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카-레일리 후속작, 오픈월드를 포기하니 재미가 늘었다
2021.07.15 18:24게임메카 서형걸 기자
2016년에 발매된 유카-레일리는 동키콩 컨트리, 반조-카주이 제작진이 주축이 되어 설립한 플레이토닉 게임즈가 만든 3D 플랫포머 게임이다. 직관적이지 못한 게임플레이와 볼륨에 비해 다소 높은 가격은 아쉬운 점으로 지적됐지만, 플랫포머 마니아의 향수를 자극하는 게임성과 눈을 즐겁게 하는 오픈월드는 장점으로 손꼽혔다.
최근 스토브 인디상점에 입점된 '유카-레일리와 불가능의 소굴'은 앞서 이야기한 전작으로부터 2년 반이 흐른 2019년에 스팀에 출시된 게임이다. 등장인물과 세계관을 제외하면 전작과 닮은 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달라졌는데, 이와 같은 과감한 시도가 되려 전작의 아쉬움을 보완해줬다. 오픈월드는 사라졌지만, 동키콩 컨트리와 젤다의 전설: 꿈꾸는 섬이 떠오르는 스테이지와 월드맵 구성으로 전작보다 풍부한 모험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두고 보자던 악당 캐피털 B가 돌아왔다
유카-레일리와 불가능의 소굴은 주인공 유카와 레일리가 전작에서 물리쳤던 악당 캐피털 B가 돌아오며 시작된다. 캐피털 B는 벌 왕국을 지배하려고 하는데, 유카와 레일리가 그 앞을 막아 선다. 2인조는 벌 왕국 여왕의 도움을 받아 악당을 궁지에 몰아넣지만, 캐피털 B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비밀병기에 벌 왕국군(비탈리온, BEETTALION)을 모두 잃고 도망간다.
그러나 악이 완전한 승리를 거둔 것은 아니다. 유카와 레일리는 세계 각지를 돌며 캐피탈 B에게 납치된 벌 왕국 병사를 구출하고, 그들의 힘을 빌려 캐피탈 B의 야욕을 꺾어야 한다. 구출한 벌 왕국 병사 수가 곧 유카와 레일리의 목숨이 되기에 최대한 많이 구출할수록 보스 스테이지 체감 난이도가 낮아진다. 벌 왕국 병사를 한 마리도 구출하지 않고 단 둘이 보스 스테이지에 쳐들어 가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 경우 '불가능의 소굴'이라는 제목처럼 플랫포머 장르 베테랑도 뒷목 잡고 쓰러질 정도로 어려워지기에 되도록 삼가는 것이 좋다.
게다가 유카-레일리와 불가능의 소굴의 장르는 어드벤처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게임을 클리어하는 것을 목표로 한 스피드런이 아닌 이상 미지의 세상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새로운 것을 찾는 모험을 즐기는 것이 핵심으로 떠오른다. 그리고 게임 내에는 전작보다 한층 더 발굴하는 맛을 살린 모험이 마련되어 있다.
구석구석 찾아내는 재미가 숨어 있다
유카-레일리와 불가능의 소굴의 모험 파트는 크게 월드맵과 스테이지로 구분된다. 월드맵은 전체 스테이지를 한눈에 보여주고, 월드맵에서 원하는 스테이지에 입장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구성은 기존 플랫포머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월드맵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 자체에도 다양한 콘텐츠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슈퍼 마리오, 동키콩 컨트리 등 기존작의 월드맵은 스테이지로 이동하기 위한 중간 다리 역에 그친다. 물론 슈퍼 마리오에도 추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미니게임 등이 배치되지만, 월드맵 자체를 플레이 파트라 보기는 어렵다. 이에 반해 유카-레일리와 불가능의 소굴에서 월드맵은 그 자체가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탐험 요소로 채워져 있다. 월드맵이 또 다른 플레이 파트 역을 하는 셈이다.
월드맵 진행 방식은 젤다의 전설: 꿈꾸는 섬 리메이크를 연상시킨다. 탑뷰 시점으로 진행되며, 맵 구석구석을 탐험해 각종 수수께끼, 퍼즐 등을 발굴하고 이를 해소해서 새로운 스테이지나 숨겨진 지역을 개방할 수 있다. 아울러 스테이지 파트에서 패시브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토닉'과 같은 아이템을 획득하는 것도 가능하다.
월드맵이 퍼즐풀이가 주가 되는 파트라면 스테이지 파트는 횡스크롤 플랫포머 방식이다. 매의 눈, 재빠른 상황판단, 야수 같은 반사신경이 요구되며, 진행 속도가 상당히 빠른데다가 각기 다른 특성과 패턴으로 무장한 채 길을 가로막는 적과 함정을 극복해야 하고, 곳곳에 있는 황금깃털(퀼즈, QUILLS)과 코인 등을 꼼꼼히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눈길을 끄는 점은 스테이지 하나가 두 가지 버전으로 구성된다는 점이다. 동일한 스테이지가 2종으로 갈라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스테이지 두 번째 버전을 처음 개방했을 때는 ‘스테이지 돌려 막기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었으나, 실제 플레이하니 아이디어가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일한 형태의 스테이지를 난이도로 구분한 것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기믹과 환경으로 전혀 다른 스테이지를 플레이하는 듯한 신선함을 주기 때문이다. 분수로 가득한 맵이 얼음이 꽁꽁 언 한겨울이 되거나, 멀쩡했던 공장이 수몰되어 전혀 다른 몬스터가 나오는 등 '복붙'이라 지레짐작했던 것이 제작진에게 다소 미안해질 정도였다.
유카와 레일리의 콤비 플레이도 뚜렷한 인상을 남겼다. 박쥐 레일리는 기본적으로 도마뱀 유카의 머리 위에 앉아 있는데, 처음에는 아무 쓸모도 없는 캐릭터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게임을 오래 할수록 레일리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레일리를 머리에 이고 있는 유카는 ‘점프 후 회전’ 같은 이동기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적에게 피격당하면 레일리가 도망가고, 이 경우 이동기를 사용할 수 없다. 이동기가 없으면 탐험할 수 있는 범위 자체가 크게 축소되기에 단순 클리어가 아닌 수집 요소까지 챙기고 싶다면 '유카-레일리' 완전체를 유지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유머는 흥이 나지만 반복 플레이 강요는 아쉽다
영미권 유머는 다소 호불호가 갈릴 요소지만, 게임 전반에 흐르는 유쾌함은 흥을 돋게 한다. 특히 스테이지를 플레이할 때 패시브 스킬을 제공하는 '토닉'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플레이에 도움을 준다기보다 '이게 왜 있는 거야?' 싶은 황당한 종류가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흑백영화 효과를 주는 것은 그나마 양반이며, 유카 머리를 크게 만들거나 더 인간스럽게 만드는 것도 있어 플레이어를 피식 웃게 한다.
다만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부분은 반복 플레이가 과하다는 것이다. 이번 타이틀은 플레이를 통해 황금깃털, 코인 등 게임재화를 모아서 지역을 개방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반복 플레이 없이는 충분한 재화를 모으는 것이 어렵고, 스테이지 개방 외에도 재화가 소모되는 부분이 많다. 따라서 입장 가능한 스테이지를 반복적으로 플레이하는 과정을 거쳐야하며 이 부분이 유저 입장에서는 피로감을 주는 요소로 다가올 수 있다.
다만, 유카-레일리와 불가능의 소굴은 전작보다 발전된 게임성을 지녔으며, 단점보다 장점이 많은 게임이다. 특히 스테이지 파트를 즐기며 어릴 적에 정말 재미있게 즐겼던 동키콩 컨트리 시리즈가 떠올랐는데, 90년대 횡스크롤 플랫포머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이 게임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현재 스토브 인디게임 상점 출시를 기념해 60% 할인이 적용된 1만 2,400원에 판매 중이니 입문하기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