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플레이=채굴? P2E 게임 직접 체험해보니...
2022.01.07 17:41게임메카 김경민 기자
요즘 P2E(플레이 투 언)가 게임업계의 화두다.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이 많은 게이머들을 현혹시켰고, 실제로 해외에선 이를 활용한 게임 다수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미르4, 엑시 인피니티, 크립토키티 등이 있다. 하지만 무작정 플레이한다고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르4는 PvP존에서 타 플레이어의 방해를 이겨내는 것이 전제조건이고, 나머지 두 게임의 경우 기초자본으로 이더리움을 요구한다.
한편에서는 기초자본 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도 있다. 국내에서 한 차례 논란이 됐던 ‘무한돌파삼국지 리버스’나 ‘닌자 키우기’가 대표적이다. 전자는 현재 토큰 기능을 제외한 채 서비스를 재개했으며, 후자는 VPN 접속을 통해 IP 우회 형식으로 거래가 가능했다. 게임메카는 이 중 '닌자 키우기'를 통해 P2E 게임을 느껴봤다.
※ 환전은 진행하지 않았고, 정보 수집을 위해 가상 사설망(VPN)을 활용했다.
기본은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방치형 게임
닌자 키우기는 국내 벤처기업 ‘퍼즐몬스터즈’가 개발한 P2E게임으로, 제목 그대로 닌자를 성장시키는 게임이다. 사냥을 통해 골드를 벌며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유료 재화 ‘루비’를 통해 표창을 뽑고 레벨을 올릴 수 있다. 초반부터 표창을 강화하기 위해 기초자본을 투자할 수도 있긴 하지만, 게임 내 업적과 초반 퀘스트를 통해 루비가 아낌없이 지급되기에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P2E에 신경쓰지 않는 초반에 한해서는 생각보다 즐길만 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자동사냥을 통한 무제한 재화 파밍이 주가 된다. 하지만 초반에 주어지는 60개의 기본 퀘스트를 모두 클리어해야만 닌키코인 거래가 가능해지기에 어느 정도 강제성이 부여되기도 한다. 그래봐야 2시간 정도면 모두 해치울 수 있는 수준이고, 이후부터는 전보처럼 매일 주어지는 일일 퀘스트를 통해 닌키코인을 수급할 수 있게 된다(이벤트 참여 등 다양한 방법이 있으나 보편적이지 않으므로 제외).
이렇다 보니 모든 초점이 자동사냥에 맞춰져 있다. 심지어 게임 종료 후, 오프라인 시간 동안 자동사냥을 해주는 토벌 시스템도 존재하니 말이다. 간간히 접속해 캐릭터 성장도를 관리하고 닌키코인을 지급하는 일일퀘스트만 하루에 5번 플레이해주면 된다. 이렇게 하루 몇 분 동안만 관리해주면 끝이기에 부담도 적었다. 일종의 캐시워크 어플 느낌이다.
코인이 적용되자 급격히 재미 없어지는 게임
이번에는 코인에 집중해보자. 위와 같은 방법으로 얻은 닌키코인은 인게임 재료 교환에도 사용되지만, 십중팔구 현금을 통한 수익 창출에 사용된다. 해당 코인은 바이낸스스마트체인(BSC)기반 코인으로, 거래를 위해서는 몇 가지 중간 단계를 거쳐야 한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거래 관련 시스템 자체가 막혀있기에 가상 사설망(VPN)의 힘을 빌어야 하는 절차도 추가된다. 기본적으로 메타마스크 지갑(암호화폐 거래의 매개체)을 연결하고 팬케이크스왑(탈중앙 금융 프로토콜의 하나) 플랫폼에서 다양한 코인으로 교환해 출금하는 등 절차가 복잡한 편이다. 그래도 이미 많은 게이머들이 사용하는 방식인 만큼 메뉴얼화가 잘 되어있었고, 직접 시도해보지는 않았지만 출금에 큰 어려움은 없어 보였다.
닌키코인은 7일 오후 1시 기준, 개당 한화 약 1.2원 정도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하급 닌자가 하루에 벌어들일 수 있는 코인이 750개니, 하루에 약 900원 가량을 버는 셈이다. 물론 게임에 시간을 더 투자해 높은 등급의 닌자가 된다면 더 많은 코인을 벌 수도 있다. 하지만 해당 게임이 친절한 것은 어디까지나 초반 부분으로, 본격적으로 돈을 벌고 싶다면 오랜 시간을 들이거나 그만큼 돈을 투자해야 한다.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지만 ‘찍먹’으로는 제대로 된 수익 창출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기자는 3일 간 이벤트와 일일 퀘스트를 통해 약 4,000 닌키코인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 한화로 약 4,800원 상당이지만 코인 출금에 최소 1만 닌키코인이 필요하니 빼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이는 결국 하루에 750개씩 번다고 가정하면 출금까지 최소 2주는 필요하다는 말이고, 그마저도 수수료로 1,000 닌키코인을 떼 가니 수익은 커녕, 그냥 재미로 즐기는 것이 차라리 나을 정도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다고 재미 하나만 보고 꾸준히 즐길만한 게임인가 묻는다면, 확답 못하겠다.
여기서 닌자 키우기, 그리고 이와 비슷한 P2E 게임들의 단점이 명확하게 느껴졌다. 게임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풀리는 코인이 많아지게 되고, 이는 결국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코인을 사려는 사람은 적고 팔려는 사람만 유입되기 때문이다. 이는 이미 엑시 인피니티에서 증명된 바 있다. 게임 내부에서 유통되지 못한 재화들이 지속적인 현금화를 통해 가격이 10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던 그 사건 말이다. 실제로 기자가 게임 내에서 본 닌자 키우기는 대부분의 유저가 게임플레이보다는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접속하고 있다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줬고, P2E의 불안정성을 그대로 내비쳤다.
P2E의 불완전한 단면을 그대로 드러내는 게임
닌자 키우기 유저들은 채팅방과 블로그, 각종 커뮤니티에서 게임 플레이를 ‘채굴’한다고 표현한다. 해당 게임 뿐이 아니다. 흑철을 캐야 하는 미르4를 비롯해, 다양한 P2E 게임에서 이러한 행위를 채굴이라 칭한다. 당연하다. 그래픽카드를 굴려 암호화폐를 생산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으니까. 심지어 유저 간 대화도 "어제 얼마 벌었다", "그거 사면 얼마 버느냐" 등이 대부분이다. 얼핏 무미건조한 채굴 과정에 게임만 입혀 놓은 것이 아닌가. 초반에 느꼈던 게임의 소소한 재미는 온데간데 없고, 이제는 고민 몇 개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래픽카드 수명이 다 되면 새 것으로 교체하듯, 사람들도 코인 가격이 눈에 띄게 하락하면 빠르게 손절하고 다른 게임을 찾아 나선다. 닌자 키우기도 그들에게는 거쳐가는 그래픽카드 중 하나였을 지도 모른다. 과연 이것이 게이머들이 기대했던 P2E가 맞는가? 기본적으로 게임으로 돈을 벌려면 재미가 있어야 하고, 이로 인한 재화의 유입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누구나 돈을 벌기 위해 재화를 팔기에만 급급한 현 상황에선 제2, 제3의 엑시 인피니티 사례만 나올 것이 분명하다.
현재 국내에서 이 분야의 대표주자로 발돋움한 위메이드의 장현국 대표는 작년 지스타에서 P2E의 필수 요소로 ‘웰메이드 게임’을 꼽았다. P2E라도 재미있는 게임이어야 크게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게임성이 뒷받침되지 않고 채굴에 게임 스킨만 씌운 경우엔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재화의 유입이 없고 유출만 일어난다. 시세가 높을 때 먼저 들어온 사람들이 이득을 챙기고 나가면, 후발대는 푼돈만 만지거나 손해만 보기 쉽다. 이는 게임보다는 눈치싸움이 위주가 되는 가상화폐 투기에 가깝다.
그렇기에 P2E가 제대로 된 게임 모델로 인정받으려면 게임성이 단단하게 잡혀 있어야 한다. 아쉽게도 기자가 해 본, 혹은 간접적으로 접해본 P2E 게임들은 대부분 이 부분이 부족하다. 이대로 가다간 NFT 게임은 대세가 아니라 게임업계 분위기를 해치는 주적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