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숲 에디션으로 다시 불거진 '되팔렘' 문제
2020.03.16 17:03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지난 3월 12일에 진행된 모여봐요 동물의 숲 에디션 예약 구매는 현장과 온라인 모두 대란이었다. 현장 예약 구매의 경우 전날 저녁에 와서 밤을 새서 기다린 사람도 적지 않았고, 매장 오픈과 함께 준비된 수량보다 많은 사람이 몰렸다. 온라인도 경쟁이 치열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온라인 판매가 시작된 낮 12시 30분 이후부터 많은 사람이 방문하며 주요 판매 사이트가 마비되거나 느려지는 현상이 발생했고, 많은 이들이 예약 구매에 실패했다.
동물의 숲 에디션은 한정판이 아니며 기기가 발매되는 20일 이후에도 상시 판매되는 제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몰린 이유에는 팬들의 시선을 잡아 끄는 기기 자체의 화사한 디자인도 있지만 스위치 자체가 전체적으로 물량이 부족한 상태라는 점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동물의 숲 에디션은 물론 닌텐도 스위치 자체가 코로나19 영향으로 중국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며 물량 자체가 없어서 2월부터 국내에서도 품귀 현상이 있어왔다.
이처럼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진행된 동물의 숲 에디션 예약 판매는 닌텐도 스위치를 정가에 구할 수 있었던 몇 없는 기회였다. 기기가 정식 출시되는 20일에도 판매를 진행하지만 이 때 구매에 나선다고 해서 기기를 반드시 살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며, 스위치 물량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알고 있는 게이머 입장에서는 예약 판매를 놓치면 언제 기기를 구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12일에 진행된 동물의 숲 에디션 예약 판매는 구매 희망자를 수용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물량이 풀렸고 구매에 실패한 사람도 여럿 있다. 이러한 와중 게이머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존재가 있다. 중고거래 카페 등에 올라온 일명 ‘되팔이’다. 동물의 숲 에디션 예약 구매에 성공한 사람들이 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기기를 되팔겠다며 구매자 모집에 나선 것이다.
동물의 숲 에디션 정가는 36만 원이다. 그러나 관련 카페를 보면 평균적으로 50~60만 원대에 많게는 70만 원대까지 물건을 올려놓은 것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 예약구매에 성공한 영수증이나 온라인에서 결제를 완료한 페이지를 찍어서 구매 사실을 인증한 후에 돈을 보내면 배송지를 바꿔주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20일 정식 출시에 국내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는 동물의 숲 에디션 물량도 충분하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겹치며, 되팔렘이 한동안 성행하리라는 비관적인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스위치 혹은 동물의 숲 에디션을 원하는 실수요자 다수가 물건을 구하지 못한 가운데, 차익을 노리는 되팔렘이 성행하는 것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게이머들이 커뮤니티 상에서 되팔이를 일컫는 ‘되팔렘’이라는 단어는 되팔이와 디아블로 시리즈에서 유래된 네팔렘을 합친 말이다. 2012년 당시 왕십리 대란을 일으킨 ‘디아블로 3’ 한정판 현장 판매에서 비롯됐다. 당시 블리자드가 준비한 현장 판매 물량은 4,000개였으나 판매를 진행한 당일 오전부터 약 3,000명이 몰리며 문전성시를 이뤘고, 1인당 2개 구매라는 제한이 있었음에도 한정판을 구매해 웃돈을 받고 되파는 유저들이 문제시되며 이와 같은 사람을 지적하는 되팔렘이라는 단어가 많이 쓰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되팔렘 문제는 게임 유통 시장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앞서 이야기한 디아블로 3나 현재 문제로 떠오른 동물의 숲 에디션 외에도 몬스터 헌터 월드 출시가 맞물렸던 2018년 2월에 물량 부족으로 품귀 현상이 일었던 PS4 프로에서도 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기기를 되파는 되팔렘이 기승을 부렸다. 가장 최근에는 전세계적으로 물량이 없는 링 피트 어드벤처도 정가인 8만 4,800원보다 높은 가격에 중고거래 카페에 올라온 바 있다.
이러한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중고거래 자체가 불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고거래 중 국내에서 불법으로 보는 사례는 해외에서 관세를 내지 않고 직접 구매한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파는 행위다. 본인이 직구한 물건을 직접 쓴다는 조건으로 관세를 면해준 것이기에 구매한 물건을 상업용으로 팔면 개인이 쓰려고 물건을 산 것이 아니게 되며, 다른 사람에게 팔기 위해 직구한 경우 소액이라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 세관의 입장이다. 이 역시 세금 처리에 대한 문제지 정가보다 비싼 가격에 가지고 있는 물건을 파는 것 자체를 문제로 삼는 것이 아니다.
분명 중고거래의 순기능은 있다. 아울러 수요와 공급에 따라 물건 가격이 정해지는 것은 시장 자본주의를 채택한 한국에서 완전히 잘못되었다고 지적하기 어렵다. 다만 수량이 한정적인 게임 기기에서 차익을 노리고 달려드는 되팔렘은 정상적인 유통시장을 뒤힌들며, 이를 불법으로 규정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업계에서도 대항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와주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