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왓디 캅! 태국에서 왔습니다. 아시아소프트 박상희 이사
2009.05.04 18:18게임메카 김명희 기자
동남아시아 지역의 1위 게임 퍼블리셔인 아시아소프트의 퍼블리싱 담당자가 한국을 방문했다는 이야기에 서둘러 인터뷰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40도를 웃도는 뜨거운 날씨, 건기와 우기를 정신 없이 오가는 열대의 나라 태국. “싸왓디 카(`안녕하세요`에 해당하는 태국어, 남자는 `캅`을 붙이고 여자는 `카`를 붙인다.)” 인사말도 연습해보고, 통역부터 떠올린 생각은 기우였다.
방콕에 본사가 위치한 아시아소프트의 퍼블리싱 담당자는 다름아닌 한국인 박상희 이사. 현재 11년째 태국생활 중인 박상희 이사는 일반 기업의 방콕지사 근무로 처음 태국과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2003년, ‘라그나로크’를 시작으로 태국에서도 온라인 게임 ‘붐’이 일자 새로운 산업의 태동을 느끼며 지금의 아시아소프트로 자리를 옮겼다.
사회문제까지 일으켰던 태국 내 라그나로크 열풍
“아시아소프트가 큰 회사라는 것은 홈페이지에만 들어가도 알 것 같아요. ‘라그나로크’, ‘메이플스토리’, ‘열혈강호’, ‘서든어택’, ‘프리스타일’, ‘오디션’ 등 한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게임은 모두 서비스하고 있던데,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요?” “현재 430명이 태국 본사에서 일하고 있고,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에도 지사가 있어요. 싱가포르와 베트남에 각각 170명 정도고, 말레이시아에도 40명 정도의 직원이 일하고 있어요. ‘카운트스트라이크’나 ‘디아블로’같은 패키지게임 유통 사업부터 시작했죠. ‘라그나로크’ 서비스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온라인 게임 사업을 했고요, 패키지 시절부터 만들어놓은 PC방 유통망이 기반이 되었습니다.” 동남아 시장에서 일찍이 ‘라그라로크’의 인기가 높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박상희 이사는 그 인기가 너무 높아 당시 ‘사회문제’가 되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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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소프트 박상희 이사 |
“아이들이 학교를 안 가고, PC방에만 있는 부작용이 생기면서 공청회까지 열렸어요. 정부에서 결정한 것은 ‘한 달 동안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 서버를 내려라’ 였어요. 한 달 후에 법제화한 것이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는 만 18세 이하는 게임을 못 하게 하는 거였죠. 일종의 셧다운 제도였는데, 그 이후에는 ‘라그나로크’뿐 만이 아니라 모든 온라인 게임을 대상으로 적용이 되었어요.”
태국에도 우리의 주민등록번호와 비슷한 것이 있다. 실제로 PC방 역시 오후 2시 이전과 밤 10시 이후에는 미성년자 이하의 출입이 막혀있다. 그러나 2006년 탁신정부가 쿠데타로 인해 물갈이가 되면서 셧다운제나 단속도 느슨해진 상황. 태국 사람들의 열광적인 온라인 게임 사랑은 이 뿐만 아니다. 한국보다 레벨업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박상희 이사의 설명이다.
PK는 싫어요~ 개인주의가 발달한 태국의 게임 문화
“주로 라그나로크를 시작으로 온라인 게임을 하다 보니, 귀엽고 아기자기한 걸 좋아해요. 태국 사람들은 ‘파티’를 잘 안 해요. 누가 와서 PK를 하거나 PVP를 하는 걸 안 좋아해요. 태국이 개인주의가 발달해 있어요. 어떻게 보면 일본과 국민성이 비슷해요. 겉으로 보기에는 잘 웃고 친절하지만, 자기 속내 잘 안 비추고.”
태국의 인터넷 환경도 궁금해졌다. 막연하게 알고 있는 동남아 시장의 인터넷 회선의 수준이나 사용료는 어느 정도일까?
“태국 PC방 같은 경우 평균적으로 지포스6200 정도는 무난하게 돌아갑니다. ISP 업체에서 개인회선으로 최대 8메가까지 나오는데 월 사용료가 1,990바트(한화 약 8만원 상당)에요. PC방은 태국 전체에 약 2만여 개가 있는데, 97% 이상이 PC 20대 미만의 소규모 PC방이죠. 토너먼트를 제외하면 오프라인 대상 이벤트는 주로 PC방을 대상으로 해요.”
ISP사업이나 전화회선 사업 자체가 지역마다 사업권자가 달라 사업 성장 속도 자체가 느린 것이 현재의 태국 상황. 또 게임 공급은 늘어나는데 유저 수요가 그에 따라 오지 못하는 까닭에 태국 내 25개 업체 중에서도 상위 5개 업체만이 이익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방콕에 가보니 그렇게 PC방이 눈에 띄지는 않는 것 같던데요.”
“태국에는 학교, 특히 대학교 주변에 PC방이 밀집되어있어요. 보통 1시간에 20바트(한화 약 800원)정도 하죠. 5년 전 가격하고 똑같은데, 경쟁이 심하면 심야에는 10바트까지 내려가요. 직원 중에도 PC방을 하는 친구가 있는데, 한 달에 2만바트(80만원)정도만 순이익이 나와도 일반 회사 다니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해요”
아시아소프트의 성공 비결, 1만 4천 개의 PC방 회원
아시아소프트가 현재 태국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선두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힘은 바로 강력한 PC방 네트워크에 있었다. ‘라그나로크’ 서비스를 하면서 PC방 가입비를 받았던 것. 한국의 프리미엄 PC방 가입제도와 비슷하다. “’라그나로크’를 설치하는 대신에 대당 얼마씩 가입비를 내라고 했어요. 태국 인터넷 환경상 영업팀이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확인을 했죠. 사업장 입구에 가입표시가 없는 곳에 들어가서 ‘라그나로크’를 설치하려면 가입비를 내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현재 가입된 PC방만 1만 4천개에요. 가입하고 웹사이트에 방문해서 IP를 등록하면 해당하는 PC방 프리미엄 서비스를 주죠. 분기별로 대도시를 대상으로 세미나도 개최해서 어떤 게임을 서비스하고, 어떤 컨텐츠 업데이트가 있는 지도 이야기하고요.” 이 같은 PC방 마케팅과 영업에서는 태국 내 여성 인력의 힘도 컸다. 태국은 전통적으로 모계중심사회이며 관광국가라서 서비스업이 발달한 덕분에 여성의 사회참여도가 높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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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을 테마로 로컬라이징된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아요타야 신전` 이미지 |
공식적으로 남녀성비가 50대50이라지만, 태국 사람들조차 여성의 비율이 3대1정도로 많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박상희 이사의 설명이다. 여성의 사회참여도가 높고 어머니 위주의 가정문화 때문에 상대적으로 남성들의 경우 가정에 대한 책임감도 낮다고 말했다.
“일을 잘 하는 친구들은 여직원들이 더 많아요. 새 직원을 뽑아서 야단을 많이 치면 남자 직원들의 경우 자존심이 상했다고 안 나오는 경우도 있어요. 태국 군대가 ‘복불복’ 시스템이라서 확률이 50대50이에요(웃음). 군대를 가서도 집에서 농사를 짓는다고 1~2년쯤 돌아갔다가 다시 가기도 하고요. 군대를 안 간다고 해도 잡아가는 게 아니라 해외를 못 가고 취업을 못하는 정도의 불이익이죠. 실제로 온라인 게임 운영자(GM)은 MMORPG 선호도 상 남자들이 많은데, 마케팅이나 영업에는 여성 직원들이 더 많아요. 예를 들어 10명 중에 남자는 2~3명 정도에요.”
태국 사회의 숨은 힘, 여성파워와 화교 네트워크
박상희 이사는 태국 내 독특한 문화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지역의 영업이나 서비스를 할 때의 신경 써야 하는 부분에 대한 의외의 정보도 들려주었다. 다름아닌 ‘화교 네트워크’에 신경을 쓰라는 주문이었다.
“아무래도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사업을 하다 보면 알게 되는데, 게임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화교 출신이 많아요. 태국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 대부분 지역에 경제권은 화교 출신들이 쥐고 있죠. 아시아소프트도 마찬가지에요. 중화권과도 공감대 형성할 일이 많고 언어적으로 장벽이 없어요. 말레이시아나 베트남에서 중화풍 게임이 인기 있는 이유도 어느 정도 이런 배경이 반영되었죠.”
“그러고 보니 베트남 쪽 퍼블리셔를 통해 한국 개발사가 중국 개발사보다 지원이나 그런 것들이 소극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중국 개발사들이 숫자도 많아지고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라이센스비용에 크게 비중을 두지 않는 업체들이 많아졌죠. 상대적으로 한국 개발사들은 라이센스에 비중을 많이 두고, 개발사 입장에서는 라이센스비용이 일종의 개런티라서 무조건 많이 받아야 하니까요. 최근에는 리스크 부담을 나누고 ‘롱런’하는 파트너가 되자는 분위기가 늘어나고 있어요.
굳이 문제점이라면, 몇몇 업체에서는 해외 지원팀이 미흡한 경우가 있어요. 해외 퍼블리셔가 그 게임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는 상황에서, 해외 영업팀이 게임을 팔고 난 후의 상황에서 해외 지원팀과 마찰이 생기는 거죠. 게임은 런칭하고 3개월이 제일 중요한데, 그 시기에 아무런 서포팅이 안 이루어지면, 그 이후에 아무리 잘해도 안 되거든요. 각 나라별로 네트워크 환경이나 선호도라던지 조건이 다른데, 기술지원팀은 한국에만 있다 보니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태국에는 이걸 고쳐야 하는데, (한국도 괜찮고 중국도 괜찮은데) 그걸 왜 고치냐고 하는 반응이 있죠.”
▲ 싱가폴 아시아 소프트 셔먼 탄 회장, 엠게임 권이형 대표와의 서비스 계약 체결 모습. 이 계약을 통해 `열혈강호 온라인`이 싱가폴 시장에, `홀릭2`는 싱가폴과 말레이시아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
동남아시아 넘버원 퍼블리셔의 꿈을 넘어서
태국뿐만 아니라 현재의 동남아시아 지역 기업의 공통된 고민은 기술인력의 부족이다. 웹 관련 인력은 어느 정도 있으나, 데이터베이스나 서버 단위의 고급인력의 부족으로 인해 자체 게임 개발도 아직은 요원하다. 태국 내에서도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사는 2~3군데가 있지만, 인기를 얻지는 못 했다.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은 아시아소프트만의 목표가 아니라 동남아시아 업체 모두의 목표일 겁니다. 당장에는 인력이 없기 때문에 공동 개발로 시작할 거에요. 최종적으로 싱가포르에 허브를 두고 글로벌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이 목표에요. 아직도 동남아시아 지역에 미진출한 국가가 있으니, 해당 지역에도 지사를 설립하고 선두자리를 굳히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 올해 트렌드가 되리라 생각하는 웹게임 쪽으로 한 번 투자해 볼 생각입니다. 새로운 장르고, 동남아 인프라 환경에서 한 번 해 볼만 하니까요. ”
올해로 11년째 태국에서 머물고 있는 박상희 이사에게 방콕의 찌는 듯한 더위도 견딜 만 한 것일까?
그는 기자의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더운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지금도 거의 사무실과 차, 집만 왔다 갔다 하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웃음).” 단순히 태국에 대한 애정보다는 일이 더 좋아 태국에 머물고 있다는 것. 살고 있는 나라에 대해 무조건적인 애정이 아닌 에둘러 조심스럽게 표현하는 그의 태국 사랑은 그래서 더 진실하고 매력적으로 보였다. 바쁜 일정에 어렵게 해 주신 인터뷰 감사합니다. “컵 쿤 카(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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