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e스포츠의 흥망성쇠를 담다
2013.06.27 03:11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포스터 (사진제공: 민치앤필름)
e스포츠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가 시사회를 통해 한국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벨기에의 다큐멘터리 감독스티븐 두트가 메가폰을 잡은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최고의프로게이머 중 하나인 이제동과 프로게이머를 지망하고 있는 박요한, 이제 막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한김준혁이 주역으로 등장한다.
영화는 인기 프로게이머와 준 프로게이머, 아마추어 게이머 이렇게 각기 다른 위치에 놓인 이제동과 김준혁, 박요한을 각각 조명한다. 줄거리는다음과 같다. 17세에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이제동은 엄청난 연습량을 바탕으로 다년간 e스포츠계의 제왕으로 군림한다. 그러나 슬럼프가 찾아온 시점에 터진불법 승부조작 사건으로 인해 소속팀이 해체되며 데뷔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이한다.
한편 이제동을 롤모델로 삼은 박요한은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준프로게이머를 선발하는 커리지 매치에매번 도전하지만 번번히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만다. 반면 준프로 자격 획득 후 큰 꿈을 품고 프로게임단 웅진 스타즈에 입단한 김준혁은> 1달 안에 1군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으나,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하고 2군에 머물러 있다.
이제동의 행보를 토대로 바라본 한국의 e스포츠
▲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의 주연을 맡은 이제동(좌)와 스티븐 두트 감독(우)
이번 시사회의 사회를 맡은 김철민 해설은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에 대해 “e스포츠의 흥망성쇠를 보는 것 같아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라고 밝혔다. 러닝 타임 87분의이 영화는 e스포츠의 가장 아픈 시기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영화가 촬영된 2009년부터 2012년은 한국 e스포츠가 가장 많은 변화를 맞이한 시기다. 절정의 인기에 올랐었던 ‘스타1’은 승부조작을 시점으로 침체에 빠져들었다. 2011년에 터진 승부조작은 프로게임단 3개팀이 사라지고, 게임방송국 MBC 게임이 문을 닫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제동 역시 데뷔 이래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다. 이어서 ‘스타2’가 새로운 종목으로 급부상하며 근 10년 만에 주 종목이 바뀌었다. 즉‘스타1’에서 활동해온 경력이 백지로 돌아가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 온 것이다.
이러한 격동의 시기를 배경으로 삼은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이제동이라는 상징적인 인물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한국 e스포츠의중요한 대목을 한 컷에 담아내고 있다. 화승 오즈가 해체된 이후 그는 한국e스포츠협회의 8게임단에 소속된다. 그러나팀이 연패에 빠지며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다. 팀의 부진한 성적과 승부조작으로 인해 e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악화된 점은 팀을 후원할 스폰서를 구하는데 가장 큰 악재로 작용했다.
여기에 새로운 종목 ‘스타2’에서 이제동은 초반 적응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러한 그의 모습에서 승부조작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새로운 변화에 적응해야 했던 당시의 e스포츠 상황을 읽을 수 있다.
프로게이머, 만만한 직업 아닙니다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에서 8게임단의 주훈 전 감독은 이런 말을 꺼낸다. “프로는 실력으로 말해야한다. 앞으로 잘하겠다는 다짐이 아니라 결과물을 가져온 뒤 이에 걸맞은 대접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올바른 수순이다”라고. 프로라는 이름에 맞는 실력을 입증하는것이 중요한 프로게이머의 삶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멘트라 할 수 있다.
이제동은 본인의 선수 생활에 대해 365일 중 명절을 제외한 360일을 숙소에 머물며 하루에 10시간에서 12시간을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직장으로 따지면 주말도 거의 없이 하루에 10시간 이상 일하고 있는 셈이다. 신인 혹은 프로게이머 지망생에게도 e스포츠는 만만한 분야가 아니다. 매달 커리지 매치에 참가하지만 번번히탈락해 결국 프로게이머의 꿈을 접은 박요한이나 본인의 실력을 입증하지 못해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벤치만 지키고 앉아있던 김준혁의 모습은 e스포츠는 냉혹한 승부의 세계임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 현재는 프로게이머의 꿈을 접은 뒤, 학업에 매진 중인 박요한
▲ 근성과 끈기를 바탕으로 꿈에 도전 중인 김준혁
학생과 프로게이머, 2가지 역할을 병행하는 점에서 오는 어려움이나 20대 중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은퇴를 고려하며 차후 진로를 모색하는 등, 현재프로게이머들이 안고 있는 고민이 무엇인지도 영화에 반영되어 있다. 이처럼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의 다양한 면모를 조명하고‘게임을 업으로 삼는다’라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가를 명징하게전달한다.
인생의 황금기인 10대와 20대를바치면서까지 많은 프로게이머들이 e스포츠에 몰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부분은 승리에서 오는 쾌감이다. 영화 말미 이제동은 연패를 끊고 귀중한 1승을 챙긴다. 이후 인터뷰에서 이제동은 말을 이어가기 힘들 정도로감격에 목이 메고 만다. 승리의 기쁨과 연패로 인해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던 부분이 동시에 밀려든 것이다.
그리고 그런 프로게이머들의 승리와 패배에 함께 열광하고, 안타까워 하는 팬들이 있다. 이제동의 감정에 동화되어 함께 눈물을 흘리는 팬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기자도 왠지 눈시울이 조금 시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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