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행] 꼬이고, 꼬이고, 또 꼬인 삼각관계, 젤다의 전설
2020.10.30 19:53게임메카 이새벽
최근 발매된 중국 미호요의 오픈월드 게임 ‘원신’을 통해 재조명되는 게임이 있다. 2017년에 출시된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다. 당시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는 게임에 존재하는 오브젝트 대부분과 현실처럼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픈월드 게임에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고 평가됐다. 원신 출시로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가 재조명되는 이유는, 원신이 이 게임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게임이기도 하고, 오픈월드 측면에서 원신보다 탁월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이전에도 젤다의 전설 시리즈는 대대로 뛰어난 게임성을 인정받아왔다. 그럼에도 이 시리즈의 줄거리에 대해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오죽하면 ‘초록 옷 입은 애가 젤다 아니냐’며, 주인공이자 플레이어가 다루는 캐릭터인 링크와 그가 구하는 공주 젤다 이름을 헷갈리는 것이 일종의 밈처럼 떠돌 정도다. 용사가 마왕에게 납치된 공주를 구하는 내용이라는 것 정도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내용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젤다의 전설’ 시리즈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꽤 괴팍한 설정이 많다 .젤다 자체가 한 사람이 아니라 집안 대대로 쓰는 이름이라거나, 시간여행을 하며 세계를 구하다 업적이 증발한 탓에 좌절해 원혼이 된 용사 링크 등 상상 외로 괴상한 내용 투성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뛰어난 명성만큼 잘 알려지지는 않은 젤다의 전설 시리즈 줄거리를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대대손손 이어 쓰는 그 이름 ‘젤다’
1986년에 발매된 젤다의 전설 줄거리는 자못 간단했다. 하이랄이라는 곳에 트라이포스라는 유물이 있고, 트라이포스 3개를 모으면 소원을 빌 수 있다는 드래곤볼 같은 설정이다. 이에 사악한 마왕 가논이 마물을 이끌고 왕국을 침공해 트라이포스 중 하나인 힘의 트라이포스를 강탈하고, 지혜의 트라이포스를 노린다는 것이 젤다의 전설 도입부다.
사악한 가논이 트라이포스를 모두 모아 세상을 정복할 것을 걱정한 왕국의 공주 젤다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지혜의 트라이포스를 여덟 조각으로 나누어 각지에 흩어 놓는다. 이후 가논 군단 침공이 임박하자 젤다는 미끼가 되기 위해 스스로 성에 남고, 믿음직한 유모 임파를 탈출시켜 외부에 도움을 청한다. 뒤늦게 당도한 가논은 젤다 공주를 붙잡았지만, 공주는 트라이포스 행방에 대해 결코 입을 열지 않았고, 유모가 도움을 청하기 위해 탈출했다는 사실을 안 가논은 추격대를 보낸다.
이 와중 지나가던 용사인 링크는 사악한 무리에 둘러싸인 임파를 보고 끼어든다. 나쁜 놈들을 대충 따돌리고 임파를 구출해 자초지종을 들은 링크는 대뜸 공주를 구출하겠다고 맹세한다. 원래 어디 가던 중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링크는 그렇게 샛길로 빠지다 못해 아예 던전으로 들어가버린다. 거기서 마법검과 트라이포스를 얻은 링크는 내친 김에 마왕 가논을 물리치고 공주 젤다를 구한다.
이렇듯 젤다의 전설 스토리는 본래 아주 간단한 내용이었다. 발매 당시 젤다의 전설은 흔치 않았던 오픈월드 어드벤처 장르에, 첫 클리어 후 2회차를 시작하면 던전 구성이 바뀌는 ‘다회차 요소’ 등 여러 부분에서 선구적인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2020년 게임 기획자 웹진 게임 디자인 가젯이 닌텐도가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집계한 바에 따르면 젤다의 전설은 누적 600만 장 이상 팔리는 쾌거를 달성했고,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4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이처럼 젤다의 전설이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자 닌텐도는 이듬해 서둘러 후속작 링크의 모험을 출시했다. 줄거리는 거의 장식이나 다름없던 전작과 달리 링크의 모험은 내용이 복잡해진다. 전작 주인공 링크가 가논을 잡았으나, 왕국은 아직 도탄에 빠진 상태고, 마왕 하수인들은 링크의 피로 의식을 치러 가논을 부활시키겠다는 섬뜩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 이처럼 혼란한 와중 링크에게 한 가지 이변이 생긴다. 손등에 기묘한 문장 모양 흉터가 저절로 생긴 것이다.
그 문장을 본 유모 임파는 다시 링크에게 대강 사정을 설명한다. 사실 왕가는 대대로 공주 이름을 전부 젤다로 지었다. 역사상 수많은 젤다가 있었다는 뜻이다. 그 중 최초의 젤다는 트라이포스를 탐냈던 오빠인 왕자에게 저항하다 마법에 걸려 영원한 잠에 들었고, 그제서야 자기 잘못을 뉘우친 왕자는 동생을 기리는 뜻에서 앞으로 태어날 모든 공주의 이름을 젤다로 짓는다는 어떻게 보면 황당한 전통을 만들었다.
이어서 임파는 예언에 따르면 세상이 위기에 처할 때 최초의 젤다가 깨어나 왕국을 구원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초대 젤다를 깨우기 위해서는 숨겨진 세 번째 트라이포스인 용기의 트라이포스를 찾고, 하나로 합친 트라이포스 힘으로 마법을 풀어야만 한다. 이에 링크는 자신을 노리는 가논 잔당과 용기의 트라이포스가 숨겨진 신전 수호자를 모두 물리치고, 용기의 트라이포스를 얻어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난다.
2편 이후에도 젤다가 여러 명이라는 설정은 시리즈에 남는다. 공주 하나가 반복적으로 납치되는 것이 아니라 역대 젤다들이 위기에 처하는 것이다. 여기에 공주를 구할 용사 링크도 대를 거치며 여럿이 등장할 필요가 생겼다. 젤다의 전설 시리즈에 수많은 젤다와 링크가 각기 다른 시간대에서 나타나고, 다른 이유로 모험에 나선다는 전개는 이 때부터 시작됐다. .대대손손 같은 이름을 쓰는 두 집안의 이야기인 셈이다.
시간여행을 분기로 갈라지는 세 개의 세계관
시리즈 세 번째 게임 신들의 트라이포스는 앞서 등장한 것과 다른 동명이인 링크가 어둠의 세계에 봉인된 가논을 저지하는 내용이다. 가논은 봉인을 풀기 위해 하이랄에 아가님이라는 분신을보냈다. 링크는 이 아가님을 무찌르고 봉인을 풀 제물로 납치된 특별한 혈통의 후계자를 구한다. 이 후계자 중 하나가 바로 젤다였다. 젤다는 집에서 자던 링크에게 텔레파시를 보내고, 자신을 구출하라는 임무를 내렸다.
다음 시리즈 네 번째 게임 꿈꾸는 섬은 살짝 다른 길을 탔다. 신들의 트라이포스에서 모험을 끝낸 링크가 모험 중 난파를 당해 어느 섬에 표류하고, 섬의 비밀을 풀어내는 내용이다. 사실 그 섬은 신적인 물고기의 꿈이었고, 물고기가 잠을 깨면 섬도 사라질 운명이었다. 이에 물고기의 악몽들이 소멸을 피하기 위해 강제로 물고기를 계속 재우고 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안 링크는 물고기를 해방시키고 갈 길을 간다.
다섯 번째 게임 시간의 오카리나는 스토리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이 타이틀부터 젤다의 전설 세계 기반을 이루는 시간여행과 평행세계가 등장한다. 여기 나오는 젤다와 링크는 전작 캐릭터와 동명이인이다. 여기에 시간의 오카리나에는 마왕 가논의 과거라 할 수 있는 가논돌프가 등장한다. 즉 시간의 오카리나는 아직 가논이 마왕이 되기 전의 먼 과거를 다루고 있다.
여기서 가논돌프는 하이랄이 내전에 빠진 혼돈의 시기에 군대를 일으킨 군벌로 묘사된다. 잠시 왕에게 고개를 숙이는 척하지만, 결국 반란을 일으켜서 왕국을 멸망시키고 왕가의 보물 트라이포스를 노린다. 이에 젤다 공주와 나름의 사연으로 여행 중이던 링크는 힘을 합해서 가논돌프의 사악한 야심을 막기위해 나선다. 여기까지는 전작과 구도가 비슷하다.
헌데 트라이포스가 보관된 성소로 가는 길에는 또 다른 보물 마스터 소드가 꽂혀 있었다. 나중에 가논돌프를 상대할 때 필요하리라 판단한 링크는 검을 뽑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자아를 지닌 마스터 소드가 링크는 정신과 육체가 성숙하지 않아서 검을 쓸 수 없다고 판단하고, 그를 7년 동안 잠들게 해 봉인한 것이다. 그렇게 용사 링크가 잠이 들며, 가논돌프에게 트라이포스 프리패스가 열리는 듯 했다.
다만 가논돌프도 트라이포스를 온전히 얻지는 못했다. 트라이포스 주인이 될 조건 중 하나인 용기가 없던 탓이다. 이에 트라이포스는 세 조각으로 나뉘어 흩어지고 가논돌프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힘의 트라이포스만 얻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논돌프는 단 하나의 트라이포스만으로 하이랄을 정복했고, 링크는 7년 후 가논돌프가 반쯤 정복한 하이랄에서 성인이 된 상태로 깨어난다.
이후 링크는 각지에 숨어있던 옛 동지를 모아 다시 한 번 가논돌프에 맞서는데 여기서 분기가 갈린다. 하나는 링크가 가논돌프를 쓰러뜨리고 7년 전 과거로 돌아가는 것, 다른 하나는 가논돌프를 쓰러뜨리고 그대로 미래에 남는 것, 마지막은 링크가 가논돌프에게 패배한 것이다. 시간의 오카리나 이후 젤다의 전설 시리즈는 이 세 타임라인에 따라 각기 다른 세계관으로 분화된다.
분기 1– 링크가 가논돌프를 물리치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이 타임라인에 속하는 게임은 무쥬라의 가면, 황혼의 공주, 4개의 검+까지 3개다. 요약하면 시간여행을 한 링크는 과거로 돌아가서 아직 약한 가논돌프를 붙잡는다. 그러나 사고로 인해 가논돌프는 다른 차원인 어둠의 세계로 방출되고, 그곳에서 힘을 키워 돌아온다.
먼저 무쥬라의 가면에서는 전작에서 가논돌프를 쓰러뜨리고 본래 시간대로 돌아간 링크의 여정을 다룬다. 이후 링크는 여행을 떠나는데, 그 과정에서 이계의 요괴 스탈키드의 저주를 받는다. 고생 끝에 간신히 저주를 풀지만 스탈키드의 고향세계 테르미나를 구해야 하는 처지에 처한다. 저주를 푸는 대가로 스탈키드가 일으킬 재앙을 막아야 하는 거래를 한 탓이었다. 그렇기에 무쥬라의 가면에는 젤다 공주도 나오지 않는데, 이 시기에 왕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그 다음 게임 황혼의 공주에서 드러난다.
한편 하이랄 왕국에서는 예상과 반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미래를 알고 있어도 가논돌프가 힘의 트라이포스를 찾아 막강한 존재가 된다는 것 자체는 막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하이랄 왕국 현자들은 얼떨결에 고대 마도구인 황혼의 거울을 작동시켜 가논돌프를 그림자 세계로 추방했다. 그림자 세계는 오랜 옛날 여신들이 불충한 인간을 추방한 공간으로, 그곳에도 나름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하이랄 왕국은 가논돌프를 그림자 세계에 무단으로 방류한 셈이 됐다. 그 세계에서 가논돌프는 자신의 추종자로 괴뢰정부를 세운 후 주민들을 모두 복종시킨다. 궁극적인 목적은 마법적인 의식을 통해 하이랄을 정복하고 부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하이랄 측 사람들은 어둠의 세계로 추방하고 봉인했으니 신경쓰지 않아도 되리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살며 시간이 흘렀고, 과거 영웅인 시간의 오카리나 시절 링크와 젤다도 후손을 남긴 채 천수를 다한다.
그리고 모두가 가논돌프를 잊은 먼 미래, 그림자 세계의 침공이 시작된다. 이 내용이 바로 무쥬라의 가면 후속작인 황혼의 공주 줄거리다. 주인공은 전작 링크와 젤다 후손으로, 조상들이 외계로 퇴출한 가논돌프를 다시 무찔러야 한다. 그 과정에서 그림자 세계의 정당한 지배자인 미드나 공주 도움을 받아 가논돌프를 무찌르고, 군단의 침략을 막아낸다.
이후에도 가논돌프는 훗날 한 번 더 환생해 하이랄 왕국을 정복하겠다는 야욕을 불태우지만, 이 역시 4개의 검+에서 후세 링크가 마법 효과에 의해 네 명으로 분화한 탓에 결국 패배하고 만다. 링크 하나도 못 이기는데 넷을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 그 후 과거 회귀 타임라인은 이렇다 할 게임이 나오지 않아 스토리는 멈춰 있다. 다만 새 시리즈가 이어질 가능성은 있기에 완전히 단절된 것은 아니다.
여담이지만, 사실 시간의 오카리나와 무쥬라의 가면에 등장했던 링크는 황혼의 공주에 원혼으로 나온다. 자신이 가논돌프를 무찌른 모험은 시간여행 결과 결론적으로 없었던 일이 됐고, 무쥬라의 가면에서 테르미나를 구한 것도 다른 세상에서 한 일이라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었던 것이다. 세계를 두 번이나 구하고도 기억되지 못해 죽고도 성불을 못했는지, 원혼으로 나와 후세 링크에게 조언을 준다.
분기 2 – 링크가 가논돌프를 물리치고 그 시간대에 남았다면
이 타임라인에 속하는 게임은 바람의 지휘봉, 몽환의 모래시계, 대지의 기적까지 3종이다. 이쪽은 세상이 물에 잠겨 멸망하고, 오랜 세월이 후 다음 새로운 대륙을 찾아 신생 하이랄 왕국을 세우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전개다.
여기에 이 타임라인에서도 가논돌프는 환생한다. 다만 시간여행 여파인지 용사의 환생은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하이랄 왕국은 가논돌프에게 정복될 위기에 처했다. 왕국이 악의 손에 넘어가지 않게 해달라는 왕의 간청을 들은 여신들이 왕국을 물에 가라앉게 해 세상이 바다에 잠긴 것이다.
이 타임라인 첫 게임인 바람의 지휘봉은 그로부터 몇 세기가 흐른 먼 미래에 새로운 링크와 젤다가 태어나며 시작된다. 세상은 망했지만 두 사람은 환생을 거듭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전통이 끊긴 탓에 이 시기 젤다는 왕가의 전통대로 젤다라는 이름을 쓰지 않고 테트라라는 이름으로 해적선장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우연이 겹친 끝에 함께 모험을 하게 된 링크와 테트라는 자신들의 운명을 깨닫고. 부활한 가논돌프를 또 물리친다.
이어지는 몽환의 모래시계는 바람의 지휘봉에 등장한 링크와 테트라가 그대로 등장한다. 다만 거창한 내용은 없고, 바다를 떠돌던 중 겁도 없이 귀신들린 배에 승선한 테트라가 저주를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줄거리는 링크가 귀신들린 배로 사람을 유인해 생기를 빨아먹는 마물 베라무를 물리치고 테트라를 구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 게임 대지의 기적은 수세기 뒤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여기서는 전작 링크와 테트라가 가까스로 바다에 가라앉지 않은 땅을 발견하고 새 하이랄 왕국을 세운 것으로 나온다. 링크, 젤다, 가논돌프에 이어서 하이랄 왕국도 환생하는 모양이다. 어쨌거나 이 시기 하이랄 왕국은 증기기관차가 나오는 등 근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으로, 실제 게임에서도 열차를 타고 여행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다만 대지의 기적에 나오는 악당은 다소 뜬금없다. 맞수 가논돌프는 정말로 사라진건지 등장하질 않고, 대신 오랜 옛날 신들에 의해 이 땅에 봉인된 사악한 마신 말라더스가 등장한다. 하이랄 왕국 근대화 과정에서 고대에 세워진 말라더스의 봉인 시설이 약화된 탓이었다. 덕분에 봉인 밖으로 힘을 행사할 수 있게 된 말라더스가 왕국 총리에게 접촉해 그를 수하로 삼고, 특별한 혈통인젤다 육신을 빼앗아 부활할 계획을 세운다는 것이 대략적인 줄거리다. 결과적으로 링크가 말라더스의 계획을 저지하고, 말라더스는 갈 곳 없는 영혼이 돼 소멸한다. 이후 신생 하이랄 왕국이 안정을 되찾으며 이 타임라인 이야기도 끝을 맺는다.
분기 3- 링크가 가논돌프에게 패했다면
이 분기에서는 시간의 오카리나 시절 링크가 시간여행까지 하며 가논돌프에 도전했지만 아쉽게도 패하고 말았다. 이후 가논돌프는 대적할 자 없는 힘을 얻어서 마왕이 된다. 그러나 하이랄의 현자들이 모여 마법적인 의식으로 그를 어둠의 세계로 추방하고, 여기서부터 시리즈 세 번째 게임 신들의 트라이포스로 이어진다. 여기에 꿈꾸는 섬과 젤다의 전설 사이를 연결하는 이상한 나무열매와 신들의 트라이포스 2 두 개의 게임이 더해진다.
이상한 나무열매에는 신들의 트라이포스 및 꿈꾸는 섬에 등장했던 옛 젤다와 링크가 다시 등장한다. 이쯤 되면 대체 누가 누구인지 슬슬 헷갈리기 시작한다. 어쨌거나 이들은 과거 봉인에서 해방된 마왕 가논을 물리친 역전의 용사들이다. 하지만 가논의 유모 트윈노파가 등장하여 이미 죽은 가논을 부활시킬 제물로 쓰고자 젤다 공주를 또 납치하고, 이번에도 링크가 트윈노파와 다시 살아난 가논을 물리치며 사건을 마무리 짓는다.
이어서 신들의 트라이포스 2에는 또 다른 평행세계 ‘로우랄’이 나온다. 하이랄과 대비되는 언어유희인 듯한데, 이곳의 사람들은 하나 같이 이상하다. 우선 로우랄 공주인 힐다는 자기 세계에서 이미 소멸한 트라이포스를 하이랄에서 강탈하겠다는 음모를 꾸미고 있고, 조언자인 유가는 충실한 임파와 달리 개인적인 야심을 위해 힐다를 배신한다. 게다가 이 세계의 용사 라비오는 겁쟁이라 정체를 감추고 시종일관 토끼 옷을 입고 숨어 다닌다. 힐다 공주’와 흑막 유가를 쓰러뜨리고 트라이포스를 회수해 하이랄 세계로 돌아오는 것이 링크의 임무다. 이후 이야기는 시리즈 첫 게임 젤다의 전설로 이어진다.
젤다의 전설 세계관 시작은 스카이워드 소드
이렇듯 젤다의 전설 시리즈는 오랜 기간에 수많은 게임이 나온데다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시간의 오카리나를 분기로, 타임라인이 갈라지며 세계관이 복잡해졌다. 다만 이러한 젤다의 전설 세계에도 확실한 시작점은 있다. 바로 2011년에 출시된 스카이워드 소드다. 이 게임은 역대 시리즈 중 가장 먼 과거를 배경으로 하며, 대체 젤다와 링크, 가논돌프의 운명이 서로 엮이게 되었는지를 조명한다.
내용은 이렇다. 과거 하이랄에는 신들의 적인 종언자라는 존재가 있었다. 종언자는 만물을 파괴하려는 욕망을 지닌 존재로, 신들과 싸운 탓에 한 번 봉인을 당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신들도 그를 완전히 소멸시킬 수는 없었기에, 여신 하일리아는 자신의 힘을 쪼개 훗날 종언자에 맞설 용사를 돕도록 안배해두고, 자신은 인간으로 환생하며 미래의 용사를 인도하기로 했다. 그 환생이 바로 젤다라는 설정이다. 역대 젤다가 대체로 비슷하게 생기고 특별한 힘을 지닌 이유다.
다만 이러면 시리즈 두 번째 게임 링크의 모험에 나온 설정이 다소 애매해진다. 분명 예전에는 젤다라는 이름이 초대 젤다 오빠였던 왕자가 만든 전통을 소개됐다. 그런데 스카이워드 소드는 하이랄 왕국이 생기기 훨씬 전의 이야기를 다루기에 설정충돌이 생기는 것이다. 스카이워드 소드에서는 이 부분을 명확히 짚어주지는 않는다. 과거부터 젤다는 여신의 환생으로 계속 존재해왔고,선택된 용사 링크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어쨌거나 스카이워드 소드 세대 젤다와 링크는 마족의 음모에 휘말려 봉인이 풀린 종언자와 대적한다. 이후 신들의 유산 트라이포스의 힘을 빌어 간신히 종언자를 영원히 제거한다. 그러나 종언자는 죽어가면서도 젤다와 링크를 저주한다. 둘이 환생을 거듭하면서 자신이 남긴 악의와 부딪치며 고통 받으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저주가 바로 둘과 함께 계속 환생하는 악당 가논돌프다.
스카이워드 소드는 젤다, 링크, 가논돌프가 계속 환생하며 엮이는 기원을 풀어냈다. 그런데 시간대가 애매한 게임이 있다. 바로 2017년 출시된 시리즈 최신작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다. 종언자가 봉인을 뚫고 나온 지역이 등장하기에, 스카이워드 소드 이후이긴 한데, 정확히 언제인지는 알 수 없다.
내용은 이렇다. 하이랄 왕국에 재앙 가논이 언젠가 돌아와 파멸을 불러올 것이라는 예언이 전해진다. 이에 젤다 공주와 그 호위기사인 링크는 재앙 가논이 나타날 날을 대비하여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재앙 가논이 나타나자 준비해둔 신수와 기계병단은 모두 타락해 통제권을 빼앗겼고, 동료도 모두 살해된다. 심지어 링크도 심한 부상을 입고 죽어가는 상황에 처한다.
위기의 순간 젤다 공주가 지혜의 트라이포스를 각성한다. 그 힘으로 젤다는 링크를 회생의 사당에 안치한 후 직접 재앙 가논에 맞서, 신성한 힘으로 가논을 하이랄 성에 자신과 함께 봉인시킨다. 그로부터 약 100년 후 링크가 부활하는데, 안타깝게도 과거의 기억을 모두 잃은 상태다. 이후 그는 퇴마의 힘이 있는 마스터 소드의 인도로 하이랄 땅을 모험하며 기억을 되찾은 후, 봉인된 재앙 가논을 물리치고 공주를 구한다.
이렇게 보면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는 전체 시리즈 중 어느 시간대에 있는지 알기 힘들다. 다만 2019년에 공개된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후속작 영상에 가논돌프로 보이는 미이라가 나오는 것을 보면, 아마도 가논돌프가 마왕 가논으로 변하기 전으로 보인다. 시간의 오카리나를 기준으로 타임라인이 세 개로 갈라진 만큼,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도 독립된 평행세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와 젤다의 전설 시리즈 간 이야기상 접점은 후속작이 발매되어야 드러날 듯하다. 2019 E3에서 처음 공개된 이 후속작은 발매 일정이 공개되지 않았으니, 그 답을 확인할 때까지는 아마 조금 더 기다림이 필요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