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2077] 이 시대에도 불법 음경 확대가 성행한다
2020.07.15 15:16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사이버펑크 2077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이나 NPC를 보면, 신체란 더 이상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팔다리는 물론, 안구, 전두피질, 순환계, 신경계, 외피, 골격 등 몸 곳곳을 기계장치인 사이버웨어로 교체할 수 있는데, 때로는 저게 사람인가 로봇인가 헷갈릴 정도로 인간의 경계가 많이 흐릿해졌다.
그런데, 게임 속 세계를 돌아다니다 보면 언뜻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면 PC를 켜고 메일함에 들어가 보면 '음경을 확대해 준다는 불법 나노 젤 시술의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자들이 다수 발생' 같은 뉴스가 뜬다. 신체 곳곳을 자유자재로 개조하는 세계에서, 왜 저런 불법 확대시술이 판을 칠까? 차라리 해당 부위를 개조하면 되는 것 아닐까? 선뜻 모순 같다.
CD프로젝트레드 스토리 디렉터 마르친 블라하는 나이트 시티 시민들의 신체에 대한 관념에 대해 "신체를 포함한 게임 내 모든 것은 상품으로 취급된다"라고 설명했다. 마치 옷이나 자동차처럼 신체 일부나 사이버웨어 부품이 소모되거나 부숴지면 지갑 사정에 따라 얼마든지 구매하고, 교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사이버웨어 부품 광고들이 나이트 시티 전체에 도배돼 있는데, 이들은 자신의 몸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부품 구매를 유도한다.
나이트 시티에는 부유층이나 중산층 뿐 아니라 하층민들도 다수 존재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대부분이 하층민에 속한다. 이들 역시 사이버웨어 광고에 매일같이 노출되기에, 최첨단 신체를 쓰고 싶어지는 욕망에 휩싸인다. 그러나 사이버웨어는 비싸다. 게임 초반 만날 수 있는 사이버웨어 부품 가격을 보면 최소 수천에서 만 단위의 가격이 매겨져 있다. 참고로 게임 내 음료나 맥주, 과자 등은 대부분 10원 내에서 해결 가능하다. 게임 내 화폐를 2020년 기준 미국 달러나 유로화와 비슷한 가치라고 본다면, 사이버웨어 가격은 차 한 대 값과 비슷하다. 물론 '올해의 가장 핫한 부품'은 더욱 비싸다.
사이버펑크 2077은 공격적 소비주의에 함락된 세계로 모든 것이 철저히 자본의 논리에 의해 돌아간다. 그런 세상에서 하층민들은 값비싼 신상품은 물론 값싼 구형 부품마저도 구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음경 확대 나노 젤 등에 현혹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덧붙이자면, 이들 하층민들의 신체 개조 욕구는 오감은 물론 감정까지 전달해주는 가상현실 시스템 '브레인 댄스'가 해소해 준다. 메가빌딩 내부에 있는 아파트들에는 브레인댄스 재생기가 여럿 설치돼 있는데, 이 곳에서는 새로운 현실에 진입해 가장 아름다운 몸을 가진 배우나 셀러브리티들의 감정과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인생의 대부분을 브레인댄스 녹화본을 보며 허비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면 최신 사이버웨어를 장착한 몸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게 보인다.
상류층이 각종 사회적 서비스와 최첨단 사이버웨어, 강력한 보안 기능으로 최고의 삶을 누릴 때, 하류층은 브레인 댄스에 뇌를 맡기는 사회. 3S 정책을 넘어선 최고의 우민화 정책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