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류호정은 게임업계를 대표할만한 인물인가?
2020.04.23 19:07게임메카 김미희/장예은 기자
정의당 류호정 당선인은 총선 전부터 많은 의혹과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이다. 가장 큰 부분은 리그 오브 레전드 대리게임 의혹과 스마일게이트 퇴사를 둘러싼 진실 공방이다. 여기에 류 당선인의 경우 게임업계나 업계 노동자를 대변하기에는 업계에서 일했던 기간이 짧아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도 류호정 당선인은 게임업계를 대표할만한 사람이 아니고,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이에 대해 당선인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리고 국회에서 게임에 대한 의정활동을 펼칠 의향은 있는 것일까? 게임메카는 류호정 당선인을 만나 당선 전 의혹과 당선 후 입법 활동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우선 당선을 축하드린다, 소감이 어떠한가?
류호정 당선인: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제가 잘해야 청년 정치인에도 기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서 이런 측면에서도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당선 전에 많은 의혹이 있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앞으로의 계획이나 활동은?
류호정 당선인: 의혹에 대해서는 입장을 충분히 밝혔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제 티어를 보고 채용한 것이다, 권고사직은 무능 때문이었다 등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다시 한번 밝히자면 이력서에서 티어를 쓴 것은 비정규직에서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제가 스스로 달성한 티어를 쓴 것이다.
대리게임은 잘못한 일이고 사과해야 할 일이다. 그 당시에도 사과했고, 동아리 회장직에서도 사퇴했다. 다만 동아리 회장도 그 전(대리게임을 맡긴 시점)에 되었고, 대회도 그 전이고, 회사에 쓴 것은 제가 달성한 것이다. 대리게임으로 인해 얻은 등급으로 제 삶에서 이득을 취한 것은 없다.
다만 권고사직은 무능 때문은 아니다. 인사평가에서 AA등급을 받았고, 특별 상여금도 받았고, 동기보다 진급도 좀 빨랐다. 노조 만들다 나간 직원을 회사에서 좋게 볼 리 없다. 면담 전에 부하직원을 시켜서 제 휴대폰을 들고 나가게 한 후 권고사직을 종용한 것은 회사가 잘못한 일이다.
권고사직은 회사에서 해고에 대한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쓰는 것이다. 권고사직을 법적인 용어로만 해석한다면 누구를 지킬 수 있겠나. 게임업계에서 권고사직은 퇴직과 비슷한 수준이고, 이 부분은 회사의 논리와 타협할 수 없다. 권고사직은 사실상 해고다.
아울러 위로금도 본래는 제가 요청하면 주겠다고 했는데, 요청도 하지 않았는데 회사에 노조가 생긴 다음에 들어왔다. 회사에 이에 대한 내용증명을 보냈으나 답은 없었다. 노조를 만들기 전에 짤린 근로자 대표가 무능하고, 권고사직 대상자였고, 자기가 먹고 살려고 노조를 만든 것이었다, 라는 식으로 이슈가 흘러가면 안 될 것 같아서 더 치고 나가지 못하고 내려놓은 것이 너무 아쉽다.
지금부터는 말이 아니라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요할 때 있었던 사람, 억울하고 분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고, 그분들 곁에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본인을 게임업계와 노동자를 대표하는 인물이라 생각하는가?
류호정 당선인: 대표한다기보다는 대변하고 싶다. 업계 노동자였고, 그분들이 받았고, 받고 있는 부당한 처우를 경험해봤다. 아울러 노동계에 있었던 이력은 게임업계 노동자를 지키기 위해 쓰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게임산업에 대한 전문성은 개발자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저는 기획과 마케팅에서 일했는데, 사업 부문에서 겪는 일과 개발에서 겪는 일을 짧게나마 경험했기에 반영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제시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는 게임업계를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 노동조합까지 만들고자 했던 열정이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이 즐거워야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용안정이나 워라밸이 있다면 노동자도 좋은 게임을 만드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 1호 공약도 포괄임금제 폐지를 냈다.
저는 청년이기에 살아온 삶이 짧다. 다만 정치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의원실도 있고, 정책보좌관도 있기에 여기에 힘을 받아 더 좋은 정책을 만들 수 있다. 게임업계나 게임업계 노동자에 대한 간담회도 생각하고 있고, 게임 정책은 노조 분들에게 자문을 구하거나 전문가분들에게 의견을 구할 생각이다. 문제는 해결해야 하고, 결국 제가 잘해야 한다.
펄어비스 근무 환경을 성급하게 지적했다는 의견이 있는데
류호정 당선인: 당시 핵심은 공짜노동, 장시간 노동, 부당해고였다. 펄어비스가 부당한 부분을 종용한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에 대해 대응을 해나가고 있고, 다른 회사에서 발생하는 부당한 일에 대해서도 대응할 생각이다.
펄어비스 근무환경에 대해 추가적인 조사나 제보가 있나?
류호정 당선인: 당시 제보는 증언해주신 분들에게 허락을 구하고 올린 것이고, 추가 제보는 현재 단계에서는 공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울러 여러 회사에 대한 제보도 있다. 당선이 된 만큼 제대로 준비해서 대응할 예정이다.
게임산업에 대한 입법활동을 할 의향이 있나?
류호정 당선인: 게임 노동자에 관심을 두고 활동할 생각이다. 1호 공약도 포괄임금제 폐지다. 포괄임금제는 장시간 노동을 유발하고, 노동자 건강 문제와도 연결된다. 노동자들이 일회용 아이템처럼 쉽게 소비되지 않나. 업계에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포괄임금제가 폐지되는 추세지만 제도화되지 않으면 되돌아올 수 있다.
근로감독관 수도 늘려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근로감독도 충분한 인원이 없다 보니 업무 부하가 있고, 이로 인해 근로감독이 필요하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사람이 생기게 된다.
살면서 노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노동을 너무 멀게 느낀다. 노조는 자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다. 따라서 노조에 대한 인식개선과 노동인권교육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낮에 일하고 밤에는 쉬어야 한다. 계속 야근하면 결국 건강을 잃고 만다. 게임 점검을 새벽에 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 패치를 진행하는 그곳에도 사람이 있음을 기억해주셨으면 한다.
게임산업 대표 규제 철폐에 대한 의견은?
류호정 당선인: 셧다운제는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 시장 과열이 낳은 뒤틀린 제도고, 국내 게임에 대한 역차별이기도 하다. 게임 질병코드와도 이어지는데, 두 가지 모두 게이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다. 어떤 취미도 질병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게임은 질병이 아니라 문화다.
제가 생각하는 게임의 장점은 틀릴 수 있는 기회, 다시 도전해볼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학교나 사회에서는 절대 틀리면 안 된다. 하지만 게임은 사실 한 번 져도 괜찮고, 다른 것을 해볼 기회가 있다.
그리고 아이들이 왜 게임을 하는지도 생각해야 한다. 지금 학생들은 학교, 학원을 다녀오면 게임과 TV 보기 외에 할 것이 없다. 자기통제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한데, 이러한 세태는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안 된다.
게임산업 진흥에 대한 부분도 생각하고 있나?
류호정 당선인: 우선 국내 중소기업과 1인 개발자, 인디게임에 대해 구글, 애플 등 오픈마켓 플랫폼 수수료를 인하할 필요가 있다. 특히 패키지 방식으로 판매되는 유료 게임은 수수료가 큰 부담이 되고, 이로 인해 이러한 게임이 개발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정의당 정책으로 인디게임 및 중소게임사 자금 지원에 대해 문체부 모태펀드 정부 출자액(현재 150억 원)을 증액시키는 것이 있다. 또한, 지원금을 진짜 필요한 사람이 받을 수 있도록 게임 제작 지원 관련 정책을 정비하고 게임을 잘 아는 전문가가 게임을 심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게이머로서 필요한 부분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류호정 당선인: 확률형 아이템 문제 해결이다. 확률 공개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확률 공개는 조작에 대한 의심을 줄여줄 수 있지만,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분노를 줄여줄 수는 없다. 결국은 1인당 결제금액을 제한하는 등이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상임위는?
류호정 당선인: 1순위로는 환노위(환경노동위원회)를 생각하고 있다. 2, 3순위로는 산자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과방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다. 최우선으로 삼는 것은 노동자를 지키는 것이라 이쪽으로 중점을 두고 있다.
앞으로 어떠한 국회의원이 되고 싶은가?
류호정 당선인: 저를 꼭 써먹어 주십시오, 라고 말하고 싶다. 필요할 때 곁에 있었던 사람으로 남기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