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아너드, 세계관에 놀라고 초능력에 감탄하고!
2012.10.19 18:48게임메카 임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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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제 암살의 누명을 쓴 콜보의 복수를 그린 '디스아너드'
지난 11일 PS3, Xbox360, PC로 출시된 ‘디스아너드’는 왕당파 세력에 의해 여제 암살 누명을 쓴 주인공 콜보의 복수담을 그린다. 여기에 여느 게임이 그렇듯,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복수의 여정은 댄월(게임 무대)을 둘러싼 거대한 음모에 맞서는 이야기로 확대된다. 여타 게임과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 스토리라인, 하지만 독특한 세계관과 ‘초능력’을 사용해 암살한다는 독특한 플레이의 재미가 게이머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 입소문에 이끌려 기자도 게임을 플레이 해봤다.
‘디스아너드’의 평은 이렇다. 고딕풍의 세계관과 액션의 재미가 잘 살아 있고, 적의 인공지능도 뛰어나 시종일관 긴장을 늦출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그것뿐, 감동과 여운이 없는 부실한 스토리와 추가 콘텐츠가 없는 1인용 게임이라는 점에 엔딩 이후 다시 플레이 하고 싶은 의지를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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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보는 왼손에 칼을, 오른손에 초능력을 보유한 철가면 암살자가 된다
과거, 현재, 미래까지 엿볼 수 있는 매력적인 고딕 세계관
앞서 왕당파나 여제라는 설명에서 알 수 있듯이 ‘디스아너드’의 시대 배경은 중세 유럽이다. ‘하프라이프 2’의 맵 디자이너로 활약한 빅터 안토노프가 개발에 참여해, 과거부터 미래 요소까지 담긴 독특한 고딕 세계관을 창조했다. 무엇보다 그 정교함과 현실감이, 게이머로 하여금 잠시 플레이를 멈추고 감상에 젖게 할 만큼 매력적이다.
게임 내 고딕 양식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혼합되어 독특함이 묻어난다. 크게 NPC 복장과 건물 양식에서 강하게 느낄 수 있는데, 먼저 NPC 복장은 어떤 옷이냐에 따라 계급(시민, 군인, 귀족)이 확연히 구분된다. 이처럼 계급마다 구분한 이유는 게이머가 육안으로 암살 대상이 누구인지 확실히 구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허리춤에 검, 가슴팍에 총, 뒤쪽 탄띠에 열쇠 같은 소지품 착용 여부 등, 같은 제복을 입고 있어 생길 수 있는 중복 등장에 대한 지루함을 덜어준다. 실제 NPC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복되는 얼굴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옷이 날개다라는 표현처럼, 화려한 복장과 세밀한 묘사에 같은 얼굴이 많다는 아쉬움을 충분히 묻고도 남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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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복장과 세밀한 묘사로 중복되는 얼굴이 많은 아쉬움을 커버한다
특히 정치가에 대한 묘사는 확실하다. 게임의 주요 암살 대상에 정치가가 많다는 이유가 큰데, 복장부터 생김새에 이르기까지 개개인의 개성을 뚜렷하게 묘사했다. 흔히 고풍스럽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코트나 양복에 가까운 복장이 많고 곳곳에 문양이 새겨진 액세서리로 멋을 냈다. 여기에 깔끔하게 정돈된 머리카락과 부리부리한 인상까지 표독스러운 유럽 귀족의 모습을 그대로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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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귀족이라고 알 수 있는 외형과 복장
복장과 함께 고딕풍의 매력을 엿볼 수 있는 것은 게임 속 건물 양식이다. 고딕 양식 건축물은 쉽게 말해 지붕이 뾰족하고 층수 자체가 높다는 특징을 지녔다. 이러한 시대 상을 반영해 게임 내 최대한 반영했고, 내부에는 조각상, 회화(그림), 공예(도자기) 품목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마치 역사박물관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여기에 장소에 따라 케이블로 연결된 발전기, 집게 모양 크레인, 강을 비추는 등대 등 현대식 건축물도 포함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독특함이 묻어난다. 또한, 이야기 진행에 따라 흑사병이 돌고 있는 빈민가나 폐수가 흐르는 하수도, 열기구를 띄워놓고 파티가 한창인 휘황찬란한 귀족 궁전을 활보할 때도 있다. 이처럼 ‘디스아너드’ 속 고딕 양식은 여타 게임에서는 볼 수 없던 하나의 예술 도시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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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디스아너드' 세계관
이 밖에 PC 판은 초당 60프레임을 자랑해 최적화에도 만전을 기했다. 최근 발매된 ‘데드 오어 얼라이브 5’의 흔들림(물리 엔진) 역시 초당 60프레임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볼 수 있다. ‘디스아너드’의 경우 장르가 잠입 액션 게임인 만큼,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무기나 초능력을 사용하는 액션의 표현력이 게임의 재미를 더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목적만 완수하는 그림자가 되느냐, 닥치는 대로 살육하는 비정한 암살자가 되느냐의 경계인 액션에 대해 알아보겠다.
베는 위치에 따라 적의 죽음이 달라진다, 치명적 액션
‘디스아너드’ 주인공 콜보는 댄월에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임무의 종류는 특정 문서 찾기와 목표 암살, 이외에도 사람 찾기나 납치를 해야 할 때도 있다. 주의할 점은 어디까지나 비밀리에, 그리고 아주 은밀하게 행해져야 한다. 여기에서 임무란 쥐도 새도 모르게 목표를 완수하고 탈출하는 것까지 포함된다. 물론 게이머 성향에 따라 정면으로 돌진해 적을 모조리 제압하고 목표를 완수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게임 결과는 전자와 후자가 크게 차이가 난다. 이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암살에 사용되는 주무기는 한 자루의 검, 보조 무기는 권총, 석궁, 수류탄, 설치 지뢰 등을 휴대한다. 이중 석궁의 사용되는 화살은 일반 화살, 수면 화살, 폭발 화살로 분류돼 적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면 화살의 경우 적에게 바로 발각될 위험을 줄여주고, 폭발 화살의 경우 지형지물을 활용해 일대 다 전투에서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 여기에 무기 막기(버튼)가 존재해 적의 공격을 막고 빈틈을 만드는 등의 전략적인 플레이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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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무기와 다양한 보조 무기, 적과 지형 지물에 따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뒤나 옆에서 적의 무방비 상태에서의 암살은 단칼에 적의 급소를 베는 것으로 끝나지만, 베는 위치에 따라 적의 죽음이 달라지는 특징이 있다. 적의 팔과 다리 같은 부위를 벤다면 동작이 멈칫하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고, 목이나 머리를 노리는 데 성공하면 일격에 죽이면서 머리와 목을 분리되는 연출도 펼쳐진다. 특히 절명하는 순간에서는 느린 연출이 더해져 NPC의 표정이 일그러져 가고 치솟는 피 연출로 잔혹함이 극대화된다. 콜보가 품은 복수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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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잔혹한 액션까지...!
허리 숙이고 기어갈 필요 없는, ‘초능력’ 암살자
게임에서 ‘초능력’은 목표까지 무사히 이동하는데 절대적인 효율을 자랑한다. 초능력의 종류도 다양해 장소와 상황에 맞게 사용하는 재미가 쏠쏠하며, 스킬 시스템을 도입해 능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 사실상 ‘초능력’에 의지해 임무를 수행하고, 무기의 사용은 발각되었을 때 자신을 보호하는 데 쓰인다고 봐도 무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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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내 절대적인 효율을 자랑하는 '초능력'
가장 많이 활용하는 ‘초능력’ 3가지를 분석하자면, ‘Blink(순간 이동)’는 짧은 거리를 순간적으로 이동하게 해주며, 패시브 스킬 ‘Agility(민첩성)’와 연계하면 더 멀리 그리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유유히 걸어가면 적에게 발각될 상황을 순간 이동 한 번으로 들키지 않고 지나가는 쾌감이 상당하고, 2층 높이나 건물 옥상으로 도약해 적에게서 도망치거나 바리케이드를 무시하고 넘어가는 희열이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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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이동으로 점프로 못가는 위치까지 도약이 가능하다
두 번째 ‘Time bend(시간 왜곡)’는 자신을 제외한 모든 시간의 흐름을 멈추게 해준다. 영화 ‘매트릭스’ 명장면처럼 날아오는 총알을 피할 수 있게 해주고, 멈춰 있는 동안 적에게 치명타를 가해 제한 시간이 끝남과 동시에 나가떨어지는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세 번째 ‘Wind blast(돌풍)’는 사람과 물체를 날려버리는데, 좋은 점은 열쇠로 열리는 잠긴 문도 부술 수 있다. 열쇠는 기본적으로 건물 안 깊숙이 위치한 NPC가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빠르게 목표만 진행하고 싶은 게이머라면 먼저 이 스킬을 연마해 임무를 수행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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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초능력'을 사용해 우아한 암살을 만끽할 수 있다
이처럼 막강한 주인공의 ‘초능력’에 적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이 뻔해 보이지만, 적대 세력 역시 ‘초능력’에 가까운 단합 능력과 머릿수로 콜보를 압박한다. 콜보를 위협하는 적은 칼과 총을 휴대한 병사 외 발달한 후각으로 콜보의 위치를 쫓는 군견, 적을 발견하면 자동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터렛, 긴 기계 다리와 폭발하는 화살을 사용하는 키다리, 무리지어 다니는 식인 쥐 무리, 심지어 물속에는 체력을 갉아먹는 피라니아도 서식한다. 어느 장소에서든 콜보를 위협하는 적이 산재해 시종일관 긴장을 늦추지 않고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특히 적은 작은 소리에도 느낌표를 띄우며 경계할 만큼 민감하게 반응하고, 발각되면 경보음(기기)을 먼저 울려 아군을 불러모으는 지능적인 움직임이 매우 까다롭다. 또 전투 중에 거리가 멀어지면 순간적으로 달려들거나 돌을 던지기도 하며, ‘초능력’을 사용하는 그림자와 싸울 때도 있다. 이에 콜보의 ‘초능력’ 하나만 믿고 움직였다간 죽음(게임 오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쥐도 새도 모르게 목표를 암살하고 사라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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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근처 아군부터 불러모으는 적의 인공 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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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을 사용하는 적과도 싸울때도 있다
주인공은 초능력, 스토리와 추가 콘텐츠는 무능력
세계관 묘사와 ‘초능력’에 치중한 탓일까? 예측 가능한 뻔한 스토리와 일직선 진행의 짧은 플레이 타임은 아쉽다. 스토리에 대한 평가는 개인마다 틀리겠지만, 리뷰 맨 앞에 설명한 ‘거대한 음모와 맞선다’는 내용이 끝이다. 중간에 배신에 배신을 당한 콜보와 마주하지만, 대사 비중이 높은 게임이 아니라 전개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고, 자막 한글화도 지원되지 않아 언어장벽이 이해도를 떨어뜨린다. 또 빈약한 스토리만큼이나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도 전무하다. 단순히 세계관과 초능력을 사용해 몰래 잠입해 암살하는 과정만 즐거울 뿐이다.
여기에 추가 콘텐츠에 대한 기대도 접어야 한다. ‘디스아너드’는 온라인 환경에서 즐길 수 없는 1인용 게임인 것과 더불어 엔딩 이후의 특전 요소도 없다. 1회 차에 게임에 대한 감각을 익히고, 2회 차에서 부가 요소나 서브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플레이했다면 3번째는 할 것이 없다. 가뜩이나 짧은 플레이 타임에 추가 콘텐츠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은 ‘디스아너드’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다.
또한, 게임 내 지도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과 제한적인 체크 포인트(세이브)도 아쉽다. 게임에서는 목적지까지의 방향과 거리만 표시해줄 뿐, 여기가 어디고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지도(시스템)를 일절 제공하지 않는다. 이에 목적지까지 찾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없는 게이머라면 위치 파악을 못 해 혼란스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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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을 지원하지 않아, 게이머에 따라 위치 파악을 못 해 혼란스러울 것이다
또한 자동 체크 포인트가 굉장히 제한적이라 게임을 더욱 어렵게 했다. 게임에서 자동 체크 포인트는 특정 장소를 벗어나거나 목표를 암살했을 때로 한정된다. 즉 이동하는 도중 게임 오버를 당하면 처음부터 다시 수행해야 한다. 도전욕구를 자극한다고 말할 게이머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게이머는 수동으로 저장하기를 반복해야만 그나마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플레이할 수 있다. PC 판은 ESC로 메뉴를 띄우고 마우스로 저장하기를 눌러 세이브를 해야 한다. 이 같은 행동이 잦아질수록 게임의 흐름이 끊어진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잠입 액션에 충실한 게임성, 하지만 그것뿐
‘디스아너드’는 과거와 현대 그리고 미래까지 엮은 독특한 세계관이 장점인 게임이다. 여기에 ‘초능력’을 사용해 뒤처리에 급급한 여타 잠입 액션 게임과 달리, 흔적 하나 남기지 않는 우아한 암살자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 못한 빈약한 스토리와 온라인 미지원, 그리고 3회 차 이상에 할 것 없는 협소한 콘텐츠 등이 발목을 잡았다.
만약 위에서 언급한 단점 요소가 개선되고 추가 콘텐츠에 대한 부분이 보안 되었다면 올해 가장 분위기 있는 잠입 액션 게임이 될 거라는 확신이 들 만큼 플레이 자체는 재미있다. 그런 의미에서 단점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