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런타운의 아이들, 호러 어드벤처에 팀 버튼 느낌 한 스푼
2023.01.27 10:00게임메카 김부성
‘사일런타운의 아이들’은 지난 12일 출시된 포인트 앤 클릭 형식의 호러 어드벤처 게임이다. 팀 버튼 감독 특유의 귀여우면서도 으스스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비주얼을 중심으로, 동화같은 스토리를 예고하며 관심을 받았다. 이 게임은 숲속의 괴물에게 잡혀가지 않기 위해 소리를 내지 않고 살아가는 마을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이곳에 살고있는 소녀 루시가 두려움을 직면하는 과정을 다루는 것이 주 전개다.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루시가 되어 마을 이곳저곳을 탐험하게 된다. 동굴, 마을의 빈 집 등은 물론이거니와 발을 들여서는 안된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는 숲속으로 향할 수도 있다. 전술한 스토리를 부각시키듯 게임은 전체적으로 어둡고 스산한 느낌을 준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게임 자체는 분위기와 달리 그렇게까지 공포스럽지는 않다. 단지 축축 처지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풍길 뿐이다.
노래와 퍼즐로 헤쳐나가는 ‘어두운’ 마을
‘사일런타운의 아이들’에서는 NPC와의 대화를 통해 단서를 찾고, 아이템을 구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 된다. 습득한 아이템을 합성하거나, 적재적소에 활용해 가며 스토리를 진행하면 된다. 독특한 점은 주인공의 '노래'다. 노래는 스킬과 비슷한 개념인데, 3가지의 노래를 활용해 타인이 가지고 있는 기억을 엿보거나, 물건이 지니고 있는 스토리를 엿보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노래를 부르고 나면 퍼즐 형식의 미니게임을 수행해야 한다. 다양한 미니게임을 즐길 수 있었지만, 대표적인 퍼즐은 크게 실을 단추에 끼우는 퍼즐과 톱니바퀴를 돌려 패널을 회전시키는 퍼즐 두 개로 구성된다.
실을 단추에 끼우는 퍼즐은 난이도가 쉬웠으나, 톱니바퀴 퍼즐은 난이도가 상당했다. 퍼즐 게임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후반부의 톱니바퀴 퍼즐은 홀로 풀 수 없을 만큼 어려웠다. 물론 스토리를 진행하며 찢어진 그림을 맞추는 퍼즐이나, 개구리vs고슴도치 경주같이 어두운 분위기를 환기시키면서 적당히 쉽고 재밌는 퍼즐들도 존재했다. 어려운 퍼즐 중간중간 캐주얼한 미니게임이 적절히 섞여 있어 밸런스를 잘 조절했다는 느낌을 준다.
다만, 스토리 진행을 위해 아이템을 수집하는 과정은 꽤나 고역이었다. 주위 배경과 수집할 수 있는 아이템을 구분하는 것이 어려웠으며, 한 공간을 눈이 빠질 기세로 꼼꼼하게 살펴봐야 했기에 피로감이 상당했다. 더욱이, 아이템들을 합쳐서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사용하는 방식까지 생각해야 하기에 자칫하면 헤매기 십상이었다. 그러나 이 부분은 포인트 앤 클릭 게임의 공통적인 특징으로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맵에서 아이템을 찾고,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 전체가 포인트 앤 클릭 게임의 매력이니까.
멀티엔딩의 장점을 덮는 세이브 시스템과 스토리
사일런타운의 아이들은 스토리가 주력인 게임이다. 아이템을 찾고, 퍼즐을 풀고, 노래를 부르는 모든 행위는 사일런타운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일들을 파헤치기 위해 이루어진다. 다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게임의 스토리는 20% 아쉬웠다.
초중반부를 거치며 마을에서 사라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수많은 떡밥들을 이용해 흥미를 이끄는 것은 최고였다. 으스스한 분위기를 통해 긴장을 결말부까지 잘 끌고 가며, 멀티엔딩으로 구성된 엔딩은 하나하나 다른 의미를 담고 있을뿐더러 여운도 많이 남는다.
하지만 떡밥 회수가 거의 없었다. '주인공의 이야기'라는 굵은 가지를 중심으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며 스토리가 진행되지만, 결국 메인 스토리에 대한 떡밥만 다룰 뿐인데다 이마저도 완벽하게 의문점들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결말은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엔딩 3개와 진엔딩 1개로 구성되는데, 모두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고, 여운이 남으며, 깔끔하다. 하지만 엔딩 하나를 보고 다른 엔딩을 보려 할 때 체크포인트가 존재하지 않아 처음부터 다시 게임을 플레이 해야 한다. 이는 멀티 엔딩을 가진 게임에서 치명적인 약점이다. 1~5챕터까지 진행과 분류를 쉽게 만들었음에도, 굳이 게임을 처음부터 플레이 하도록 유도하는 점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n회차 플레이 시에도 퍼즐이 바뀌거나 대사 선택지에 따라 스토리가 크게 바뀌는 것도 아니기에, 이렇게까지 편의성을 배제한 이유가 궁금해진다.
스토리를 진행하며 가장 만족스러웠던 점은 스토리 중간중간에 삽입된 컷신이다. 게임에 대한 몰입을 쉽게 만들고, 중간중간 아픈 머리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매우 잘 수행한다. 컷신의 퀄리티도 아주 좋고 전체적인 게임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린다. 주인공의 악몽이나 내면을 묘사하는 용도로 컷신이 자주 사용되었는데, 대놓고 공포스럽게 묘사를 하지만 워낙 캐릭터들이 귀여워서 그런지 공포스럽지는 않다. 필자는 공포게임의 ‘공’자도 플레이 하지 못하는 게이머이니 작품의 공포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플레이를 망설이시는 분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편의성은 불편하지만 난이도는 편한, 초심자를 위한 호러 어드벤처 게임
사일런타운의 아이들은 특유의 분위기가 매력적이고, 퍼즐의 재미와 스토리 모두 준수한 편이다. 결말부의 여운도 확실하다. 그러나 의문점들이 모두 풀리지 않아 찝찝하며, 플레이 성향에 따라 아이템 찾기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한, 힌트를 주거나 헤매는 유저들을 배려하는 시스템이 전혀 없기 때문에 초보 유저들에게는 다소 불친절한 게임이라 할 수 있겠다.
결론적으로 ‘사일런타운의 아이들’은 혁신적이진 않지만, 무난하게 재밌는 포인트 앤 클릭 게임이다. 이러한 형식의 게임을 즐기던 게이머들에게는 강력히 추천하며, 접해보지 않은 게이머들의 경우 약간의 진입장벽은 있지만 도전해볼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