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다의 전설 아오누마 PD가 말하는 '신들의 트라이포스 2'
2014.06.21 16:11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 '젤다의 전설: 신들의 트라이포스 2' 발매를 기념해 방한한 아오누마 에이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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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닌텐도는 21일(토), 서울 국제전자센터에서 '젤다의 전설: 신들의 트라이포스 2' 발매를 기념해 '젤다의 전설' 시리즈의 프로듀서인 아오누마 에이지의 사인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수많은 '젤다의 전설' 팬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인회가 진행된 국제전자센터 9층 게임코너는 10시 오픈과 함께 수백 명의 게이머들이 꽉 들어찼다. 특히 1번 번호표를 받은 팬은 전날 저녁 6시부터 국제전자센터 입구에서 줄을 서기 시작해 간밤에 내리는 비를 맞으며 기다릴 정도로 뜨거운 열의를 보여줬다.
게임메카는 사인회에 앞서 아오누마 에이지 프로듀서를 만나, '젤다의 전설: 신들의 트라이포스 2' 개발에 얽힌 이야기와 시리즈의 전개 방향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린다
아오누마 PD: 안녕하세요, 닌텐도에서 '젤다의 전설'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아오누마 에이지입니다. 한국에는 3년 전 '젤다의 전설: 스카이워드 소드' 발매 당시에 한 번 온 적이 있고요, 이번이 두 번째 방문입니다.
이번 '젤다의 전설: 트라이포스 2'는 '젤다' 시리즈 중 최초의 넘버링 속편이다. 앞으로도 계속 넘버링 후속작이 나오리라 여겨도 되는가?
아오누마 PD: '젤다' 시리즈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즉 모든 작품이 속편이죠. 이번 작품에 굳이 넘버링을 붙인 이유는 과거 SFC로 발매된 '트라이포스 1'의 세계를 3D로 이식해 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새로운 명칭 대신'2'라는 명칭을 붙인 것이며, 나중에 '트라이포스 3'가 발매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예로 북미판의 경우 'The Legend of Zelda: A Link to the Past'라는 명칭으로 발매되기도 했고요.
국내의 많은 3DS 유저들은 SFC로 발매된 전작 '트라이포스'를 플레이 해 본 적이 없는데, 전작을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2'라는 타이틀명에 조금 불안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향후 3DS로 전작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던가 하는 계획이라도?
아오누마 PD: 앞서 설명했다시피 넘버링을 붙이긴 했지만 전작을 해 보지 않은 유저가 플레이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이번 '트라이포스 2'는 전작 '트라이포스'의 뒤를 잇는 작품이라기 보다는 리메이크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트라이포스 2'를 통해 전작에도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월드 부분에서는 기존 '트라이포스'의 세계를 그대로 옮겨왔으며, 던전이나 보스 등에서도 전작에서 등장한 요소를 많이 가져왔으니까요. 따라서 전작의 이식 계획은 잡혀 있지 않습니다.
▲ 1991년 슈퍼패미콤으로 발매된 '젤다의 전설: 신들의 트라이포스'
이번 타이틀은 '젤다의 전설: 스카이워드 소드'보다 먼저 기획과 개발이 진행됐지만, 중간에 잠시 중단됐던 걸로 알고 있다. 딱히 이유가 있는가?
아오누마 PD: 맞습니다. '트라이포스 2'는 '스카이소드'보다 먼저 개발이 진행되었죠. 그런데 닌텐도에서 Wii U 소프트 개발에 집중하자는 전체 지시가 들어와서 팀원들이 Wii U 타이틀 개발 지원쪽으로 뿔뿔이 흩어졌던 적이 있습니다. 이 때 1년 정도 개발에 공백이 생겼습니다. 개발자들 역시 개발 중단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고, 다시 뭉치자마자 개발을 재개했습니다. 이 때 팀을 재정비하는 데 조금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번 시리즈의 특징은 링크가 그림이 되어 벽을 타고 이동하는 점이다. 어떻게 이런 시스템을 생각했는가?
아오누마 PD: '시간의 오카리나'에 등장하는 적 '팬텀가논'은 그림으로 이동하다가 벽에서 튀어나오는 보스입니다. 이 때부터 그림을 통해 이동하는 패턴을 3D로 구현하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트라이포스 2'에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즉, '트라이포스 2' 기획 전부터 그림을 통한 이동 시스템은 항상 생각해 왔습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도구 대여 시스템이 도입되었는데, 기존 시스템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아오누마 PD:'젤다의 전설' 시리즈는 던전에서 도구를 얻고 다음 던전으로 넘어가는 선형 방식의 게임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이 반복되다 보면 지루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도구를 갖춰 놓고, 유저가 자신이 갈 곳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이죠. 사실 이러한 아이디어는 개인적인 취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저는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즐기는 취미 활동들을 하고 있는데요, 고가의 장비를 모두 구입하려면 금전적으로 부담이 되기 때문에 대여를 하곤 합니다. 부담 없이 이 도구가 나에게 맞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죠. 오늘 인터뷰도 저와 기자분들 사이가 가까운 것이 신선한 느낌인데요, 이런 경험도 게임에서 풀어낼 수 있겠죠. 일상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아오누마 프로듀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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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포스 2'의 던전은 12개인데, 기존 시리즈에 비해 적은 느낌인 것 같다. 혹시 기억에 남는 던전이 있는가?
아오누마 PD: 일단 12개의 던전은 적은 숫자는 아닙니다. 이전 타이틀에서는 9개 던전만 나왔던 적도 있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던전은 얼음 던전입니다. 제가 고소공포증이 있는데, 그 공포감을 던전에 표현했거든요. 3D 입체 기능을 통해,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느낌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 발매된 '젤다의 전설' 시리즈는 서로 다른 링크와 젤다가 등장하며, 시스템이나 게임성 등도 조금씩 다르다. 이러한 시리즈를 관통하는 요소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아오누마 PD: 일단 '젤다의 전설'이라고 하면 젤다 공주와 용사 링크, 트라이포스가 등장합니다. 트라이포스의 균형이 무너지고 악당이 등장하며 이야기가 시작되죠. 그 속에서 링크와 젤다, 악당의 설정이 약간씩 바뀌긴 하지만, 이러한 기본 구성은 향후 시리즈가 계속 전개되더라도 바꾸고 싶지 않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주인공의 성장과 동시에 유저도 성장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입니다. 이런 요소들이 '젤다의 전설' 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며, 향후에도 유지해 나갈 부분입니다.
▲ 주인공 '링크'는 계속해서 바뀌지만, 전체적인 시리즈를 관통하는 철학은 바뀌지 않는다
게임 내 삽입된 미니게임 중 '꼬꼬 피하기'의 경우 최고 점수를 달성한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어렵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아오누마 PD: 사실 그 게임은 제가 아니고 개발진 중 한 분이 설계했습니다. '젤다의 전설'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도전과제를 통해 유저들의 도전 의식을 불태워 왔습니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손쉽게 클리어하시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꽤나 어려움을 느끼고 계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내부 제작진들이 한 번씩은 클리어 한 게임들이기 때문에, 사람이 풀지 못 할 난이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개발 초반에 미야모토 시게루씨가 태클을 많이 걸었다고 들었다. 개발 과정에서 미야모토 시게루와 이와타 사토루 사장의 반응은 어땠나?
아오누마 PD: 미야모토 씨는 평소에 자신의 느낌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편입니다. 처음에는 링크가 벽에 들어간다는 아이디어만 보여줬는데, 미야모토 씨의 반응은 '이게 뭐야?'였습니다. 나중에 이 시스템을 '트라이포스'와 연계시킨 것을 보여주자 그제서야 '괜찮다'고 하더군요.
재미있는 일화는, 개발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게임 샘플을 보여드리자 별로 반응이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결과물이 마음에 안 드는줄 알고 걱정을 했는데요, 나중에 미야모토 씨가 이와타 사토루 사장과 '이번 젤다 신작 괜찮다'는 대화를 나눴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더군요. 지금도 왜 직접 얘기를 해주지 않았나 궁금합니다. 요즘에는 뒤에서 소문이 들리면 그냥 넘어가곤 합니다(웃음).
게임의 주인공은 링크인데, 게임명은 '젤다의 전설'이다. 혹시 타이틀명에 의문을 가진 적은 없었나?
아오누마 PD: 자주 받는 질문이네요. '젤다의 전설'을 창조한 미야모토 시게루 씨는 역발상을 좋아합니다. 타이틀명에도 그러한 철학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죠. 만약 '링크의 전설'이었다면 해석의 여지조차 없는 단순한 이름이 됩니다. 그러나 '젤다의 전설'이라고 한 단계 꼬아 놓았기 때문에 유저들로 하여금 생각할 여지를 주는 것입니다.
오픈 월드로 제작되는 젤다의 전설 차기작의 개발 진행 상황이 궁금하다
아오누마 PD:사실 지난 'E3 2014'에서 신작이 공개된 뒤 엄청나게 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아직 개발이 진행 중인 부분이라 바뀔 부분이 많아 확실히 대답해드리지 못했죠. 그 와중에 '영상에 나온 캐릭터가 링크라고 말한 적은 없다'고 답한 적이 있는데, 이 대답이 점점 와전되더니 '그러면 그 캐릭터가 여자인가? 혹시 링크 공주?' 라는 식이 되었습니다. 일단 아직 개발 중인 게임이기 때문에 기대해 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젤다의 전설' 차기작에 대해 조금이라도 말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는가?
아오누마 PD: (한참 난처해 한 뒤)기존의 시리즈보다 더 넓은 세계에서 새로운 모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작년부터 '젤다의 전설' 시리즈에서 느껴지는 '당연함'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철학을 백분 반영하고 있습니다.
▲ 오픈 월드로 제작 중인 '젤다의 전설' 신작
개발자이기 이전에 한 명의 게이머로서,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게임이 있다면?
아오누마 PD: 굳이 하나만 꼽자면 단연 '젤다의 전설: 신들의 트라이포스'입니다. 이건 홍보용 멘트는 아닙니다. 제가 닌텐도에 입사했을 때는 SFC가 출시되고 '트라이포스' 개발이 한창 진행될 때였는데, 이 게임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전까지는 야구 등의 스포츠게임 정도만 알았는데, 게임 내에서 방대한 세상을 돌아다니며 모험을 펼친다는 것은 그야말로 출격이었습니다. 이 게임으로 인해 제 인생의 게임관이 많이 변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매번 다른 '젤다의 전설' 시리즈를 개발해오다 보면 조금 지칠 법도 한데?
아오누마 PD: '젤다의 전설'은 제 자신의 사고방식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아이디어가 게임에 반영되면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확장되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즐거운 부분이 더 많습니다.
만약 인디 게임처럼 한정된 인원과 예산으로 게임을 만든다면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싶은가?
아오누마 PD: 사실 개인적으로도 같은 것을 반복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좋아합니다. 최근에는 나이가 드신 시니어 연령대 분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졌습니다. 인생의 단 맛과 쓴 맛 모두를 느끼신 분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그런 게임 말이죠.
▲ 장년층 이상의 세대에게 어필할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아오누마 PD
'젤다의 전설' 개발에 있어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아오누마 PD: 과거 '시간의 오카리나'의 광고 문구가 '게임에서만 즐길 수 있는 모험'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러한 생각은 여전합니다. 게임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경험을 백분 살리고 싶고, 그것이 '젤다의 전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아오누마 PD: '젤다의 전설: 신들의 트라이포스 2'는 입체감을 살린 새로운 모험의 세계입니다. 전작의 특징을 그대로 가져온 부분도 있고, 더욱 발전시킨 부분도 있습니다. 꽤 괜찮은 모습으로 완성되었으니 마음껏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인터뷰가 끝나고 기자들의 사인 요청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