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그 모습 그대로, 냉동게임 ‘데카론’ 추억 더듬기
2020.03.05 18:54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가수 '양준일'의 인기가 식을 생각을 않는다. 50대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잘생긴 얼굴과 훤칠한 키, 날렵한 몸놀림 등은 그가 90년대에 데뷔했다는 사실을 잊게 만들 정도다. 표정과 말투에서 느껴지는 성품은 덤이다. 오랜 기간 변함 없는 모습을 보여줘 ‘냉동인간’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을 정도다.
그런데 게임 중에서도 이렇게 냉동인간마냥 오랫동안 똑같은 자태를 유지하는 타이틀이 다수있다. 2005년 서비스를 시작한 '데카론'도 그중 하나다. '바람의 나라'나 '리니지'처럼 더 오래된 게임도 있지만 이 둘은 초창기와 비교하면 그 모습이 많이 변했다.
반면 데카론은 조금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냉동게임이라 부르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그 시절 그 모습을 지니고 있다. 양준일이 슈가맨에 나오기 전부터 노래를 찾아들었던 기자가 180레벨 점프 캐릭터를 준다는 소식을 듣고 데카론에 다시 찾아가봤다.
보톡스를 맞아야 할 것 같은 해상도
데카론은 2005년, 3D MMORPG가 유행하던 시기에 게임하이(현 넥슨지티)에서 제작한 게임이다. 스타크래프트나 거상처럼 청소년 사이에서 꼭 해봐야 하는 게임에 들진 못했지만, 많은 온라인게임이 범람하던 그 시기에도 PC방이나 학교에 가면 4, 5명 이상은 꼭 즐기는 사람이 있었을 만큼 나름 인지도가 있는 작품이다. 괜히 15년간 서비스를 이어온 것이 아니다.
여기에 출시 당시에는 꽤 좋은 그래픽임에도 불구하고 권장사양이 매우 낮아 어지간한 컴퓨터에선 모두 즐길 수 있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윈도우 98에서도 돌아갈 정도였다. 덕분에 집 PC 사양이 좋지 못했던 기자도 친구들과 함께 집에서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게임 중 하나였다.
당시 추억을 벗 삼아서 딱 15년 만에 데카론을 설치하고 접속했다. 그렇게 게임을 켰는데 뭔가 이상했다. 다름 아니라 화면이 너무나도 작았던 것이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싶어서 봤더니, 기본으로 제공하는 해상도가 무려 1024x600이다. 옛날 해상도를 그대로 제공하다니, 과연 냉동게임다웠다. 물론 설정을 통해 1280x1024로 해상도를 조절할 수 있었으며 와이드 화면을 꽉 채워서 즐길 수도 있다. 하지만 HDMI를 지원하지 않아서 기자 컴퓨터에서는 풀 화면을 설정할 수 없었고, DVI 선도 없었던 관계로 그냥 예전 해상도로 플레이를 이어갔다.
리자드맨! 15년 전 복수를 하러 왔다!
게임에 접속하니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캐릭터 외형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예전엔 캐릭터를 선택하면, 로아 성과 브라이켄 성 중 원하는 곳을 선택했었는데, 지금은 아르데카로 고정됐다. 더불어 두 성은 맵에서 자취를 감춘지 오래라고 한다. 이것도 모르고 접속한 뒤에 "15년 만에 복귀했습니다. 로아 성은 어딘가요?"라고 물었다가 된통 혼날 뻔했다.
일단은 어떻게 바뀌었나 확인해보기 위해 정문 밖에 있는 평원에 나가봤다. 반갑게도 예전에 만나볼 수 있었던 존재했던 리자드맨이 필드 위에 즐비해 있었다. 초기에는 리자드 맨 한 마리 한 마리가 귀해서 서로 자기 걸 건드렸네 아니네 다투기도 했었다. 여기에 20레벨이 넘어서까지도 리자드맨이 등장했을 정도로 만큼 다양한 개체가 준비돼 있다. 물론 180레벨로 시작하는 지금은 어깨로 툭 져도 죽을 만큼 약한 몬스터다. 중간중간 리자드맨을 때려잡는 유저가 보이길래 물어봤더니 저렙때 숱하게 당했던 기억이 나서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는 복귀 유저의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칙칙폭폭 기차놀이는 어느덧 옛날 이야기
데카론을 플레이해봤다면 잊을 수 없는 광경이 바로 '기차놀이'다. 파티원 한 명이 맵을 뛰어다니며 몬스터를 모으면 그 뒤로 파티원과 몬스터 다수가 따라오는 모양새를 보고 기차놀이라고 불렀다. 파티원이 피해를 입지 않으면서 많은 몬스터를 몰고 다니는 것이 파티장이 해야 할 일이었으며, 이를 '운전'이라고 부르는 데카론 유저만의 은어가 있었다. 가끔 몬스터를 한 번에 끌어들일 경우 드리프트에 성공했다고 이야기했으며 이 운전 능력이 데카론 실력 기준이 되기도 했다.
리자드맨을 거의 말살하다시피 죽인 뒤에는 레벨에 맞는 사냥터를 찾아갔다. 레벨이랑 장비 모두 빵빵한 만큼 최고 레벨이 아니면 절대 발을 들일 수 없었던 상그릴라로 떠났다. 옛날엔 구경조차 못했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여기쯤 와야 진심을 다해 사냥을 하는 유저를 볼 수 있다. 아울러 여기쯤 오니 슬슬 몰이 사냥을 시작하는 유저들을 찾을 수 있었으나, 아쉽게도 이전처럼 여러 파티원이 선두를 따라 일렬로 스텝을 밟아가며 펼치는 진성 기차놀이는 볼 수 없었다. 옛 추억을 살리고 싶어 "몰이 사냥 파티 구합니다!"하고 채팅창에 써봤지만 대답 없는 아우성에 불과했다.
사냥터도 돌았겠다, 내친김에 솔로 인스턴트 던전에도 도전해봤다. 그것도 초기에 가장 어렵다고 소문났던 드라비스 비밀통로로 향했다. 160레벨 제한도 있고 입장 시 대량의 재화가 소모되는 곳이지만, 큰맘 먹고 들어갔다. 지금은 180레벨로 시작하는 만큼 던전 자체는 매우 여유롭게 클리어할 수 있었다. 다만, 중간 미로에서 낮은 해상도와 과거 3D MMORPG 특유의 답답한 시야가 더해져 20분 이상 헤맨 것은 비밀이다.
데카론은 역시 PK지!
짧게나마 즐길만한 콘텐츠를 전부 하고 나니 냉동게임 데카론도 슬슬 해동이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데카론에서 빼놓을 수 없는 PK를 해봐야 할 것만 같아 필드에서 놀고 있는 플레이어를 찾아 배회했다. 데카론은 마을과 같은 안전지대나 인스턴트 던전을 제외한 모든 필드에서 PK가 가능하다. PK 중 캐릭터가 죽어도 레벨이 다운되거나 무기가 떨어지는 패널티가 없어 초보부터 고수할 것 없이 필드에서 부담없이 PK를 즐기고는 했다. 이런 자유도 때문에 아직도 이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가 남아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까 사냥을 펼쳤던 불의 사슬을 돌아다니다 보니 한 유저를 발견할 수 있었다. 평소 PvP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한 대 때려도 괜찮겠습니까?" 말을 걸었지만, 대답이 없었다. 슬쩍 한 대 쳐봤지만 여전히 반응은 없었다. 혹시 몰라서 계속 평타를 날려봤다. 갑자기 상대방이 반응했고 PK가 벌어졌다. 싸움은 선빵 필승이라고 했던가, 상대방은 죽었고 나는 승리를 만끽했다.
이렇게 해상도, 몬스터, 던전 하나까지 꽁꽁 얼어있던 냉동게임 데카론 탐방기는 끝이 났다. 너무 화려하게 빛나는 캐릭터 덕에 눈도 좀 아프고, 30개가 넘어가는 스킬을 일일이 클릭하다보니 손가락도 좀 피로했지만 그 시절 그 맛이 여전하다는 점을 확인하니 옛추억도 새록새록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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