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오브 듀티: 어드밴스드 워페어, 리얼함 얻고 최적화 잃었다
2014.11.14 19:41게임메카 이찬중 기자
▲ '콜 오브 듀티: 어드밴스드 워페어'가 지난 4일 출시되었다
‘배틀필드’ 시리즈와 함께, 전쟁 FPS 양대산맥이라 불리는 액티비전 ‘콜 오브 듀티’ 시리즈 11번째 작품 ‘콜 오브 듀티: 어드밴스드 워페어’가 지난 11월 4일(화) 출시됐다. 이번 작품은 ‘콜 오브 듀티: 모던워페어 3’ 개발에 참여한 슬렛지해머게임즈의 첫 단독 작품이기도 해 주목 받았다.
‘콜 오브 듀티: 어드밴스드 워페어’는 국가 간 이념과 종교 갈등을 다루던 전작에서 벗어나,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강력한 민간 군사기업과의 대립을 다룬다. 물론, 이런 설정이 가능한 것은 바로 게임에서 2054년을 배경으로 ‘최첨단 미래전’을 다루기 때문이다. 덕분에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는 강력하고 다양한 최첨단 무기와 ‘엑소 슈트(외골격 슈트)’ 등을 사용해서 훨씬 박진감 넘치는 전투를 즐기는 게 가능하다.
‘콜 오브 듀티: 어드밴스드 워페어’ 시리즈 최초로 보여줄 최첨단 미래전이 실제로는 어떤 모습일지 알아보기 위해, 게임을 직접 체험해보았다.
▲ '콜 오브 듀티: 어드밴스드 워페어'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채널)
한편의 영화와 같지만, 진행은 조금 지루한 캠페인 모드
‘콜 오브 듀티: 어드밴스드 워페어’에는 ‘캠페인’, ‘멀티플레이’, ‘엑소-서바이벌’ 등 총 3가지 모드가 존재한다. 우선 캠페인 모드는 전작과 동일하게, 일반 군인인 주인공 시점으로 진행된다. 이번 주인공은 ‘잭 미첼’로, 전쟁 중 절친한 친구와 왼팔을 잃은 퇴역 군인이다. 그는 친구 장례식장에서 만나게 된 아틀라스 CEO ‘조나단 아이언스’의 제안을 받아, 인공 왼팔을 이식하고 다시 한번 최첨단 민간 군사기업의 일원으로 활약하게 된다.
한창 테러단체 KVA를 상대로 싸우던 와중에, 그는 ‘아틀라스’가 숨긴 진실과 음모를 알게 된다. 아틀라스 헌병에 체포 당하기 직전에 그는 옛 동료에게 구출되고, 아틀라스에 대항하는 특수부대 ‘센티널’에 합류하게 된다. 이어 그는 세계 곳곳을 누비며, 세계를 상대로 선전포고 한 ‘조나단 아이언스’와 아틀라스를 상대로 맞서 싸우게 된다.
▲ 이번 작품의 주인공 미첼, 정말 잘생겼다
▲ 초반에 만나게 되는 KVA 테러 단체 수장 '하데스'
‘콜 오브 듀티: 어드밴스드 워페어’에서 제일 처음 접해본 캠페인 모드는 정말 감탄 그 자체였다. 실사와 CG를 혼동하게 만드는 오프닝 영상부터, 이와 크게 격차가 없는 인게임 그래픽은 한층 더 사실감을 더했다. 여기에 대사에서도 각 인물 성격이 확연히 드러나서 내가 직접 전쟁 영화 속에 들어온 느낌을 줬다.
특히 캠페인 구석구석에 삽입된 블록버스터급 연출은 게임 내 영화 같은 느낌을 높이는데 한몫 더했다. 갑자기 튀어나온 소형 로봇 드론이 미국의 유명한 ‘금문교’를 폭파하거나,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버스 사이를 뛰어다니면서 전투를 펼치는 등 박진감 넘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영화 배우 '케빈 스페이시'의 연기도 일품이다
▲ 그러니까...저 초고속 버스 위로 뛰라고요?
그러나 선택지 없이 일직선으로만 진행되는 스토리 전개는 조금 아쉬웠다. 예를 들어, 특정 정보를 입수하지 않아서 스토리가 달라지는 장치를 추가했으면 좀 더 게임에 몰입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특히 나중에 갈수록 내가 뭔가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기보다는, 주어진 상황에서 특정한 조건을 클리어하는 영화를 보는 느낌이라 약간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이 밖에도 ‘엑소 슈트’가 새로 등장하면서 빠른 속도로 지붕을 위로 활보하는 등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해졌지만, 미션 대부분은 한정된 지역에 몰려오는 적을 조금씩 처치하며 전진하는 방식이라 플레이에 있어 혁신적이라 할 부분은 의외로 많지 않았다. 물론 처음에는 막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부스터 기능도 적극 활용했지만, 나중에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고 크게 위험한 상황이 아니면 엄폐 플레이를 주로 했다. 더 진행 루트에 선택의 여지를 두거나, ‘엑소 슈트’ 능력을 십분 활용하는 미션이 있었다면 좀 더 높은 평가를 줄 수 있었을 것이다.
▲ 내가 컴퓨터를 좀만 잘했어도...!
▲ 처음에는 부스터를 엄청 썼지만, 생각하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정신없는 속도감에 몸을 맡기는 멀티플레이
‘콜 오브 듀티: 어드밴스드 워페어’ 멀티플레이에서는 전작에서 즐겼던 모드와 시스템을 대부분 계승한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등장한 ‘엑소 슈트’의 존재가 게임이 주는 느낌을 360도 바꾼다. 슈트에 내장된 부스트 기능을 이용해 빠른 이동과 높은 점프가 가능하기 때문에, 속도감이나 박진감은 전작에 비해 훨씬 높다. 한 예로, 꽤 넓은 맵인데도 ‘부스트’를 이용하면 끝에서 끝까지 가는데 몇 초 걸리질 않을 정도다.
여기에 단순히 걸어다니면서 전투를 벌이던 평면적인 FPS와 다르게, ‘부스트’ 기능 추가와 함께 하늘도 이젠 전장이 되었다. 실제로 게임 내에서 지상에서 적을 마주치는 것보다 하늘에서 습격해오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무엇보다 하늘을 경계한다는 것에 익숙지 않았기 때문에, 지상만 바라보다가 위에서 내려오는 적에게 자주 죽었다.
▲ 캠페인과는 다르지만, 부스팅이 가능한 것은 똑같다
▲ 멀티플레이에서의 흔한 죽음, 언제나 하늘을 조심하자
사용할 수 있는 무기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우선 가장 먼저 미래형 무기의 추가를 꼽을 수 있다. 멀티플레이에서는 미래형 무기 대부분을 사용할 순 있지만, 캠페인에서 보여줬던 밸런스에 어긋날만한 요소는 삭제된 채 나왔다. 예를 들어, 캠페인에서 볼 수 있던 ‘스마트 수류탄’은 유도 기능이 사라졌고, 다른 특수 효과들은 분리되어 각기 다른 수류탄으로 나왔다.
이 밖에도 ‘엑소 슈트’ 능력도 축소되어, 사용할 수 있는 특수 기능이 크게 달라졌다. 직접 써봤을 때, 특수기능 대부분은 효용성이 크게 떨어졌다. 일시적으로 이동 속도를 빠르게 해주는 능력은 ‘부스트’에 비해 크게 체감되지 않았고, 체력 회복도 3방 정도 맞으면 죽는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되질 않았다. 특히 매력적으로 보였던 ‘엑소-호버’ 기능도 사실상 공중에 떠서 플레이어들에게 자신을 쏴달라고 광고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나마 ‘엑소-스텔스’ 기능은 빠르게 돌아다니는 플레이어 뒤를 잡기에 용이해서, 암살자 플레이를 하기 좋았다.
▲ 레이저 소총은 재장전할 필요가 없어서 정말 편했다
▲ 확실히 하나의 수류탄에 모든 기능을 담는 건 밸런스 붕괴다
보직 선택 방식으로는 전작 ‘콜 오브 듀티: 블랙옵스’에 나오는 ‘픽 10’ 시스템 업그레이드 버전인 ‘픽 13’를 선보인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자신이 사용할 총기, 보조부품, 장비, 엑소 슈트 기능, 수류탄, ‘스코어 스트릭’ 장비 등을 손쉽게 설정할 수 있다. 특히 보직에 따라 특성이 정해진 ‘배틀필드’와는 다르게, 플레이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실제로 주 무기를 두 개 들고 다니거나, 수류탄을 사용하지 않고 ‘엑소 슈트’ 특수 능력을 두 개 사용하는 등 독특한 설정이 가능했다.
플레이 중 처치나 장비 파괴로 사용하는 ‘스코어 스트릭’ 장비를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는 점도 재미있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스코어 스트릭’에도 미래전이라는 설정이 반영되어, 이에 어울리는 장비들이 다수 나왔다. 레이저를 쏘는 전략위성부터, 캠페인에서 볼 수 있던 ‘골리앗’ 로봇 소환 등 각 장비에 추가 특성을 더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상대편이 공격할 수 있는 ‘UAV 정찰기’를 행성궤도 특성을 부여하거나, 직접 탑승해야 하는 ‘센트리’에 자동화 기능을 부여하는 게 가능했다. 이처럼 멀티플레이에서 무기나 플레이스타일 선택 자유도는 타 게임에 비해 상당히 높았다.
▲ 직접 내 캐릭터 특성을 정할 수 있다
멀티플레이 모드는 전작에서 볼 수 있었던 모드가 많았다. ‘팀 데스매치’, ‘점령전’같이 FPS를 접해본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모드부터, 깃발 뺏기(CTF), 자유대전, 사실 확인 등이 존재한다. 이 밖에도 ‘엑소 슈트’를 사용하지 않는 클래식, 아군도 공격할 수 있는 ‘하드코어’를 적용할 수 있는 모드도 있어, 미래전 외에도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이번에 새로 나온 ‘업 링크’는 기존 FPS를 즐겨왔던 기자에게 상당히 생소한 모드였다. 마치 총을 들고 농구를 하는 것처럼, 모드 내 나오는 공을 맵 양끝에 있는 상대 골대에 넣는 게 목표였다. 실제로 팀원이 패스한 공을 받아서 골대에 넣을 때 느낄 수 있는 쾌감은 마치 스포츠 게임 못지 않았다.
▲ 축구의 재미를 즐길 수 있는 '업 링크' 모드
▲ 제발 한판만 이기게 해주세요
하나의 협동모드에서 다양한 재미를 ‘엑소-서바이벌’
독특하게도, 협동모드인 ‘엑소-서바이벌’은 멀티플레이와는 따로 분리된 요소로 등장한다. ‘엑소-서바이벌’ 모드는 플레이어 4명이서 몰려오는 적을 막아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각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적은 점차 강해지고, 다양한 장비로 플레이어를 압박한다. 여기에 게임 구조도 단순히 막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간 내 적 군번 줄을 수집하거나, 폭탄을 해체하는 등 타임어택 형 미션이 곁들여져 있어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킨다.
물론, 이런 라운드를 잘 넘겨내면 포인트를 얻어, 다음 라운드를 대비해 총기나 특정한 장비를 강화 혹은 바꿀 수 있었다. 특히 포인트로 바꿀 수 있는 장비 중에는 ‘골리앗’을 소환하는 것도 있어서, 멀티플레이에서 ‘스코어 스트릭’을 달성하지 못한 사람도 써볼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모드가 직관적이고 가볍기 때문에, FPS를 못하는 유저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 적이 사방에서 몰려온다! 대비하자!
▲ 각 라운드별로 얻을 수 있는 포인트로 장비를 강화하자
최적화도 안됐는데, 옵션 조절하다가 시간 다 보낸다
이번에 경험한 ‘어드밴스드 워페어’를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미래전’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콜 오브 듀티’ 스타일로 그려내는데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스토리, 금방이라도 화면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그래픽, 외골격 슈트, 레이저 무기 등 캠페인에서 선보인 보는 재미는 엄청났다.
여기에 멀티플레이, 코옵모드에서 보여준 재미도 쏠쏠했다. 전작에서 즐겼던 익숙한 모드는 물론, 한층 강화된 커스터마이징 시스템, 독창적인 재미가 눈에 띄는 ‘업링크’ 모드도 빠지지 않았다. 여기에 협력플레이로 가볍게 다양한 재미를 맛볼 수 있는 ‘코옵 모드’ 등 플레이어에게 한편의 놀이동산과도 같은 즐거움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 놀이동산을 즐기기 위한 대가는 컸다. PC 버전의 경우, 요구하는 사양이 너무나도 높았다. 권장 사양 램 8GB, 그래픽 카드 GTX 760 4GB 이상은 소위 고사양을 자랑한다는 피시방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스펙이다. 무엇보다 최소사양에서는 모든 옵션을 최하로 낮춰도 거의 게임을 즐길 수 없는 수준이라, 주위 사람 중에서는 ‘콜 오브 듀티: 어드밴스드 워페어’를 구매하고도 못하는 사람이 존재했다.
또한 이런 부분을 맞춰주기 위해 그래픽 옵션을 캠페인 중간에 바꿀 때마다, 상당히 긴 로딩을 매번 기다려야 한다는 점도 불편했다. 무엇보다 그래픽 옵션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은 화면을 여러 번 비교하면서 조절해야 하는데, 연달아 로딩이 계속되니 이를 맞추는 데만 1시간 가까이 소요되었다.
‘어드밴스드 워페어’가 보여주려는 재미는 확실히 알겠지만, 과하게 높은 요구사항과 긴 옵션 로딩은 즐기는 사람 입장에서 너무나도 부담됐다. 아무쪼록 패치를 거듭해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길 바란다.
▲ 최저 사양에서는 영화같은 감동이 없다
▲ 바꿀때마다 혼란만 불러온 그래픽 옵션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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