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수상한 이웃 헬로 네이버 2, 썩 유쾌하진 않네요
2022.12.14 16:52게임메카 전소하 기자
*이 기사는 헬로 네이버 2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수상한 이웃의 진실을 파헤치는 게임, 헬로 네이버 2가 지난 6일 출시됐다.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독특한 전개 방식으로 인기를 끈 헬로 네이버의 후속작이지만, 출시 3일만에 3개의 DLC를 내며 많은 팬들에게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아울러 본편과 DLC 모두 스팀에서 ‘복합적’ 평가를 받으며 그다지 좋지 않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특유의 독특한 분위기 덕에 호평하는 플레이어도 많다. 카툰 스타일의 익살스러운 그래픽, 섬세한 세계 디자인, 사운드 트랙 등 게임 외적인 부분과 다양한 구조의 퍼즐이 구비된 내적인 부분 모두 봐줄 만하다는 평이다.
과연 헬로 네이버 2는 어떤 게임일까? 전작과 유사하게 수상한 이웃을 조사하기 위해 집으로 잠입하는 내용이지만 이번에는 아이가 아니라 기자가 되어, 직접 이웃집에 잠입해보기로 했다.
재미는 보장하지만 뜯어보면 애매한 게임 내 주요 콘텐츠
헬로 네이버 2의 주인공은 기자다. 주인공은 이웃이 소년을 납치하는 것을 목격하는데, 직후 머리를 맞아 쓰러진다. 그리고 이웃집을 비롯해 수상한 마을을 조사하게 되며, 그 과정에서 다양한 퍼즐과 추격을 경험하게 된다.
앞서 말했듯 이 게임은 다양한 스타일의 퍼즐이 준비돼있다. 사실상 게임 콘텐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얼핏 다양성과 독특함으로 그럴싸해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문제점이 많다.
우선, 힌트가 직관적이지 않다. 초반을 제외하면 힌트가 거의 없는 수준인데, 실제로 퍼즐을 풀기 위해서는 상당한 눈썰미가 요구된다. 일부에서는 불친절함을 넘어 억지스러움까지 느껴진다. 이는 그저 플레이 타임을 늘리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까지 갈 정도다.
불친절함은 UI에서도 느껴진다. 물론 인터페이스가 깔끔하기 때문에 세계 속에 몰입하기에는 좋았지만, 어떠한 가이드도 없기 때문에 특정 오브젝트를 찾아내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예를 들어, 획득한 물건을 넣을 수 있는 가방이 있다는 사실과 그 가방을 Tab 키를 눌러야 꺼낼 수 있다는 사실을 플레이타임 20분이 지나서야 알았다. 게다가 초반부에 가위를 얻는 과정에서 어디로 가야 획득할 수 있는지 힌트조차 없어 한참을 헤맨 후에야 알게 됐다.
몇몇 퍼즐의 경우에는 풀어도 해금된 것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즉, 퍼즐과 보상의 관계가 일관성이 없다. 어떤 퍼즐을 풀었을 때 어떤 피드백이 오는지는 잠입하려는 집을 미리 꼼꼼하게 둘러보거나, 획득한 물건을 여러 오브젝트에 대보고 크로스라인에 변화가 있는지 확인해야 알 수 있다.
게임의 주요 콘텐츠 중 하나인 추격전도 애매하다. 경찰이나 집주인 AI의 시야에 들어오면 추격전이 시작되는데, AI의 속도가 너무 느린 데다가 집 밖으로 나가면 추격이 끊긴다. 제작진이 오픈월드를 표방해 만들었다는 마을을 넓게 사용하지 않은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이런 단점 때문인지, 잠입 시스템에서도 스릴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쩌다가 AI에게 잡힌다고 해도 집 밖으로 쫓겨나기만 하기 때문에 이 게임의 메인 콘셉트라고 할 수 있는 공포 전달이 거의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퍼즐에만 집중하게 되고, 쫒아오는 AI는 무섭다기보다 귀찮고 거슬리기만 했다.
애매한 콘텐츠를 살려주는 세계 디자인
제작진은 헬로 네이버 2에서 오픈월드를 표방해 마을을 디자인했다고 하지만, 생각보다 마을은 넓지 않다. 자칫하면 단점이 될 수 있는 점인데, 완벽한 세계 디자인으로 이를 커버했다. 길가에 떨어져 있는 종이 비행기, 나뭇잎까지 디테일하게 신경 써서 만든 것이 느껴질 정도로 꼼꼼하게 마무리됐기 때문에, 마을을 오래 돌아다니더라도 딱히 허전하거나 하진 않았다. 넓이보다는 밀도에 집중한 느낌이다.
디자인 부분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일단 전체적인 비주얼이 꽤나 준수하다. 카툰 스타일 그래픽은 팀 버튼의 작품처럼 익살스럽고도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섬세한 디자인까지 더해지니 적어도 비주얼 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없다.
여기에 사운드트랙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꽉 잡아준다. 덕분에 게임 내적인 부분에서 부족했던 공포감이 살짝이나마 채워지는 느낌이다. 대기 화면에서는 단조 베이스의 음산한 선율로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잡아주고, 추격전에서는 긴장감 있는 추격음이 익살스러운 그래픽과 대비돼서 독특한 매력을 낳는다.
버그성 플레이, 과연 이득인가?
또 하나 짚고 넘어갈 점이, 바로 버그다. 헬로 네이버 2는 정식 출시가 된 게임인데도 치명적인 버그가 꽤 있었다. 이런 버그는 게임의 몰입감을 깰 뿐만 아니라, 플레이에도 직접적인 방해가 된다. 반대로, 버그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플레이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두 번째 파트인 수상한 이웃집에서는 바리케이드를 가위로 잘라야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구조물을 타고 올라가서 계단 난간 쪽으로 각도를 잘 맞춰 점프하면 바리케이드를 자르지 않고도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 이렇게 바리케이드를 자르지 않으면, AI 경찰이 2층으로 올라오지 못한다. 덕분에(?) 귀찮은 AI를 만나지 않고 2층을 빠르게 탐색할 수 있었다.
메인 빌런을 만났을 때도 버그가 발동됐다. 바로 빌런이 벽 틈에 끼어버린 것인데, 덕분에 빠르게 임무 수행이 가능했다. 기자는 이것을 의도치 않게 이용했지만, 이러한 버그성 플레이가 반복될 경우 게임의 의도를 해친다. 조속히 대처하지 않으면 이를 의도치 않게 접하거나, 악용하는 플레이어가 더 많아질 것이다. 이외에도 플레이어가 벽에 끼는 버그, 옷장에 숨었을 때 AI가 옷장 앞에서 움직이지 않는 버그, 물건을 던지면 사라지는 버그 등이 발견됐다.
결과적으로 헬로 네이버 2는 직관적이지 못한 퍼즐과 버그, 스릴 없는 추격전 등 단점이 꽤나 많은 게임이다. 준수한 디자인이나 흥미진진한 스토리 등으로 포장하긴 했지만, 핵심이 되는 게임 플레이가 부실하다는 점은 감추기 어렵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도 있듯이 이 같은 게임을 찾는 게이머도 분명 있을 것이다. 다만, 게임성을 따지자면 결코 좋은 점수를 줄 순 없다. 여기에 스토리상의 반전 역시 상당히 어이없을 수 있으니, 이 리뷰를 정독한 플레이어들은 헬로 네이버 2의 결말을 보고 놀라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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