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RPG 마블 히어로즈, 디아2에 아이언맨 수트만 입혔네
2013.05.07 20:05게임메카 허새롬 기자
▲ MMORPG '마블 히어로즈'의 첫 번째 테스트가 끝났다
마블 코믹스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활약을 그리는 MMORPG, ‘마블 히어로즈(Marvel Heroes)’의 1차 테스트가 지난 4일(현지시간 3일)부터 7일(현지시간 6일)까지 진행됐다.
가질리온 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마블 히어로즈’는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등으로 널리 알려진 미국의 유명 만화 브랜드 ‘마블’ 코믹스의 영웅들이 등장하는 MMORPG다. 이 작품은 ‘마블’ 코믹스에 나오는 영웅들을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삽입한 MMORPG라는 부분 뿐 아니라, ‘디아블로’와 ‘디아블로 2’를 개발한 데이빗 브레빅(David Brevik)이 제작 총괄을 맡는다고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마블’과 ‘디아블로’의 조합은 불협화음만 남겼다. 인터페이스와 그래픽은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고, 마블 유니버스의 영웅들과도 어울리지 않았으며, 결정적으로 게임을 하는 내내 ‘디아블로 2’의 그림자를 지울 수 없었다. 또한, MMORPG의 역할 수행 요소나 파티 플레이의 재미도 물에 물 탄 듯 미미하기만 했다.
▲ '마블 히어로즈' 게임플레이 트레일러 영상 (영상출처: 유튜브)
90년대 그래픽에 스킨만 제작해 씌운 듯
‘마블 히어로즈’는 원작인 마블 코믹스의 세계관을 배경으로 게임을 진행한다. ‘어벤져스 타워’와 ‘쉴드(S.H.I.E.L.D)’등 원작에 등장하는 단체나 장소도 동일하며, 이야기도 기존 진행 방향을 충실히 따른다. 아이언맨 수트 같은 최첨단 과학기술과 고대 석판으로 대변되는 원시신앙이 적절히 섞인 스토리라인은 게임에서도 여전히 흥미롭다.
하지만 이를 구현한 그래픽은 다소 시대에 뒤쳐져 보인다. 맵 내부의 오브젝트들은 조잡한 무대 세트처럼 현실성이 없고 반복해서 배치되며, 심지어 등장하는 적들도 종류가 굉장히 제한되어 있다. 이런 모습은 흡사 90년대 후반에 유행하던 ‘리니지’나 2000년에 출시된 ‘디아블로 2’를 떠올리게 하며, 쿼터뷰에 확대/축소만 추가됐다는 생각마저 든다.
▲ 기본 쿼터뷰 시점으로 보면 그냥 덩어리로 보이고
▲ 클로즈업 해보면 나쁘진 않지만, 아쉽다
이와 같은 평이한 그래픽과 쿼터뷰 방식은 영웅들의 역동적인 액션이 펼쳐져야 할 게임을 정적으로 만들어 버렸다. ‘마블 히어로즈’는 자신이 조종하는 영웅 캐릭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목적인 게임이므로, 액션을 강조하는 시점 변환이나 카메라 워크가 더해진다면 전체적인 심심함이 해소될 듯 하다.
▲ 아이언맨 플레이 영상. 이 정도로 카메라워크가 구현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듯 (영상출처: 유튜브)
이건 그냥 ‘디아블로 2’ 같은데?
‘마블 히어로즈’의 인터페이스 구성은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강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디아블로 2’가 떠오른다. 쿼터뷰 방식과 워프포인트 이동, 베이스캠프에 위치한 창고와 인벤토리까지 ‘디아블로 2’를 쏙 빼닮았다. 심지어 화면 대비 캐릭터 크기까지 비슷하니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편리하고 잘 만들어진 인터페이스를 적용한 차원이 아니라, 그냥 ‘디아블로 2’의 인터페이스를 ‘마블 히어로즈’로 그대로 옮긴 느낌이 든다. ‘디아블로 3’도 아닌 ‘디아블로 2’다.
▲ 너무나도 익숙한 창고 시스템과 인터페이스
▲ 일반 던전과 스토리 던전을 구분하는 방법도 '디아블로 2'와 비슷
▲ 이 워프포인트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어벤져스 타워’를 기점으로 기술이 최첨단을 달리는 미래지향적 배경을 지닌 ‘마블 히어로즈’인데도 인터페이스와 시스템은 10년도 더 전에 나온 게임처럼 보인다. 그러다 보니 전체적으로 게임이 고루하다. 이미 검증된 인터페이스이기 때문에 유저들이 조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드물겠지만, 많은 팬들이 기대했던 모습과는 다르다.
인터페이스는 편의성도 중요하지만 게임의 분위기와 배경과도 잘 어우러져야 하는데, 2013년의 ‘마블 히어로즈’가 ‘디아블로 2’의 형식을 사용한다면 당연히 어색할 수 밖에 없다.
영웅은 있지만 액션은 없다
마블 코믹스의 영웅들은 원작에서와 같이 각자만의 개성과 특징이 있다. 성격뿐만 아니라 사용하는 기술, 신체 구조도 달라서 캐릭터마다 상성을 이루기도 하며, 전투에서 자신만의 존재감을 자랑한다.
‘마블 히어로즈’의 개발사도 영웅의 개성을 표현하는 데는 심혈을 기울였다. 가령 ‘헐크’는 넘치는 완력을 이용해 땅을 가격, 다수의 적을 기절시키고 ‘토르’는 묘르닐을 쥐고 날아다니며 번개를 사용한다. 이 외에도 ‘진’은 불사조로 변신해 화염 범위 공격을 하고 ‘스파이더맨’은 거미줄을 쏘는 등 영웅의 특징을 잘 살렸다. 영웅에 대적하는 빌런(악당들)에도 원작의 특색을 십분 반영되었다. ‘베놈’은 심비오트(숙주를 정신지배하는 검은 점액질)을 사방으로 퍼트리며 플레이어를 끌어당기고, ‘리노’는 육중한 몸으로 영웅에게 돌진한다. 이처럼 ‘마블’이라는 강력한 IP의 캐릭터를 고스란히 게임에 이식한 점은 인상에 남는다.
▲ 저 불사조가 바로 진 그레이
▲ 스파이더맨은 역시 거미줄을 사용하고
▲ 토르의 묘르닐도 작렬!
그러나 전투 자체가 심심하고 조작이 평이해 그 노력을 가린다. ‘마블 히어로즈’의 전투는 마우스로 목표를 클릭하고 일반 공격과 기술 단축키를 번갈아가며 사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방식은 키보드만으로 공격과 이동이 가능한 논타게팅 시스템보다 현저히 역동성이 떨어지고 타격감도 반감된다. 심지어 매우 강력한 필드 보스도 한 자리에서 스킬을 난사하면 대부분을 처치 가능해 긴장감이 떨어진다. 적대 세력 역시 원거리/근접으로 나뉘어 동일한 외견에 유사한 패턴으로 공격해오기 때문에 신선함이 없어, 밸런스 조절 부분은 최우선으로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살랑살랑 피하기만 해도 혼자서 느긋하게 처치 가능하고
▲ 다구리엔 장사가 없다지만, 명색이 마담 하이드라가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 도플갱어 몬스터들이 우루루!
전투에 특별한 컨트롤이 요구되지 않고 캐릭터간 역할 분담도 없다 보니, 파티플레이도 큰 빛을 발하지 못한다. 혼자서도 충분히 다수의 적을 처치할 수 있고 빌런을 만나도 대처에 무리가 없다. 게다가 모든 캐릭터가 일기당천이 가능한 영웅이기 때문에 ‘협력’의 개념보다는 ‘화력 상승’의 느낌이 강하다. ‘헐크’는 탱커의 역할을 수행하고 ‘아이언맨’은 원거리 딜러로 활약할 듯 하지만, 실제로는 두 영웅 모두 적 무리 사이에 뛰어들어 대미지만 입힌다. 잠입형 영웅 ‘블랙 위도우’가 더해져도 마찬가지다. 동네 축구하듯 적을 따라 몰려다닐 뿐이다.
▲ 파티원이 하나라도 생기면 난이도가 급격히 내려간다. 특히 파티원이 '헐크' 일 경우엔 더
‘디아블로’의 그림자를 벗어나자
매력적인 만화 원작을 소재로 제작된 게임은 ‘마블 히어로즈’외에도 있다. 대표적인 최신작으로 DC 히어로즈 IP를 기반으로 해 제작된 ‘인저스티스: 갓즈 어몽 어스’를 들 수 있다. 두 게임은 대전 액션게임과 MMORPG로 장르부터 다르지만, ‘인저스티스: 갓즈 어몽 어스’는 장르와는 별개로 원작 캐릭터의 매력과 스토리, 게임성까지 놓치지 않아 게이머들과 원작 팬들 모두에게 호평을 얻었다.
▲ 영국에서도 큰 인기를 끈 '인저스티스: 갓즈 어몽 어스'
반면 ‘마블 히어로즈’는 원작의 스토리만 남고 MMORPG로서의 재미가 부족하다. 캐릭터의 기술만 다를 뿐 모션이나 이펙트가 죄다 비슷해 자신만의 영웅을 육성하는 느낌도 없고, ‘디아블로’ 시리즈처럼 사냥을 통해서만 좋은 장비를 얻는 ‘아이템 파밍’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와 게임 자체의 특색도 희미하다.
물론 ‘디아블로 2’의 편리한 인터페이스와 게임성을 좋아하는 사람도 존재하며, 스트레스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마블’ 코믹스의 영웅들이 선보이는 화려한 액션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쉬운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다. ‘마블 히어로즈’의 주요 과제는 ‘디아블로 2’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 명작이었지만, 이젠 벗어나야죠 (사진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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