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동성] 엎어져 버린 4년만의 E3 파티
2023.03.31 16:35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E3 2023이 취소됐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부터 3년 간 제대로 열리지 못했기에, 올해야말로 4년 만의 제대로 된 파티를 예고했던 E3가 말입니다. 이유를 알고 나면 더 슬퍼집니다. 여러 대형 게임사들의 불참과, 그로 인한 게임쇼 내용 부실 우려와 자금 문제가 겹침에 따른 어른의 사정 때문이거든요.
E3 개최 취소는 2023년 현재 오프라인 게임쇼의 위태로운 입지를 보여줍니다. 10여년 전만 해도 E3를 비롯한 대형 게임쇼는 전세계 게이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행사였습니다. 이를 통해 게임사들은 단독으로 모을 수 없는 거대한 관객들 앞에서 자신들의 게임이나 기기 등을 선보이고, 데모 버전에 대한 피드백을 얻고, 기대감을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온라인 스트리밍 기술의 발달로 자체 행사들이 늘어나고, 게임사들은 수백만, 수천만, 수억 명에 달하는 전세계 게이머들 앞에 게임을 선보이기가 쉬워졌습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가속화됐고, 2023년 현재는 서머 게임 페스트, 더 게임 어워드, 닌텐도 다이렉트,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등 소위 '3대 게임쇼' 이상의 관심을 모으는 각 기업별 온라인 행사들도 속속 등장했습니다.
이들 온라인 행사는 기업 입장에서 부담도 훨씬 적습니다. E3 등 대형 게임쇼에 100 부스 이상 대규모로 참가하는 업체의 경우 부스 대여비, 인테리어비, 보험비, 인건비 등만 해도 수십억 원이 훌쩍 넘는 비용이 들어갑니다. 참여 후기에 따르면, 가장 작은 부스(5.6평 크기)에 테이블과 모니터 정도만 올려놓고 최소한의 인원만 가더라도 '최소' 3만 달러(한화 약 3,900만 원)이 든다고 합니다. 대형 부스일수록 인테리어와 제품에 투자를 더욱 많이 하기에 기하급수적으로 비용이 늘어납니다. 여기에 기간이 정해진 행사에 맞춰 시연 버전과 트레일러 등을 만들려면 개발비가 추가로 들고, 스케쥴이 꼬이는 경우도 있죠. 여러 모로 게임사들에게는 부담이 큰 상황에서 온라인 행사라는 대안이 등장했으니, 전통적인 오프라인 게임쇼에 참가할 이유가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 같은 게임쇼의 낮아진 위상은 업계 뿐만 아니라 게이머들의 반응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3 2023 개최 취소 소식을 접한 게이머들은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콘솔 3사 빠진다는 얘기 나올 때부터 예상했다" 같이 살짝 아쉽다는 반응 정도만 보이고 있습니다. 행사 취소로 인해 신작 소식을 접하지 못하게 되어 슬프다는 의견은 거의 없죠. 앞서 얘기한 대체제들이 있으니까요. 특히 국내의 경우 LA까지 갈 만한 시간·금전적 여유를 가진 일부 게이머를 제외하면 '불쌍하지만 어쩔 수 없지' 쪽으로 의견이 기울고 있습니다.
세계 3대 게임쇼의 으뜸이라 불리며 각종 신형 콘솔과 기대작들을 공개하는 발표의 장이 되었던 E3의 개최 취소는 단순한 행사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바뀌어 가는 게임업계 트렌드를 반영하는 시대적 이정표입니다. 아직 로컬 행사 성격이 더 큰 지스타는 아직 타격이 덜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를 이겨내고 게임쇼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온라인 발표회와 차별화되는 경쟁력을 키우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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