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카뮤직레이블, 게임을 빛나게 하는 음악을 만들다
2010.01.25 19:30게임메카 강민우 기자
"일본 애니메이션중 전투기 도그파이팅을 주제로 한 `유키카제`라는 애니메이션이 있어요. 거기 DVD메이킹 필름에 보면 사운드 기획자가 일본 자위대 협조를 받아 직접 전투기를 타보기도 하고 각종 기동음 및 미사일 발사 사운드를 녹음하는 등 여러 가지 작업을 하는 모습이 나오죠. 과연 국내에서 게임 만들겠다고 협조를 부탁하면 국방부 허락이 떨어질까요?" 제대로 된 게임음악을 만들어 보겠다라는 모토로 창설된 `나스카뮤직레이블`의 정태준 총괄이사는 인터뷰 시작부터 현재 영화나 음반, 게임시장이 공통적으로 안고 가는 문제점을 꼬집었습니다. 현직에 종사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동감하는 내용이기에 다소 뻔한 이야기가 나올 것을 우려했으나 평범한 담론 속에 현실을 반영하는 날카로운 주제와 뼈있는 말들이 고루 섞여 기대이상의 답변으로 돌아왔습니다. 게임음악은 영화나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단순히 유명한 작곡가가 작곡한다고 해서 그만큼의 퀄리티는 뽑아낼 수 있는 분야는 분명 아닙니다. 금전이나 인원등과 같이 물리적인 문제는 물론 작곡가와 게임 기획자간의 이해차이를 극복하는 문제도 시급하죠. 게임메카는 게임사운드 분야에 도전장을 던진 `나스카뮤직레이블`의 비전과 모토를 알아봤습니다.
게임메카 독자들을 위해 간단히 본인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정태준 이사: 안녕하세요. ‘나스카뮤직레이블’의 총괄이사를 맡고 있는 정태준입니다. 음악 쪽은 2002년에 처음 몸 담아 현재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음악을 전공한 건 아닙니다. 그저 좋아했고 동경했던 그런 세계였죠. 헌데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지만 제 3자가 보는 모습과 당사자가 되서 실제 경험한 것과의 온도차가 꽤 큰 편이더라고요. 실무자가 돼서 쇼비니즈니스 세계를 경험 하다 보니 제가 예전에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웃음). 하지만, 음악은 여전히 재미있고 기왕 이 분야에 몸을 담근 이상 뭔가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스카 뮤직레이블은 어떤 회사입니까? 정태준 이사: 음반 회사에서 7년 정도 근무하면서 영화 음악 감독 5명과 인연이 됐어요. 최근 3년 동안 드라마, 영화 OST를 만들었던 게 계기가 되서 작년 12월에 퇴사하고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현업에 종사하면서 기존 영화나 음반업계에서 문제가 되었던 부분을 버리고 기본적으로는 헐리우드 제작 시스템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프로젝트를 맡으면 회사는 비니즈니스를 책임지고 작곡가는 음악에서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자라는 것입니다. 그게 매우 당연한 건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았거든요. 프로필을 보시며 아시겠지만 현재 참여하고 계신 분들은 이쪽 업계에서는 상당히 인정받고 계신 분들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영광이고 이분들의 명성과 게임업계에 누가 되지 않도록 더 잘하고 싶습니다. `나스카뮤직레이블`을 이끌어가는
핵심 작곡가 6명 프로필
특별히 게임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동기가 있었습니까? 정태준 이사: 게임은 중학교 1학년 때 새턴으로 처음 접했습니다. 당시 ‘바이오하자드’를 해보고 컬쳐쇼크를 맛봤죠. 음산한 사운드 때문인지 주인공과 감정이입이 잘되더라고요. 특히 엔딩롤이 정말 기가 막혀 계속 듣고 싶었는데 당시 음악파일을 따로 구할 수 없어서 카세트로 녹음해서 듣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파이널판타지를 음악을 처음 접했을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음악을 잊지 못해 시골에서 버스타고 올라와 서울과 인천을 오가며 음반을 손에 넣었을때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 그땐 집에 가서 부모님께 혼날 걱정보다는 음악을 듣는 게 너무 행복했었죠. 조금은 단순하지만 이런 음악에 대한 애정을 계기로 ‘나이카뮤직레이블’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모던워페어2`나 `피어2` 보면 영화음악 못지 않게 장대한 스케일을 자랑하거든요. 사실 음악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제 영화나 게임은 장르상의 경계가 허물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처음 회사를 설립한다고 했을 때 영화감독님들께서도 흔쾌히 응해주셨죠.
회사 소개서를 보니깐 구성인원이 정말 화려한데요. 현재 회사 규모와 인원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정태준 이사: 직원 3명, 음악감독님 6명, 외부 프리랜서 4명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스튜디오는 총 세 군데가 있는데 종로에 하나 논현동 두 곳에서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스튜디오가 소규모로 운영되기 때문에 풀오케스트레이션 같이 큰 규모의 음악은 대형 스튜디오를 렌탈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영화나 음악 역시 게임과 마찬가지로 같은 엔터테이먼트 분야인데요. 외부에서 볼 때 게임계쪽의 인식은 어떻습니까? 정태준 이사: 아직까지 영화음악 감독에게 게임음악은 본인이 하는 것보다 낮은 수준이라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게임 쪽에 관심이 없으면 당시 그분들이 했던 게임이라고는 ‘전자음’ 수준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꽤 있거든요. 때문에 내가 해봐야지 하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근 블록버스터 게임들이 많이 나오고 게임음악도 제대로 된 감초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인식이 좋아진 편이죠. 이 일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주위반응은 어땠나요? 정태준 이사: 딱 두 가지로 갈렸어요. 첫 번째는 하던 거나 잘해라(웃음). 또 하나는 생각 잘했다. 마침 각광 받는 컨텐츠 산업이기 때문에 선두주자로 잘해나가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전제적인 반응은 아무래도 전자가 훨씬 더 많았습니다.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데 그래서 더 잘하고 싶다는 오기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현재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까? 정태준 이사: 영화, 드라마 각각 두 편씩 준비 중에 있고 게임도 하나 맡아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계약상 제목을 말해줄 순 없지만, 모두 기대해도 좋을 정도로 좋은 작품들입니다.
오호~ 벌써 작업이 들어갔군요. 게임음악은 영화나 드라마 음악에 비해 어떤 점이 다릅니까? 예를 들어 제작기간은 좀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요. 정태준 이사: 사실 제작기간은 별 차이가 없습니다. 드라마나 영화 같은 경우는 크랭크인이 올라가기 전 즉, 영화관에 개봉하기 전까지 작업을 하죠. 드라마 역시 마지막 방영을 하는 날까지 작업을 합니다. 사전 제작 시스템이 많이 도입되었지만 100% 도입되는 건 거의 불가능이고요. 심지어 오퍼레이터(제작자)가 방영날짜에 실시간으로 작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게임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특이한 점은 예전에는 눈을 감고 들어도 이건 게임음악이야 할 정도로 구분이 되었는데 이제는 그런 경계가 없어졌어요. 게임음악도 영화음악처럼, 영화음악도 게임음악처럼 만들어지고 있고... 요즘은 게임 음악도 따로 콘서트를 열고 그러잖아요. 제작 과정이나 기간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는 게임에 대한 이해도와 작곡가의 능력, 업무환경, 작곡가의 열정 등 다양한 부분들이 뒷받침 되어야겠죠. 열정이 상당히 대단하신 것 같은데 아직까지 게임산업은 음악 쪽이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식도 타 분야에 비해 높지 않은 편이고요. 정태준 이사: 네, 맞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그런 부분에서 많은 변화를 주고 싶습니다. 현재 6.25전쟁과 관련된 영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국방부에서 지원에서 받고 있어요. 비슷한 예로 일본 애니메이션 중 전투기 도그파이팅을 주제로 한 `유키카제`라는 애니메이션이 있어요. 거기 DVD메이킹 필름에 보면 사운드 기획자가 일본 자위대 협조를 받아 직접 전투기를 타보기도 하고 각종 기동음 및 미사일 발사 사운드를 녹음하는 등 여러 가지 작업을 하는 모습이 나오죠. 과연 국내에서 게임 만들겠다고 협조를 부탁하면 국방부 허락이 떨어질까요?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국가의 지원이나 투자도 물론 중요하지만, 게임에 대한 인식 변화를 바꿀만한 분위기나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그 이상을 기대하기 힘들죠. 국내 어떤 개발자나 기획자가 국방부의 협조를 받을 마인드를 가지고 있겠습니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하지만 해외에서는 흔한 일입니다. ‘모던워페어2’에서도 총기류 사운드는 실제 무기 사운드를 그대로 반영했잖아요. 저희도 그런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무조건 그렇게 하겠다는 게 아니라 최소한 그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요즘 20대 중 후반 신입사원들에게 어떤 업무를 시키면 해보지 않고 ‘안될껀데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요. 저는 그런 마인드가 좋지 않다고 봅니다. 일단은 해봐야죠.
앞서 여러 가지 비전과 모토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 나스카 뮤직레이블의 구체적 목표에 대해 듣고 싶군요. 당연히 국내최고를 넘어서 세계최고를 지향하고 싶죠(웃음). 하지만, 그전에 게임업계가 정말 발전하는 것을 지켜보고 싶고 그것에 편승해. 세계최고가 된 게임업계에 그 음악을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싶습니다. 얼마 전 기자님께서 취재하신 소나이클립스 관련 기사를 읽었는데요. 소나이클립스는 정말 메이져 레이블이죠. 그런 곳에서 국내 게임 산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국내 산업이 성공할 가능성에 더 주목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신생업체에 후발주자이니 더 열심해 해야죠. 워낙 유명한 작곡가분들과 같이 일하시는 관계로 제작비가 상당할 것 같은데요. 게임에 대한 투자비용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지만 프로그램이나 그래픽에 비해 사운드 쪽은 비중이 낮거든요. 사실 메이져니깐 당연히 비쌀꺼라는 부담감이 있다는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고요. 영화나 드라마 음악의 제작 예산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평균제작비로 치자면 게임이 오히려 3배 정도 높습니다. 이 인터뷰 보시는 개발자 분들이나 기획자 분들에게 너무 걱정 마시라고 전해드리고 싶어요. 또, 정말 돈을 지불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면 극단적으로 제작비 한푼 받지 않고 그 게임에 대한 지분(수익에 대한 지분)을 가지는 방식 등 여러가지 수익모델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나스카뮤직레이블`이 지향하고 싶은 바는 드라마나 영화가 뜨면 음악이 같이 뜨는 것처럼 게임 역시 성공하면 게임음원이 같이 뜰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고요. 그래서 게임홍보 수단으로 게임음악이 언급될 수 잇는 케이스를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음악 업계에서도 게임 음악 쪽에 선뜻 나서기 힘든 부분도 선례가 없기 때문인데 나스카뮤직레이블이 그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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