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읽어주는 여자] 팀원들의 암 유발요소, '예능 롤' 영상
2014.08.06 15:43게임메카 황인솔 기자
소르봉, '트롤'이 되다
2009년을 생각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당시에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공대원들과 생사를 넘나들며 인생이 무엇인지 배웠죠 하하. 제가 얼음에 뒤덮인 성채에서 전투에 흠뻑 빠져 있던 그때, 게임 시장에 큰 획을 그은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가 2009년 10월 북미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주변 친구들이 북미 계정을 만들어가면서 열정적으로 플레이하기에 조금은 호기심이 생겼지만 저는 워낙 한 게임에 빠져있던 터라 롤에는 눈길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2011년 국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후에야 처음으로 소환사의 협곡에 입장할 수 있었죠.
설레는 마음으로 가장 귀여운 챔피언 '티모'를 골라 첫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맵을 둘러보아야겠죠? 상점에서 신중하게 아이템도 구경하고, 정글을 누비며 늑대도 잡아보고, 중앙에서 용맹하게 싸우기도 하고, 아래쪽 길에서 두 명의 챔피언이 어떻게 싸우는지 구경도 해보고…
저는 이렇게나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는데, 채팅창에는 끊임없이 욕이 올라옵니다. 정말이지 우리 팀원들은 입이 험한 사람만 모아뒀나 봐요. 대체 누가 그렇게 큰 잘못을 저질렀길래 저럴까 한참을 구시렁거리고 있는데 마음에 비수를 꽂는 말 한마디가 날아옵니다.
'야 소르봉, 이 트롤아!'
▲ 내가 트롤이라니, 으앙 그게 무슨 소리야
잘은 몰라도 '트롤'이 욕이라는 것쯤은 단박에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현실을 부정하며 아냐, 트롤은 착한 종족이야! 강인함의 상징이라고!라고 스스로를 달래봐도 금이 간 멘탈은 회복되지 않더군요. 결국 풀이 죽어서 별다른 활약을 해보지도 못한 채, 제 롤 도전기는 그렇게 강제 마무리되어야 했습니다.
상처 입은 자존심을 회복하고자 자칭 롤 고수 여럿에게 제 행동을 설명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같이 '욕먹을 짓 했네'였습니다. 설명을 들어보니 각 챔피언마다 맡은 역할이 있고,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승리할 수 있다더군요. 제가 한 일은 팀플레이를 망치는 그야말로 '트롤링'이었던 것이죠.
▲ 해외에서도 '트롤'을 향한 반응은 뜨겁습니다
어찌 되었건, 저는 명예 회복을 하기 위해 롤 공부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롤 커뮤니티와 동영상 사이트를 뒤져보니 우수한 실력을 가지신 분들의 영상이 아주 많더군요. 컨트롤도 뛰어나고, 빠른 상황 대처와 척척 맞는 호흡까지! 얼마나 연습을 해야 저렇게 플레이할 수 있을까요.
수많은 영상들을 훑어보다 느낀 점은, 의외로 '예능 롤'을 즐기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엉뚱한 행동으로 팀원들을 웃기기도 하고,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실험'을 진행하거나, 의도하지 않게 실수를 저질러서 팀원들을 암 걸리게 만드는 분들의 영상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혼자 보기 아까우니까 여러분들께도 몇 개 공유해 드릴게요.
롤을 즐기는 색다른 방법, '예능 롤'
▲ 본격 버섯 육성 시뮬레이션! '티모 오브 레전드'
▲ 악플을 부르는 버섯 농사꾼 티모
첫 번째로 소개해드릴 영상은 '티모의 버섯 농장' 영상입니다. 별생각 없이 재생 버튼을 누른 이 영상 속에서는 티모가 40분의 플레이 시간 동안 약 600개의 버섯을 심으며 그야말로 버섯 육성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었습니다.
조금 색다른 방법이긴 하지만, 적을 막아내기에는 탁월해보이더군요. 하지만 직접 당하게 된다면 화가 날 것 같기도 하네요… 이 영상을 본 유저들은 '제목에 혐오주의 표시 좀', '티모 챔피언 삭제해주세요'와 같은 반응을 보이며 강렬한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다들 게임 하시면서 버섯 좀 밟아 보셨나 봐요.
한계란 없다!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는 '롤 실험'
두 번째로 소개해드릴 영상은 롤 안에서 다양한 '실험'에 도전했던 분들의 영상입니다. 반갑게도 칼바람 나락에 미니언을 잔뜩 가둬둔 장면은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메카 '메카 실험실'의 기자님께서 연출하신 영상이더군요. 이 영상을 보시면 다시는 미니언을 무시하지 못하게 될 겁니다. 순식간에 억제기와 넥서스를 파괴하는 모습이 인상 깊네요. 그리고 저 많은 미니언을 모을 때까지 기다린 근성에도 손뼉을 쳐야 할 것 같네요.
그 밖에도 롤의 챔피언 중 누가 가장 빠른가, 혼자서 드래곤을 한 방에 처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 호기심에서부터 시작된 것들을 명쾌하게 해결하는 영상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 미니언이 작다고 무시하면 험한 꼴을 보게 된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 롤에서 가장 빠른 챔피언은 누구일까요?
▲ 드래곤을 한 방에 잡을 수 있는지도 실험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연출이 아니라서 미안해요, '트롤링'
이처럼 연출된 장면도 있지만, 의도하지 않게 팀원에게 폐를 끼치는 유저도 있었습니다. 한 번만 공격하면 쓰러트릴 수 있는 적을 빤히 쳐다보다가 뒤늦게 궁을 쓰는 피들스틱, 아무리 로봇 손을 던져봐도 절대 적을 맞추지 못하는 블리츠크랭크. 화면만 봤을 뿐인데도 답답함이 강하게 몰려오네요. 저도 함께 했던 팀원 분들께 저런 느낌을 주었겠죠…
▲ 정말 답답한데 계속 보다보니까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네요
치열한 승부를 벌이는 가운데 팀원의 실수는 속을 부글부글 끓게도 하지만, 그래도 긴장을 풀어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일부러 게임 진행을 방해하는 행동은 문제가 되겠지만 초보 팀원이 자아낸 작은 실수 정도는 웃으면서 용서해주는 게 어떨까요? 게임에서는 즐거움이 더 커야 하는 법이니까요.
▲ 훈훈하게 마무리하려고 했으나 자꾸 머리속에는 이 말이 맴도네요
글: 게임메카 황인솔 기자 (소르봉, breezy@gamemeca.com)
많이 본 뉴스
- 1 미소녀들과 오붓한 시간, DOA 미연시 나온다
- 2 미소녀+변신로봇, 니케 출신 제작진 신작 '테라리움'
- 3 똑똑한 게이머 주목! 스팀 '턴제 RPG' 할인 연다
- 4 오버워치 넷플릭스 애니 "있었는데요, 없어졌습니다"
- 5 “에픽 스토어 사실상 차단” 팀 스위니, 삼성에 소송
- 6 [롤짤] 주인공은 린킨 파크? 롤드컵 뮤비 주객전도
- 7 G식백과 게임법 위헌 헌법소원, 21만 명 이상 참여
- 8 [순위분석] 고진감래, 이터널 리턴 상위권 굳히기 성공
- 9 캡콤,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차기작 개발 중
- 10 [숨신소] 참 쉽죠? 동화풍 건설게임 ‘타이니 글레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