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이렇지 않아! 현역 종사자가 싫어하는 게임 TOP 5
2020.06.25 15:03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게임의 주된 기능 중 하나는 대리체험이다. 실제 현실에서는 할 수 없거나 하기 힘든 수많은 일들을 게임에서는 얼마든지 경험할 수 있다. 게임에서는 마왕을 물리치는 용사가 될 수도, 우주 비행사가 되어 수많은 행성을 탐험할 수도, 뱀파이어가 되어 밤거리를 배회하며 인간을 습격할 수도 있다.
물론,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한 직업들을 대리 체험하는 것도 가능하다. 문제는 게임의 본질이 엔터테인먼트이기 때문에 사실보다는 재미 위주로 재구성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일부 직군은 실제 모습에 비해 왜곡된 형태로 그려지기도 한다. 현역 종사자들이 보고 있으면 “실제로는 이렇지 않아!”라고 외칠 정도로 말이다. 오늘은 현역 종사자들이 싫어하는, 직업에 대한 오해를 낳는 게임들을 살펴보겠다.
Top 5. 낚시꾼들이 피싱 게임을 싫어합니다
낚시가 취미인 분들은 월척을 낚는다는 것이 인생에 몇 번 오지 않는 소중한 찬스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그러니 어탁을 뜨고, 인증사진을 찍어가며 평생 자랑거리로 간직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자리를 잘 잡고, 시기를 잘 타고, 장비를 잘 갖추더라도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대어 낚시는 요원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낚시 게임들에서는 그렇지 않다. 사람 몸통만한 생선을 낚는 일은 예사고, 조금 과장이 심한 게임들은 낚싯대 하나로 참다랑어나 고래 종류까지도 낚아올린다. 종에 따라 다르지만, 겨우 팔뚝만한 생선은 꽝 취급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게임으로 낚시를 배운 사람들은 이런 월척이 일상인 줄 착각하기 쉽다. 만약 당신이 공치고 돌아온 낚시꾼을 만나 “애걔? 1.2m/15kg짜리 참돔 같은 거 못 낚아봤어요?” 라고 천진난만하게 묻는다면, 다음 날 미끼는 너에요.
TOP 4. 뇌과학 의사들이 두뇌 개발 게임을 싫어합니다
2005년, 닌텐도 DS를 통해 ‘매일매일 DS 두뇌트레이닝’이 나왔다. 뇌의 능력을 젊게 만들어 치매를 예방하고 집중력 등을 향상시킨다는 기능성을 앞세워 게임을 즐기지 않던 학부모나 노인층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으며, 국내에서도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후 수많은 두뇌훈련 게임들이 모바일 등으로 출시되기도 했다.
그러나 다수 뇌과학 의사들은 이런 두뇌 개발 게임들에 대해 검증된 효과가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그들은 게임 점수가 오르는 것은 단순한 반복의 결과로, 뇌 기능이 증진된 것이라는 근거가 없다고 말한다. 두죄 개발 게임을 하는 것보다는 몸을 움직이고, 책을 읽고, 일반 게임을 하는 일상적인 행위만으로도 충분히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덤이다. 그러니까, 의사 앞에서 “뇌 훈련을 위해 두뇌트레이닝 게임을 열심히 합니다”라고 함부로 말했다간 혼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TOP 3. 축구 선수들이 피파 시리즈를 싫어합니다
스포츠 선수들은 대체로 자기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 특히 국민 스포츠인 축구에서 프로가 되었다는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 프로팀 입단 때까지 늘상 최고였던 것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외국 유명 리그에서 활약하거나 월드컵, 올림픽 무대에서 뛰는 것은 그야말로 상위 0.0001%에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그들도 전세계 유명 선수들을 모아 점수를 매기는 피파 시리즈나 풋볼 매니저 등 축구 게임에서는 능력치가 꽤나 낮거나 아예 빠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많은 축구선수들이 게임을 하며 “내 능력치 왜 이렇게 낮아!”, “내가 쟤보다 빠른데” 라며 분통을 터뜨리곤 한다. 최근에는 대한민국 국대 골키퍼의 전설인 김병지가 게임에 자신의 드리블 스피드 설정이 낮게 되어 있다며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아마도 최근 피파 시리즈에서도 월드 클래스급 대우를 받고 있는 손흥민 정도만 만족하고 있지 않을까?
TOP 2. 기자가 아웃라스트를 싫어합니다
보통 기자 하면 취재거리가 있는 곳엔 자신의 몸을 바쳐가며 어디든 간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사실, 기자라고 해서 모두 생명이 오가는 전쟁 지역을 취재하거나, 무시무시한 시설에 잠입하는 것은 아니다. 산업, 문화, 과학, 정치, 국제 등 다양한 취재 분야가 존재하고, 그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해 최신 소식을 전하고 정보를 정리하는 것 역시 기자들의 주 업무다.
그러나, 아웃라스트 게임 주인공 마일즈 업셔를 보다 보면 역시 기자는 잠입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는 취재 정신이 넘치는 프리랜서 기자로, 정신병자와 사이코들이 넘쳐나는 마운트 매시브 정신병원에 잠입취재를 나간다. 그 곳에서 수없이 죽을 위기를 겪고 공포스러운 상황에 처하지만, 절대 캠코더를 놓지 않는 기자의 귀감을 선보인다. 이 게임을 하고 난 지인들이 “너는 왜 이렇게 취재 안 하냐”고 면박을 줄 때면, 내면의 또 다른 기자양반 프랭크 웨스트가 깨어나려고 한다.
TOP 1. 변호사가 역전재판을 싫어합니다
무죄판결! 말은 쉽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보기 어려운 광경이다. 일단 기소하는 검사 입장에서 웬만한 확신과 물증이 없다면 재판까지 가지 않고 무혐의나 기소유예로 마무리한다. 실제로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무죄 선고율은 약 3.41%지만, 1심에서 무죄가 나오는 경우는 1%가 채 되지 않는다. 즉, 대부분 형사재판에서 변호사의 역할은 무죄 판결을 받는 것보다는 형량 조절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게임 역전재판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나루호도가 맡는 사건은 십중팔구 무죄! 검사의 허를 찔러 부글부글 끓게 만들고 진범을 확정짓는 것이 주가 되는 게임이다. 그러다 보니, 역전재판으로 법정을 접한 사람들은 법원에서 무죄 판결 받는 것이 꽤나 쉬운 줄로 착각하고, 심지어는 변호사가 무죄를 따내지 못하면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기까지 한다. 여러모로 전국 변호사들의 원망을 받는 게임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