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의 궤적, 시리즈 주역 다수 모인 ‘인피니티 워’
2024.09.26 11:00게임메카 김형종 기자
‘영웅전설 계의 궤적 페어웰, 오 제무리아(Farewell O Zemuria, 이하 계의 궤적)’는 ‘영웅전설 여의 궤적(이하 여의 궤적)’ 최종장이자 궤적 시리즈 20주년 기념작이다. 지난 8월 미디어 시연회에서 콘도 토시히로 대표이사는 “계의 궤적은 시리즈 클라이맥스이고, 중요한 타이틀인 만큼 ‘계’라는 명칭을 사용했다”라고 전했다. 그만큼 개발사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 타이틀인 셈이다.
본 기자는 여의 궤적 시리즈를 상당히 재미있게 즐겼다. 다만 전작 여의 궤적 2에서는 다소 느린 전개에 실망했던 만큼, 이번 작품에서는 빠르고 화끈한 스토리 전개와, 여러 궤적 시리즈 캐릭터들과 함께 싸우길 희망했다. 실제 플레이 해본 계의 궤적은, 시리즈 명칭에 변화를 줄 만큼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출연해 ‘영웅전설 시작의 궤적’을 잇는 이른바 궤적 시리즈 버전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 처럼 느껴졌다.
여의 궤적 3, 그런데 시리즈 주요 캐릭터를 곁들인
본 작품의 정식 명칭은 계의 궤적이지만, 실제 게임플레이 전반은 사실상 여의 궤적 3에 가깝다. 플레이어는 반 아크라이드, 혹은 다른 캐릭터로 4SPG 임무를 수행한다. 각종 임무를 수행한 뒤,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는 여의 궤적 방식도 그대로 따른다.
전반적인 시스템 역시 전작과 거의 동일하다. 커넥트를 통해 동료들과 소통하고, 퀘스트를 클리어 할 때 선택에 따라 성향이 변하는 로우, 그레이, 카오스(L.G.C) 시스템 역시 건재하다. 또한 일부 퀘스트에서는 샤드 서치를 적극 활용해 단서를 찾아야 하며, 낚시 콘텐츠 역시 동일한 방식으로 구현됐다.
가장 큰 차이점은 등장하는 주인공들이다. 여의 궤적 2와 마찬가지로 2장부터 파티원에 따라 루트를 선택할 수 있는데, 각각 린, 반, 케빈을 주인공으로 하는 스토리가 펼쳐진다. 반 파티는 해결사 사무소 일원을 초반부터 모두 조작할 수 있으며, 린 파티는 알티나, 피, 크로우 등이 주축이 된다. 케빈은 소풍대로 명명되는 나디아, 스윈, 라피스, 루퍼스가 함께한다.
이외에도 궤적 시리즈에 등장했던, 혹은 이름만 알려졌던 수많은 캐릭터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윤 카파이는 초반부부터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짧게 만나볼 수 있으며, 시즈나 역시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잠시 참전한다. 베르가르드 제먼도 조작 가능하며, 전작 악역으로 등장했던 캐릭터와 공투하는 임무도 존재한다.
세 파티로 나뉘어 펼쳐지는 메인 스토리
초반부 마르두크 사에서 튜토리얼에 가까운 스토리를 진행한 뒤, 유인 우주 비행 프로젝트인 ‘스타 테이커’ 계획과 함께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이와 동시에 공권력의 빈틈을 노린 비밀스러운 범죄들이 일어나며, 1부에서는 이런 문제들을 반 일행이 4SPG 의뢰를 통해 해결한다. 2부부터는 본격적으로 세 일행의 이야기가 서로 다른 지역에서 펼쳐진다.
케빈 일행은 유흥도시 살바드에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4SPG 임무를 수행한다. 린 일행은 바젤 공국에서 스타 테이커 계획을 직접적으로 도우며, 아크라이드 탐정 사무소를 대신해 지역의 4SPG 의뢰를 해결한다. 두 일행 모두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여의 궤적 시리즈에 등장했던 전 의뢰자들과도 접촉한다. 또한 린과 크로우가 어썰트 프레임에 탑승한 채로 전투하는 이벤트도 확인할 수 있다.
반 일행은 여의 궤적 2에서 그토록 찾아 헤맸지만 발견하지 못한 ‘옥토 제네시스’를 찾는 과정을 다룬다. 수도 이디스에서 각종 4SPG 임무를 수행하고, 낮에는 탐정 사무소 일원과, 밤에는 새로운 인물들과 함께 사라진 줄 알았던 비밀단체의 재림을 수사한다. 그 과정에서 전작에 등장했던 인물과 만나거나, 비밀결사 ‘우로보로스’ 멤버들과 겨루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여의 궤적 시리즈 진행 방식을 적절히 활용해 시리즈 통일성을 유지했다. 캐릭터가 다수 등장하지만, 루트를 나누는 방식으로 혼란스러움을 줄였다. 또한 그림 가르텐을 통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캐릭터의 스토리를 부가적으로 전달하는 등 메인 스토리가 분산되지 않도록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파티를 나눈 만큼 스토리가 끊기는 느낌은 있었지만, 케빈 파티 등에서는 도리어 향후 스토리를 궁금하게 만드는 장치로 활용됐다.
전반적인 스토리 전개가 전작 여의 궤적, 여의 궤적 2와 곧바로 이어지는 만큼, 시리즈를 처음 플레이하는 게이머는 용어, 전개 등이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게임에는 ‘타임 리워드’라는 일종의 백과사전 시스템이 제공된다. 하지만 궤적 시리즈 등장인물이 여럿 등장하고, 핵심 인물 외에 반가운 캐릭터들도 팬서비스 느낌으로 다수 나오는 만큼, 최소한 여의 궤적 시리즈를 즐긴 뒤 플레이하길 권한다.
여의 궤적 2에서 계승된 전투 시스템
전투는 기본적으로 여의 궤적 2를 계승, 발전한 방식으로 진행되며, 특히 필드 배틀에서 여러 새로운 기능들이 도입됐다. 그만큼 필드 배틀이 전작보다 더 빠르고 쾌적해졌다. 발전된 전투, 크래프트, 아츠 연출은 덤이다.
필드에서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일반공격, 차지 어택, 퀵 아츠를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시간을 잠시 멈추는 ‘Z.O.C’에 더해 일부 캐릭터에게 ‘각성’이 추가됐다. 반, 린, 케빈, 시즈나, 주디스 등 성흔, 변신, 신기합일을 보유한 캐릭터들이 사용할 수 있으며, 실시간으로 부스트 게이지를 소모해 체력을 회복하고 공격력이 크게 오른다. 이를 활용하면 강력한 대형 몬스터도 필드에서 제압할 수 있다.
커맨드 배틀에서는 ‘Z.O.C’ 외에도 블리츠와 샤드 커맨드가 추가됐다. 특히 중요한 요소는 샤드 커맨드로, 부스트를 소모해 정해진 턴 동안 광역 버프를 준다. 받는 피해를 크게 줄여주거나, 물리와 마법 대미지를 크게 높이는 등 출중한 성능을 지녔다. 또한 적이 발동한 안티 샤드 커맨드를 상쇄할 수 있어, 보스전에서 특히 중요하게 활용된다.
여러 시스템이 추가된 만큼, 일반 필드 배틀은 다소 쉽게, 보스전은 전작보다 어렵게 느껴졌다. 특히 ‘일반’ 난이도에서 별 고민 없이 서브 퀘스트 보스와 싸우다 패배해 정신이 번쩍 들었다. 초반부터 광역 전능력치 디버프를 걸거나, 복수의 상태이상을 거는 보스도 있었다. 또한 초중반부 보스부터 서로 다른 기믹, 능력, 패턴을 사용해 갑작스럽게 파티가 전멸하거나, 전투가 상상 이상으로 늘어지기도 했다.
특히 보스들은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샤드 커맨드, Z.O.C를 똑같이 사용할 수 있어 이에 맞춘 전략이 필요했다. 특히 고전했던 부분은 ‘린’ 파티로, 회복기를 가진 캐릭터를 지킬 방법이 적어 전투가 더 길게 느껴졌다. 또한 샤드 부스트 게이지를 활용해야 하는 각성과 샤드 커맨드가 생긴 만큼, 필드와 전투 양면에서 적절한 조절이 필요하다.
메르헨 가르텐에 보드게임을 더한 '그림 가르텐'
그림 가르텐은 여의 궤적 2에 있었던 메르헨 가르텐과 진행방식이 유사한 콘텐츠다. 게임 초반부에는 스토리와 직접 연계되어 무조건 진행해야 하며, 전반적으로 동화 분위기였던 메르헨 가르텐과 달리, 마왕의 성을 연상케 하는 어두운 배경과 분위기가 특징이다.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반은 그림 가르텐 한정으로 필드와 커맨드 배틀에서 ‘그렌델’ 모드로 변신할 수 있다.
구역을 돌파하던 메르헨 가르텐에 더해, 캐릭터 아바타를 조작해 보스에 다가가는 보드게임식 방식이 더해졌다. 보드판 위에는 미션을 수행하는 스테이지 외에도 샤드, 보너스 버프, 재화 등을 획득할 수도 있다. 운이 좋다면 궤적 시리즈에서 사랑 받는 몬스터 ‘폼’ 시리즈와 마주칠 수도 있다.
진행 도중 메멘토 오브라는 아이템을 습득하면 ‘추억의 대좌’에서 일부 캐릭터의 배경, 대륙의 풍경 등 숨겨진 이야기도 확인할 수 있다. 추억의 대좌에서는 게임 플레이 도중 선택하지 않았던 커넥트 이벤트도 감상할 수 있다. 그림 가르텐에서는 메인 스토리와 다르게 원하는 대로 파티를 구성할 수 있고, 전작에 등장한 보스 몬스터가 재등장 하는 등 시리즈 팬들을 위한 여러 콘텐츠가 혼합됐다.
계의 궤적은 시리즈 팬들을 겨냥한 게임이다. 전반적으로 지지부진하다 평가 받았던 여의 궤적 2보다 빠른 호흡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궤적 시리즈에서 사랑 받았던 캐릭터들이 돌아와 스토리 중심에 섰고, 직접 전투에 활용할 수도 있다. 그림 가르텐에서는 지금껏 공개되지 않았던 비밀결사의 배경 등도 일부 선보였다. 시리즈 입문작으로는 적절하지 않지만, 팬들에게는 즐거움을 줄 수 있는 타이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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