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란티카 서비스 100일, 15년 꿈은 ‘현재진행형’
2008.05.11 09:00게임메카 김명희 기자
2008년 게임업계 상반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연초부터 ‘헬게이트: 런던’을 시작으로, ‘아틀란티카’, ‘프리스톤 테일2’, ‘SP1’, ‘십이지천2’가 차례로 쏟아지면서 침체되었던 게임시장은 오랜만에 활기를 띄었다.
특히 성인 게임시장에 처음 도전한 엔도어즈의 아틀란티카는 프로듀서를 맡은 김태곤 개발이사와 함께 화제의 대상이 되었다.
‘재미없으면 보상해드립니다’ 이벤트 결과는?
▲ 아틀란티카 서비스 오픈 기념 이벤트 `재미없으면 보상해 드립니다` |
당시 아틀란티카는 ‘재미보상’이라는 마케팅으로 눈길을 모았다. 게임업계 최초로 시도되었던 재미보상 이벤트는 이벤트 기간 동안 아틀란티카를 50레벨까지 플레이 한 후에도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기존에 플레이 하던 정액제 MMORPG의 한 달치 계정비를 보상해 준다는 내용이었다.
애초에 이 이벤트의 취지는 (게임이 재미없는데) 50레벨까지 캐릭터를 키운 유저들의 시간을 보상해준다는 의미였다. ‘기회비용’을 보상한다는 것. 단, 51레벨을 넘기지 않게 한 것은 나중에 게임을 더 하다 마음을 바꾸어 무조건 신청하려는 사람을 막기 위함이었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대형포털 사이트와 각종 게임정보사이트에 재미보상 이벤트를 알리는 광고가 내걸렸다. 이것은 신선한 마케팅으로 받아들여졌다. 또, 게임에 대한 굉장한 자신감이라면서 도발적, 혹은 자극적인 광고라고 받아들인 곳도 적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60만명 이상의 회원가입이 이루어졌다. 일단,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그렇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엔도어즈에 알아본 결과, 이벤트 기간 동안 계정비 보상을 신청한 인원은 모두 스무 명 남짓이었다.
예상보다 매우 적은 숫자의 인원이 신청했다는 것이 엔도어즈 게임사업실 조승기 실장의 생각이다. “이벤트가 너무 도발적이다 라는 의견은 나중에야 듣고 당황스러웠지만, 우리 기획의도는 유저분들의 시간을 보상해주자라는 입장이었다. 당시 내부적으로 이 이벤트를 기획했을 때, (게임이 재미가 없거나) 잘못하면 계정비 때문에 회사가 망한다라는 우려도 있었다. 게임과 개발팀에 대한 믿음이나 확신이 없었다면 하지 못 했을 이벤트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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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도어즈 게임사업실 조승기 실장 |
아틀란티카 개발팀 회의에 잠입하다
2008년 1월 28일 정식서비스를 시작하여 5월 7일, 상용화 100일을 맞이한 엔도어즈를 찾아가 지난 백일 동안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서울시 송파구 가락본동 IT벤처타워 동관이 ‘군주 온라인’, ‘타임앤테일즈’, ‘쿵파’를 탄생시킨 엔도어즈의 산실이다. 엔도어즈는 크게 두 개의 게임개발실과 게임사업실로 나뉘어져 있다. 군주 온라인, 아틀란티카를 개발한 개발1실과 캐주얼 게임을 주로 개발한 개발2실, 게임 운영 및 마케팅 인력이 주로 배치된 게임사업실로 구성된 것.
현재 아틀란티카에서는 테스트 서버를 포함하여 열 개의 서버가 운영 중이다. 베이징, 상하이, 도쿄, 오사카 등 전 세계의 유적지를 아우르는 게임인 만큼 각 나라의 대표도시가 서버의 이름이 되었다. 기자가 엔도어즈를 찾아간 날, 아틀란티카의 개발을 맡은 각 파트장들이 모두 모인 회의가 있었다.
아틀란티카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실질적인 주역에 해당하는 이들은 다가오는 여름방학과 중국 진출을 맞아 준비 중인 게임 콘텐츠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음…신규 대륙인 북아메리카 대륙 업데이트에서 전체적인 동선은 어떻게 꾸미는 게 좋을까? 준비한 것을 얘기해보죠.”
이어 게임 내 시나리오와 퀘스트를 맡은 기획팀 유지근 파트장이 준비한 기획서 상 이미지를 가리키며 유저들을 위한 최적의 동선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 개발진들의 눈빛도 진지했다.
▲ (사진 왼쪽부터) 손석환 프로그램팀장, 오창남 이펙트파트장, 남민수 캐릭터파트장, 권순기 프로그램1파트장, 김태곤 개발이사, 유지근 시나리오파트장, 이정림 배경파트장, 차신영 대리 |
게임 제작은 드라마가 아니다
흔히 개발자들은 온라인 게임은 영화보다 드라마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개발사 회의도 TV 연속극에 나오는 것처럼 드라마틱하게 연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요즘 화제가 되는 드라마처럼 대본리허설에 참여한 배우의 성의 없는 대사처리에 작가가 불같이 화를 내며 호통을 치고, 다시 매니저가 화해를 주선하고. 하지만 그 같은 극단적인 의견 대립은 일어나지 않았다.
회의는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개발진의 수장에 해당하는 김태곤 이사는 특유의 부드러운 말투로 회의를 진행했다. 기자를 의식한 행동인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으나, 김 이사를 바라보는 개발진들의 눈빛도 ‘별 일 아니다’는 식으로 차분하다.
이 같은 회의는 약 1시간에서 길면 1시간 반 정도 이어진다. 생각보다 회의시간은 짧았다(?). 김태곤 이사는 “준비가 안 되어 있기 때문에 회의가 길어진다”며 회의 준비를 철저하게 해서 핵심만 전달하면 회의가 길어질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빔 프로젝트나 파워포인트를 이용한 화려한 프레젠테이션 같은 것도 없었다. 그 같은 준비를 하는 데 필요 이상의 시간과 노력이 들고, 이미지나 영상 자료 같은 경우는 이미 사전에 인트라넷을 통하여 공유하고 있었다.
갑자기 회의에 끼어든 기자가 방해가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김 이사는 “이번 기회를 통해 팀장들이 자신이 말한 콘텐츠나 업데이트 약속에 대해 공식적으로 책임질 수 있지 않느냐”고 웃으며 말했다. 철저함, 회사 내 제일 가는 완벽주의자로 통하는 김태곤 이사다운 대답이었다. 이왕 시작한 김에 좀 더 적극적으로 회의에 끼어들었다. 단, 앞으로 업데이트될 게임 내용에 대해 개발진이 아닌 이상 참견한다는 것은 어려웠고, 엔도어즈와 아틀란티카 개발진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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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틀란티카 총괄 프로듀서 김태곤 이사 |
한국어능력시험 성적표가 ‘무서워’
엔도어즈 개발자, 특히 ‘팀장급’에 해당하는 개발자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한 가지 통과의례가 있다. 바로 한국어 능력 시험. 연간 1회 이상 한국어능력시험을 의무적으로 보고 성적표를 제출해야 한다. 시험은 여러 번 봐도 상관이 없으며, 가장 좋은 성적표를 제출하면 된다. 시험 결과에 따라 상과 벌(?)이 존재한다.
회의에 참석했던 모 개발자는 “성적표를 먹어버리고 싶었다.”라는 말로 농담 반 진담 반의 심정을 드러냈다. 또 “이번 주말에 시험이 있다”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털어놓는 개발자도 있었다. 이 같은 자격증 제도를 만든 것은 다름 아닌 김태곤 이사였다.
“게임 개발은 대부분 커뮤니케이션에서 시작된다. 개발진 사이에서도 생각이 교환되고, 개발진의 생각이 유저들에게 전달되는 것인데 정확한 한국어 사용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라고 김 이사는 말했다. 실제로 이 같은 김 이사의 생각에 대부분 공감했다.
그래픽 부문에서 이펙트 파트를 맡고 있는 오창남 파트장는 “이번에 처음 시험을 본다.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는 디자이너에게 한국어 능력 시험이 왜 필요한가?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공부하면서 국어가 얼마나 어려운지도 새삼 깨닫게 되면서 긴장감도 생기면서 좋은 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역시 무섭다(웃음).”
엔도어즈 내에서도 ‘공부’에 대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김태곤 이사는 한국어 능력 시험 이외에도 자신의 주특기에 해당하는 역사(국사), 한자어 등의 시험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자리에 참석하는 개발진들이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걱정 마시라. 의무사항은 아니며, 일종의 자기계발을 위한 ‘자극’으로 검토했다는 것. 한국어능력시험을 처음 제안한 김태곤 이사의 성적표는 당연히 최상위권 실력에 해당한다. `솔선수범`이다.
▲ 엔도어즈의 내부는 여느 게임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좀 더 조용하고 정돈된 분위기. |
아틀란티카, 15년의 꿈은 이루어진다.
아틀란티카의 정식서비스가 이루어진 지 석 달이 더 지났지만, 개발자들에게 쉬는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총 80명에 이르는 개발자들이 매주, 매달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업데이트로 계속 충원되고 있었다.
회의에 참석했던 개발진들은 엔도어즈의 특징은 “개발 속도가 빠르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디어의 기획과 제작, 실현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이 비교적 빠르다는 것. 업데이트나 일정 약속이 잘 지켜지지 못하는 게임 개발에서는 드문 일에 속했고, 그것은 엔도어즈만의 노하우로 자리잡았다.
‘유행을 따르기 보다 대세를 따르기 보다는...우리의 믿음과 소신을 꼭 지키고 싶었습니다. (중략)...이제 15년간 꿈꾸었던 게임 하나를 내어놓습니다’
아틀란티카를 내놓으면서 김태곤 개발이사가 쓴 출사표다. 아틀란티카는 15년 동안 한 길을 걸어온 ‘장인’으로서 김 개발이사를 게임의 프로듀서로서 광고 전면에 내세웠다. 개인으로서도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김 이사는 그만큼 모든 것을 걸었다고 말할 정도로 게임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실제로 아틀란티카는 역사, 전략, 시뮬레이션, 턴 방식의 전투 등 김태곤 이사의 게임 개발 역사를 매듭 짓는 게임이었다.
100일, 15년의 꿈을 내어놓은 김태곤 이사와 개발진들의 만족도는 얼마나 될까? “50% 정도다. 50%에 못 미치는 유저들이 대부분일 거라 생각한다. 아직 보여줄 것이 더 많이 남아있다.” 꿈의 결과를 확인하기에 지난 시간은 너무 짧았다. 쉴 틈 없이 바쁜 개발은 이미 일상이 되었다. 눈앞에 닥친 중국 서비스, ‘세계인의 게임’으로 자리잡고 싶은 아틀란티카의 또 다른 꿈이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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