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A? 포켓몬? 펄어비스 '도깨비'의 게임성은 어디쯤일까
2021.08.27 15:37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검은사막 포켓몬"
"K-pop GTA"
26일 독일 게임스컴에서 공개된 펄어비스 신작 '도깨비' 플레이 트레일러를 본 전세계 게이머들이 붙인 별명이다.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고, 열광적이었다. 영상 자체가 잘 만들어진 덕이 크지만, 이를 통해 도깨비라는 게임의 진짜 매력을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도 펄어비스 신작 3종(붉은사막, 도깨비, 플랜8) 중에서 도깨비는 기대순위 제일 마지막에 놓고 있었는데, 이번 영상을 보고 단번에 관심순위 1위로 급등했을 정도다.
도깨비에 대한 상세 궁금점이 많지만, 아직 출시까지 시일이 꽤나 남은 관계로 구체적인 게임 정보는 많이 공개되지 않았다. 때문에 소개 영상에서 비춰진 장면들을 토대로 게임성을 유추해 볼 수밖에 없는 상황. 다행히도 이번 영상에서는 도깨비의 상세 게임성을 추측해 볼 수 있는 여러 요소들이 비춰졌다.
K-pop GTA, 오픈월드는 어떨까
가장 눈에 띄는 별명은 K-pop GTA, 혹은 K-GTA다. 물론 GTA라 하면 범죄 시뮬레이션 요소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등장하는 도깨비와 아주 어울리는 별명은 아닐 수 있지만, 최근 10여년 간 GTA는 범죄보다는 특유의 완성도 높은 오픈월드와 자유도를 통칭하는 비교 대상으로 사용됐기에 GTA라는 호칭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영상 내에서 GTA가 떠오르는 부분 역시 오픈월드 탐험과 이동이다. 영상에서는 도로와 바다, 공원, 공중 등을 자유롭게 이동하는 캐릭터들의 모습이 비춰졌는데, 스케이트 보드, 롤러 스케이트, 자전거, 한국 고유의 탈 것인 알파카 등으로 중앙선과 인도를 넘나들며 마음껏 달리고, 수상보트나 어린이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는 부분에서 특유의 자유도가 느껴진다.
GTA와의 차이점이라면 도깨비는 길가의 탈 것을 자유롭게 훔쳐 타는 범죄적 통쾌함이 아니라, 자신이 소유한 소형 탈 것을 활용해 오픈월드를 누비는 아기자기한 요소를 강조했다. 특히 스케이드 보드 위에서 약간의 묘기를 부리거나, 이펙트를 뿜는 부스터를 적재적소에 쏘는 등 이동 자체에서도 재미를 추구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다만, 어린이들을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삼는 특성 상 이러한 이동 중 행인을 친다거나 구조물을 파괴하는 등의 액션은 구현이 힘들 듯 한데, 자유도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러한 부분을 어떤 식으로 구현할 지 미지수다.
자유도 면에서는 출시 8년차 게임인 GTA 5보다 확실히 나아 보인다. 영상 내에서 남대문 놀이를 하고 연을 날리고 각종 춤을 추는 모습들은 확실히 기존 오픈월드 게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없는 메타버스적 요소다. 게다가 우산을 펼치고 공중을 날거나 스파이더맨처럼 공중에서 줄을 타며 오픈월드를 종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에서는 흡사 경공이나 활강 등으로 하늘을 나는 최신 오픈월드 게임들의 느낌도 난다. 이런 3차원적인 움직임을 통해 과연 어떤 탐험과 수집, 재미 요소를 만들 것인지는 조금 더 기다려 봐야겠다.
이와는 별개로, 한국풍 요소가 군데군데 숨어 있는 오픈월드는 그 자체만으로도 탐험 욕구를 불태운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감정은 2077년 미래도시를 돌아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사이버펑크 2077 출시 전 이후 오랜만에 느껴본다. 사실 한국 문화가 제대로 반영된 AAA급 오픈월드 게임이 전무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 이상일 지도 모르겠다. 영상에서 비춰진 것만 해도 한국 전통문화와 현대문화가 이리저리 뒤섞인 도시 내 모습과 산으로 둘러싸인 한국식 지형, 그 안에 숨어 있는 다양한 무형적 문화들까지 비춰지는데, 과연 인게임 내에선 어디까지 구현했을 지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덧붙이자면, 이번에 공개된 도깨비 오픈월드에는 '한국적 XXX'를 내세우는 다른 콘텐츠들에서 간혹 느껴지는 거북함이나 억지스러움이 없다. 지나치게 한국적인 것을 강조하려다 보면 가끔 이런 일들이 생기는데, 도깨비는 신기하게도 한국적 요소가 아주 짙으면서도 굉장히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이런 느낌이 영상 뿐 아니라 인게임 내에서도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검은사막 포켓몬, 전투 요소는?
이번 영상에서 눈에 띈 점은 전투 장면이다. 이미 한 차례 도깨비 전투 장면이 비춰진 적이 있긴 하지만, 이번에는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전투가 시작되고 어떤 액션을 펼치는지가 상세하게 나왔다.
일단 플레이어 캐릭터가 '도깨비'로 불리는 소환수(게임명과 헷갈리므로 이하 '소환수'라 칭함)들을 부려 싸운다는 점은 포켓몬이나 디지몬 등으로 대표되는 몬스터 배틀 시스템과 비슷하다. 그러나 3인칭 액션 어드벤처라는 장르적 특성 상 플레이어 캐릭터가 놀고 있지만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실제로 영상 내에서 플레이어 캐릭터들은 공중을 날아다니거나 적 소환수의 공격을 피하고, 총을 쏜다.
일단 전투 장면만 보면 카메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플레이어 캐릭터를 중앙에 잡는다. 그 과정에서 아군 소환수들은 알아서 적과 싸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이들에게 간단한 명령을 내리는 단축키가 존재할 순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나 자신도 전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실제로 일부 장면에서는 아군 소환수는 보이지 않고, 플레이어 캐릭터가 거대 적과 맞서 싸우는 몬스터 헌터 같은 느낌도 들 정도다.
이러한 플레이어 위주 액션은 확실히 포켓몬과는 다르다. 오히려 펄어비스의 장기인 액션이 더욱 강조됐기에, 소환수가 함께 하는 전연령 검은사막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활이나 거대 망치, 물총, 물로켓 등 다양한 무기나, 전투에서도 활용 가능한 다양한 이동 수단 등도 이러한 액션에 독특한 맛을 더한다. 특히나 전투에서 승리한 소환수를 흡수하는 듯한 장면에서는 도깨비가 강조한 '수집'이라는 요소가 저런 식으로 구현됐구나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실제로 김상영 리드 프로듀서는 "이야기가 진행되며 다양한 도깨비들을 만나고, 특정 조건을 만족해서 이벤트를 만나고, 고유의 이야기를 진행하며 도깨비를 획득할 수 있다"며, "마을 뿐 아니라 오픈월드 곳곳에 도깨비와 관련된 힌트가 있으니 이것들을 찾고 도깨비를 만나는 과정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턴제 전투인 포켓몬과 액션 위주의 도깨비. 호불호 차이겠지만 개인적으로 저런 액션을 좋아하는 취향으로서 상당히 마음에 든다.
남은 건 인게임 퀄리티
종합하자면 게임스컴 도깨비 트레일러는 최고였다. 게임스컴 현장에서 발표된 쟁쟁한 대작들을 씹어먹고 독일을 자신의 무대로 만들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레일러에서 전달해야 할 요소들도 충실했고, 게임플레이 기반 트레일러였기에 기대감도 충분하다. 그동안 존재감이 희박했던 도깨비라는 게임이 단숨에 국내 최대 기대작으로 솟아오른 순간이었다.
다만, 하나의 걱정이 있다면 그간 게임업계엔 수많은 '트레일러 사기'가 수없이 행해졌다는 것이다. 영상에서 보여진 것과 실제 게임에서 만날 수 있는 모습이 영 딴판이었던 경험이 워낙 많았기에, 고품질 트레일러 영상을 보면 무조건반사로 불신의 눈길을 보내는 게이머들이 상당히 많다. 부디 도깨비는 트레일러 사기 그룹에 끼지 말고, '사막' 시리즈에 이은 펄어비스의 차기 히트작으로서 자리를 공고히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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