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를 떠나 독립한 요시다 슈헤이가 BIC 2026 현장을 찾아 글로벌 인디 게임 생태계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공유했다. 그는 플랫폼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개발사를 자문하며 인디 게임의 본질은 개발자의 진정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 인디 게임의 강점을 높게 평가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실질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 BIC 2026 현장을 방문한 요시다 슈헤이 (사진: 게임메카 촬영)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시절부터 오랜 시간 전 세계 게임 생태계를 조망해 온 요시다 슈헤이가 작년 독립 후 설립한 개인 법인 'YOSP'의 어드바이저로서 BIC 2026 현장을 찾았다. 과거 플랫폼 홀더의 관점을 넘어, 이제는 독립 프리랜서이자 자문가로서 다양한 플랫폼과 개발사를 잇는 그는 30년 넘게 축적된 안목으로 글로벌 인디 씬의 최전선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었다.
이를 보여주듯 BIC 2026 개막에 앞서 미리 작품들을 플레이하고 올 정도로 현장 준비에 진심이었던 요시다 슈헤이는 오랜 시간 현장의 최전선에 있었던 예리한 견해를 공유했다. 글로벌 시장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과 인디 씬을 향한 애정이 공존하는 요시다 슈헤이로부터 '좋은 인디 게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Q. 소니에서 독립한 이후 여러 개발사를 만나면서 시각이나 생각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작년 1월 독립 이후 다양한 인디 퍼블리셔 및 개발자들로부터 "어드바이저가 되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에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를 개발한 케플러 인터랙티브나 전 안나푸르나 인터랙티브 멤버들이 독립한 '픽션스'라는 회사의 자문도 맡고 있다.
독립하여 프리랜서가 된 이후에는 특정 플랫폼에 얽매이지 않게 되었다. 닌텐도, Xbox, 넷플릭스 등 다양한 플랫폼 담당자들과 미팅을 진행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각 플랫폼이 인디 개발사와 퍼블리셔를 어떤 방식으로 지원하는지 깊이 알 수 있어 매우 새롭고 신선한 경험을 하고 있다.
▲ 넷플릭스는 자사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사업영역 확장에 힘쓰고 있다 (사진출처: 넷플릭스 공식 홈페이지)
Q. 본인이 생각하는 '인디게임'의 정의는 무엇인가?
과거에는 퍼블리셔 없이 직접 배급하는 독립성을 의미했으나, 현재는 인디게임 전문 퍼블리셔가 보편화되어 형식적인 구분은 무의미해졌다. 인디의 본질은 '인디 스피릿'에 있다. 퍼블리셔의 유무나 규모와 관계없이, 개발자가 '진심을 담아 만들고 싶어서 제작한' 창작자의 뚜렷한 의지와 진정성이 온전히 담겨 있다면 그것이 바로 인디게임이라 생각한다.
Q. 최근 인디게임 개발에 AI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형사부터 소규모 팀까지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프로그래밍 분야에서 효율이 매우 높다. 일례로 제 지인 중에는 PS 플랫폼 게임을 만들다 독립해 인디 개발자가 된 크리에이터가 있다. 그 사람은 기획과 아트가 뛰어나지만, 코딩이 서툴러 자신의 프로그래밍 실력 안에서만 기획을 한정 짓던 개발자다. 그러나 지금은 AI를 활용해 작업 속도를 높이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던 게임을 제작하게 돼 "앞으로 매년 게임을 만들겠다"고 말한 사례가 있다.
생성형 AI를 아트에 활용하는 경우도 예시가 된다. 과거에는 신작 세계관이나 아트 스타일을 고민할 때 콘셉트 아티스트와 시안을 주고받으며 1~2주씩 대기해야 했으나, 현재는 생성형 AI로 매일 다양한 시안을 검토하며 아트 디렉션을 확정하는 시간이 대폭 단축되었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생각하는 AI 활용법은 게임 플레이 자체에 AI를 적용하는 것이다. 게임 속 캐릭터에게 자연어로 대화를 나누면, 캐릭터가 자연어로 대답을 해준다거나 플레이어 텍스트 입력에 따라 배경이나 이벤트가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시도가 나오고 있다.
▲ 지스타 2026 메인 스폰서 '크랙' 또한 AI 기술을 활용해 세계관과 캐릭터의 반응이 달라지는 텍스트형 게임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Q. 퍼블리싱 관점에서 게임을 볼 때 어떤 요소를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지?
특정 장르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하데스 2'나 '뱀파이어 서바이버'와 같이 해당 장르의 정점에 있는 대표작들과 비교했을 때, 최정상급 게임에는 없는 차별화된 매력이 존재하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 독창적인 아트 디렉션, 독특한 게임 메커니즘, 장르 간 결합 등 기존 명작들과 구별되는 새로운 재미를 제공하는지가 핵심 기준이다.
Q. 한·중·일 인디게임 생태계를 비교했을 때 각 국가별 특징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국가별로 뚜렷한 개성이 나타난다. 일본은 만화·애니메이션 문화의 영향으로 애니메이션풍 비주얼의 어드벤처게임이 많고 재능 있는 1인 개발자가 다수 포진해 있으나, 대규모 팀을 조직하고 이끄는 데는 다소 취약한 편이다.
한국은 과거 대형사 중심의 MMO 및 모바일 위주 환경에서 최근 몇 년 사이 인디 개발사가 급격히 증가했다. 2D 액션이나 리듬게임 장르에 강세를 보이며, 매년 새로운 개발사와 신작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경향이 보였다.
중국은 인력 이동과 팀 확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 신생 팀임에도 50~100명 규모로 결집하여 AAA급 퀄리티의 3D 액션 게임을 단기간에 제작해 내는 사례가 많다고 봤다.
▲ 요시다 슈헤이는 한국 인디 시장이 이전과 달리 장르의 폭이 크게 넓어졌다고 바라봤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Q. 30년 넘게 게임을 직업으로 접하면서도 지속해서 재미를 느끼는 비결은 무엇인지?
기본적으로 게임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여전히 즐겁게 플레이한다. 직업 특성상 완성작보다는 개발 중인 빌드를 주로 접하며, 어렵거나 이해하기 힘든 부분과 같은 문제점 위주로 피드백을 제공한다. 구체적인 해결책은 개발사의 판단에 온전히 맡기며, 시간이 지난 후 개발자가 피드백을 바탕으로 개선된 결과물을 공유해 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Q. 마케팅과 홍보가 서툰 신생·인디 개발사를 위한 조언이 있다면?
게임을 대중에게 지속적으로 노출해야 한다. 대형 행사가 어렵다면 소규모 행사부터 참가하여 이용자들의 플레이 과정을 직접 관찰하고 문제점을 도출해야 한다. SNS에 개발 과정과 아트를 꾸준히 게시해 퍼블리셔 및 이용자와의 접점을 형성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출시 단계가 다가오면 퍼블리셔 피칭과 인플루언서 섭외를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하며, 스팀 페이지 제작 시 영어와 중국어 번역은 반드시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Q. 이번 BIC 현장에서 플레이한 게임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 3가지를 꼽는다면?
행사 방문 전 BIC 웹사이트를 통해 출품작 약 30개를 선별했고, 그중 15개를 방문 전에 미리 플레이했다. 그 결과 현장에서는 미처 경험하지 못한 게임 위주로 효율적인 시연이 가능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퍼즐 게임 '레베리(Reverie)'로, 매우 영리하게 설계된 수작이다. 두 번째는 복셀 그래픽 기반의 '월드 워 V(World War V)'다. 2D로 시작했다가 3D 스테이지로 전환되며 액션 슈팅이 펼쳐지는 연출이 매력적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학교 교사와 학생이 함께 제작한 퍼즐 게임 'Where's My Red Ball'이다. 주인공 고양이 캐릭터의 완성도와 매력이 뛰어나다.
▲ 아무리 홍보가 서툴더라도 지속적인 '게임 노출'이 마케팅의 기본임을 강조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Q. 이번 BIC 행사의 좋았던 점과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은 무엇인가
소니 재직 시절에는 게임스컴이나 PAX West 등 해외 일정으로 방문이 어려웠다. 그러나 독립 후 부산을 찾아 우수한 한국 인디 게임을 접할 수 있어 매우 만족스러웠다. 웹사이트를 통해 출품작을 사전 플레이할 수 있도록 구축한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
다만, 일본 비트서밋처럼 더 많은 일반 관람객이 방문해 현장 열기가 한층 뜨거워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서구권 해외 퍼블리셔와 스카우트 관계자들의 유치를 확대해 우수한 한국 인디 게임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Q. 마지막으로 한국의 인디게임 관계자 및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쇼케이스 패널 토론을 통해 한국 개발자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어 매우 뜻깊었다.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방문하고 싶다. 관계자와 팬들이 함께 BIC를 더욱 성장시키고 축제를 즐겨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