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게임광고] 넷마블몬스터 김건 대표 데뷔작 '토막'
2020.03.23 16:43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레이븐, 마블 퓨처파이트, 요괴워치: 메달워즈 등 다수의 모바일 히트작을 탄생시킨 넷마블몬스터. 넷마블 흡수 전까지는 씨드나인 게임즈라는 이름으로 마계촌 온라인, 알투비트 등을 출시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전에는 PC 패키지 게임을 냈었죠. 바로 ‘토막: 지구를 지켜라’ 입니다.
사실 이 게임은 당시 비슷비슷했던 연애/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속에서 신선함과 기발함을 추구한 실험적인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화분에 목만 내밀고 있는 여신을 키운다는 콘셉트에 특유의 사실적이면서도 창백한 화풍이 어우러지며 2000년대 ‘엽기’ 키워드로 묶여버렸죠. 그 덕에 나름대로 관심을 받고 국내외 흥행에도 성공하긴 했지만, 게임성보다는 비주얼적 측면이 더 부각되며 우스갯거리로 소모된 면이 있습니다. 게임 출시 시점에 나온 잡지 광고들을 통해 당시 분위기를 느껴보겠습니다.
제우미디어 PC파워진 2001년 4월호 잡지에 실린 토막: 지구를 지켜라 첫 광고입니다. 지스타의 전신인 카멕스에 나가 호평을 얻은 후, 위자드소프트와 퍼블리싱 계약을 맺은 후 정식 출시를 앞두고 낸 광고죠. 참고로 당시 시드나인은 설립된 지 몇 달 되지 않은 신생 업체였기에 이름값이 있을 턱이 없었고, 순수하게 게임으로만 눈도장을 찍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경우 게임 소개와 함께 눈에 확 띄는 일러스트로 시선을 잡아 끄는 광고를 내는 것이 보통이죠.
다행히도 토막: 지구를 지켜라는 콘셉트 자체가 워낙 독특했기에 시선을 끄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위 광고 오른쪽 위에 조그맣게 나온 사진 하나만으로도 ‘이게 뭐야!?’ 라는 반응을 이끌어냈죠. 화분 위에 약간 창백해 보이는 여성의 머리가 볼록 솟아 있다니, 마치 이토 준지의 만화 ‘토미에’ 같은 느낌도 납니다.
5월 광고에는 조금 더 스크린샷이 많이 실려 있습니다. 메인 일러스트는 여신과 지구라는 게임 설정에 충실한 이미지지만, 사실 눈에 들어오는 건 화분에 나 있는 머리가 콜라를 빨아먹고 있는 사진입니다. 살짝 창백하면서도 깊은 눈의 그림체가, 화분에 나 있는 머리와 만나자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그 오른쪽에는 각종 컷씬과 만화풍으로 묘사된 캐릭터 그림들이 그려져 있지만 저 괴기스러운 느낌을 지울 순 없네요.
6월 광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전 달과 비교하면 메인 일러스트와 컷씬 구도가 살짝 바뀌고 전체맵이 추가됐다는 차이가 있지만, 역시나 왼쪽 위에 있는 그림에만 시선이 갑니다. 광고가 실린 2001년은 한창 인터넷 보급이 활성화 된 무렵이었기에, 이 게임에 대해서도 한창 넷상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너 화분에 자라난 여자 머리 키우는 게임 아냐?’ 라는 식으로 말이죠.
이러한 관심 다수는 그저 엽기 코드에 편승해 비웃고 넘어가는 사람들이었지만, 그로 인해 게임 자체에 흥미를 갖고 게임을 구매하는 사람들도 늘어났습니다. 이에 시드나인 역시 좀 더 이러한 면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2001년 7월호 광고에는 그간 나온 3달간의 광고 이미지와 함께, 아예 화분에 자라나 있는 여신의 머리를 크게 확대해 놓았습니다. 이로써 토막의 인지도는 절정을 향해 내달렸고,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씨드나인이라는 개발사와 ‘토막’ 시리즈의 이름을 각인시켰습니다.
이후 씨드나인은 토막을 PS2로도 출시했고, 후속작인 ‘토막: 지구를 지켜라 Again’까지 출시했습니다. 다만 장르가 횡스크롤 슈팅으로 바뀌고, 이미 한 번 독특함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 터라 두 번 연속 통하진 않았습니다. 이후 씨드나인은 알투비트, 마계촌 온라인을 거쳐 몬스터 길들이기라는 히트작을 토대로 기사 맨 위에 언급한 다양한 히트작을 냈습니다. 비록 독특한 소재만으로 시선을 끌긴 했지만, 그 속에 숨겨진 신선한 시도들은 씨드나인과 넷마블몬스터의 후속작들에 여러 모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미치지 않았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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