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컬처 레드오션, 국내 게임사별 생존 전략은?
2025.02.06 18:02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게임메카 / 제휴처 통합 1,825 View
국내 게임시장이 레드오션이 됐다는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며, 나름 새 영역이라 평가됐던 서브컬처 게임도 마찬가지다. 특히 작년에는 기존 타이틀이 건재한 가운데 젠레스 존 제로, 명조: 워더링 웨이브 등 중국 게임사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갖춘 뉴비 다수가 출현했다. 여기에 올해도 국내외 게임사 다수가 오랜 기간 갈고 닦아온 서브컬처 신작 군단을 출격시키며 안 그래도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펼쳐지는 생존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서브컬처 게임 시장에 대한 전망 자체는 낙관적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작년 9월에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2018년부터 2023년 게임시장 성장률은 5.2%, 모바일게임 성장률은 7.8%에 불과했으나, 서브컬처 게임 성장률은 16.7%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기존 IP 플랫폼 확장, 짧아지는 플레이 타임, 높아지는 방치형 게임 인기 등을 고려하면 서브컬처 게임 성장률은 연 10%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시장이 성장하더라도 게임 자체가 늘어난다면 파이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더 치열해지기 마련이다.
시장 자체가 성장하더라도 저마다 날카로운 무기를 지닌 게임 사이에서 선두를 지키거나, 두각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남다른 전략이 요구된다. 전반적으로 높아진 유저 눈높이에 맞춰 일정 이상의 완성도를 갖추는 것은 기본이며, 다른 게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엣지 포인트’를 갖처 게임이 지닌 매력을 최대한 잘 알려야 한다.
바야흐로 ‘대 서브컬처 게임 시대’라고 불러도 무방한 이 시점, 국내 게임사는 과연 어떠한 생존전략을 준비 중일까? 게임메카는 국내 게임사 중 서브컬처 게임을 개발∙서비스 중인 주요 업체를 선정하여 관련 내용을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시프트업, 넥슨게임즈, 네오위즈, 넷마블, 컴투스, 웹젠까지 6개 게임사를 다룬다.
시프트업 – 유저의 가슴이 뜨거워질 만한 순간을 만들어라
모바일게임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는 지난 4일 전세계 구글 및 애플 매출 추정치를 토대로 ‘승리의 여신: 니케(이하 니케)’가 전 세계 누적 매출 10억 달러(한화 약 1조 4,490억 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전체 매출에서 국가별 기여도는 일본이 54%로 가장 높았고, 한국(16.2%), 미국(16%) 순이었다.
이처럼 니케는 서브컬처 게임 성공사례로 손꼽히고 있으나, 이를 개발하는 시프트업도 경쟁이 만만치 않다는 입장이다. 시프트업은 “단순히 높은 퀄리티의 일러스트와 캐릭터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저들이 장기적으로 애정을 가질 수 있는 IP의 매력과 차별화된 경험이 필수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제작진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유저의 감정을 움직이는 ‘특별한 경험’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것이다. 시프트업은 “니케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기반으로 기업과 중앙정부 소속의 인물을 조명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과정에서 캐릭터와 이벤트를 통해 희로애락의 감성을 모두 자극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서브컬처 게임을 지향한다”라며 “플레이어가 다양하게 상상할 수 있도록 립싱크를 활용한 2D 대화 장면, 텍스트 위주 콘텐츠, 컷신, 애니메이션, 3D, BGM 등 시각적/청각적으로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 내러티브를 표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특별한 경험 전달은 게임 외적으로도 이어진다. 시프트업은 “니케 2주년을 기념해 유저들이 보낸 메시지를 실제 우주로 전송하는 이벤트를 했다. 단순한 게임 업데이트를 넘어 잊지 못할 경험을 제공하기 위함이었다”라며 “서브컬처 게임은 단순히 플레이하는 게임이 아니라, 유저의 감정을 움직이고 ‘가슴이 뜨거워질 만한 감동적인 순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넥슨게임즈 – 미디어믹스로 확장되어 소비되는 생태계 구축
블루 아카이브는 난공불락으로 평가됐던 일본 서브컬처 시장을 뚫어낸 대명사로 평가된다. 이후 넥슨게임즈는 작년에 서브컬처 게임 개발과 서비스를 아우르는 전담조직인 IO 본부를 설립했고, 차기작인 프로젝트 RX를 제작 중이다. 블루 아카이브의 경우 게임 내 업데이트와 함께 TV 애니메이션, 국내 공식 굿즈 스토어 등을 토대로 외적으로도 많은 제품을 선보였다. 그 배경에는 IP가 다방면으로 소비되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게임도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넥슨게임즈는 “서브컬처 게임이 흥행하기 위해서는 음악, 코믹스, 애니메이션, 굿즈 등 미디어믹스로 확장되어 소비되는 생태계를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유저들의 2차 창작을 지원하고, 활발한 컬래버레이션 및 오프라인 이벤트로 IP를 적극 확장하고 있다”라며 “활발한 IP 확장 시도는 블루 아카이브를 아끼는 탄탄한 팬덤을 형성했고, 2차 창작으로도 이어졌다”라고 밝혔다.
IP 파워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게임 자체가 유저들의 몰입과 흥미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기획되어야 한다. 넥슨게임즈는 “블루 아카이브는 다수의 서브컬처 장르가 ‘아포칼립스’라 불리는 어둡고 절망적인 세계관을 채용한 데 반해, 학원도시 ‘키보토스’에 부임한 선생님이 되어 학생을 인솔하는 스토리 구조를 특징으로 삼았다”라며 “게임 이름에 걸맞은 밟고 청아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각각의 설정과 플레이 특성을 갖춘 캐릭터를 통해 스토리에 설득력을 더한다”라고 전했다.
유대를 쌓는 부분에는 제작진과의 소통도 빠지지 않는다. 특히 서브컬처 게임에서는 제작진의 팬을 자청하는 유저가 적지 않다. 넥슨게임즈는 “블루 아카이브는 주요 업데이트 시기에 맞춰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라이브 방송을 한다. 제작진이 직접 출연해 캐릭터나 스토리에 대한 상세 설정과 개발 비화, 미공개 콘셉트 아트를 공개하는 ‘개발자 코멘터리’가 호평을 받고 있다”라며 “블루 아카이브 IP가 유저와 함께 만들어가는 생태계를 상기하며, 개발진이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네오위즈 – 제작진이 틀을 짜고, 유저와 함께 완성한다
브라운더스트2는 초기 성과는 만족스럽지 않았으나,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토대로 민심을 뒤집어내며 역주행에 성공했다. 게임을 반등시키는 것은 한 번 등을 돌린 유저를 다시 돌아오게 해야 하기에 어떠한 측면에서 신작을 성공시키는 것보다 어렵기도 하다. 그 원동력에는 유저들의 의견을 토대로 게임을 완성해 간다는 큰 방향 전환이 있었다.
네오위즈는 “브라운더스트2는 90년대 JRPG 경험을 최신 디바이스에서 구현해 보자는 방향으로 시작했다. 팩 시스템으로 다양한 세계관을 게임 하나에서 제공할 수 있다는 특징을 아트와 스토리로 극대화했다. 이 바탕을 만드는데 1년 넘게 걸렸다”라며 “일러스트 퀄리티에 대한 평가는 높았지만, 개별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기 어렵다고 지적됐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1인칭 대화 시스템, 특별 상호작용 콘텐츠 등을 도입해 캐릭터와 더 가까워지는 경험을 제공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마련한 기반에 “지향하는 게임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생각으로 유저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네오위즈는 “기존에는 PD, 개발팀, 사업팀 등 회사 의견이나 입장을 주된 업데이트 방향의 근거로 삼았다면, 이제는 팬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팬들이 원하는가, 재미있어 할 것인가, 받아들여질 것인가의 측면에서 접근한다”라며 “업데이트 후에는 만족도가 어떠한지, 어떤 방향으로 개선이나 추가가 필요할지를 세심히 확인한다”라고 전했다.
앞서 이야기한 방향은 방송에도 드러난다. 개발 PD, 사업실장, 스토리 팀장, 원화 팀장이 모두 출연해 솔직한 소통을 지향한다. 네오위즈는 “출시 전까지는 개발팀이 주도한다면, 출시 후부터는 유저와 함께 만들어가는 게임으로 전환된다”라며 “팬 퍼스트 관점 아래 최대한 솔직하게 대답하는 것이 저희의 노력이자 준비라 생각한다. 여기에는 돌발적인 상황에 개발과 사업 책임자가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도 포함되어 더 진정성 있다고 생각해 주시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컴투스 – 캐릭터에 포인트를 준 비장의 한 방 ‘SNS’
컴투스는 작년에 첫 서브컬처 게임인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이하 스타시드)’를 출시하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스타시드는 조이시티 자회사인 모히또게임즈가 개발했고, 컴투스가 글로벌 퍼블리싱을 맡고 있다. 가상세계로 뛰어든 플레이어가 AI 소녀인 ‘프록시안’과 함께 멸망을 막기 위해 싸운다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각기 다른 매력과 능력을 지닌 캐릭터가 등장한다.
스타시드에는 쉽게 지나쳐버릴 수 있는 캐릭터의 매력을 자연스럽게 유저에게 전달해 준 비장의 한 방이 있었다. 게임 내에 인스타그램과 비슷한 SNS 시스템인 ‘인스타시드’를 마련했다. 컴투스는 “인스타시드에서는 캐릭터의 일상 이미지와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라며 “1 대 1로 대화를 나누고 선물도 전달할 수 있어 차별화된 소통 창구로 인기를 끌고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유저 사이에서 인스타시드는 스타시드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손꼽히고 있다. 캐릭터들이 현실에서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것처럼 서로의 일상 게시물에 댓글과 이모티콘을 달며 감정을 표현하며, 댓글에 ‘좋아요’나 ‘추천’ 등도 달 수 있다. 여기에 호감도를 높이거나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일러스트와 함께 새로운 게시글이 올라가기에, 동기 부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캐릭터의 SNS 활동에 집중하게 하기 위해서는 자세히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해야 한다. 컴투스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얼마나 큰 몰입도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일 것 같다. 장르에 맞춰 표현하면 ‘모에 요소’가 얼마나 많은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라며 “스토리와 캐릭터의 매력도는 결국 게임의 몰입을 좌우하는 요소이며, 유저와 같은 시각을 기반으로 한 운영은 외적인 몰입도를 높여준다고 생각한다”라고 답변했다.
넷마블 – 유치하다 지적된 대사와 연출 전면 수정
넷마블은 작년 지스타에 서브컬처 신작인 ‘몬길: 스타 다이브’를 선보인 바 있다. 스마트폰 게임 초창기를 대표하는 몬스터길들이기를 기반으로 하여 원작 팬들의 눈길을 끌었으나, 첫 시연에서 모두를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가장 큰 부분은 스토리 연출과 대사가 다소 유치하고, 올드하게 느껴졌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넷마블은 “서브컬처 게임은 소통이 준비된 개발 단계부터 라이브 서비스를 진행하는 모든 과정에서 유저 분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지스타 2024에서 처음 선보인 후 지적을 받았던 대사, 연출, 액션 포인트를 모두 걷어내고 수정하고 있다. 이 외에 캐릭터 디자인과 내러티브도 퀄리티를 개선하고 있으며, 이후 비공개 테스트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여 적극 소통하려 한다”라고 설명했다.
유저에 초점을 맞춘 방향성은 비즈니스 모델과도 연결된다. 서브컬처 장르에서도 캐릭터를 획득하는 부분에 대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캐릭터를 꾸미거나 성장 재료를 판매하는 쪽으로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 무조건 뽑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캐릭터에 비용 지출을 집중하는 형태다.
이에 대해 넷마블은 “최근 BM 접근법에 대한 변화를 체감하고 있으며, 유저들이 보다 부담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원하고 있다는 점도 잘 인지하고 있다”라며 현재 개발 중인 신작에서도 이러한 요인을 고려해 플레이 경험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웹젠 – 비주얼은 상향평준화, 다른 강점 필요하다
웹젠은 뮤 IP 중심에서 서브컬처 등 영역을 넓히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 '라그나돌'을 국내에 출시한 바 있으며, 작년 지스타에도 서브컬처 장르 신규 타이틀인 ‘테르비스’와 ‘드래곤소드’를 출품했다. 이 중 첫 시연 버전을 출품한 드래곤소드의 경우 헌드레드 소울로 잘 알려진 하운드13이 개발을 맡아 서브컬처 오픈월드 RPG를 바탕으로 호쾌한 액션을 선보인 점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서브컬처 시장에 대해 웹젠은 비주얼적인 부분은 시장 전반적으로 상향평준화됐다는 점에 대해 공감했다. 웹젠은 “너도나도 서브컬처 게임을 개발하고 있으며, 높은 퀄리티로 출시되는 상황이다”라며 “비주얼은 상향평준화되어 있기에 기본이 되어야 한다. 외형만으로는 부족하며, 캐릭터 매력을 돋보일 수 있는 캐릭터성을 갖추는 것과 함께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어야 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서브컬처 시장에서 초심자 입장인 웹젠은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지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웹젠은 “잘 짠 스토리, 매력적인 캐릭터, 높은 완성도의 시스템을 갖춘다면 유저들이 선택해 줄 것이라 믿는다”라며 “퀄리티를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그 안에서 감동적이고 매력적인 내러티브를 전하기 위해 세계관, 스토리라인, 캐릭터 설정 등 디테일한 부분을 신경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집중하는 부분이 출시 전부터 여러 창구를 통해 유저와 만나며 친밀도를 쌓는 부분이다. 웹젠은 “출시 전임에도 작년 한 해 동안 지스타부터, AGF(Anime Game Festival) 등 국내 주요 행사는 물론 일본 최대 서브컬처 행사인 ‘코믹마켓’ 등 여러 국내외 행사에 출전했다”라며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미디어믹스 및 행사를 통해 유저와의 접점을 늘려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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