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言] 삼남매가 직접 세운 ‘도시’ 이야기
2022.01.22 11:20게임메카 김경민 기자
※ [인디言]은 매주 특별한 인디게임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AAA급 블록버스터 게임이라고 하면, 마치 영화를 보는 듯 수려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게이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파워를 가진 대작을 의미한다. 이를 바탕으로 시리즈화나 드라마로 제작되는 등 스토리텔링의 힘을 활용한 사업들도 다수 진행되고, 이는 장기적으로 게임의 가치를 끌어올린다. 하지만 너무 정형화된 탓일까. 다수의 거대 타이틀은 화려한 연출과는 별개로 ‘예측하기 쉬운 내용’이라는 고질적 문제도 안고 있다.
이런 면에서 개발자들의 창의력이 돋보이는 인디게임을 찾는 이들도 많다. 규모는 작지만, 자신만의 철학을 바탕으로 예측할 수 없는 세계를 만들어내는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 소개할 게임도 그렇다. 바로 게임을 좋아하는 삼남매가 함께 구축한 그들만의 세계, ‘도시’라는 게임이다.
‘자신들이 원하는 게임을 찾지 못해 직접 만들기로 했다’는 재미있는 이유로 시작된 작은 프로젝트는 작년 12월부터 시작된 텀블벅 펀딩을 통해 1,00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후원받는 등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기대작으로 발돋움했다. 팀원들이 모두 3D 멀미가 있어 2D 게임을 사랑하게 된 스튜디오 둘디(2D). 게임메카는 이들과 함께 ‘도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무채색의 공간을 가득 채운 ‘도시’의 이야기
‘도시’는 도시라는 공간을 돌아다니며 이곳에 얽힌 비밀을 풀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게임으로, 2D 횡스크롤 방식으로 제작 중인 PC게임이다. 장르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스토리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몰입도가 높은 편이다. 그렇기에 스튜디오 둘디는 게이머들이 이야기에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일방향적 스토리라인을 그리고 있다. 실제로 호텔 소울즈나 나이트 인 더 우즈 등 미스터리 사건들을 담아낸 게임들이 가지고 있는 독창적 분위기를 참고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한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능력을 지닌 초능력자들이 일반 시민들과 섞여 살아가고 있다. ‘도시’는 이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초능력자 주인공 4인방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비밀을 파헤치면서도, 다른 초능력자들과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느껴볼 수도 있다. 이렇듯, 스튜디오 둘디는 큰 줄기에서 여러 갈래로 나뉘는 서브 스토리를 통해 고유한 세계관을 깊게 맛볼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게임의 배경은 무채색으로만 이루어진 새하얀 도시다. 이상하리만치 텅 비어 있고 공허한 느낌을 준다. 하양과 검정, 이 둘이 뜻하는 바가 명확해 보이고, 자연스럽게 상관관계도 떠오른다. 바로 긍정적과 부정적인 면의 대비다. 하지만 ‘도시’가 보여 주는 두 색의 상징성은 일반적 통념과는 조금 다른 모양새를 띠고 있다.
스튜디오 둘디는 ‘너무 밝은 빛도, 너무 어두운 그림자도 모두 사람들의 눈을 멀게 만드는 부정적 요소’라고 말했다. 전자는 이상만을 쫓다 옆을 바라보지 못하는 형태의 스토리가 진행될 수 있음을 암시하고, 후자는 새까맣게 죽어있는 눈들인 동시에 길거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그저 훔쳐보며 방관하는 사람들을 숨겨주는 프레임이다. 실제로 배경의 검은색은 모두 현실도피나 무관심이 연상되는 부정적 형태를 나타내는 수단으로 쓰이며, 하얀 배경을 질주하는 주인공들 모두 자신에게 닥쳐오는 재앙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 주된 스토리라인이라고 한다.
스튜디오 둘디가 만들고자 하는 ‘도시’는 미스터리 스릴러를 표방하면서도 자신들만의 스토리를 가미해 차별화를 꾀했다. 다소 난해하면서도 인간적인 메시지가 담긴 무채색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 그리고 각 등장인물들이 들려줄 도시에 대한 이야기는 분명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게임
이렇듯 다양한 내용을 담아낸 게임일수록 개발 기간이 길어지기 마련이다. 총 4개의 챕터로 기획된 ‘도시’는 2024년 정식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텀블벅 커뮤니티와 트위터 등 공식 SNS를 통해 지속적으로 개발현황을 알리고 있으며, 팬들이 직접 게임을 체험해볼 수 있는 데모 버전을 올해 6월 중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도시’는 텀블벅 후원자 443명, 트위터 팔로워도 100명을 넘기며 첫 페이지를 성공적으로 썼다. 이제 본격적인 제작 준비에 들어간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