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트리듬 파이널 판타지, 명작의 연주 비용은 ‘140달러’
2013.01.01 15:00게임메카 임태천 기자
국내에서는 흔치 않지만, 해외 게임업체들은 자사의 게임음악을 주제로 한 콘서트와 음반을 발매하곤 한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 있다면 바로 스퀘어에닉스다. 특히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에서 이러한 행사를 많이 여는데, 소싯적 게임패드를 들고 용자 ‘ああああ(혹은 AAAA)’와 함께 모험을 떠났던 게이머라면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에 수록된 주옥 같은 음악들을 기억할 것이다. 비록 8 비트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나는 좋지 않은 음질이더라도, 많은 음악들은 충분히 우리들 마음 속에 사무치는 ‘명곡’이었다.
▲ 캐릭터를 모두 알아볼 수 있다면 당신은 '파이널 판타지' 팬
(사진은 '파이널 판타지' 캐릭터가 총출동한 대전격투게임 '디시디아 파이널 판타지')
이윽고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첫 작품이 발매된 지 25년이 흘렀다. 투박한 도트그래픽은 실사를 넘나들 정도로 발전하였고, 명곡의 수도 함께 늘어갔다. 그렇게 25주년을 맞이한 ‘파이널 판타지’를 자축하는 의미로 스퀘어에닉스는 콘서트와 음반으로 검증된 ‘파이널 판타지’ 속 명곡들을 모은 리듬액션게임 ‘시어트 리듬 파이널 판타지’를 출시했다.
일식 주방장, 양식 재료로 한식에 도전하다
'시어트리듬 파이널 판타지' 는 과거 패미컴으로 발매된 ‘파이널 판타지 1’부터 최근 PSP로 발매된 ‘파이널 판타지 영식’까지 시리즈 대부분의 노래를 담은 리듬액션게임이다. 사실 이번에 iOS로 출시된 ‘시어트리듬 파이널 판타지’는 게이머들에게 초면은 아니다. 이미 지난 2월 닌텐도 3DS로 모습을 보인 바 있기 때문이다.
게임을 알아보기에 앞서 닌텐도 3DS용 ‘시어트리듬 파이널 판타지' 가 발매되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시어트리듬 파이널 판타지’의 정보가 처음 공개되었을 당시, 누구나(혹은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아… 또 파이널판타지를 우려먹는구나!' 라고 말이다.
▲ 보고 있으면 친근함까지 느껴지는 캐릭터 모습
심지어 스퀘어에닉스의 주종목이 아닌 '리듬액션게임' 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니,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앞섰던 것이 사실이었다. 요리로 비유하자면 '일식요리사가 양식재료로 한식을 만드는 것' 같은, 웃지 못할 상황이었던 것이다. 단순히 노트에 따라 버튼을 누르는 뻔한 게임이라면 보나마나 혹평을 받았을테고, 그렇다고 획기적인 방식을 도입하기엔 이른바 '리듬게임에 대한 노하우' 가 다소 부족했다. 결국 스퀘어에닉스는 NDS 시절부터 ‘오쓰! 싸워라! 응원단’, ‘리듬천국 골드’ 등 몇몇 리듬게임이 채용한 바 있는 터치스크린을 활용한 연주방식을 채택했다.
▲ 닌텐도DS로 출시되어 성공을 거둔 리듬액션게임 '오쓰! 싸워라! 응원단' 시리즈
‘시어트리듬 파이널 판타지’는 3DS의 위쪽 화면을 통해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전투나 필드를 형상화한 배경과 노트를 내보내고, 그에 맞춰 아래쪽의 터치스크린을 터치하거나 화살표에 따라 슬라이드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미 검증된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에 리듬게이머들에게 큰 관심을 얻진 못했지만, 검증된 게임방식을 많은 유저들이 손쉽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존재했다.
발매에 앞서 스퀘어에닉스는 닌텐도 3DS의 'e-샵' 을 활용해 체험판을 배포했고, 그 결과는 꽤 좋았다. 많은 게이머들이 ‘파이널 판타지’ 특유의 명곡들을 연주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독특하진 않지만 재미있는 연주방식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발매된 '시어트리듬 파이널 판타지' 는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고, 그 여세를 몰아 13일에는 iOS로도 이식되었다.
‘파판 원정대’, 닌텐도3DS에서 iOS로 진출하다
▲ 국내에서는 가수 이수영이 부른 곡 '파이널 판타지 X: 얼마나 좋을까'
'시어트리듬 파이널 판타지'에는 일본어 버전으로 수록되있다 (출처: 유튜브)
‘시어트리듬 파이널 판타지’는 ‘파이널 판타지’에 수록된 곡을 토대로 FMS(필드 뮤직 스테이지)와 BMS(배틀 뮤직 스테이지) 두 가지의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하여 연주하는 구조다. 이는 닌텐도 3DS 버전과 동일하다.
게임을 시작하면 연주(혹은 전투)를 돕는 게임 속 캐릭터를 선택하게 된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에서 한 가닥(?) 하던 여러 캐릭터들이 존재하는데, 캐릭터에 따라 체력 회복, 다운저항 등 다양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캐릭터 선택과 파티구성' 이라는 일반 리듬액션게임에서 느끼기 어려운 재미를 선사해준다.
▲ 필드곡이냐 전투곡이냐는 곡 앞에 있는 아이콘(붉은색: 전투, 녹색: 필드)으로 표시된다
FMS는 ‘파이널 판타지’에 등장하는 몬스터들과 1:4 전투를 펼치는 모드로 주로 배틀음악 등이 포진되어 있고, BMS는 필드를 돌아다니며 한 줄로 된 노트를 연주하게 된다. 두 모드의 차이점은 FMS는 캐릭터마다 고정된 노트에 따라 연주하게 되고, BMS는 상하로 노트를 움직이며 연주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두 모드의 동일한 점은 ‘초코모 타임’, ‘서먼 타임’이라 하여 음악이 순간적으로 빨라지는 ‘피버모드’ 등이다.
이번 iOS판과 기존의 3DS판의 가장 큰 차이점은 화면크기다. 기본적으로 두 버전의 시스템적 차이는 거의 없지만, 3DS용 ‘시어트리듬 파이널 판타지’ 의 경우 위와 아래로 나뉜 화면을 활용하는데 반해 iOS판은 한 개의 큰 화면(아이패드)에서 배경과 플레이를 모두 할 수 있도록 변경되었다. 단순한 이식이 아니라 기기에 맞게 재편성을 한 것이다.
▲ 플레이 패턴은 바뀌지만 방식은 동일하다
(위: FMS, 아래: BMS)
한 화면에서 게임이 진행되다보니 큼직하게 움직이는 배경과 캐릭터가 한 눈에 들어오고, 어느 부분을 탭(터치)하여도 연주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장점이다. 그러나 손가락에 의해 가려지는 사각지대가 발생하여 캐릭터가 보이지 않는다거나 하는 작은 단점도 있다. 이는 유저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부분인 듯 하다.
결제 방식 역시 기존 3DS 버전과 다소 다르다. 원작의 경우 닌텐도가 3DS를 통해 처음 선보인 DLC 시스템을 통해 여러 곡들을 판매했었는데, 3DS보다 더욱 유료결제가 활성화되어 있는 iOS 버전에서는 곡 외에 캐릭터도 따로 판매한다. 원작에서 기본적으로 제공되던 캐릭터를 따로 구입해야 하니 가격이 오르는 건 당연지사. iOS판을 제대로 즐겨보겠다고 모든 곡과 모든 캐릭터를 구매하면 장장 140달러(한화 약 15만원)에 가까운 비용이 든다.
▲ 새롭게 들어간 퀘스트 모드
플레이 방식과 결제 방식 외에도 소소한 부분에서 변경점들을 찾아볼 수 있다. 무작위로 노래를 선정하여 연주하고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퀘스트 모드’, 스마트폰 게임에는 어김없이 들어간다는 ‘SNS 기능’, 그리고 자신이 직접 노트를 구성하여 작곡할 수 있는 ‘작곡 모드’ 등의 부분은 게임을 질리지 않고 꾸준히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국 게임을 주제로 한 리듬액션게임이 나오길 바라며
‘시어트리듬 파이널 판타지’는 스퀘어에닉스의 단순한 ‘사골게임’이 아니다. ‘파이널 판타지’의 IP를 활용하고 있지만 전혀 다른 느낌으로 즐길 수 있는 색다른 게임이다. 이 게임을 위해 닌텐도3DS를 구매했다는 팬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 국내게임을 주제로 한 오케스트라가 열리길 바라며
'시어트리듬 파이널 판타지' 는 단순히 재미있다, 혹은 재미없다 정도로 판단할 만한 게임이 아니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하나의 시리즈를 이어오고, 그 게임의 일부인 OST만을 토대로 한 리듬액션게임이 발매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시어트리듬 XXX' 가 나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