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 덱, 최고의 가성비 콘솔로 부족함이 없다

▲ 스팀 덱 실물 (사진: 게임메카 촬영)

지난 2월 출시된 스팀 덱에 대한 반응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굉장했다. 비평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최고의 가성비 제품, 가장 혁신적인 게임기, 이 시대 최고의 PC' 등의 극찬을 쏟아냈으며, 게이머들도 이 콘솔을 구매하기 위해 혈안이 됐을 지경이다. 실제로 예상을 뛰어넘은 구매량으로 인해 배송이 차일피일 밀려 작년에 미리 예약 구매한 사람이 올해 말이 되어야 겨우 받을 수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스팀 덱은 실제로도 정말 평단의 평가마냥 '가성비 갑(甲)'을 자랑하는 제품일까? 아직 정발되지 않은 국내에선 실제로 게임기를 접한 사람이 몇 안 되는 가운데, 게임메카는 스팀 덱 실물을 배송받아 기기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겨봤다. 성질 급한 독자들을 위해 결과부터 알려주자면, 스팀 덱은 아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분명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가성비를 자랑하는 제품이 확실했다.

▲ '스팀 덱' 공식 소개 영상 (영상출처: 밸브 공식 유튜브)

마지노선에 딱 맞춘 휴대성과 디자인

본격적으로 성능에 대해 톺아보기에 앞서서 이 기기의 외적인 요소에 대해서 먼저 짚어보자. 일단 외형만 보자면 견고하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외부를 플라스틱으로 감싸고 있기 때문인데, 아마 실제 강성에 있어서도 폴리머 권총에 사용된 소재가 아닌 이상 금속이 섞인 제품보다 좋다고 보긴 힘들 듯하다. 당연히 생산비를 아끼기 위한 선택이었을 테지만,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이런 외형 덕분에 저렴해 보이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휴대성이라는 본래의 목적에 의거하자면 스팀 덱은 휴대용 기기라는 본래의 목적을 '간신히' 달성한 제품이다. 무게만 따져봐도 닌텐도 스위치 OLED 모델 보다 약 250g가량 무거우며, 길이나 두께도 살짝 더 크다. 실제로 오랜 시간 팔꿈치를 책상이나 의자에 거치해 두지 않고 스팀 덱을 사용하면 전완근과 이두박근에 적잖은 무리가 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 일단 꽤 크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하지만 무게는 사실상 성인이 두 손으로 들고 게임을 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 700g을 넘지 않으며, 이 기기를 서서 플레이하지 않는 한 팔을 아무 곳에도 거치하지 않고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기에 무게감으로 인해 불편함을 느낀 경우는 별로 없었다. 오히려 가로 길이 측면에서는 딱히 손이나 어깨를 오므리지 않아도 편하게 쥘 수 있게 설계됐으며, 덕분에 3시간이 넘어가는 장시간 사용에도 손목에는 무리를 느끼지 못했다. 

그립감은 비슷한 형태의 기기인 닌텐도 스위치와 비교하자면 압도적으로 좋다. 조작 패드의 볼륨감도 적당해서 한 손으로 잡고 있어도 불안하지 않으며, 아날로그 스틱 및 트리거 버튼의 위치가 모두 손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배치됐다. 특히나 손바닥 쪽의 곡률이 상당히 절묘해서 당대 여러 게임 패드와 비교해도 전혀 모자람이 없는 수준이다. 종합해보면 분명 무겁고 크기는 하나 휴대성이나 디자인, 사용감 측면에선 크게 모자람이나 불편함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 그립감은 굉장히 훌륭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구동 성능은 상상 이상 

그렇다면, 구동 성능은 어떨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전반적인 성능은 상당히 뛰어난 편이다. 일단 최신 게임이라 할 수 있는 엘든 링을 무리 없이 30프레임 고정으로 플레이가 가능하다. 약간은 시간이 지났지만, 화면 전환이 빠르고 굉장히 재빠른 조작을 요하는 데빌 메이 크라이 5는 아예 60프레임 고정으로 게임을 실행할 수 있다. 물론 해상도는 휴대용 기기인 만큼 약간의 타협을 봐야 하지만, 사실 그 외에는 크게 타협을 봐야 할 옵션이 없을 만큼 훌륭한 퍼포먼스를 자랑했다.

이는 거치형 독을 이용해 큰 TV나 모니터에 연결했을 때도 마찬가지인데, 해상도에 대한 타협은 여전히 필요하지만 위에서 언급된 게임들 외에 둠이나 킹 오브 파이터 14, DNF 듀얼, 데스 루프 등 다양한 게임들을 프레임 손실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여기에 6개의 패드를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어, 이를 활용해 여러 인원이 게임을 동시에 즐기는 것도 가능할 만큼 굉장히 안정적인 성능을 뽐냈다. 

▲ 성능 오버레이를 표시해주는 기능이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엘든 링은 30프레임 이상을 꾸준히 지원하며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데빌 메이 크라이 5는 잠시 영상이 시작될 때를 빼면 항상 60프레임을 지원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소음과 발열은 굉장히 심한 편이다. 소음은 게임 중에도 명확하게 인지되는 편이며, 발열도 가운데 패널을 만져보면 굉장히 뜨겁다. 하지만, 플레이에 있어서 이 두 가지가 문제라고 하긴 어폐가 있다. 소음은 귀 근처에 가져다 대지 않는 이상 플레이에 방해가 되는 수준은 아니었으며, 발열은 기기 구조상 화면 패널 뒤쪽 중앙에서만 발생하기 때문에 일부러 그 위치에 손을 가져다 대지 않는 이상 불편을 느낄 일은 없다. 냉각도 빠르게 진행돼 이로 인한 기기 고장은 없을 것으로 추측된다. 꽤나 영리한 설계구조라 할 수 있다. 

배터리는 솔직히 뛰어난 수준은 아니지만, 플레이에 거슬리진 않았다. 카탈로그에 따르면 포탈 2를 실행 시 6시간까지 최대로 돌릴 수 있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최신게임의 경우는 최대 밝기 및 가능한 최고로 많은 옵션을 켠 상태에서 3시간 정도 즐기는 것이 최선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옵션에서 타협을 보거나, 게임이 아니라 리눅스 운영체제를 활용해 인터넷 등을 즐길 때는 6시간도 충분히 구동할 수 있다. 

▲ 소음은 꽤 심한 편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발열은 저 밸브 로고가 있는 곳에서 주로 발생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스팀 버튼을 꾹 누르고 있으면 이렇게 단축키를 알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게임 별로 버튼을 새로 지정할 수도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이렇게 PC로도 활용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만약 내가 좋아하는 게임이 스팀 덱 비호환게임이라면?

사실 스팀 덱 리뷰의 핵심은 호환성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완벽 호환 게임은 아무 문제 없이 제대로 실행된다. 이 경우 게임 실행을 위해 옵션을 건들 필요조차 없으며, 조작 방식도 다양하게 지원한다. 사이버펑크 2077은 아예 스팀 덱 프리셋을 제공해, 해상도와 조작 방식 등을 손쉽게 세팅할 수 있다. 참고로 스팀 덱 완벽 호환 인증 마크를 받은 스팀 게임은 8월 2일 기준 1,908개에 달한다. 

문제는 완벽 호환 인증을 받지 않은 게임이다. 만약 게임에 노란색 느낌표가 떠 있다면, 플레이는 가능하나 접속해서 여러 옵션을 손봐야 할 수도 있고, 스팀 덱이 지원하는 햅틱 패드나 자이로 조작 등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사실, 게임 옵션 조절이나 스팀 덱 조작에 능통한 사람이라면 이 정도는 큰 문제 없이 넘어갈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어떤 옵션을 어떤 식으로 조절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낭패를 볼 수 있다. 가령, 몬스터 헌터 월드의 경우 화면 끊김 현상을 없애기 위해 다이렉트 X 관련 설정을 손봐야 하는데, 스팀 덱 내에서 제공하는 정보에도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없다 보니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플레이어 스스로 정보 획득이 필요하다.

▲ 호환 게임은 항상 훌륭한 퍼포먼스를 자랑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이렇게 초록색 체크가 되어 있는 것들이 그렇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이렇게 알 수 없는 경우도 있고, 플레이만 가능한 녀석도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여기서 만약 스팀에서 아직 호환성을 검증하지 않은 게임으로 넘어간다면, 이야기는 더욱 복잡해진다. 당연히 아직 스팀 내에는 호환성을 검증하지 못한 게임이 많이 남아있는데, 이를 스팀 덱에서 즐기고 싶다면 일일이 실행이 되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여간 불편한 요소가 아닐 수 없으며, 스팀에서 다양한 게임을 즐기는 헤비유저라면 게임을 구매한 뒤 다소 실망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다행인 부분은 스팀 덱 호환성 문제는 개발사가 나서지 않더라도 대부분 밸브 측에서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게임메카가 직접 밸브 측에 문의해본 결과 스팀 덱의 호환성 문제는 몇몇 부분들을 제외하면, 밸브 내 개발진이 대체로 제어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개발진은 "애초에 그걸 위해서 커스텀 CPU를 비롯해 설계와 성능에 많은 공을 들였다"며 "조작 체계 등을 비롯해 정말 부득이한 경우에는 개발진과 소통을 통해 호환성 업데이트를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 이처럼 아예 호환이 안되는 게임은 밸브 측에서 직접 호환성 개선 작업을 진행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부분은 사후 지원이 끝났거나 인기가 없는 게임들은 이런 호환성 작업에 있어서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내가 좋아하는 게임이 미지원 게임으로 분류되거나 스팀 덱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불편함과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밸브의 개발진은 이런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팀 덱 출시에 있어서 호환성 검사 및 호환 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전했다.

▲ 1908 개의 호환 게임을 보유한 스팀 덱 (사진출처: 스팀 공식 홈페이지)

얼마나 더 많은 호환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

기기 자체의 성능은 소문대로 굉장했으며, 기기에 대한 전반적인 인상도 분명 훌륭했다. 호환 게임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플레이어라면 구매 후 절대 후회할 일이 없을 것이다. 물론 큰 스케일을 자랑하는 ‘호라이즌 제로 던’이나, ‘엘든 링’ 같은 게임이라면 풀 옵션으로 더욱 큰 화면에서 게임을 즐겨야겠지만, 사실 그런 게임들을 야외에서 휴대용 게임기로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스팀 덱의 역할은 다 했다고 본다.

그렇다면, 결국 스팀 덱의 성공은 얼마나 더 많은 호환 게임들을 품을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집에 고사양 PC를 곧잘 갖춰 두고, 최고 옵션으로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스팀 덱으로 완벽히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충분치 않다면, 굳이 스팀 덱을 구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일단 밸브 측에서는 스팀에 출시되는 게임 대다수를 스팀 덱에서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으니, 추후 경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 스팀 덱 호환 시스템 공식 소개 영상 (영상출처: 밸브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