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맥스 이너월드, 전략적인 재미가 큰 TCG
2013.07.18 19:20게임메카 강병규 기자
▲ 소프트맥스의 첫 TCG '이너월드' (사진제공: 한게임)
오랫동안 침묵했던 소프트맥스의 신작은 ‘창세기전 4’가 아닌 모바일 게임 ‘이너월드’였다. ‘창세기전 4’를 기대했기 때문에 실망감이 먼저 생겼지만, 그래도 ‘소프트맥스의 게임’이라는 타이틀은 언제나 기대심리를 자극했다.
하지만 최근 TCG시장이 과부하 상태라는 것은 ‘이너월드’에게 큰 장애물이었다. CCG나 카드 RPG 등 추구하는 장르는 다르지만, 모으고 강화하고 전투하는 방식의 게임들은 이미 넘쳐난다. 게다가 미소녀들을 앞세워 유저들을 모으는 방법까지 비슷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너월드’는 한 박자 늦은 게임으로 평가받는다. 한창 붐이 일었을 때 나오지 않고, 인기게임 몇 개가 자리 잡은 이후에 모습을 드러냈다.
출발이 늦은 만큼 앞서 나온 게임들과 차별화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차별화로 승부를 건다고 생각되는 요소가 눈에 들어왔다. ‘선택’과 ‘캐릭터 육성’, ‘그래픽’이 그 주인공이다.
‘선택’의 재미가 살아있다
‘이너월드’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던전탐험 방식이다. '이너월드'의 던전은 일정한 필드 안에서 유저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는데, ‘밀리언아서’와 같이 단지 진행버튼만 누르면 앞으로 가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특히 갈림길에서는 어느 방향으로 이동해야 할지 유저가 고민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게임을 전략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유도했다. 전략이 중요한 이유는 행동력과도 연관 있다. 맵을 이동하거나 전투에 돌입하는 등 모든 행동에 행동력이 소모되는데, 유저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서 효율적으로 관리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 첫 던전은 매우 단순하지만, 뒤로갈 수록 갈림길이 많은 던전들이 나온다
▲ 다양한 장치들로 탐험하는 맛도 더했다
▲ 던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조사해야 완벽하게 높은 평가를 받는다
예를 들어 하나의 길은 골인 지점으로 바로 가는 길이기 때문에 행동력의 소모가 적다는 장점이 있고, 다른 길은 행동력을 많이 소모하지만, 높은 달성도를 기록하게 하여 더 많은 보상을 주는 식이다. 물론 모든 길을 다 정복하면 가장 많은 보상을 획득할 수 있다.
레벨업이 임박한 상황도 요긴하게 풀어나갈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경험치가 90%가량 차올라 있었지만, 행동력이 부족해 모든 지역을 탐험하기엔 부족한 일이 있었다. 그래서 골인지점까지 가장 짧은 코스를 선택했고, 던전 클리어와 동시에 보상 경험치를 획득하며 레벨을 올렸다. 단순히 유저가 길을 선택하게 하였을 뿐인데, 이용하는 유저로 하여금 전략을 짜게 만든 것이다.
더 자세해진 육성방식
선택의 재미는 캐릭터 육성에도 존재한다. 캐릭터 카드는 레벨이 10 이상 되면 유저가 원하는 방향으로 세부 능력치를 직접 투자할 수 있다. 공격력, 방어력, 체력, 운 등 네 가지 능력치를 입맛대로 설정해서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카드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이런 육성방식은 RPG라고 이름만 붙였던 다른 게임과 확연히 구분되는 점이었다.
‘밀리언아서’는 성장시키고 싶은 카드를 위해 재료를 소모하게 해 레벨을 올리는 것만 가능했고, ‘데빌메이커’는 등급 상승이나 레벨상승 같은 요소는 있었지만, ‘이너월드’처럼 세부 능력치를 조정할 수는 없었다.
▲ 한 번 밖에 할 수 없는 각성강화는 '이너월드'의 특징이다
또한, 카드 강화도 단순히 능력치를 더하는 강화가 아닌, 원하는 효과를 선택할 수 있는 ‘각성 강화’라는 시스템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강화 재료로 같은 카드를 사용하면 카드 등급 상승, 스킬 바꾸기, 추가 강화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단, 카드마다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는 기능이기 때문에 신중함을 요구한다. 이렇게 강화에도 유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뒀기 때문에 자신만의 커스터마이징을 좋아하는 유저라면 확실히 구미가 당길만하다. 물론 여러 가지 카드를 다 수집하고 키우려면 어마어마한 정성을 들여야겠지만 말이다.
고사양이 아니면 숨겨야 하는 그래픽
‘이너월드’의 그래픽은 화려하지만, 일부 기기에서는 제 기능을 못했다. 게임에 사용한 기기는 갤럭시S2 LTE였는데, 너무 고사양 기기를 목표로 제작됐는지 끊김 현상이 많이 나타나서 거북했다. 전투상황에서 공격 효과가 등장하거나, 스킬사용 시 컷인 등장 이후 기술발동으로 이어지는 부분에서 끊김이 유난히 심했다. 설상가상으로 특수효과들은 처음에만 신기했고, 전투가 반복되면서 싫증이 나기 시작했다. 결국, 계속 끊기는 화면을 보고 있을 수는 없어 그래픽 품질을 낮췄고 전투도 빠른 진행으로 변경했다. 공들인 그래픽이 제 기능을 못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 눈이 내리거나 영상이 나오는 등 보는 재미는 있지만 게임이 끊기기 시작하면 곤욕스럽다
불편함은 날씨 효과에서도 느껴졌다. 던전에 돌입하면 날씨가 무작위로 결정되고, 화면에 비나 눈이 내리거나 안개가 끼는 등 효과가 나타난다. 게임에서 날씨가 캐릭터의 능력치에 도움을 주는 요소라는 것은 이해가 되고, 실감 나는 효과를 위해 사용했다는 것도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전투에 돌입하거나 전투가 끝냈을 때, 혹은 이동하면서도 간헐적으로 끊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흐린 상황에서는 약간 덜하지만, 눈이나 비가 오면 끊김이 더 심해져 화면을 보기 불편했다. 덕분에 날씨 효과도 끌 수밖에 없었다.
기본적으로 게임이 원활하게 돌아갈 때 더 멋진 그래픽을 감상하고 싶어서 그래픽 옵션을 올리는 경우는 있지만, ‘이너월드’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숨겨야 할 처지가 돼버렸다. 넣은 사람의 의도야 어떻든, 결국 유저의 판단 속에 사장되고 만 것이다. 그래픽의 기준이 너무 높은 기기에 맞춰져 있다면, 좀 더 낮은 기기에 맞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선택과 육성의 깊이있는 플레이가 매력적
소프트맥스가 이 게임에서 차별화로 내세운 요소 중 '선택'과 '육성'은 만족스러웠지만 그래픽에서 만큼은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
‘이너월드’는 단순하게 즐기는 게임에 질려, 보다 깊이있는 플레이를 원하는 유저에게 적합하다. 그냥 버튼 하나만 누르던 게임에서 벗어나 좀 더 조작하는 맛을 살렸기 때문이다. 또한, 단순히 일러스트를 보기위해 카드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카드를 모으면 능력치를 설정할 수 있게 해 좀 더 애정을 가지고 플레이 할 수 있게 했다.
다만 그래픽으로 인해 낮은 사양의 단말기에서 랙이 발생하는 문제는 가장 큰 걸림돌로, 최적화를 통해 단말기 사양을 다소 낮출 필요가 있어 보인다.
▲ '이너월드'는 '창세기전'의 캐릭터를 등장시켜 향수를 자극했지만,
유저들은 '창세기전' 캐릭터가 아니라 신작을 기다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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