭삭 늙은데다 병으로 골골거리고 있으며 타오파이파이는 구제할 수 없는 악당으로 퇴장당하는 등 말년이 썩 좋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 다 한때 세계관에서 손꼽히는 최강자 중 하나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황정리의 위엄을 느낄 수 있다.
TOP 4. 성룡 - 토마스(스파르탄X) – 레이 우롱(철권)
위에서 성룡의 이름이 잠깐 언급됐는데, 사실 성룡도 게임과 연이 깊다. 사형조수로 시작해 취권, 쾌찬차, 오복성, 폴리스 스토리, 프로젝트 A, 용형호제 등 셀 수도 없는 영화에서 뛰어난 무술 솜씨와 연기력을 뽐냈기에, 게임계에서 그를 탐내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를 모티브로 삼은 대표적인 캐릭터를 꼽자면, 바로 철권의 홍콩 경찰 레이 우롱과 스파르탄X의 주인공 토마스다.
사실 레이 우롱은 첫 등장 당시부터 폴리스 스토리 성룡 모습을 토대로, 각종 영화에서 보여준 무술을 총집결시킨 성룡 오마주 캐릭터였다. 그러나 스파르탄X 주인공 토마스가 성룡 모티브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사실 스파르탄X는 성룡과 홍금보, 원표가 주연을 맡은 영화 쾌찬차를 게임으로 만든 것으로, 토마스는 작중 성룡의 배역 이름이다. 다만 게임 자체는 엉뚱하게도 이소룡 영화 사망유희 분위기를 따왔는데, 제작사에서 영화를 모르고 라이선스만 갖고 만든 것이 원인이라고. 어쨌든, 레이 우롱과 토마스는 성룡의 자식들임에도 불구하고 닮은 점 하나 없다는 점이 넌센스다.
TOP 3. 알레지아 글라이드웰 - 첼(포탈) – 조이(레프트 4 데드)
포탈 시리즈에서 글라도스에게 ‘위험하고, 말 없고, 정신병자 같은 너’라는 평가를 들은 주인공 첼. 그리고 레프트 4 데드 생존자 중 유일한 여성 캐릭터인 오컬트 마니아 조이. 나란히 놓고 보면 은근히 닮은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이 둘이 같은 배우를 모티브로 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바로 일본과 브라질계 혼혈 배우 겸 성우인 알레지아 글라이드웰이 그 주인공이다.
사실 알레지아 글라이드웰은 스크린이 아닌 게임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해 온 성우 겸 연기자다. 스타폭스: 어썰트, 슈퍼 스매쉬 브라더스, F.E.A.R. 등에서 다양한 목소리 연기를 펼쳤는데, 그 중 F.E.A.R. 시리즈의 알마 웨이드, 슈퍼 스매쉬 브라더스의 제로 수트 사무스와 너클 조, 크리스탈 등이 특히 유명하다. 그러나 막상 본얼굴이 드러난 포탈과 레프트 4 데드에서는 목소리가 아예 없거나 다른 성우가 녹음했다는 것이 유머. 아, 그래도 레프트 4 데드에서 잘 들어보면 그녀의 비명 소리가 가끔 들리니 귀를 기울여 보자.
TOP 2. 웨슬리 스나입스 - 나이트 블레이드(세인츠 로우) - 레이븐(철권)
근 10년 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전세계가 들썩인 데 이어, 이제 새로운 영웅들을 기다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차기 마블 시네마틱에서 가장 기대가 되는 시리즈가 있으니 바로 블레이드다. 블레이드는 흡혈귀를 사냥하는 반 흡혈귀 에릭 브룩스(블레이드)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로, 국내에서는 웨슬리 스나입스가 주연을 맡은 3부작 영화가 더 유명하다. 아이언맨의 정체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고, 1대 캡틴 아메리카는 크리스 에반스 그 자체인 것처럼, 블레이드는 그냥 웨슬리 스나입스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를 모티브로 한 게임 캐릭터들도 곳곳에 있다. 일단 세인츠 로우에 나오는 약 빤 뱀파이어 헌터 ‘나이트 블레이드’다. 이름부터 설정까지 완전히 판박이인데, 차이점이 있다면 흑인이 아닌 백인으로 재해석했다는 것. 그리고 세인츠 로우 세계관답게 중2병에 물들어 있다는 것이다. 또 한 명의 웨슬리 스나입스는 철권 5부터 등장한 레이븐이다. 아메리칸 닌자로 콘셉트는 바꿨지만, 생긴 것은 영락없는 웨슬리 스나입스 블레이드 그 자체다. 참고로 남코는 레이븐과 웨슬리 스나입스의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초상권 관련해 계속 잡음이 일다 결국 마스터 레이븐이라는 새로운 여성 캐릭터가 레이븐의 자리를 대체하면서 논란이 마무리된 상태다.
TOP 1. 스티븐 시걸 - 스티븐 실버맨(페르소나 2) - 로버트 가르시아(용호의 권)
무표정한 얼굴로 권총을 쏴서 헬기를 폭파시키고, 테러리스트들의 목을 꺾어버리는 주방장. 언제나 무표정한 얼굴로 전설의 명작 ‘클레멘타인’에도 출연한 백전노장. 바로 스티븐 시걸이다. 이 분이 그대로 게임에 나온다면 격투게임은 밸런스가 심각하게 파괴될 것이고, 액션 게임이라면 모든 적이 한 방에 끝나니 재미가 없어질 것이다. 그런 시걸이기에, 게임에 등장시킬 때는 꽤나 조심할 필요가 있다.
페르소나 2에 나오는 리사 실버맨의 아버지 스티븐 실버맨은 모범적인 시걸 활용예다. 일본을 좋아하는 미국인 아버지라는 설정인데, 시걸 본인의 취향과도 상당히 겹치는 데다 비중도 작게 나와 게임 밸런스를 해치지 않았다. 또 다른 스티븐 시걸 캐릭터로는 용호의 권 주인공 중 한 명인 로버트 가르시아가 있다. 여기서는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다행히도 나이를 젊게 설정해 시걸 특유의 관록이 사라져 ‘적당히 강한’ 캐릭터가 되었다. 로버트가 시걸 정도로 나이를 먹으면 최강자가 되지 않을까 싶지만, 아쉽게도 KOF 세계관으로 넘어오면서 나이를 먹지 않는 몸이 되었기에…
번외. 엘렌 페이지 – 조디 홈즈(비욘드 투 소울즈) – 엘리(더 라스트 오브 어스)
헐리우드 배우인 엘렌 페이지는 영화 ‘주노’에서 연기력을 인정받고 ‘인셉션’에서 설계자 역을 맡으며 일약 대스타로 떠올랐다. 특히 인셉션에서의 활약 덕에 게임업계에서도 많은 러브콜이 왔는데, 그녀는 그 중 가장 영화다운 게임인 퀀틱 드림의 ‘비욘두 투 소울즈’에 출연한다. 주인공 조디 홈즈의 모션과 페이스 캡쳐를 모두 맡아, 사실상 그녀가 주인공인 영화적 게임을 제대로 찍어낸 것이다.
그와 거의 비슷한 시기, 또 하나의 게임이 공개됐다. 바로 너티 독의 더 라스트 오브 어스였다. 그 중 여주인공인 엘리의 모습이, 얼핏 봐도 엘렌 페이지와 많이 닮아 있어 엘렌 페이지가 두 개 대작 게임에 동시에 출연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그러나 엘렌 페이지는 라스트 오브 어스와는 별도의 초상권 계약을 맺은 적이 없었고, 결국 너티 독은 초상권 침해 여론을 의식해 엘리의 얼굴을 소폭 수정했다. 뭐, 결과적으로 게임에 구현된 엘리는 어린 시절이건 어른이 된 모습이건 엘렌 페이지와는 조금 다른 인상이 되었으니, 같은 배우 캐릭터라고는 볼 수 없기에 번외로 곁들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