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 아케인 제작자 ˝롤 대표하는 스토리텔링 되길 바란다˝
2021.11.07 11:33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은 분명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이지만, 스토리텔링은 언제나 약점으로 지목됐다. 이 게임에 어떤 스토리가 존재하는지 아는 사람도 극히 드문 데다가, 안다고 해도 챔피언 수도 많고 스토리도 제각각이라 이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라이엇게임즈도 이를 해결해보기 위해 무려 네 차례에 거쳐서 스토리를 다듬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쉽사리 고쳐지지 않았다.
11월 7일 새롭게 1막을 선보인 애니메이션 아케인은 롤이 가지고 있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작품이다. 바이와 징크스, 제이스와 빅토르, 케이틀린과 하이머딩거와 같은 각 캐릭터에 얽히고 섥힌 이야기는 물론 필트오버와 자운이라는 두 지역을 중심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 전체 세계관을 대표할 만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1막이 끝난 현재, 아케인의 뒷이야기는 물론 공식 홈페이지에 적혀있는 배경설정과는 비슷한 듯 다른 전개에 많은 팬들이 궁금증을 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게임메카가 아케인의 공동 제작자인 크리스티안 링케와 알렉스 이와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작화가 상당히 뛰어났다. 원화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했는가?
크리스챤 링케(이하 크리스챤): 2D와 3D가 결합된 이런 느낌의 작화를 오랫동안 사용해 왔다. 과거 MV에서도 비슷한 작화풍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아케인은 큰 상영관에서 보는 시네마틱한 느낌도 살리지만 라이엇게임즈 기존의 느낌도 더하고자 노력했다.
Q. 롤 스토리 대규모 업데이트가 많았다. 이와 같은 내용들도 추후 애니메이션으로 만나볼 수 있을까?
크리스찬: 궁극적으로는 그러길 바란다. 하지만 아케인이 공개된 이후 시청자 방향을 보고 결정해야 할 듯하다. 사람들이 좋아한다면, 특히 한국인들이 좋아한다면 앞으로도 많은 이야기들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고 싶다.
Q. 다양한 능력을 보이는 새로운 캐릭터가 굉장히 많았다. 이 중에 혹시 실제 게임에서 만나볼 만한 인물이 있을 거라 기대해도 좋을까? 있다면 어떤 캐릭터를 꼽을 텐가?
알렉스 이(이하 알렉스): 이 부분은 아케인 제작 당시 충분히 고려했던 부분이다. 최대한 많은 부분을 애니메이션에 가져오고 싶었다. 좋아하는 챔피언이 많이 나올 수 있게 아케인 세계관을 풍성하게 만들려 했고, 그러다 보니 챔피언이 아닌 캐릭터가 많이 등장했다. 챔피언과 비챔피언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이 캐릭터들을 모두 살릴 생각은 아니었지만 챔피언으로 업데이트될 기회를 주고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멜이 챔피언이 될 좋은 후보가 아닌가 생각한다. 아케인과 롤에 있어서 챔피언과 캐릭터 접근법에 차이가 있다면, 롤 챔피언을 만들 땐 어떻게 싸울지, 힘의 원천은 무엇인지 생각한다면, 아케인은 싸움을 상정하고 만들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다.
Q. 필트오버와 자운의 스토리가 오랜만에 업데이트된 느낌이다.
크리스챤: 두 지역의 스토리 업데이트를 아케인을 위해 일부러 지연시킨 것도 없지 않아 있다. 아케인이 공개되면서 필트오버 자운 스토리를 심도 있게 발전시키기엔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다. 이는 아케인의 목표이기도 하다. 아케인을 확장시켜서 스토리를 확장시키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아케인을 계기로 챔피언들의 개별 스토리는 분명 변화할 것이지만, 얼마만큼 변화가 있을 것인지 말하기는 어렵다. 아케인 스토리를 처음 공개하는 만큼 시청자 반응과 결과를 통합해서 이것저것 해야 할 듯하다.
Q. 아케인 제작 이유가 궁금하다. MCU와 마블처럼 영상물 유니버스를 구성하고, 어벤져스처럼 팀업 콘텐츠도 구상하고 있는 것 같다. 더불어 아케인의 최종 비전은 무엇인가?
알렉스: 마블에서 큰 영감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목표가 일치한다고 보기엔 어렵다. 롤 IP는 살아있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챔피언과 출신 지역 관계를 따져볼 때 어느 하나 경중을 따질 수 없다. 마블 영화는 영웅을 중심으로 세계관이 변한다. 반대로 롤의 세계관은 그 자체로 변화를 추구하며, 챔피언에 큰 영향을 미친다. 챔피언을 중심으로 세계관을 변화시키면 게임과 스토리에서 정적일 수밖에 없다. 아케인이 추구한 부분은 모든 플레이어, 혹은 그냥 롤 IP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여서 즐길 수 있는 순간을 만들고 싶었다. 다만, 이 정도 규모의 프로젝트는 처음이라 어떤 영향을 발휘할지는 학습 과정에 있다.
Q. 아케인 제작은 몇 년이 걸렸나?
크리스찬: 6년이 걸렸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처음 기획할 때는 이 정도 규모가 아니었지만, 차후 상영회를 진행하면서 규모를 넓히자는 논의가 나왔고 지금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가 됐다.
알렉스: 걸린 시간에 대해서 실감 나게 말씀드리자면, 아케인을 보시게 되면 징크스 어린 시절인 ‘파우더’가 등장한다. 파우더의 음성녹음을 제작 초창기에 진행했다. 당시 파우더 성우가 파우더랑 비슷한 나이 또래였는데, 이 파우더 성우가 커서 운전면허를 딸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
Q. 롤을 알고 각 캐릭터의 스토리를 알고 있으면 쉽게 몰입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어떻게 다가갈 생각이었는지 궁금하다.
알렉스: 아케인을 제작하던 초창기부터 롤을 하지 않는 사람이더라도 아케인을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한국은 상황이 다를 수 있지만, 미국 같은 경우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모두가 다 한다고 생각하긴 힘들다. 그런 상황에서 친구나 가족에게 게임의 스토리를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아케인이 이를 대신하는 작품이 되기를 바랐다. 롤을 많이 해보신 분들은 챔피언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이해가 잘 가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모를 수도 있다. 어떻게 하면 플레이어와 비 플레이어가 모두 박진감 있게 느낄 수 잇게 만들까 고민했고, 제작팀에 롤 IP를 아는 사람은 물론 모르는 사람들도 같이 협업해서 꽤 오랜 시간 동안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Q. 롤 IP 확장을 위해 애니메이션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어떤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하나?
알렉스: 게임 자체도 애니메이션 기반으로 되어 있어서, 가장 자연스러운 스토리텔링 형식이라 생각해서 개발했다. 게임의 장점을 키우기에도 좋다고 생각. 게임의 생동감을 애니메이션으로 녹여 내기에도 좋다고 생각했다. 시너지는 시청자 반응을 보고 좀 더 고려해 보야 할 듯하다.
Q. 애니메이션 이외에 롤 IP를 이용해 콘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분야가 있는가?
크리스챤: 애니메이션 이외의 방면에서도 스토리텔링을 펼치려고 노력 중이다. 지금은 아케인에 집중하고 있지만, 다른 방식으로도 스토리텔링을 해나갈 것이다. 애니메이션은 작업 경험이 많기 때문에 이 방식을 선택했다. 미래에는 실사화도 가능하겠지만 먼 미래가 아닐까 싶다.
Q. 굳이 자운을 선택한 이유는?
알렉스: 자운을 선택한 이유는 다른 스토리와 연결하기 위한 시작점으로 사용하기 좋은 지역이 자운이라 생각했다. 마법 공학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급진적인 변화라고 생각했다. 이를 통해 힘의 균형이 움직이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다른 챔피언과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에도 좋다고 생각해서 선택했다.
Q. 아케인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크리스챤: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다기보다는 어떤 질문을 할지를 생각하고 만들었다. 필트오버와 자운이라는 두 지역을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회는 결국 대립 구도다. 양극화가 어느 사회에서나 진행되기 때문에, 지식과 의견 차이가 더욱 심해지고 이로 인해 쉽게 상대방을 증오하게 된다. 나와 가장 친한 친구, 가족, 배우자가 정치적인 상황에서 다른 방향을 가졌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Q.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께 한 마디 남기자면?
알렉스: 질문을 갖고 대화를 하다 보니 즐거운 시간이었다. 롤드컵 결승전도 기대하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크리스챤: 한국은 저희에겐 정말 중요한 지역이다. 한국이 게임의 메카라고 알고 있으며, 한국에서 얼마나 많은 플레이어가 롤을 즐기고 있는지 알고 있다. 한국에서 게임이 성공한다는 것은 전 세계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본다. 아케인 또한 한국 시청자가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한국은 전반적인 엔터테인먼트 수준이 높기 때문에 한국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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