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집 안에 함정이 생겼다! 혼합현실 게임 '홈 스위트 홈'
2023.02.21 16:13게임메카 흑임자XR
누군가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넘나드는 게임은 어떤 모습일까요?’ 라고 제게 묻는다면, 언젠가 보았던 SF 영화 속 장면과 경험에 유추하여 확장현실(XR) 기반 콘텐츠에 대해 말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2023년 현재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넘나드는 게임은 어디까지 발전했을까요? 오늘은 2016년도에 처음 공개되었던 I Expect You To Die(나는 당신이 죽기를 기대한다) 시리즈 중 하나이자 이 질문의 답을 줄 I Expect You To Die : Home Sweet Home(이하 홈 스위트 홈)을 소개합니다.
패스스루와 가상 공간에 실제 사물 가져오기
2022년 10월에 공개된 홈 스위트 홈은 메타 퀘스트 2와 메타 프로의 패스스루(PassThrough) 기능을 활용하여 플레이할 수 있는 콘텐츠입니다. 그렇다면 패스스루란 무엇일까요? 메타 홈페이지에서 소개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패스스루는 VR에서 주변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기능입니다. 헤드셋 센서를 사용하여 헤드셋 전면과 주변을 VR 기기 내부에 근사화 시킵니다. 특정 앱에서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혼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게임을 하기 위해선 필수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그것은 가상 세계에 유저가 게임을 하는 현실 세계 공간을 불러오는 일입니다. 이 설정은 2023년 2월 기준, 메타 기기 내에서 설정-테스트 설정-룸 설정에서 할 수 있습니다. 룸 설정을 선택하면 유저들에게는 익숙한 안전 구역을 잡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안전 구역뿐만 아니라 벽 설정, 가구 및 물체 설정까지 할 수 있습니다.
룸 설정이 아직 테스트 설정 안에 있기 때문인지 사물 윤곽 그리기가 다소 자유자재로 설정되지 않거나 도중에 어긋나면 그 사물의 윤곽 그리기를 다시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존재합니다. 필자는 주변에 깨질 물건이 많은 곳에서 플레이했기 때문에 그런 사물들은 두 번씩 설정하여 사고를 미리 방지하고자 했습니다.
홈 스위트 홈은 어떤 모습일까?
I Expect You To Die 시리즈는 비밀 요원이 되어 목숨이 걸린 위험한 상황을 탈출하는 서바이벌 게임입니다. 홈 스위트 홈을 시작하면 플레이어는 나무 상자 안에 갇혀 있습니다. 상자 내부에서 보이는 네모 직각 창문을 열어보면 플레이하고 있는 현실 세계의 실제 공간의 모습이 비춰집니다. 마치 플레이 하는 실제 공간에 상자가 놓여 있고, 그 안에 갇힌 느낌이죠. 창문은 각 3면에 달려있으며, 창문이 없는 면을 올려다보면 각 창문마다 보이는 전선이 모두 연결되어 있는 버튼이 달린 작은 상자가 보입니다. 그리고 실제 공간이 보이는 창문 너머로는 상자와 연결되어 있는 주황색 마개가 달린 호스들이 보입니다.
첫 스테이지의 목표는 각 호스들의 마개를 벗겨내는 것입니다. 호스의 위치가 셋 다 동일하지 않으며, 박스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호스는 어떻게 해도 손이 잘 닿지 않습니다. 또한 나무 상자 밖으로 이동하면 화면이 온통 검은색으로 변하며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유저는 머리를 나무 상자 안에 둔 상태로 손만 뻗어 마개를 벗거내야 합니다. 필자는 이 점을 이용하여 가장 긴 호스의 경우 머리만 상자 안에 집에 넣고 어떻게든 몸을 돌려 마개를 잡는 피나는 노력을 했습니다. 세 호스의 마개를 모두 벗긴 후에 박스 내부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호스에서 뿜어져 나온 액체로 나무가 초록색으로 녹아 흐르며 눈 앞에 현실 세계가 펼쳐집니다.
나무 상자가 사라진 후 바닥을 보면 벗겨낸 마개들 사이로 총 한 자루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 총을 집어 들면 공간 설정 때 설정했던 벽들이 선택되며, 원하는 벽면을 조준해 방아쇠를 당기면 해당 벽을 스캔하며 다음 스테이지가 진행됩니다. 선택된 벽면에서 갑자기 환풍기 사이즈의 네모난 창이 열리며 벌집에서 로봇 벌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이때 천장에 스프링클러가 생긴 것도 발견할 수 있는데 곧 달려드는 벌로 혼비백산하게 됩니다. 마치 실제 벌들이 바로 앞에 있는 것 같은 위협적인 모습과 소리 때문에 대부분 벌을 두려워하시는 분들이라면 필자와 같은 모습이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급한대로 벽을 스캔했던 총을 집어 들어 방아쇠를 당기니 지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부서져 사라집니다. 참고로 바닥에 나뒹굴던 첫 번째 스테이지의 호스 마개들은 고무 재질이었는지 집어 들어 벌을 내리치면 마치 실제처럼 고무로 철을 내리치는 소리가 납니다. 달려드는 벌을 손으로 잡아보니 3초 후 폭발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급히 천장에 달린 스프링클러 쪽으로 던지니 폭발과 함께 스프링클러가 반응하여 작동합니다. 쏟아지는 물로 인해 로봇 벌떼는 지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사라지고, 터지지 않는 로봇 벌 한 마리만 고장난 채로 바닥에 떨어지면서 두 번째 스테이지가 끝납니다.
벌이 사라진 후에는 오른쪽 상단에 눈 아이콘과 함께 RETINA, LUMINOL, X-RAY 세 개의 상태창이 보입니다. RETINA 모드는 망막이라는 뜻답게 그냥 일반 눈으로 볼 때의 모습이며, LUMINOL 모드는 혈흔 검출 때 사용하는 푸른 빛으로 온 세상이 푸르게 변하며 혈흔 자국이 있던 곳을 형광색으로 발견할 수 있습니다. X-RAY 모드는 엑스레이 촬영처럼 벽 너머의 사물의 모습까지 볼 수 있습니다. 세 가지 모드는 손으로 눈 쪽을 터치하면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 모드들을 테스트하는 와중, 갑자기 벽에서 가스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세 번째 스테이지가 시작된 겁니다. 뿜어져 나오는 가스를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으니, 이대로면 독가스로 가득한 공간에서 사망할 것 같습니다. 급한 대로 바닥에 있던 벌을 집어 들어 가스가 나오고 있는 구멍을 막아 보니, 클리어 소리와 함께 더 이상 가스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곧 바닥에서 버섯 모양의 전기를 내뿜는 거대한 기둥이 등장합니다.
주변을 살펴보면 벽면에 손잡이가 달린 세로 모양의 서랍 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를 잡아당기면 키 패드가 등장합니다. 전기를 내뿜는 기계는 일정 시간마다 전기를 방출하기 때문에 여기서도 오래 지체하면 전기 감전으로 사망하게 됩니다. LUMINOL 모드로 전환해 보면 전기를 내뿜는 기둥에 손바닥 자국과 키패드의 3개의 버튼에 손가락 자국이 보입니다. 이를 이용해서 다시 RETINA 모드에서 3개의 숫자 조합을 추론하여 키패드를 누르면 축하 메시지와 총 걸린 시간이 나오며 홈 스위트 홈의 모든 스테이지가 끝나게 됩니다.
첫 단추가 좋다
패스스루를 통해 만나는 혼합현실 게임은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아직 메타 기기 전면에 달린 렌즈를 통해 만나는 현실 세계이기 때문에 장막 너머 있다는 느낌을 완전히 지울 순 없지만, 모바일기기가 급 성장해 지금의 스마트폰이 된 것처럼 VR 기기도 성장을 거듭하면 점점 얇고 가벼워져 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리라 예상합니다.
홈 스위트 홈을 통해 모두가 기대하고 있는 애플 글라스의 모습 또한 미리 예상해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패스스루를 이용한 콘텐츠는 홈 스위트 홈이 처음은 아닙니다. 메타에서는 패스스루를 이용한 콘텐츠들을 발전시키기 위해 개발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Passthrough API를 2021년 7월에 공개했었고, 앱랩에서는 이를 활용한 콘텐츠를 공개하거나 기존 콘텐츠에서도 적용한 사례들이 보입니다.
정리하자면, I Expect You To Die 시리즈는 처음부터 혼합현실로 기획 제작되었기에 유저들이 혼합현실에 입문하기에 정말 좋은 콘텐츠입니다. 아직까지 메타 스토어 평점 상위권에 존재하는 점도 높은 평가를 내리고 싶습니다. 다만, 가격 대비 플레이 타임이 너무 짧은 것은 흠입니다.
앞으로 점점 더 많은 혼합 현실 콘텐츠들이 등장하고,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확장 현실 콘텐츠도 나올 것입니다. 홈 스위트 홈은 그 위대한 서막의 시작을 경험해 보고 싶으신 분들께 꼭 한번 권해보고 싶은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