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zip] 이용자 보호에 초점, 올해의 게임 판결 3선
2024.12.31 11:18게임메카 강정목 변호사
게임메카 / 제휴처 통합 1,800 View
어느덧 다사다난했던 2024년 한 해도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올해는 게임산업에 있어 법적으로 중요한 해였는데요. 제작사와 유저들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게임산업의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여러 중요한 판결들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게임 이용자들의 권리, 확률형 아이템의 규제, 저작권 등 게임산업의 핵심 쟁점들이 법정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졌으며, 이는 향후 게임산업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그래서 2024년 한 해 동안 진행된 게임 관련 소송 중 국내 게임 이용자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3개 판결을 선정해 관련 내용을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사건 주요 내용, 현재 진행 상황, 각 사건이 앞으로 게임산업과 이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 리니지2M 유저들의 단체 소송
- 부산지방법원 2024나55334 손해배상(기) 사건
먼저, 리니지2M 유저들이 단체로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입니다.
리니지2M 유저들은 "엔씨소프트가 리니지2M에 대해서 인터넷 방송인들과 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한 것은 유저들과 맺은 약관을 비롯한 계약을 위반한 것이므로, 이에 따라 발생한 손해를 보상하라"라는 취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이에 대해 법원은 엔씨소프트가 인터넷 방송인과 거액의 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하고, 그 인터넷 방송인이 리니지2M에 많은 돈을 과금한 사실, 엔씨소프트와 인터넷 방송인이 프로모션 계약 조건이나 보수에 대해 구체적으로 유저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사실 등에 대해서는 인정했습니다.
다만 이러한 행위들을 불법행위로 볼 수 없어 리니지2M 유저들에게 부당한 손해가 발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엔씨소프트가 전부 승소하는 내용의 1심 판결을 내렸습니다.
현재 이 사건은 원고인 리니지2M 유저들이 지난 7월 4일자로 항소하여 현재 부산지방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입니다. 참고로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직권으로 이 사건에 대해 7월 19일에 조정회부결정을 내려, 현재는 조정절차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조정이란, 재판부에서 직접 판결하기 전에 당사자들끼리 법원에 있는 조정실에서 직접 만나 합의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이러한 조정 절차 중 원고인 리니지2M 유저들과 피고인 엔씨소프트 사이에서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별도 판결문 없이 이 사건은 마무리됩니다.
이 사건의 최종 결과는 향후 게임사들의 인플루언서 마케팅 방식과 유저들에 대한 고지의무 범위와 관련해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게임업계의 마케팅 투명성과 관련해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두 번째, 로스트아크 대리게임으로 인한 영구 이용정지
- 대법원 2024다324866 계정 영구이용정지조치 해제 등 사건
다음으로, 로스트아크에서 대리게임을 이유로 계정 영구이용정지 조치를 당한 유저가 스마일게이트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입니다.
이 사건은 2018년부터 로스트아크를 이용한 유저가 2023년에 게임 내에서 실시된 이벤트에 참가했다가 대리게임을 했다는 의혹이 발생했고, 스마일게이트가 해당 유저의 계정을 영구 이용정지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위 사건 1심 및 2심에서 양측은 대리게임 행위의 존재 여부 및 스마일게이트가 취한 영구 이용정지조치의 정당성에 대해서 다퉜는데요. 1심과 2심 모두, IP 접속 기록, 단축키 설정 패턴 등의 증거를 통해 원고의 대리게임 행위는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대리게임을 했다는 이유로 스마일게이트 측이 원고가 5년간 투자한 게임 캐릭터의 가치를 완전히 상실시키는 영구정지 조치를 취한 것은 불합리하다는 이유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러한 법원 판결에 대해 스마일게이트는 지난 12월 16일 최종적으로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습니다. 대법원에서 최종적인 판단이 내려진다면, 이 사건은 더 이상 다툴 방법이 없게 되어 법률적으로 확정됩니다.
이 사건은 게임사의 제재가 갖춰야 할 비례성의 원칙에 대해 중요한 법적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참고로 비례성의 원칙이란 제재의 수위가 위반 행위의 중대성에 비례하여 정해져야 하며, 목적 달성을 위한 최소한의 제한이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주로 행정소송에서 자주 인용됩니다.
하급심에서는 대리게임이라는 불공정 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장기간 투자한 게임 자산에 대한 완전한 박탈은 과도한 제재라고 판단했는데요. 현재 대법원에서 계류 중인 이 사건의 최종 판결은 앞으로 있을 게임사들의 제재 정책 수립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게임 내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할 때, 유저의 게임 이용 기간과 투자 정도를 고려해야 한다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업계와 이용자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판결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세 번째, 메이플스토리 확률형 아이템 분쟁
- 대법원 2023다216883 매매대금 반환 사건
마지막으로,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하여 소위 '보보보 사건'으로 알려진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매매대금 반환 사건입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넥슨을 상대로 약 1,144만 원 상당의 게임 내 재화 구매 대금을 반환해달라는 청구를 제기했는데요.
이에 대해 2심은 넥슨의 '보보보' 옵션 조합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밝히지 않은 부분을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기망행위로 인정하면서 원고의 청구 금액의 약 5%인 약 57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러한 2심 판결에 대해 넥슨은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지난 11월 28일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상고기각, 즉 넥슨의 주장을 배척하면서 2심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이번 판결은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하여 게임사의 책임에 대한 첫 대법원 판례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집니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 운영에 있어 정보 공개 투명성과 소비자 권리 보호에 대한 법적 기준을 최초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 판결의 여파는 현재 진행 중인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717명의 집단조정 절차를 넘어, 게임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최근 국회의 확률형 아이템 관련 법안 발의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등과 맞물려, 게임사들의 확률 정보 공개 방식과 운영 정책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법원 판결로 본 2024년, 이용자 보호의 전환점이 되다
2024년은 게임산업에서 이용자 권리 보호가 한층 강화된 해로 기록될 것입니다.
앞서 살펴보았듯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투명성(리니지2M), 게임사 제재의 비례성(로스트아크),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 의무(메이플스토리) 등 주요 쟁점에 대해 법원이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했는데요. 이러한 일련의 판결들은 단순히 개별 사건의 해결을 넘어, 게임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특히, 2024년에 있었던 판례들을 살펴보면 게임사와 이용자 간의 권리·의무 관계를 보다 명확히 하고, 게임 서비스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법원의 판단이 진일보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다가오는 2025년은 게임업계가 이러한 법원의 판단을 토대로 이용자 권익 보호와 산업의 건전한 발전이라는 두 방향에서 균형점을 찾아가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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