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게임의 유럽 성공 비법 '강렬한 특징과 10분의 감동'
2013.08.30 18:46게임메카 정지혜 기자
유럽 게임시장의 특징은 견고함이다. 엄청난 유행이 밀려와도 시장이 쉽게 쓸려가지 않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콘솔 시장이 강세인 점을 제외하더라도 온라인게임과 웹, 모바일까지 매출 흐름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곳이다.
유럽은 최근 경기 침체가 완화되면서, 게임 소비율도 동반 상승해 시장 가능성은 점점 높게 평가받고 있다. 특히 요즘같이 내수시장이 침체된 한국 온라인게임 업체에게는 탐나는 시장이기도 하다. 그만큼 진출하기도, 성공하기도 만만치 않은 곳이지만 말이다.
유럽 시장은 한국이나 중국 시장처럼 특정 장르가 인기를 끌거나 중국의 QQ처럼 단일 플랫폼이 시장을 거의 장악하는 경우도 없어 다양한 장르와 종류의 게임이 저마다 인기를 끌고 있다. 하다못해 사용 언어도 영어, 불어, 독어, 이탈리아어, 터키어 등 각각 다르니, 이들의 문화나 요구사항도 다르다. 결국, 현지화가 더욱 중요해졌다.
게임스컴 현장에서 만난 독일 게임사 프로지밴잣아인스 게임즈의 송혜정 이사도 이러한 점을 강조했다. 유럽 시장에서의 성공은 퍼블리셔가 어떻게 마케팅을 풀어나가는 지에 달렸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이다.
▲ 프로지밴잣아인스 게임즈의 송혜정 이사를 게임스컴 B2B관에서 만날 수 있었다
“독일 유저들은 세심한 부분에 굉장한 관심을 가지고 보죠. 독특한 개성을 가진 그래픽은 기본에 감동을 주는 스토리라인, 눈에 띄는 콘셉트가 보이는 게임을 선호하는 추세예요. 특히 PVE나 PVP가 골고루 밸런스가 잘 되어 있는 게임을 좋아하고요.”
최근 부분유료화 게임이 주목을 받으면서, 온라인게임에 대한 유럽 유저들의 눈높이도 상승했다. 무료로 여러 게임을 해볼 수 있다 보니, 신규 가입 유저가 실제로 게임에 머무는 경우도 적어졌다. 한국 온라인시장이 북적거릴 때처럼 치열한 마케팅과 서비스 능력으로 승부를 보아야 할 때가 점점 찾아오고 있다.
송혜정 이사는 2006년부터 독일 생활을 시작해 현지 게임 산업에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경험한 인물이다. 지금은 독일 터줏대감으로 불려도 이상하지 않지만, 처음 송혜정 이사는 국내 전자 지갑 및 빌링 구축 회사인 엔캐시(현재 이름은 Live Gamer Asia)을 처음으로 업계에 발을 들여 놓은 순수 국내파. 2006년 유럽에서 온라인결제 서비스가 다양하게 요구되면서 독일에 정착하게 됐다.
독일에서의 첫 직장은 미디어 그룹인 후베르트 부르다의 게임 자회사 부르다ic로, 송혜정 이사는 이곳에서 신사업실장을 역임하며 한국 온라인게임 퍼블리싱을 성사시켰다. 당시 서비스한 한국 온라인게임은 ‘로코’, ‘아발론’, ‘오디션’, ‘S4 리그’, ‘라그나로크’, ‘플로렌시아’, ‘컴온베이비’, ‘판타 테니스’, ‘아르고’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
독일의 게임 퍼블리셔는 TV 방송이나 출판 미디어 그룹에서 시작해 게임사업을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 송 이사가 몸을 담고 있는 프로지밴잣아인스 게임즈도 그중 하나로, 26개가 넘는 방송 채널을 보유한 미디어 그룹 프로지밴잣아인스의 게임 부문 자회사다. 2011년 프로지벤잣아인스가 후베르트 부르다 미디어를 인수하면서 송혜정 이사도 회사에 합류, 프로지밴의 본격적인 게임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 프로지밴의 파트너 사 (자료제공: 프로지밴잣아인스)
▲ 프로지밴잣 아인스 게임즈의 웹사이트
'S4 리그', '퀸스블레이드', '마에스티아 온라인' 등 한국 온라인게임의 모습도 메인에 자리잡고 있다
경력만 봐도 송혜정 이사만큼 유럽 온라인게임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한국인도, 그리고 이렇게 많은 한국 게임을 현지에 론칭해 본 이도 없는 것이 당연하다.
“꼭 한국 게임만 서비스하자고 생각했던 건 아니에요. 같이 일한 경험도 많았던 것도 있지만, 온라인게임은 서비스가 중요한데 한국 회사가 이러한 점에서는 게임의 질도 높고 오랫동안 축적된 서비스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었죠.”
유럽 퍼블리셔의 강점은 처음부터 복수의 문화권을 포용하는 것을 전제로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여기에 속하는 넓은 지역대에 게임을 전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많은 유럽 게임사들이 영어권인 북미 시장과 스페인어권인 남미시장까지 진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터키 시장을 앞세워 이슬람 문화권까지 확장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또, 유럽에서 온라인게임 퍼블리싱은 독일이 PC시장 지배력이 커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이들 대부분이 미디어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어 마케팅 파워도 대단하다. 그렇다 보니 한국 게임사에게도 독일 기업은 자신의 게임에 아낌없이 광고비를 투자하는 좋은 파트너인 셈.
반면 유럽에서는 한국 온라인게임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적어도 송혜정 이사 개인적으로는 한국게임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음을 느낀다고 한다. 북미나 대만에서도 독특한 콘셉트의 게임이 많이 나오는데다 기술적으로도 한국에 밀리지 않고, 그래픽적으로도 유럽 게이머가 받아들이기에 이질감이 덜하다.
이에 송혜정 이사는 한국 게임이 유럽에서 성공하고자 한다면 유저에게 “짧은 시간 안에 감동을 주고, 게임에 대한 힌트를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한국에는 남녀노소 온라인게임을 익숙하게 잘하지만, 유럽에는 아직 게임 이용 능력이 뛰어나지 않는 유저들도 많다. 하지만 많은 수의 한국 게임은 가이드가 부족해 신규 유저를 직접 적응하도록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독일 회사들이 찾는 게임은 10분 안에 유저들이 몰입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거나, 한가지라도 독특한 부분이 있어 특정 타겟을 공략할 수 있는 게임이예요. 짧은 시간 안에 감동을 주고, 게임에 대한 힌트를 주지 않으면 유저들은 게임을 지속하지 않을 겁니다. 최근 한국게임에서 아쉬운 부분이 그것이기도 해요. 게임 안에 너무 많은 것을 넣는 경향이 있어요. 그렇다 보니 각 게임에서 구분되는 특징을 찾기가 어렵고 다 비슷비슷해 보이죠.”
유럽 게이머는 그들만이 원하는 성향이 있다. 문화적 특성을 신경 쓰고, 현지화에 대한 고려를 해야 한다. 하지만 예전에는 있는 그대로 서비스를 했기 때문에 한국 게임의 성적이 좋지 않았던 경향이 있다. 유럽만을 위한 버전 관리를 해야 한다.
송혜정 이사도 한국 회사가 유럽에서 선전할 수 있다고 보는 부분도 바로 이것이다. 한국인이어서가 아니라 한국은 신뢰가 가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중국, 대만에서 아무리 질 좋은 게임이 나와도, 서비스 경험이나 지원 등은 아직 한국을 추월하기 어렵다고.
▲ 한국 게임이 좀 더 유럽 진출에 욕심을 낼 필요가 있다
“전체적으로 온라인게임 시장이 주춤한 것은 있지만, 독일 내 온라인게임 증가세는 꾸준히 있어요.좋은 타이틀이 나와 시장에 큰 활력을 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독일 퍼블리셔들도 한국 게임인 ‘검은사막’이나, ‘에오스’, ‘이카루스’, ‘블레스’ 등을 관심있게 보고 있습니다. 남들은 하지 않았던 장르, 작지만 독특한 콘셉트의 게임으로 승부를 걸 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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