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 3는 아름답고 잔인한 사각형` 게임빌 신봉구 실장
2007.06.26 11:29 게임메카 김명희 기자
어떤 장르라고 정의 내릴 수 없다. 게임빌 신봉구 게임연구실이 내놓은 ‘놈 3’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낯선 장르의 게임이 되어 나타났다. 이제까지처럼, 휴대폰을 돌려가며 즐기던 횡스크롤 액션게임도 아니다.
이 죽일 ‘놈(NOM)’의 사각형, 아니 초콜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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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 3’의 부제는 아름답고 잔인한 사각형이다. 아니, 아름답고 잔인한 ‘사랑’이다. 사랑이란 주제답게, 아이디어의 발단은 발렌타인 데이에서 시작했다. 신봉구 실장은 발렌타인 데이에 같은 사무실의 여직원에게 예의상 주는 ‘public(공용)초콜릿’을 받았다. 무심코 담배 한 대와 함께 초콜릿을 삼키려니, 문득 뼈저리게 ‘잔인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정초콜릿이라는 의미도, 초콜릿 자체의 맛도, 달콤하고 씁쓸했다. “머릿속에 ‘놈 3’의 스크린샷이 떠올랐어요. 놈은 1편에서 세상을 알게 되고, 2편에서 더 넓은 세계인 우주를 알게 되었죠. 3편에서는 사랑을 알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상념(사각형)에 갇힌 놈이 주인공이에요. 이전 시리즈의 보스들이 모두 구상적인(구체적인) 모습이었다면, 놈 3의 사각형은 추상적이죠.” |
상당히 철학적으로 들리는 설명인데, 이야기하는 신봉구 실장의 말투는 진지하다. 평소, 생활 속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시적인 표현도 자주 하는 신봉구 실장에게는 이런 일이 드물지 않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놈 2’의 외계 메시지 송출 계획도 평소 UFO(미확인비행물체)를 종종 본다는 신봉구 실장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됐다. 다만, 다른 사람에게 게임 기획을 설명할 때는 ‘알기 쉽게, 간단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원칙이라니, 다행이다(?).
100개의 슬롯으로 구현된 아름답고 잔인한 사각형
다양한 색깔의 사각형 맵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변화하는 ‘놈 3’는 총 100가지 패턴의 플레이 상황이 연출되며, 100개의 슬롯(스킨모음)과 10개의 보스 스테이지가 등장한다. 스테이지는 누적되고, 100개의 슬롯을 모두 열고나면 프리 플레이가 가능하다. 게임 패턴은 수시로 변화하며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만든다.
이렇듯 게임빌의 신작 모바일 게임 ‘놈 3’는 휴대폰을 돌리는 컨셉과 원 버튼만 사용하는 조작방법, 그리고 독특한 ‘놈’의 정체성만 남기고 모든 것이 달라졌다. 전작인 ‘놈 1’이나 ‘놈 2’와 달리, 사랑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분위기도 한결 부드럽고 로맨틱해졌다.
초고층 빌딩 사이를 날아다니던 ‘스파이더맨’도, 망망대해를 건너던 ‘캐러비안의 해적들’조차 3편에서는 옛날 같지 않더라, 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놈 3’는 다르다고 자신한다. ‘놈 2(놈투)’에서는 유저가 만든 게임클리어 메시지를 외계로 송출하는 전대미문의 계획으로 놀라게 했던 그. 도대체 ‘놈’을 만드는 사람은 누구이기에, 이런 게임이 또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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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놈 시리즈 최신작 `놈 3`의 실제 스크린샷 |
‘신봉구 게임연구실’은 독립적이고 실험적인 작업을 하는 공간
게임빌에는 모바일 게임업계에서 보기 드문 독특한 조직이 있다. ‘신봉구 게임연구실’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조직은 ‘놈’을 탄생시킨 신봉구 실장의 독립적인 공간이다. 신봉구 실장을 비롯해, 프로그래머 2명, 디자이너 1명의 단출한 식구지만, 저력은 남다르다. 게임빌이 신봉구 실장에게 내 준 ‘딴살림’의 작품 1호가 ‘놈 3’이기 때문이다.
‘놈 3’는 티저이미지부터 독특하게 접근했다. 세상에 나밖에 없는 것처럼, 외롭게 질주하던 예전의 ‘놈’이 아니었다. 리쌍의 노래 ‘발레리노’가 인기 있다더니, 알록달록하게 변한 ‘놈’조차 우아하게 발레 동작을 흉내 내고 있었다. 게임빌 신봉구 실장은 놈 시리즈의 변화를 미리 예고하기 위해 일부러 그와 같은 이미지를 보여주었다고 설명했다.
“보통 액션게임이라면 첫 이미지부터 과격하게 나가는 편인데, 일부러 우아하게 보이려고 했어요. 놈이 우아하게 발레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 자체가 또 코믹하게 다가오잖아요. 액션 게임의 주인공이 우아한 척 하는 것, 그런 이미지가 충돌하는 게 재미있어요.”
신봉구 실장은 평소 미디어 아트나 앤디워홀의 팝 아트를 좋아했다며, 이번 ‘놈 3’에서 그와 비슷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게임의 티저이미지부터 다양한 색깔로 배치되어 화려하게 변화하는 크고 작은 사각형의 플레이 패턴들. 신봉구 실장의 설명을 듣고 보니, 정말 범상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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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놈 3`의 티저이미지 및 홍보 이미지 |
모바일 게임 기획은 퍼즐과 같아, 군더더기 없어야 해
디자인 전공인 신봉구 실장이 처음 게임업계에 발을 들인 것은 아케이드게임업체에서 사운드 제작을 맡으면서다. 그리고 게임빌에 입사해 처음으로 만든 데뷔작 ‘놈’이 성공하면서, 곧바로 이름을 알렸다. 늦은 데뷔였지만, 화려했다.
“지금도 그런 경향이 있지만, 그 때 ‘모바일 게임은 게임도 아니다’, ‘쪽팔리다’는 라는 인식이 있었어요. 실제로 이식작들이 대부분이었고, 게임의 진행도 느리고 배경전환도 느렸죠. 여러 모바일 게임을 해보면서 한계를 직접 체험했어요. 그래서 ‘놈’을 만들면서 일부러 화면전환도 빠르고, 원버튼으로 조작하게 만들었어요.
신봉구 실장은 모바일 게임 기획은 ‘퍼즐’과 같다고 말했다. 가장 작은 공간 안에 꼭 맞는, 작은 양의 컨텐츠를 넣어서, 강한 인상을 주어야 한다는 것. 군더더기는 없어야 한다.
“놈 3 만들면서, 디자이너분에게 미안하지만 색깔까지 제가 직접 지정했어요. 컬러스킨(슬롯)의 색깔을 맞추기 힘들었죠. 컬러풀하게 원색적으로 배치하고 싶었어요. 예를 들어, 여성분들을 위해 독특하게 ‘버버리체크’ 컬러도 넣어보고요. 그래도 생각했던 플레이 패턴의 1/3만 구현이 되어서 아쉬워요.”
신봉구 실장은 새로운 게임 기획을 위해서, 일부러라도 게임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현대 예술 작품을 보거나 생활 속에서 영감을 얻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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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로부터 신동엽 프로그래머, 신봉구 실장, 임미현 그래픽 디자이너, 박주현 프로그래머 |
디지털 시대의 월트 디즈니가 되는 게 꿈
신봉구 실장은 E3쇼를 보러 갔다가 들린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환상이나 공상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곳으로 보였던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그는 ‘가슴으로 눈물이 난다’는 느낌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우리나라에는 왜 이런 곳이 없을까, 우리나라 아이들은 이런 경험을 왜 못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몇 년 후에는 우리나라에도 생긴다는 소식에 다행이라며 웃는다.
그의 꿈은 디지털 시대의 월트 디즈니다. 무작정 옛날 게임의 향수를 쫓아 게임개발을 시작했고, 처음 만든 모바일 게임인 ‘놈’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좀 더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남아있다. 새롭게 도전할 만한 것이 분명 남아있다는 확신이다. 무엇보다 (게임이)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은 물론이다.
신봉구 실장에게 놈 시리즈를 한마디로 정리해달라고 말했다. ‘우주, 외계 메시지, 원버튼 게임’이라는 간단한 대답이 돌아왔다. 각 시리즈의 주제도 한 단어로 정리된다. ‘놈 1’은 세상, ‘놈 2’는 우주, ‘놈 3’는 사랑이다. ‘놈 3’가 완결편이 아니라는 이야기에 내친김에 다음 시리즈의 기획까지 물어보는 조급증을 발휘했다.
신봉구 실장은 ‘놈 4는 우리가 되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사랑을 깨달은 놈과 그녀의 이야기, 우리.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냐고 물었다. 신봉구 실장 왈, 사랑을 하시란다. 그 말을 듣자마자 대뜸 ‘본인은 사랑하고 계신가요?’라고 되물었다. 순간, 기자의 질문에 할 말을 잃어버린 신봉구 실장이 머뭇거린다. 여러분, 사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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