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든어택2 알파테스트, 변하지 않았기에 더욱 기대된다
2014.07.29 18:20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서든어택 2'
대한민국 온라인게임 역사에서 ‘서든어택’이라는 작품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2005년 정식서비스를 시작한 ‘서든어택’은 초창기엔 '스페셜포스'나 ‘카운터 스트라이크' 등의 인기 요소를 답습하여 FPS 마니아들의 비난을 받았지만,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게임성으로 일반인들에게 어필해 FPS의 대중화를 이룬 작품이다. ‘서든어택’ 이후 FPS 붐을 타고 수많은 게임들이 출시되었지만, 그 벽을 넘지는 못했다.
‘서든어택’으로부터 9년. 마침내 모두가 기다리던 '서든어택 2'가 첫 알파테스트를 통해 그 실체를 드러냈다. 지난 24일(목)부터 나흘 간 진행된 이번 알파테스트는 5개의 맵(신규 맵은 1개)과 총기류 일부만 제공되는 등 콘텐츠보다는 기본적인 게임성을 테스트하는 데 그쳤지만, ‘서든어택 2’가 어떤 게임인지를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 '서든어택 2' 메인화면
어라? 이거 스킨 아니었어?
온라인게임에 시리즈 넘버가 붙는 경우는 두 가지다. 첫째는 전작의 세계관이나 콘셉은 유지하면서, 게임성 부분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경우다. '리니지 2', '프리스타일 2', '스페셜포스 2', ‘메이플스토리 2’ 등이 이 경우에 속하며, 전작과 동시에 서비스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사례는 전작을 완전히 계승하는 작품이다. 이 경우 게임성에서 전작의 기조를 유지-발전시키는 경우가 많다. 전작의 모든 면을 업그레이드 한다는 취지이기 때문에, 런칭과 함께 전작의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유저를 그대로 흡수하는 경우가 많다. '피파 온라인 3', '위닝일레븐 온라인 2014', '프리스타일 풋볼 Z' 등이 대표적이다.
‘서든어택 2’는 후자에 속한다. 그것도 전작을 아주 똑같이 계승했다. 온라인게임의 넘버링 후속작 중에서 전작을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따라한 작품도 드물 정도다.
사실 테스트 기간 중 재미있는 일화가 있었다. ‘서든어택 2’의 테스트가 진행되던 지난 주말, 기자는 사양이 좋지 않은 집 컴퓨터 대신 단골 PC방에 가서 ‘서든어택 2’를 즐겼다. 그렇게 한창 플레이를 하고 있는데, 주인 아저씨가 옆에 와서 가만히 지켜보기 시작했다. 이윽고 게임이 끝난 후 보상 메뉴창이 표시됐다. 그 순간, 주인 아저씨의 깜짝 놀란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라? 이거 스킨 아니었어?”
이처럼 ‘서든어택 2’를 처음 본 사람이라면, 전작 ‘서든어택’에 고품질 그래픽 스킨을 적용한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이유는 높은 재현도다. 전작의 인기 맵이었던 ‘제3보급소(A보급 포함)’와 ‘웨어하우스’, ‘크로스카운터’는 원작과 한 치 차이도 없이 구현되어 있다. 전반적인 맵 구조는 물론, 밟고 올라갈 수 있는 나무박스 위치와 높이, 적 개구멍을 노릴 수 있는 문 틈, 앉기도 서기도 애매한 위치에 뚫려 있는 저격 포인트 등 모든 것이 그대로다.
▲ 전작 '서든어택'의 웨어하우스 개구멍 저격 포인트
▲ '서든어택 2'에서도 그대로 묘사된 개구멍
▲ 저격 포인트나 엄폐물의 높낮이 등도 원작 그대로 잘 살아있다
게임 플레이 역시 전작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오프닝 화면에서는 장애물에 몸을 엄폐하고 빠르게 대쉬하며 슬라이딩이나 장애물 넘기를 구사하는 모습이 등장하지만, 이러한 특수 동작은 실제 게임 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오직 이동 및 앉기, 발자국 소리가 남지 않도록 살금살금 전진하기만 존재한다. 빨리 달리기 위해서 근접무기를 꺼내드는 것도 똑같고, 저격총의 빠른 재장전을 위해 무기를 빠르게 교체하는 ‘스왑’ 기능도 여전하다. 몇몇 유저들은 ‘캐릭터가 총을 맞아도 잘 안 죽는다’며 불평을 했지만, 이는 ‘서든어택’ 내에서도 흔히 나오는 투정에 가깝다.
사실 '서든어택 2'에서 가장 반가웠던 점이 바로 이러한 부분들이다. 위의 맵들은 구 '서든어택'에서 이루어지는 게임의 8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인기 있는 콘텐츠다. 특히 ‘웨어하우스’의 경우 오프라인 서바이벌 경기장으로 재현되기도 했다. 게임성 역시 온라인 FPS 중에서 가장 간결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전작 그대로다.
사실 새로운 FPS를 시작함에 있어 가장 골치아픈 요소가 새로운 맵의 특성을 파악하고 플레이 감각을 익히는 것이다. 상당수의 유저들이 이로 인한 진입 장벽을 넘지 못하고 게임을 접기 일쑤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서든어택 2’는 진입 장벽이 없다시피 한 게임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FPS를 그대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분명 기존 유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다.
▲ 오프닝에서는 캐릭터가 장애물도 넘고 엄폐도 하지만, 게임성은 '서든어택'과 같다
▲ '서든어택 2'에서도 제3보급소 열풍은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과 모션은 확실히 진화했다
‘서든어택 2’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나온 작품이니만큼, 전작과의 차이도 어느 정도는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역시 그래픽이다. 언리얼엔진 3로 구현된 캐릭터는 마치 ‘솔저 오브 포춘 온라인’을 보는 듯한 캐주얼하면서도 고품질로 잘 묘사되어 있으며, 지형이나 건물, 오브젝트 묘사 역시 최신 게임 수준으로 급상승했다. 이쯤 되면 그래픽 성능 상 ‘서든어택’에서 보여주지 못 한 다양한 모드도 향후 업데이트를 통해 충분히 소화 가능할 것이다.
동작 묘사도 일품이다. 폭탄이 폭발하면 창고 전체가 무너지고 드럼통이 사방으로 튄다. 개구멍을 막고 있는 철창에 총을 쏘면 불꽃이 튀며 다이나믹하게 부서진다. 캐릭터의 움직임이나 피격 모션, 선혈 묘사 또한 상당히 세련된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 밖에 맵에서 필요 없는 부분(예를 들면 제3보급소 레드팀 시작지점에 있는 문 틈-사람이 간혹 끼어서 못 움직이곤 했다)은 사라졌고, 수류탄 투척 곡선도 느낌상 약간 변한 느낌(확실한 건 아니다)이다.
최근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기 커스터마이징 시스템도 생겼다. 바디, 총열, 탄창, 하단 부착물, 조준경 등 다양한 부품을 최대 4개까지 총기에 부탁하는 것으로, 부품은 상점에서 부품 상자를 구입해 부착하거나 게임이 끝나고 전리품으로 얻을 수 있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무기 커스터마이징이 실제 총기 성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스킨 수준에 불과했으나, 향후 추가 효과 적용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옵저버(자유 시점) 시스템도 소폭 변경됐다. 기존 ‘서든어택’에서는 죽은 후 카메라를 자유자재로 움직여 맵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옵저버 시스템이 있었는데, 높은 하늘이나 땅 속에서 바라보면 모든 유저의 움직임이 한 눈에 들어왔다. 이를 악용하는 일부 유저들은 옆자리의 친구를 통해 게임의 진행 상황을 한 눈에 확인하며 플레이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서든어택 2’에서는 땅 속 이동의 제한을 두고, 건물의 천장을 불투명하게 묘사했다. 옵저버 시스템의 매력은 그대로 두되, 치팅 행위를 상당수 방지함으로써 게임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 '서든어택' 시절에는 맵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던 옵저버 시스템
▲ 이제는 맵에 지붕이 생겨 예전 같은 치팅 행위는 어느 정도 방지된다
▲ 선혈 표현도 일품 (확실히 19세 이용가 게임이긴 하다)
▲ 무기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은 딱히 새롭진 않지만 반갑다
진화보다는 안정, 현 유저 품고 가기엔 최상의 조건
몇몇 변경사항을 예로 들었지만, 사실상 게임의 핵심적인 부분에서는 거의 변화가 없다. 위의 PC방 일화에서처럼, 테스트 내내 구 ‘서든어택’에 고퀄리티 스킨을 깔고 플레이하는 느낌이었다. 사실 일부에서는 '서든어택 2'의 이러한 모습을 ‘이게 뭐가 차기작이냐’, ‘너무 안일하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든어택 2’의 이 같은 선택은 두 가지의 이점을 갖는다. 첫 번째는 안정성이다. 사실 ‘서든어택’이 리스크를 무릅쓰고 큰 변화를 가해야 할 이유는 없다. 지난 9년 간 국내 FPS의 왕좌를 유지해왔고, 어떤 라이벌의 도전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게임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 낮은 해상도의 그래픽이나 시스템 안정성 측면에서 늘 고민해야 했다. 개다리 스텝이나 헤드샷 모션 등은 최신 게임 사이에서 우스꽝스러운 광경만 자아냈으며, 신규 유저들에게 더 이상 눈도장을 찍을 수 없었다. 중간에 몇 차례 비주얼 업그레이드를 실시했지만 기본 시스템 자체가 낡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신 그래픽으로 무장한 차기작을 내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다. 다만, 차기작에서 굳이 게임성을 바꿔서 유저를 분산시키는 것은 자칫 FPS 1위 자리를 흔들리게 할 수 있다. 이는 과거 ‘스페셜포스 2’가 출시되었을 때 유저가 양분된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서든어택’은 도전자가 아니다. 굳이 새로운 유저를 끌어들이지 않아도 충분히 강한 챔피언이다. 넥슨지티(구 게임하이)는 ‘서든어택’ 유저들이 원하는 대로 진화보다는 안정을 택했고, 이번 ‘서든어택 2’는 그 결과물이다.
▲ 이런 그래픽으로 2020년까지 버티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지 않을까
▲ 그런 면에서 '서든어택 2'는 이후 10년간은 안심
두 번째는 가지치기다. ‘서든어택’을 몇 년 동안 하지 않다가 최근에 접속해 본 사람들은 게임이 너무 지저분해졌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예전에는 AK47이나 TRG-21 정도만 사면 됐는데, 이제는 등급별 무기에서부터 AI 전용, 뱀파이어 전용 등 주무기의 종류만 60여 개에 달한다. 맵 또한 뱀파이어 모드, 공룡 모드, AI 봇 모드, 투명 모드, 3세력 모드, 대두 모드, 도둑잡기, 인질구출 등 너무 많아져 카테고리로 분류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고, 무기 합성과 용병, 지령, 라이선스 시스템까지… 너무 군더더기가 많이 붙었다.
사실 ‘서든어택’은 국내 1위 FPS 자리를 유지하면서 누구보다 많은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초반에는 유저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FPS 최초로 '칼전'을 구현해내더니, 타 게임에서 인기를 끄는 새로운 시도를 '서든어택'만의 색으로 바꿔 표현했다. 위에서 언급한 콘텐츠들은 그 와중에 추가된 흔적들로, 실패한 콘텐츠도 있었지만 성공한 콘텐츠도 많았다. 그러나 간만에 접속한 유저들에게는 혼잡 그 자체일 뿐이다. 이제는 게임 설치 및 업데이트에만 수십 분이 걸릴 지경이다.
결국 ‘서든어택’의 콘텐츠는 언젠가 가지치기가 이루어져야 했고,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이다. 알파 테스트 단계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서든어택 2’는 새로운 게임답게 깔끔하다. 무기도, 맵도, 시스템도 2005년 ‘서든어택’을 보는 느낌이다. 기존 모드들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조금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제3보급소’나 ‘웨어하우스’ 등을 즐기는 대다수의 유저들은 환영할 것이다.
▲ 현재 '서든어택' 상황. 모드와 무기는 너무 많아졌고 시스템도 넘쳐난다
▲ '서든어택 2'는 알파 테스트라서 그런 지는 몰라도, 일단 깔끔하다
새로운 시스템이나 혁신적인 요소가 없는 ‘서든어택 2’는 FPS의 미래라고 말하기엔 어려운 게임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최고 인기 FPS ‘서든어택’의 뒤를 이을 자격은 충분히 갖췄다. 이는 테스트에 참여한 사람 모두 이 게임을 처음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들 전문가 수준의 플레이를 펼치는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마도 향후 공개테스트나 정식서비스에서도 이러한 모습은 그대로 재현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