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500원 값어치 충분히 하는, 롤: 마법공학 아수라장
2021.11.23 17:59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지난 17일 롤 IP를 활용한 또 하나의 싱글 플레이 게임인 ‘마법공학 아수라장: 리그 오브 레전드 이야기(이하 마법공학 아수라장)’이 출시됐다. 같이 출시된 롤 기반 게임인 '몰락한 왕'은 2019년과 2020년에 한 번씩 게임이 미리 공개됐기 때문에 일찍부터 기대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마법공학 아수라장은 공개 후 1주일 만에 출시됐을 만큼 워낙에 게임 자체가 기습적으로 공개된 터라 사실 사람들의 기대감을 모으고 자시고 할 시간조차 없었다. 대형 IP인 롤 기반 게임치고는 이례적인 행보다.
그 덕분인지, 어떤 기대감 없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온전히 마법공학 아수라장의 게임성과 재미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법공학 아수라장은 초보자에게 매우 친화적으로 구성된 쉽고 재밌는 게임이었다. 사실 게임 자체의 마감은 리듬게임 치고는 정교하지 못한 편이며, 편의성도 아쉽지만, 어떤 유저 입장에서도 돈값은 충분히 해내는 그런 게임이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이야기’지만 이야기는 중요치 않아
게임의 부제가 '롤 이야기'지만, 사실 게임 내에 스토리라고 할 만한 내용은 거의 없다. 필트오버 아카데미의 교수 하이머딩거와 미치광이 제자 직스가 등장하며, 광기에 절어있는 직스가 자신의 능력을 선보이기 위해 필트오버를 파괴하고 다닌다는 것이 내용의 전부다. 보통의 경우와 달리 악당인 '직스'의 입장에서 게임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피카레스크 장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만큼 게임 내용이 단순하다.
게임은 리듬 러너 장르답게 필트오버 시내를 질주하는 직스를 위와 아래, 폭탄 세 개의 조작키를 활용해 아수라장으로 만들면 된다. 노트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뉘어있는데, 정박자에 입력하는 큰 크기의 노트, 엇박자나 짧은 박자에 입력하는 얇은 노트가 있다. 음악은 경쾌한 발걸음으로 전진하는 직스의 분위기에 딱 맞게 브라스가 가미된 락과 오케스트라 위주로 구성돼 있으며, 플레이어가 누르는 노트에 맞춰서 폭발음이나 각종 효과음이 더해져 하나의 음악이 되는 식이다.
얼핏 봐선 노트만 누르면 그만일 듯하지만, 스테이지 안에는 정해진 노트만 입력해서는 절대 밟거나 처치할 수 없는 버튼이나 적 등이 있고, 황금색과 파란색, 흰색의 톱니바퀴 등 모을 것도 있다. 숨겨진 버튼 등을 누르면 점수를 높일 수 있으며, 더 나아가선 숨겨져 있거나 일반적으로 얻을 수 없는 톱니바퀴 등을 얻을 수 있다. 이 톱니바퀴들은 스테이지 진행에 필요하므로 되도록 많이 모아야 하며, 때로는 추가 점수를 얻기 위해 필요한 숨겨진 노트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직스의 깜칙한 깽ㅍ… 아니 필트오버 뒤집어엎기
모름지기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말 그대로 쉬운 난이도에 있다. 과연 악명 높은 난이도로 유명한 리듬 러너게임인 비트러너를 만든 초이스 프로비전스의 작품이 맞는가 싶을 만큼 노트의 배치가 굉장히 여유롭다. 거의 대부분의 노트는 정박자에 입력하면 되고 불편한 키 배치가 문제가 안 될 만큼 복잡한 구성이나 박자가 없다. 박자도 거의 대부분의 곡이 100 bpm 언저리에서 구성되어 있어서 급하게 누를 필요가 없다.
덕분에 리듬게임에 조예가 깊지 않은 초심자라도 조금만 플레이하면 마지막 스테이지까지 금방 갈 수 있다. 그나마 걸림돌이 있다면, 노트의 위치가 매번 다르고 직스의 폭탄으로 인해 시도 때도 없이 폭발이 일어나 노트를 정확히 인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정도인데, 사실 이 문제도 노트 자체가 많지 않아서 헷갈릴 일이 거의 없다. 조금만 집중하면 3시간 안에 누구나 엔딩을 볼 수 있을 만큼 게임 자체가 길지 않다.
물론 이렇게 정해진 노트만 클리어해서는 절대로 플래티넘 이상의 점수를 획득할 수 없다. 러닝게임 특유의 진행 루트에 깔려있는 각종 점수 요소를 모두 완수하려면, 리듬게이머의 박자감과 플랫포머 게이머의 맵 이해도가 모두 필요하다. 황색 톱니바퀴는 추가 행동을 위한 새로운 박자로 활용해야 하며, 바닥에 깔려있는 점수판이나 미리 독특한 루트를 구상해놓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곳에 있는 흰색 톱니바퀴 등을 얻기 위해선 음악을 잘 듣고 어떤 타이밍에 어떤 동작을 취해야 할지 연구해야 한다.
그렇기에 한 스테이지에서 챌린저 티어를 달성하기 위해선 제아무리 고수라도 한 노래에서 한 시간 넘게 걸릴 수도 있으며, 이런 식으로 전곡 퍼펙트 플레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3시간이 아니라 30시간을 플레이해도 모자라다. 완전 집중 모드를 활용하면 이런 숨겨진 노트를 보여주고 러닝을 방해하는 요소 없이 편하게 난이도 있는 연주를 연습할 수 있다. 입문은 쉽지만, 마스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굉장히 이상적인 난이도를 구성한 셈이다.
이 밖에도 게임에서 칭찬할 만한 요소는 많다. 기본적으로 직스의 성격을 잘 살린 정신없는 폭발 연출과 이를 활용한 적과 오브젝트 처치 기믹이 상당히 인상 깊다. 현지화도 라이엇게임즈답게 굉장히 깔끔하며, 특히나 성우 녹음은 북미 이상으로 훌륭한 연기를 자랑한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키설정을 하셨어요?
단점은 불편한 키 설정에 있다. 마법공학 아수라장의 PC 버전은 키보드와 마우스를 모두 지원하는데, 둘 모두 직관과는 정말 거리가 먼 배치를 자랑한다. 마우스의 경우 ↑는 좌클릭, ↓는 스크롤 버튼 클릭, 폭탄은 우클릭으로 설정되어 있고 키보드는 각각 순서대로 D와 스페이스바, K에 키가 할당되어 있다. 직관은커녕 오히려 조작을 헷갈리게 만들 정도다.
더 큰 문제는 키 설정을 조절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키보드 화살표 키를 활용하면 비교적 수월하긴 하지만, 그래도 양손으로 조작해야 더 정교한 조작이 가능한 만큼 키 설정은 하루빨리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콘솔 버전의 키 설정도 어처구니없기는 매한가지기 때문에 더더욱 빠른 조치를 요구한다.
버그도 적지 않다. 한국어로 설정을 해두면 갑자기 화면의 모든 자막이나 글자가 사라지기 일쑤며, 키 입력이 제대로 안 되는 상황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모두 몰입을 망치는 것을 넘어서 게임 진행을 못하게 만드는 만큼 추후 관리가 매우 중요해 보인다.
돈값은 충분히 하네
위에서 말했듯이 마법공학 아수라장은 1만 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팔리고 있으며, 리듬 러너게임을 해본 유저, 그렇지 않은 유저, 롤을 아는 유저와 모르는 유저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충분한 값어치를 하는 게임이다. 특히나 롤 게임이 잡히기 전 짧은 순간에 즐기기엔 안성맞춤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선 조금 아쉽게 다가올 수도 있고, 반대로 풀프라이스 게임에 걸맞은 재미를 선사할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라이엇 포지의 다음 리그 오브 레전드 이야기 시리즈가 나오기 전까지 심심풀이로 즐기기엔 딱 좋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