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하렘 구축하러, 지옥에 간 황당한 이야기 '헬테이커'
2020.06.04 17:37게임메카 서형걸 기자
여자 악마들에게 둘러싸여 살고픈 ‘꿈’을 이루기 위해 지옥에 뛰어든다는 터무니없는 줄거리의 게임이 지난 5월 11일 스팀에 등장했다. 스팀 무료 게임 ‘헬테이커’는 아무리 헤매도 2시간 내외로 모든 콘텐츠를 맛볼 수 있는 단출한 볼륨의 캐주얼 퍼즐게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명 개인방송진행자들이 방송에서 직접 플레이함과 동시에, 유튜브에서도 다수의 플레이 영상이 올라와 수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아울러 게임에 등장하는 은발에 검고 붉은 정장을 입은 여악마들에 대한 팬아트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를 중심으로 쏟아지고 있다.
이처럼 헬테이커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무료 게임인 만큼 접근성이 좋은데다가, 각기 다른 성격의 여자 악마들의 매력적인 일러스트와 훌륭한 캐릭터성이 유저들의 마음을 홀린 덕분이다. 이 외에도 게임을 진행할수록 빠져드는 '병맛' 가득한 스토리, 저절로 리듬을 타게 만드는 음악 등 무료로 즐기기에 아깝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 본 리뷰는 유저 한글 패치를 적용해 플레이하고 작성했습니다.
퍼즐과 액션, 담백한 게임플레이
게임을 시작하면 처음 만나게 되는 캐릭터는 ‘위대한 파리’라는 별명을 지닌 베엘제붑이란 악마다. 주인공의 친구라 자칭하는 베엘제붑은 별명 그대로 여름철 화장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파리를 닮았기에, 첫인상은 썩 좋지 않다. 어쨌건 이 파리 악마와 간단한 대화를 나눈 다음,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의 이름은 게임 제목과 같은 ‘헬테이커’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단신으로 지옥에 뛰어든 ‘상남자’이지만, 그 꿈이 세계정복/인류구원 따위가 아닌 ‘여자 악마로 가득한 하렘을 만들기’라는 다소 황당한 설정이다.
여자 악마들을 지상으로 데려오기 위해서는 먼저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해야 한다. 매 스테이지마다 여자 악마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주인공과 여자 악마 사이를 지옥의 하수인과 바위, 함정 등 각종 장애물이 막아서고 있다. 바위와 지옥의 하수인을 발로 걷어차 밀어내고, 함정을 피해 열쇠를 얻은 다음 막힌 길을 뚫으면 여자 악마와 대화를 나누게 되고, 선택지에 따라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게 된다.
퍼즐 자체는 복잡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구색 맞추기 수준의 콘텐츠는 아니다. 한 스테이지를 여러 차례 도전하다 보면 자연스레 깨닫게 되지만, 좌측 하단에 표시돼 있는 제한 턴 수에 딱 맞춰 클리어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머리 속으로 수 차례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다음 퍼즐 풀이를 시도하더라도, 단 한 칸이 모자라 머리를 쥐어뜯게 될 정도로 치밀하게 구성돼 있다. 나아가 최종 스테이지는 퍼즐과 전혀 다른 액션 장르로 변경돼 적의 공격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마지막 페이즈에 이르면 다크소울 저리 가라 할 정도의 빠른 반사신경을 요구한다.
다만, 퍼즐이건 액션이건 정해진 패턴만 숙지한다면 일사천리로 클리어할 수 있다. 게임플레이 전반에 걸쳐 깊게 파고들만한 요소가 적은 것은 사실이나,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게임임을 감안하면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지옥에서 악마와 함께 춤을!
헬테이커의 진정한 매력은 흥겨운 음악, 스토리, 그리고 캐릭터에 있다. 먼저 음악에 대해 살펴보면, 다양하지는 않지만 게임 분위기에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아울러 게임플레이 중 스테이지 위에 있는 주인공, 여자 악마, 지옥의 하수인, 그리고 오브젝트까지 선율에 맞춰 율동을 선보여 플레이어의 어깨까지 저절로 들썩이게 만든다.
다음으로 주인공과 악마 사이의 유쾌한 대화를 살펴보자. 주인공 헬테이커는 여자 악마들로 이뤄진 ‘하렘’을 만들기 위해 지옥에 뛰어들었지만, 그 방법은 전혀 폭력적이지 않다. 스테이지마다 각기 다른 성격의 여자 악마들을 만나고, 대화를 통해 설득하는 방식이다. 피곤에 찌든 악마에게는 배려 가득한 한마디를 건네고, 고든 램지 못지않은 독설을 쏟아내는 깐깐한 악마에게는 턴제 전략 게임을 같이 하자는 등 독특한 작업 멘트가 있다.
게임플레이 화면 아래에 위치한 ‘힌트’를 선택하면 더욱 재미있는 대화를 볼 수 있다. 말만 ‘힌트’지 게임플레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잡담이 대부분인데, 이 대화를 읽는 재미가 매우 쏠쏠하다. 선택지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대화도 있는데, 주인공과 동행하는 여자 악마들의 말싸움에 질린 주인공이 죽음을 택한다거나, 천국으로 가 하렘의 꿈을 접기도 하는 등 독특한 전개가 눈길을 끈다. 지옥에서의 여정을 마무리한 뒤 후일담에서는 모든 여자 악마가 헬테이커의 집에 얹혀 사는 모습도 볼 수 있는데, 이처럼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는 스토리 덕분에 캐릭터성이 더욱 부각되는 듯 하다.
무료로 즐기기엔 미안해서 DLC 산다
헬테이커는 기본 무료 게임이지만, 게임을 하다 보면 개발자에게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갖춘 게임이다. 그래서 저절로 아트북과 게임에 등장하는 팬케이크 레시피를 담은 1만 500원짜리 DLC에 손이 가게 된다. 본 DLC 콘텐츠 중 아트북은 게임플레이로도 구할 수 있으니, 개발자에 대한 후원이라 여겨진다.
게임을 직접 해보고 나니, 당분간 헬테이커 2차 창작 열풍이 지속될 것 같은 감상을 받았다. SNS에서 은발에 검고 붉은 정장을 입은 여자 악마를 본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헬테이커와 함께 지옥에 뛰어들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