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프트업이 첫 PC게임으로 '그.공.사'를 선택한 이유
2021.06.11 09:00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최근 몇 년 사이 테일즈샵의 '기적의 분식집', '썸썸편의점'이나 컴투스 스토리픽의 '킹덤'처럼 다양한 장르의 스토리게임이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여성향 게임이 눈에 많이 띈다. 넷마블의 ‘BTS 유니버스 스토리’나 미호요의 신작 ‘미해결사건부’, 컴투스 스토리픽 '일진에게 찍혔을 때' 등이 그것이다. 시프트업 신작인 '그녀가 공작저로 가야했던 사정'도 이런 여성향 스토리게임이다.
그런데 이 게임, 자세히 파헤쳐보면 단순히 시류에 휩쓸려 출시된 작품은 아니다. 오히려 시프트업의 새로운 시도가 여럿 담겨있는 작품이다. 시프트업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스토리게임이면서 패키지 게임, PC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공작저로 가야했던 사정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비노 스튜디오의 이성수 총괄팀장과 박지원 시나리오 디렉터, 박슬아 그래픽 디렉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로맨틱 판타지 명작의 이상적인 게임화
그녀가 공작저로 가야했던 사정(이하 그.공.사)은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됐던 동명의 로맨스 판타지 웹소설을 인터렉티브 형식 비주얼 노벨게임으로 만든 작품이다. 주인공 박은하가 소설 속 여주인공인 레리아나 맥밀런에 빙의되어 다양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박지원 시나리오 디렉터는 "내부적으로 원작 팬이 많기도 했고, 원작이 워낙에 유명하고 평가가 좋은 작품이었기에 여러 IP 중에서도 이 작품을 게임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게임에는 원작과는 달리 총 13개에 달하는 엔딩이 존재한다. 원작과 웹툰의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가는 루트도 있지만, 저스틴과 아담, DLC에 등장하는 히이카 같은 서브 주인공에도 각각 노말과 해피 엔딩이 있다. 특히 주인공 노아는 추가로 하나의 해피엔딩이 더 있다. 여기에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발생하는 배드엔딩까지 풍부한 루가 준비돼 있다. 박지원 디렉터는 "총 34만 자, 보이스 녹음 분량 40시간, 소설로 치면 80화 정도의 활자가 들어가 있다"며 "플레이 타임은 충분히 보장한다"고 말했다.
게임을 제작하면서 스토리만큼 신경써야 했던 것은 당연히 아트다. 특히, 그.공.사의 세계관은 중세 서양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만큼 굉장히 복잡한 의복과 주거 양식이 등장한다. 더불어 게임 제목에 맞게 공작저로 갈 때마다 상황과 때에 맞는 의상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의상도 많이 등장한다. 박슬아 그래픽 디자이너는 "의상을 여러 가지 만드는 것이 많이 부담이 됐다"며 "옷에 의해서 분기가 갈라지기도 하는 만큼 특별히 많이 신경썼다"고 말했다.
BM, NFT, 제작 툴까지
그.공.사는 모바일뿐만 아니라 스팀에도 동시 출시됐다. 또한 F2P가 아닌 패키지 형식이다. 대부분의 스토리 게임이 편수에 따라서 추가 과금을 요구하는 것과 달리, 이 게임은 한 번 유료로 구매하면 평생 즐길 수 있다. 시프트업 게임 입장에선 최초의 패키지게임이기도 하다. 이성수 팀장은 "평소 웹툰이나 웹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 콘텐츠를 보기 위해 중간중간 결제하는 것이 스트레스가 된다고 생각했다"며 "과감하게 패키지로 출시해서 그런 문제를 없애고 싶었다"고 말했다.
독특하게도 이 게임은 NFT(대체 불가 토큰, 디지털 파일에 대한 소유권을 블록체인에 저장해 영구 보존할 수 있게 해주는 디지털 자산)로 한정 판매됐다. CD나 실물 패키지는 아니지만, 게임의 한정판을 영구 소장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공.사는 해당 방식으로 출시된 첫 스토리게임이다. 참고로 시프트업은 NFT 수익금 일부를 기부할 예정이다. 이성수 팀장은 NFT로 출시한 이유에 대해 "한정판을 소장한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는데, CD나 실물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아이디어를 생각해 NFT를 선택했다"며 "개념도 생소하고 결과도 알 수 없는데, 회사에서 과감한 선택을 해줘서 좋았다"고 말했다.
또 하나 재밌는 점은 게임을 구매하면 스토리 게임 제작 툴인 '비스킷'도 제공한다는 것이다. 비스킷은 실제로 그.공.사를 제작하는데 직접 활용된 툴이다. 배경 이미지와 캐릭터 표정, 행동 등 다양한 리소스도 제공된다. 유저가 잘만 만지면 그.공.사 못지않은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이렇게 상세한 툴을 제공한 이유에 대해 이성수 팀장은 "웹툰, 웹소설처럼 비주얼 노벨도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대한 쉽고 편하게 좋은 스토리게임을 제작하도록 제작 툴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신경 썼다"고 덧붙였다.
비주얼 노벨게임도 웹툰과 웹소설처럼 대중화되길
위에서도 계속 언급되었듯이 이성수 총괄팀장이 설정한 이 게임의 궁극적인 목표는 비주얼 노벨 생태계 구축이다. 비주얼 노벨도 웹툰이나 웹소설과 같이 쉽고 편하게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드는 것이다. 그를 위해서 BM이나 출시 방식, 제작 툴 제공 등 다양한 시도를 한 것이다. 이성수 팀장은 "비주얼 노벨에 대한 접근성도 높이고, 수요도 좀 더 늘리고 싶었다"며 "프로젝트를 시도할 때는 초조하기도 했고 걱정도 됐지만, 점차 유저들이 이런 방식의 소비에 익숙해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른 팀원들의 목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슬아 그래픽 디렉터는 "우리 작품과 툴을 이용해서 유저들이 그.공.사의 더 멋진 엔딩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며 "더 나아가 자신 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박지원 시나리오 디렉터 또한 "캐릭터 하나하나 애정을 갖고 만들었으니 콜렉션도 채우고, 툴을 사용해 자신 만의 이야기도 짜가며 게임을 재밌게 즐겨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