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희 작가가 말하는 송재경 사단의 신작 `아키에이지`
2009.12.30 19:53게임메카 강민우 기자
스토리가 좋다고 게임이 꼭 성공하리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성공한 게임들을 모두 모아 공통분모를 찾아보면 탄탄한 스토리가 항상 끼어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번 파고들면 그 장르를 평정해 장르파괴자라 불리는 블리자드 게임이 이를 반증한다. 어떤 게임을 만들던 탄탄한 스토리라인이 받쳐주고 있어 게임이 성공하면 이를 기반으로 후속작들이 탄력을 받는다. 스토리 기반으로 밑그림을 잘 그렸다는 증거다. 한국 온라인 게임계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송재경 대표의 후속작이 관심을 받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송재경 대표가 총력을 다해 MMORPG를 만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이슈지만 그 밑그림을 전민희 작가가 그렸다는 것은 앞으로 몰고 올 파장이 결코 차잔 속 태풍이 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게임메카는 ‘아키에이지’에 대해 좀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전민희 작가를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봤다.
XL게임즈의 신작 게임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전민희 작가: 네, XL게임즈에서 먼저 연락이 왔어요. 사실 이전에도 많은 게임회사에서 제안이 들어왔어요. 하지만, 게임이 런칭된 시점에서 중간스토리를 손 봐야 하는 제안이 대부분이라 중간에 제가 끼어들 경우 제가 만든 세계관과 이전 세계관이 부딪칠 수 있어 거절했거든요. 헌데 이번 프로젝트는 제가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는 단계라 일단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자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다행이 대화가 잘돼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죠. 현재 게임 스토리에 전민희 작가님이 참여 한다는 소식만 있고 아무런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아키에이지’는 어떤 배경스토리를 가지고 있는지 시놉시스를 알려주세요. 전민희 작가: 어... 상당히 어려운 질문인데요(웃음). 워낙 방대한 세계관과 스토리로 짜여 있어 딱히 어떻다라고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2000년 전 고대문명이 존재하던 시기에 12명의 주인공이 태초의 세계가 창조된 이유를 찾으러 갔다가 자신만의 결과를 얻고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내용이 베이스에 깔려있고요. 게임을 접하는 유저들은 자신의 조상(12명의 주인공)이나 대륙에 얽힌 스토리를 찾아 모험을 떠난다는 내용입니다. 이 12명의 주인공들에게는 각각의 독특한 스토리가 숨겨져 있는데 간단한 예로 12명 중 한 명은 아직도 살아서 대륙을 돌아다니고 있어요. 어? 방금 12명의 인물이 2000년 전의 인물이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전민희 작가: 네 그렇죠(웃음). 이 부분은 유저들이 찾아야 할 수수께기 중 일부라서 더 밝히기엔 곤란하구요. 사실 스토리를 설정하면서 신경썼던 부분이 뻔한 텍스트로 쭈욱 나열하는 것보다 유저들이 스스토 이해하고 추측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내가 왜 이게임을 해야 하는지 혹은 왜 이런 모험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면 재미가 없잖아요. 전체적인 작업 분량은 어느 정도 되나요? 전민희 작가: 2006년에 첫 작업이 들어갔으니깐 벌써 4년이나 되었네요. ‘아키에이지’는 역사, 인물, 종족, 지역별 설정 등 기존 제가 작업했던 소설 이상으로 방대한 자료로 만들어졌어요. 시나리오 팀만 4명이 있어 이런 부분들을 퀘스트로 확장해 나갈 생각이고요. 워낙 많고 앞으로도 계속 추가될 예정이라 어느 정도 분량인지 측정하긴 힘들긴 한데 단순히 물리적인 양으로 보자면 노란색 클리어 파일로 12개가 꽉 채워져 쌓여 있어요. 게임스토리는 소설과 다르게 게임으로 구현할 수 있는 부분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아키에이지’에 100개의 대륙이 존재한다고 스토리를 짜버리면 개발자는 영락없이 이 100개의 대륙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XL게임즈와 이런 부분을 별도로 협의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전민희 작가: XL게임즈에서 특별히 터치하는 부분은 없었어요. 스토리나 세계관을 짤 때도 매우 자유스럽게 했던 걸로 기억해요. 100개의 대륙이라고 해도 세부적인 설정이 없으면 껍데기에 불과하잖아요. 세계관을 잡을 때도 제가 쓰기 힘든 시나리오면 게임으로 구현할 때도 힘들겠구나 싶어 너무 터무니 없게 만들진 않았죠. 사실 제가 소설 쓸때도 합리적으로 구현 가능한 부분을 생각해서 작업하죠. 스토리 외에 또 다른 부분을 담당하고 계시나요? 예를 들어 종족간 설정이나 아이템 유래라든지... 전민희 작가: 배경스토리, 지역 설정, 종족 설정을 직접했고, 이것을 아트나 레벨디자인에서 구혈 할때 함께 회의하며 감수하는 작업을 했어요. 전체적인 게임분위기를 유지하고 구현 과정에서 알맞지 않은 설정이 덧붙여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조언하는 일종의 고문의 역할을 담당했죠. 많은 분들이 함께 작업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분이라도 스토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세계관이나 스토리에 어울리지 않은 부분이 나올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이런 부분들이 나오면 계속 수정하고 반영하면서 진행하고 있죠. 작가님의 기존 작품을 읽어보면 별자리, 타로, 점술 등과 같이 소설 속 스토리텔링의 핵심이 되는 요소가 하나씩 등장합니다. 게임으로 치자면 서브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인데요. ‘아키에이지’에서도 이런 부분들이 고려되어 있습니까? 전민희 작가: ‘아키에이지’는 워낙 광범위한 시대가 망라된 게임이다 보니 특징적인 아이템이나 소제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부분적으로 나오는 것도 있지만, 아직까진 그런 부분들이 없어요.
게임스토리를 작성할 때 소설과 특별히 다른 점이 있습니까? 전민희 작가: 대사가 없을 줄았는데 상당히 많았어요(웃음). 시나리오를 쓰면서상당량의 대사를 넣었고 게임이기 때문에 소설의 몇 배 볼륨으로 지역 인물 배경을 작업해야 했죠. 물론 이부분은 소설에서도 필수적인 부분이지만 게임이기 때문에 더욱 규모가 커진거죠. 덕분에 참고해야할 자료도 상당히 많아졌고 아마 소설을 쓰게 된다면 상당히 편하게 할 것 같아요. ‘아키에이지’와 관련된 소설을 따로 출판하실 계획이신가요? 전민희 작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만약 쓰게 된다면 상당분량을 이미 만들어 놨기 때문에 작업은 편하고 빠르게 할 것 같아요. 헌데 너무 쓸 이야기가 많아서 분량이 걱정되긴 하네요. 40권도 쓸 수 있겠는데요(웃음). 소설은 반드시 결말(엔딩) 있습니다. 반면, 온라인게임은 서비스가 종료되는 그날까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죠. 때문에 게임스토리도 업데이트(게임)와 같이 변하고 발전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 있어서는 스토리의 확장성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으면 차후 많은 문제가 야기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전민희 작가: 네 물론 그건 부분들도 고려하고 있죠. 한 예로 커다란 세계 안에 악당을 한 명만 만들어버리면 결국 유저들이 그 악당을 죽여버리면 게임이 끝나버리잖아요. 당연히 그러면 안되죠. ‘발더스게이트’나 ‘아이스윈드 데일’처럼 아주 작은 이야기가 모여 큰 스토리를 만드는 형태로 만들고 있고 유저들이 그런 부분들을 많이 찾아 모험하길 원해요. ‘아키에이지’ 스토리나 세계관을 짜기 위해 특별히 참고한 서적이나 자료가 있었습니까? 전민희 작가: 종족이나 마다 고유한 문화권이 있고 대륙에 따라 조금씩 변하기 때문에 동서양 문화권에 관련된 책을 많이 봤죠. 특정 서적을 꼭 집어서 말할 순 없을 것 같아요. 자료 수집 때문에 산 책이 거의 책장 하나를 채웠거든요. 거의 100권 정도 될 거에요. 이런 자료를 모을 때 책도 중요하긴 한데 다큐멘터리나 역사분야에 관련된 영상을 많이 봐요. 개인적으로 디스커버리 채널을 아주 좋아하죠. 작가님 보시기엔 송재경 대표는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세요. 전민희 작가: 상당히 재미있는 분이라고 생각됐어요. 실제로 다양한 취미를 가지셨고 무엇보다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추진력이 확실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한 예로 자기검열을 상당히 싫어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를테면 아이디어를 꺼내보지도 않고 ‘이건 어떤 이유 때문에 안될꺼야’ 라는 부분을 싫어하세요. 대단히 열정적인 분이시죠. 저는 덕분에 매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작업했고 특별히 제약을 받은 것은 없어요. 마지막으로 ‘아키에이지’를 기대하는 유저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 드릴께요. 전민희 작가: 스토리 부분은 정말 신경써서 작업했으니 많이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게임에서 스토리 부분은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핵심적인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유저들이 좀더 흡입력있게 게임을 즐기고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했지만 이번 작업을 진행하면서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부분이 유저들이 스토리를 접할 때 단순히 텍스트를 풀어 정보를 보여주는 것보다 뭔가 상상하고 추측할 수 있는 부분들을 많이 고려했다는 점이에요. 게임 하실 때 이런 부분들을 눈 여겨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
많이 본 뉴스
- 1 [이구동성] 넥슨 늦둥이들의 엇갈린 행보
- 2 블루아카 흥행 잇나, 서브컬처 신작 '프로젝트 RX' 공개
- 3 바람의나라 2 공식 발표, 2.5D 그래픽 채용
- 4 오랜 기다림 끝, 마비노기 모바일 내년 상반기 출시
- 5 [롤짤] 中 LPL의 악몽 T1, 롤드컵 결승 출격
- 6 새로운 그래픽으로, 슈타인즈 게이트 리부트한다
- 7 [겜ㅊㅊ] 스팀 공포게임 축제, 역대 최고 할인율 4선
- 8 한국어 지원, 미공개 ‘길드워’ 신작 스팀에 등록
- 9 콘코드 개발사 파이어워크 스튜디오, 결국 폐쇄
- 10 [오늘의 스팀] 14년 만에 PC로, 레데리 1편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