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오브 카무로쵸, 도트로 맞아도 아픈 형님들의 주먹
2020.10.19 16:09게임메카 서형걸 기자
스트리트 오브 카무로쵸는 세가가 회사 설립 60주년을 맞아 무료 배포하고 있는 액션게임이다.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메가드라이브 액션 명작 베어 너클(영문명: 스트리트 오브 레이지)과 현재 세가를 대표하는 액션게임 용과 같이의 콜라보다. ‘길거리 액션게임’이란 공통분모 덕분에 두 게임의 조합은 찰떡궁합이라 할 만하다.
스트리트 오브 카무로쵸는 한마디로 ‘추억 소환’이 목적인 게임이다. 낯익은 캐릭터와 공간적 배경, 과장된 액션, 그리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2D 도트그래픽은 베어 너클과 용과 같이 팬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게임 볼륨이 너무 작다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이벤트성 무료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납득 가능하다. 두 게임의 팬이라면 들뜬 마음으로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구석구석 베어 너클과 용과 같이가 느껴져
스트리트 오브 카무로쵸의 배경은 용과 같이 1과 같은 시간대다. 동성회 3대 회장 세라 마사루가 의문의 죽음을 맞은 뒤 도쿄 카무로쵸는 혼란에 빠지게 되고, 용과 같이를 상징하는 두 형님, 키류 카즈마와 마지마 고로가 이를 평정하기 위해 거리로 나서게 된다. 두 인물 모두 만인지적(萬人之敵)인데, 2인 로컬 멀티플레이로 함께 싸울 수 있으니 적 입장에서는 운이 억세게 나쁘다고 할 만하다.
여기에 게임을 하다 보면 3번째 캐릭터가 해금된다. 물음표로 표기됐던 캐릭터 선택창 맨 오른쪽에 폭탄머리 아저씨가 등장하는데, 바로 용과 같이 7의 새 주인공 ‘열혈 용사’ 카스가 이치반이다. 원작에서는 동성회의 살아있는 전설 키류와 마지마보다 무용 면에서 한참 모자라지만, 스트리트 오브 카무로쵸에서는 두 사람 못지않게 펄펄 날아다닌다.
플레이어는 용과 같이 주인공 3인방 중 한 명을 선택해 카무로쵸를 누비게 된다. 캐릭터와 배경은 용과 같이와 같은 3D 실사 그래픽이 아닌, 베어 너클과 같은 2D 도트그래픽이다. 이처럼 그래픽에 큰 차이가 존재하지만, 위화감은 크지 않다. 캐릭터와 배경 모두 용과 같이에서의 모습 그대로 구현됐기 때문이다.
진지하고 위엄 있는 표정으로 ‘세계관 최강자’임을 드러내는 키류, 광기 가득한 표정의 마지마, 그리고 폭탄 머리에 붉은 양복을 입고 한없이 가벼운 표정을 짓는 카스가 등 용과 같이 팬이라면 캐릭터 선택창부터 반가운 마음이 든다. 이는 실제 플레이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외모와 복장, 서있는 자세 등 여러 부분에서 익숙함을 느낄 수 있다. 배경 역시 편의점과 도원향 등 용과 같이 팬이라면 낯익은 카무로쵸 거리가 잘 구현돼 있다.
물론 용과 같이 요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베어 너클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요소도 다수 존재한다. 우악스런 기합과 타격음을 내며 주먹질 연타로 적을 날려 보내고, 두 무릎을 사용하는 무지막지한 플라잉 니킥, 상대방을 잡은 다음 어깨 위로 뜀틀을 타거나 내동댕이쳐 버리는 액션 등은 베어 너클과 똑같다. 여기에 길거리에서 스탠드 바를 거쳐 뒷골목까지 이어지는 스테이지 구조도 베어 너클 느낌을 강하게 풍겨 플레이어로 하여금 90년대 초반으로 시간여행을 한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형님들의 주먹은 2D에서도 용서가 없어요
앞서 언급했듯 베어 너클과 용과 같이는 ‘길거리 액션게임’이란 공통 분모가 존재한다. 이는 두 게임의 콜라보레이션인 스트리트 오브 카무로쵸 역시 마찬가지인데, 적의를 서슴없이 내비치는 버릇없는 야쿠자와 중국계 마피아에게 주먹과 발차기, 그리고 적이 떨어뜨린 무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매질하며 올바른 길로 계도하는 호쾌한 액션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팬 입장에서는 이상적인 콜라보레이션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단조로운 게임 진행과 짧은 플레이타임은 진한 아쉬움을 남긴다. 스테이지는 단 하나로 라우 카 롱을 비롯한 중간보스를 거쳐 보스인 니시키야마 아키라를 눕히면 종료된다. 소요 시간은 약 10~15분 정도다. 3가지 캐릭터로 모두 플레이한다 하더라도 1시간이 채 안 되는 것이다. 엔드콘텐츠는 오락실처럼 스코어보드에 이름을 올리는 스코어링인데, 동일한 배경에 적들의 체력만 늘어나는 스테이지를 무한 반복한다는 점에서 스코어링 마니아가 아닌 이상 쉽게 지루해진다.
그래도 이벤트성으로 만들어 무료 배포하는 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납득할만한 볼륨이다. 아울러 원작이 되는 두 게임이 적당히 잘 버무려져 있어 팬 입장에서는 플레이 내내 흡족한 웃음을 짓게 만든다. 용과 같이 팬들에게는 형님들의 주먹이 여전히 맵다는 것을, 베어 너클 팬에게는 90년대 향수에 젖게 한다. 두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20일 오전 2시(한국시간 기준) 이전까지 반드시 다운로드 받아 라이브러리에 간직해야 하는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