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言] 응, 안 걸리면 그만이야! 여관 시뮬 ‘던전 인’
2024.11.16 11:00게임메카 김형종 기자
게임메카 / 제휴처 통합 1,285 View
던전과 관련된 판타지 작품은 대중적이다. 영웅들이 던전에서 위기를 이겨내거나, 기연을 얻어 자신을 버린 이들에게 복수하거나, 마왕이 되어 던전을 운영하는 등 서로 다른 주제와 소제를 지닌 작품들도 여럿 나왔다. 다만 모험가보다 ‘여관’이라는 휴식의 장소에 초점을 맞춘 작품은 적다. 특히 여관 주인이 숨겨진 고수거나 은퇴한 전 최강자가 아닌 작품은 더 찾아보기 힘들다.
던전 인은 여관 주인이 순수하게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는 게임이다. 여관을 운영하는 3인방은 강력한 무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세계를 구하고 싶다는 숭고한 목표를 가진 것도 아니다. 그들은 그저 돈이 좋고, 더 많이 벌고 싶어한다. 이를 위해 사이가 매우 좋지 않은 두 길드의 소속 모험가를 모두 여관에 받는 위험천만한 모험도 감행한다. 두 길드는 어찌나 앙숙인지 입구에서 마주치기만 해도 목숨을 걸고 싸우는데, 그런 줄다리기를 아슬아슬하게 관리하는 것 역시 묘미다.
매우 독특한 콘셉트가 인상적인데, 어떻게 이런 게임을 구현했는지 개발팀 캣 소사이어티 고민진 리더에게 직접 물어볼 기회를 얻었다.
던전 인을 만든 욕심 많은 개발팀 ‘캣 소사이어티’
캣 소사이어티는 고민진, 김예람, 이혜명 세 개발자로 구성된 소규모 개발팀이다. 고민진 리더(이하 고 리더)는 여러 게임사에서 개발 경험을 지닌 베테랑 개발자로, 게임의 메인 스토리와 기획, 프로그래밍 등을 담당하고 있다. 팀의 모토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분위기에 새롭고 창의적인 게임플레이를 도전하는 것이다.
고 리더가 던전 인을 처음 구상한 것은 2014년이었다. 본래 스케줄링 시뮬레이션 및 보드게임을 상당히 좋아했고, 관련 장르 게임을 개발하길 원했다. 하지만 대중적인 장르는 아니었기 때문에 결국 회사를 나와 본격적으로 팀을 구성했고, 2017년부터 실질적으로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고 리더는 “개발자 3명 다 욕심이 있어 어려움도 많았다”라며, “처음에는 게임이 매우 거대했지만, 다듬고 줄여 현재 형태가 됐다”고 전했다.
독특한 콘셉트였던 만큼 기획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시작하는 공간 하나를 사이가 좋지 않은 인원이 공유하면 어떨까 하는 발상에서 출발했다고 고 리더는 전했다. 그래서 낮에는 용사, 밤에는 몬스터가 묵는 여관을 기획했다. 하지만 몬스터가 출퇴근 한다는 느낌이 다소 어색했고, 이후 던전을 공격하는 용사와 이를 막아서는 숭배자들로 설정하고자 했다. 다만 이 또한 당시 시대상에 맞지 않아 세계관을 다시 다듬어 사이가 좋지 않은 모험가들이 여관을 사용하는 지금의 구도를 만들었다고.
짜임새 있고 탄탄한 시스템이 돋보이는 던전 인
던전 인은 짜임새 있는 스케줄링 시뮬레이션과 독특한 플레이 요소를 지녔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길드에서 던전으로 모험가들이 매 턴 이동한다. 왼편에는 바다 길드, 오른 편에는 산 길드 모험가들이 위치하는데, 플레이어는 ‘입간판’ 기물을 설치해 모험가들을 여관으로 이끌어야 한다. 문제는 두 길드와 모험가들이 매우 사이가 좋지 않아, 여관 입구에서 만나면 곧바로 생사를 건 사투를 벌인다.
각 모험가는 서로 다른 이동 속도를 지니며, 이를 조절하는 에너지 음료, 음식 가판대, 돌림판 등 기물을 활용해 되도록 두 길드 모험가들이 마주치지 않도록 조절해야 한다. 고 리더는 “게임 핵심 기물들은 모두 이동 속도를 제어하도록 설계했다”라며, “본편에는 주요 등장인물마다 ‘간이 포탈’ 등 이동 관련 스킬을 보유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필연적으로 전투를 회피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때 플레이어는 한 쪽의 편을 들어 나머지를 제거할 수도 있다. 캐릭터의 말을 빌리자면 ‘죽은 자는 말이 없’기 때문에, 도운 편이 승리한다면 큰 페널티는 없다. 하지만 만약 도와준 쪽이 패배하거나 이런 상황이 자주 발생해 의심 수치가 지나치게 오르면, 결국 여관을 버리고 도망쳐야 한다.
특히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날씨, 소식을 듣고 오는 고유 모험가 등 무작위 요소들이 더해진다. 초반부 스테이지에서는 원하는 대로 유도할 수 있지만, 이후에는 결국 통제를 벗어나며, 이 또한 재미의 일부다. 고 리더는 “운 보다는 상황 판단이 중요하도록 게임을 설계했다”라며, “전투 역시 변수를 통해 ‘줄을 타는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구현했다”라고 전했다.
걸리지 않으면 그만이야, 블랙 코미디와 귀여운 아트
던전 인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개성은 귀여운 캐릭터 아트와 대비되는 블랙 코미디다. 전반적인 캐릭터와 모험가는 매우 귀엽게 그려졌다. 주요 등장인물인 고양이 수인 ‘버터’와 ‘밤이’, 여주인공 ‘사라’ 모두 귀엽고 친숙하게 그려졌으며, ‘모뉴먼트 밸리’가 연상되는 캐릭터에 북유럽풍 의복을 더했다. 각 길드 모험가는 드워프나 인간뿐만 아니라 산과 바다에서 서식하는 곤충, 버섯, 펭귄, 뱀을 의인화하는 등 다양성을 담았다.
전반적인 UI와 아이콘은 여러 보드게임에서 영감을 받았다. 캐릭터 이벤트, 목표 카드 등의 UI는 여러 보드게임과 유사하게 단순하면서도 알아보기 쉽도록 구현했다. 각 목표를 달성했을 때 얻는 길드 토큰, 의심 수치, 금전과 정령 등 아이콘 모양 역시 보드게임의 토큰과 유사하도록 만들었다. 고 리더는 “게임 전체가 보드게임의 느낌을 크게 살리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또한 전반적인 플레이, 스토리, 대사가 귀여운 캐릭터와 그래픽과 대비되는 블랙 코미디를 선사한다. 예를 들어 여주인공 사라는 엄청나게 돈을 밝히는데, 던전을 지배하는 위대한 용 앞에서 이중영업에 기반한 여관 계획을 발표하거나, 장사 밑천을 상품으로 내걸어 모험가들의 발을 묶는데 사용한다. 심지어 전투로 세상을 떠난 모험가들의 무기나 장비들을 암시장에 팔다 길드의 의심을 사자 “에잇 걸렸네”, “돈 많이 벌었으니까, 다음에 안 걸리면 되지!”라고 뻔뻔하게 나온다.
노랑 줄무늬 고양이 수인 ‘버터’는 “역시 사라야”라며 오히려 상황을 부추기고, 유일한 정상인 턱시도 고양이 수인 ‘밤이’만 매일 마음을 졸인다. 그 와중 버터가 주조한 술을 몰래 팔거나, 에너지 드링크를 지급해 모험가가 달리도록 만들거나, 버터가 굽던 맛있는 생선을 뺏어 손님에게 주는 등 여관인의 애환이나 돈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면모를 드러내며 소소한 웃음을 준다.
복잡한 시스템,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
던전 인은 전반적으로 짜임새 있고 체계적이지만 복잡한 시스템을 지녔다. 기본 시스템 외에도 전투 횟수 체크, 토큰 획득 방식 등 세세한 요소들을 플레이어들이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이 큰 도전이었다고 고 리더는 전했다. 체험판을 공개한 뒤로도 연관된 피드백이 나와, 아트와 기획에서 더 많은 부분을 신경쓰고 있다고.
다만 고 리더는 더 복잡하고 긴 튜토리얼을 준비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현재 공개된 ‘던전 인: 가오픈’ 체험판이 일종의 튜토리얼 역할을 하며, 초반부 1 챕터(한 달)를 통해 게임의 시스템 대부분을 설명한다. 고 리더는 “직접 보면서 플레이해야 기억에 오래 남는다”라며, “체험판을 통해 게임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해하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한 유저마다 느끼는 게임 난이도가 크게 다른 부분도 개발에 어려움을 줬다. 너무 어렵다는 플레이어들이 있어 ‘캐주얼’과 ‘용감함’ 난이도로 나눴는데, 일부 유저들은 지나치게 쉬웠다는 피드백이 나왔다. 향후에는 스토리모드와 다른 구조의 ‘무한 모드’를 추가해 더 어려운 난도 역시 지원할 계획이며, 용감함과 캐주얼 사이 난이도를 원하는 유저들을 위한 난이도 역시 고민 중이다.
지난 14일 출시된 앞서 해보기 버전에서는 스토리모드 16 스테이지(네 달) 분량이 수록됐다. 향후 정식 출시 버전에는 48 스테이지(1년) 분량의 완성된 스토리 모드가 담길 예정이다. 고 리더는 “언제나 피드백 다양하게 주신 점 너무 감사하다”라며, “응원 덕분에 게임을 더 재미있게 만들 힘이 생기는 만큼, 좋은 게임으로 뵙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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