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잉 라이트, 데드아일랜드 아쉬움 싹 날려주는 ‘좀비 활극’
2015.02.03 20:16게임메카 현씨
▲ 좀비와 파쿠르 액션의 조합은 어떨까? 그 답은 '다잉 라이트'에서 찾을 수 있다
작년 E3와 게임스컴에서 유혈이 낭자하는 강렬한 트레일러로 관심을 받았던 액션게임 ‘다잉 라이트’. 이 게임은 좀비 액션 활극(!)으로 잘 알려진 ‘데드 아일랜드’의 개발진이 제작한 신작이다. ‘데드 아일랜드’의 정식 후속작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그 DNA가 어느 정도는 들어간 작품인 셈이다.
처음 공개된 트레일러에서 보여진 ‘다잉 라이트’의 모습은 명확했다. ‘파쿠르’ 액션을 활용해 맨발로 이곳저곳 활보하면서 전투를 진행하다가도, 밤이 되면 좀비의 시야를 피해서 숨죽여야 하는 플레이. 호쾌한 액션과 팽팽한 스릴, 이 두 가지를 묘하게 오가면서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하는 ‘압축적인 재미’를 주고 싶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데드 아일랜드’에서 받았던 느낌 때문일까? 여러 장르를 결합한 탓에 되려 게임의 매력이 흐려지고, 오픈월드를 앞세웠지만 자유도보다는 막연함이 컸었던 기억이 나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걱정 반 기대 반’의 심정으로 ‘다잉 라이트’의 세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 '다잉 라이트' 트레일러 (영상출처: '다잉 라이트' 공식 유튜브 채널)
파쿠르 액션처럼, 진행도 매끄럽고 가볍게
플레이 전 앞섰던 걱정은 그저 기우였다. ‘다잉 라이트’는 자칫 잘못하면 틀에 박힌 액션이 될법한 ‘좀비’라는 소재에 ‘파쿠르’ 액션을 더한 세련된 게임이었다. 파쿠르는 탈것이나 특별한 기구 없이 주변 기물을 활용해 빠른 속도로 맵 속을 활보하는 액션을 일컫는데, 좀비가 득시글대는 환경을 극복하는 재미까지 더해지면서 그 묘미가 한층 증폭된 것이다.
좀비를 밟고 도약을 하거나, 지붕으로 올라가 맵 곳곳에 배치된 파쿠르 구조물을 이용해 추격전을 벌이기도 한다. 게다가 파쿠르는 ‘효율적인 이동’이 핵심인 오픈월드 맵에서, 탈 것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훌륭한 이동 수단이 되어준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몰려드는 좀비들을 돌파하는 재미도 나쁘지 않지만, 이곳저곳 점프하며 히어로가 된 듯한 느낌을 받는 것도 꽤 괜찮다.
▲ 마법소녀 네티처럼 뛰어다니다 보니 탈 것 부럽지 않다
▲ 레벨이 오르면 다양한 파쿠르 액션도 사용 가능
공중 킥을 날리자!
▲ 하지만 좁은 곳에 몰리면 좀 곤란하니 적재적소에서 사용하자
이런 가볍고 빠른 진행에는 좀비를 한 데 모아 쓸어버리는 액션이 어울릴 듯하지만, 의외로 ‘다잉 라이트’는 근접 무기를 사용하여 좀비를 정성스레 한 마리씩 때려잡는 방식을 선택했다. 한 대 때리면 툭 쓰러지는 약체들이 아니라, 오뚝이처럼 몇 번을 일어나는 좀비들이라 처리도 쉽지 않다. 게다가 스태미너 게이지가 다 떨어지면 전투를 지속할 수 없어 컨트롤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나 뭐 어떤가? 궁지에 몰리면 파쿠르 액션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역전의 순간을 노리면 된다. 긴장의 끈이 처지기는커녕, 오히려 묵직한 손맛이 더해져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조합이 됐다.
가볍고 빨라진 액션만큼 시스템도 간편해졌다. ‘데드 아일랜드'의 RPG 요소와 무기 조합 시스템 등 많은 부분들이 ‘다잉 라이트’에 그대로 계승됐지만, 캐릭터 성장의 복잡함이 희석되어 크게 고민하지 않고도 편안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 재료만 있다면 수리와 조합도 즉석에서 가능
▲ 그러나 내구도는 떨어지니 아끼는 무기라면 바꿔가며 사용하자
또한 캐릭터 특성이 하나로 통일되어 ‘데드 아일랜드’처럼 특성에 해당하는 무기를 고를 필요 없이, 원하는 장비를 골라잡고 싸우기만 하면 된다. 전투 도중 호흡이 끊길 걱정 없이, 지붕 위를 달리다 맘에 드는 장비가 있으면 주워들고 휘두르면 그만이라는 이야기다. 그야말로 파쿠르 액션에 찰떡처럼 어울리는 시스템이다.
확실한 무서움을 선사하는 시간 ‘밤’
‘다잉 라이트’의 매력인 쫄깃한 긴장감은 밤이 되었을 때 배가된다.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시간이 흐르고, 자연스레 낮에서 밤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때, 좀비들의 움직임이 달라진다. 햇볕 아래의 좀비들은 천천히 굴러가는 장애물 정도로 쉽게 피해 다닐 수 있었다면, 땅거미가 내린 순간 영화 ‘28일 후’의 등장인물 마냥 빠르게 달리며 플레이어를 추격한다. 물론, 파쿠르도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 밤은 좀 무서우니 낮에 안전지대를 찾아두는 것도 괜찮다
▲ 으으 시야가 너무 좁다
▲ 들키면 마구 몰려오는 무서운 좀비 군단
손바닥 안에 있던 적이 갑자기 나에게 필적할 만큼 강해진다면 그만큼 무서운 게 없다. 게다가 밤이 되면 맵 곳곳에 ‘볼래틸(Volatile)’이라는 존재가 생겨나는데, 이들은 플레이어를 발견하면 주위의 좀비들과 함께 우르르 주인공을 추격해온다. 소름 돋는 좀비 군단의 추격은 ‘볼래틸’의 시야에서 벗어난 상태를 일정 시간 이상 유지해야 멈춘다. 어둠 속에서 극도로 한정된 시야와 언제 또 다른 적이 덮쳐올지 모른다는 공포심이 깔려 심장이 쪼그라들 것 같은 감각마저 느껴진다.
물론 밤 시간대에 적을 처치하면 캐릭터 능력치 중 ‘민첩성’과 ‘힘’ 포인트가 두 배로 주어진다는 이점이 있으나, ‘볼래틸’이라는 존재 때문에 망설임이 생길 정도로 ‘다잉 라이트’의 밤은 으스스하다.
하지만 플레이를 반복하면, ‘볼래틸'의 특성이 파악된다. ‘볼래틸’은 플레이어를 발견하자마자 쫓지 않고, 잠시 기다렸다가 추격을 시작한다. 그리고 탐지 시스템을 사용하면 ‘볼래틸'의 위치와 시야 범위가 쉽게 파악되어 피하기도 어렵지 않다. 밤이 되었을 때 가장 위협적인 존재인 ‘볼래틸’이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긴장의 끈도 느슨해지기 마련이다. ‘긴장감’이 ‘다잉 라이트’의 재미를 좌우하는 큰 요소였던 만큼, 밤만큼은 좀비들의 시간으로 만들어 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 볼래틸을 발견하면 UV 광선을 쏘아서 일단 시간을 벌자
▲ 나중엔 위치 파악이 쉬워서 별로...
긴장감을 위해 포기한 몇 가지 요소들
‘다잉 라이트’의 긴장감은 분명 발군이다. 하지만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좀비를 잡는 로망을 실현하려다 보니, 역동적인 액션이 잦고 카메라 앵글이 자주 바뀌어 소위 ‘FPS 멀미’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파쿠르 액션을 남발하는 플레이는 힘들 것이다.
또, 액션에 집중한 탓인지 전반적인 스토리 진행에는 힘을 뺀 느낌이 든다. 전염병이 퍼진 봉쇄된 도시 배경에, 특정 기관에 소속된 주인공이 투입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 어디서 본 듯, 익숙한 이야기다. 전형적인 좀비물 시나리오다 보니, 스토리 진행 중 특별한 이벤트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물론 엔딩 이후에도 서브 퀘스트나 멀티플레이와 같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지만 특별한 방향성이 없는 오픈월드에서 느껴지는 막연함이 남는다.
▲ 막연하긴 해도, 이런저런 이벤트는 많이 발생한다
▲ 구해주려고 하는거니 제발 같이 가자
나름 핵심 재미를 담당하고 있는 멀티플레이 콘텐츠 ‘비 더 좀비(Be the Zombie)’ 모드는 괜찮은 짜임새를 갖고 있었지만, 매칭이 잘 되지 않아 아쉬웠다. 싱글플레이 모드와는 달리 플레이어가 좀비가 되어, 인간을 제압하는 재미가 쏠쏠한데 정작 상대를 만나기가 어려운 것이다. ‘다잉 라이트’ 멀티플레이는 플레이어가 설정을 ‘퍼블릭(Public)’으로 바꿔놓으면 타 유저가 세션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정작 ‘퍼블릭’ 상태의 유저가 몇 없다. 하지만 싱글플레이를 모두 클리어한 유저가 많아지면 좀 더 나아지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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