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쏠 기자도 질리게 만든, 연애 반면교사 ‘모태솔로’
2021.01.12 16:16게임메카 서형걸 기자
태어나서 30년 동안 연애를 하지 못하면 마법을 펑펑 쓸 수 있는 ‘마법사’가 된다는 속설이 있다. 마법을 쓸 수 있게 되면 삶이 매우 윤택해지는데, 30년째 모태솔로인 기자 역시 마법을 사용해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기사를 쓰고 있는 중이다(잠시 눈에 찬 습기 좀 닦고 가자).
마법사가 된다는 것이 이렇게나 좋은 일인데, 이를 타파하고자 하는 게임이 등장했다는 우울한 소식이 들렸다. 바로 인디카바 인터랙티브에서 개발한 소개팅 시뮬레이션 게임 ‘모태솔로’인데, 실제 배우들이 등장하며 플레이어 선택에 따라 스토리가 달라지는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다. 솔로 탈출이라는 잘못된 길을 걷고자 하는 주인공 강기모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자 게임을 해봤다. 그런데 예상했던 바와 달리, 강기모는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마법사가 될 자질이 충분했다.
만 29세 ‘모쏠’ 강기모, 스펙부터 다른 마법사 유망주
우선 주인공 강기모의 학력을 살펴보자. 요즘 시대에 학력이 웬 말인가 싶겠지만, 호그와트가 명문교로 유명하듯 마법사 세계에서 학력은 무시할 수 없다. 강기모는 남중-남고-공대를 거쳤는데, 모두 남녀 공학이었던 기자를 아득히 뛰어넘는 스펙으로 ‘마법사계의 성골’이라 할 수 있다.
본격적인 소개팅 시작에 앞서 강기모의 스마트폰을 살필 수 있는데, 한 눈에 봐도 마법사 자격이 충분하다. 유튜브를 닮은 영상 앱에는 소개팅 노하우를 설파하는 영상을 본 흔적이 가득한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은 십분 이해하나 시청한 채널 이름이 ‘DR. 카사노’라니, 솔로 탈출에 그다지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이처럼 강기모는 소개팅 시작 전부터 훌륭한 마법사의 자질을 두루 갖췄음을 알 수 있다. 그래도 사람 일은 모르는 법이라는 생각에 소개팅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 그러나 이 같은 걱정은 기우였는데, ‘어디 한번 솔로 탈출 해봐라’라는 심정으로 고른 선택지조차도 어김없이 상대방을 당황하게 하는 말과 행동으로 이어졌다.
상대방이 도망가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모르는 사람끼리 만나면 자기소개부터 하는 것이 인지상정. 우리의 주인공 강기모도 자기소개로 대화를 시작했는데 여기서부터 눈 뜨고 볼 수 없는 참사가 벌어졌다. 선택지에 ‘유머를 곁든~’, ‘정직, 정식, 정석’, ‘과시를 뿜뿜’ 이렇게 3가지가 있었는데 ‘과시를 뿜뿜’은 허세 가득한 절친 녀석이 추천한 거라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유머를 선택할 경우 어떤 무리수를 둘지 감조차 잡히지 않아 ‘정직, 정식, 정석’으로 했는데, 가족관계부터 고향에 이르기까지 한마디로 분위기를 급속 냉각시키는 ‘TMI’였다. 강기모 씨, 이 분위기 어떻게 할거야?
그래도 이어지는 음료 주문에서 센스 넘치는 추천 메뉴로 감점을 만회하는 듯 했다. 그리고는 자신감 넘치게 본인이 계산한다고 했는데 이게 웬걸, 체크카드에 단돈 1만 500원이 없다. 그 순간 강기모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전날 밤의 기억, 무려 32만 원짜리 전동 킥보드를 구매하는 바람에 잔액이 4,600원 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다른 카페 쿠폰까지 내는 궁상 끝에 현금 5,000원과 음료 한 잔을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생일 프로모션을 더해 결제에 성공한다. 위기를 넘기긴 했지만, 준비성이 이토록 부족하다니! 강기모 씨, 연애할 마음은 있는 거야?
더 큰 문제는 위 사례들도 앞으로의 행동에 비하면 몸풀기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건만, 다람쥐를 직접 키워 본 사람 앞에서 꼬리가 롤케이크처럼 생겨서 귀엽다고 우긴다거나, 파헬벨의 캐논을 바흐의 캐논이라고 하는 등 괜히 아는 척만 한다. 여기에 손금 봐주겠다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멘트까지 날린다.
파도 파도 계속 끝나지 않는 강기모의 탁월한 모쏠 스킬이 절정을 이루는 구간은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호감을 표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다. 강기모는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윙크를 남발하는데, 이 모습을 본 소개팅녀 김유미는 “있었던 호감도 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가 만약 여성이었다면 보자마자 휴대폰 긴급연락처로 경찰에 신고했을 것 같은데, 김유미도 참 너그러운 성격인 것 같다.
이 외에도 마술이 특기라면서 손가락 사라지게 하는 마술, 눈알 먹는 마술 등 차마 눈뜨고 보지 못 할 행동을 한다거나, 잠시 화장실 간다는 김유미의 말에 “도망가시는 거 아니죠?”라며 소위 ‘급발진’을 한다. 이 정도면 상대방 여성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만 하건만, 천사 같은 김유미는 여자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했다는 강기모의 말에 두 손을 꼭 잡아주며 좋은 사람 만날 거라고 응원해준다. 그러나 우리의 주인공 강기모는 “우리 손잡았으니까 이제 사귀는 건가요?”라며, 플레이어로 하여금 저절로 뒷목을 잡게 만든다.
이 게임에 해피엔딩이 있다고요?
믿기지 않는 얘기지만, 게임 ‘모태솔로’에는 강기모와 김유미가 맺어지는 해피엔딩이 있다고 한다. 사실 강기모의 행동거지만 봐서는 왠지 없을 것 같다. 만약 해피엔딩설이 사실이라면 김유미는 장래 위대한 마법사가 될 강기모의 무한한 마력(?)을 제어할 수 있는 천사임에 분명하다.
사실, 현실에 존재하는 모태솔로의 모든 심리 및 행동이 강기모 한 사람에게 집중되다 보니 다소 작위적이라는 느낌도 든다. 그래도 모태솔로 특유의 초조한 감정이 잘 구현되어 있고, 하나씩 뜯어 봤을 때 공감을 살만한 부분도 꽤 있어 현실 고증에 충실했음을 알 수 있다. 이 게임으로 강기모의 실패를 발판 삼아 현실 연애에 도전해보자. 응? 강기모의 언행이 왜 이상한 줄 모르겠다고? 세상에 여기서 대마법사를 만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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