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전4 특집④] 5년 간 무슨 일이 있었나, 게임 개발 비화
2015.04.17 10:31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소프트맥스의 잠룡 ‘창세기전 4’가 드디어 꿈틀댄다. 2015년 출시를 목표로 스퍼트를 올리는 중이다. 오랜 침묵을 깨고 등장하는 ‘창세기전 4’는 어떤 게임일까? 게임메카는 ‘창세기전 4’를 ①스토리 (다시보기) ②군진(다시보기) ③캐릭터(다시보기) ④개발 과정 이렇게 4부분으로 나눠 하나씩 살펴보는 특집을 마련했다.
지난 16일, '창세기전 4' 첫 비공개 테스트가 시작됐다. 이 시점 가장 긴장되는 사람들은 '창세기전 4'를 직접 만든 개발자들이 아닐까? 2010년부터 5년 동안 만든 작품을 공개한다는 설렘과 유저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 혹평에 대한 두려움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특히나 '창세기전' 같이 전작이 유명한 작품이면 개발자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최소한 전작에 걸맞은 완성도를 뽑아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이다.
'창세기전 4' 특집의 마지막 편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테스트 과정을 지켜보고 있을 '개발자'에 초점을 맞췄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5년 동안 '창세기전 4'는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을까? 게임메카는 소프트맥스 김기남 파트장, 박민수 사원을 통해 '창세기전 4' 개발비화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김 파트장은 영상, 스킬 효과와 같은 연출을, 박 사원은 설정과 스토리를 맡았다.
▲ 소프트맥스 김기남 파트장, 박민수 사원
업무용 연대표까지 제작, 가물가물한 기억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
'창세기전 4'는 지금까지 출시된 '창세기전' 시리즈를 모두 아우른다. 스토리부터 세계관, 캐릭터까지 '창세기전'의 정수를 담아보자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개발 과정에서도 가장 먼저 관건으로 떠오른 것이 '기억 되살리기'다. 김기남 파트장은 "아무래도 전작이 나온 후 많은 시간이 흐른 탓에 가물가물한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거나, 게임을 다시 해보며 기억을 되살리는 시간을 가졌다"라고 밝혔다.
▲ 이제는 낡아버린 '창세기전 외전 2: 템페스트' 사용자 설명서
▲ 지금까지 모은 소프트맥스 관련 제품
본래 '창세기전' 블로그를 운영하는 팬이었던 박민수 사원은 '시리즈를 꿰고 있다'는 강점을 살려 업무용 연대표를 만들었다. 각 시리즈의 역사를 표로 만들어 업무 효율을 살리고자 한 것이다. 박 사원은 "이 때 만든 연대표는 지금도 직원들이 참고자료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내가 직접 한 일 중 가장 인상이 깊었던 작업이 이 '연대표 작성'이었다"라고 말했다.
'창세기전 4'를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하며 개발진들이 먼저 시작한 작업 역시 '설정 정리'다. 개발을 총괄하는 최연규 이사는 개발팀에 '원작의 느낌을 살리되, 최신 트렌드를 반영할 것'을 강조했다. 박 파트장은 "성인이 된 팬들의 추억 속에 자리잡은 캐릭터를 최대한 부활시켜주자는 것이 개발진의 뜻이었다. 주연과 조연을 가리지 않고 모든 캐릭터를 완성도 높게 제작하려 노력한 것 역시 여기에 있다"라고 강조했다.
독자에서 주인공으로, 플레이어의 위치를 다시 잡아라
'창세기전 4' 핵심 콘텐츠는 스토리와 캐릭터다. 따라서 개발진 역시 이 두 가지를 살리는데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창세기전' 시리즈는 역사물과 비슷하다.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다양한 인물이 모여 세계의 운명을 결정짓는 거대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다시 말해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캐릭터를 얼마나 무게 있게 만드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른다.
이러한 점은 '창세기전 4'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한 가지 달라진 부분은 플레이어의 위치다. 기존에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독자'에 가까웠다면, '창세기전 4'에서는 플레이어가 '주인공'을 맡는다. 낯선 세상에 떨어진 주인공이 파트너와 함께 여러 시공간을 돌아다니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인물을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간다는 것이 설정의 핵심이다.
박민수 사원은 "창세기전 4는 시간여행을 콘셉으로 삼고 있다. 기존 스토리를 새로운 시각으로 돌아본다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여기에 '왕이 된 이올린'과 같이 전작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원작과 어긋나지 않게 설정을 맞추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채워 넣는 과정이 진행됐다"라고 전했다.
팬들을 잡아라, 개발진이 '설정광'이 될 수밖에 없던 이유
시리즈 전체에 파편처럼 뿌려진 스토리와 캐릭터를 통합하는 과정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기존 팬들이 공감할 수 있는 설정이 있어야 스토리에도 설득력이 붙는다. 특히 '창세기전 4'처럼 과거의 이야기를 다르게 해석한다는 콘셉이 붙으면 전작과의 연결고리를 더 단단히 가져가야 팬들을 이끌고 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전작 없이 '창세기전 4'만 둥 뜨는 상황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절대 놓칠 수 없는 타깃인 '창세기전 팬'을 잡기 위해서라도 개발진은 '설정광'이 될 수밖에 없었다. 게임 내 도트 이미지나 국가별 엠블럼 등, 리소스 수집에 공을 들인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박 사원은 "기존 시리즈 중 '이 부분을 다뤄보자'고 결정되면 시대에 맞는 설정을 붙이고, 그 부분에 등장했던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것은 물론 전작에서 잘 표현되지 않았던 부분도 살려 스토리를 풍부하게 가져가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 국가 및 단체에 사용된 엠블렘 정리 (사진제공: 소프트맥스)
▲ 전작에 등장한 몬스터를 분류한 문서 (사진제공: 소프트맥스)
▲ 직업군 복장 리스트 정리 (사진제공: 소프트맥스)
▲ 전작 마법 및 필살기는 게임을 직접 돌려 영상으로 만들었다 (사진제공: 소프트맥스)
김기남 파트장은 "특히 기획팀의 경우 전작과 '창세기전 4'를 엮어가는 과정에서 많이 고생했다. 스토리만 해도 수십 번이 뒤집어졌고, 만들어놓은 컷신을 바꾼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연출 담당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가장 마지막에 진행되는 작업인 만큼, 기획팀이나 그래픽 팀의 작업이 지연되면 빨리 작업이 끝나기만 기다리며 야근을 해야 하는 서글픈 순간이 많았다"라고 덧붙였다. '창세기전 4' 그래픽팀 이경진 팀장 역시 '캐릭터 편' 특집을 통해 캐릭터 얼굴만 100번 넘게 고친 적이 있다며 고충을 털어놓은 바 있다.
기본이자 핵심인 스토리와 캐릭터를 다진 후에는 연출과 효과 작업이 붙는다. 김 파트장은 "연출과 효과는 화장과 비슷하다. 화장대 앞에 맨 얼굴로 앉은 여성을 스킨로션과 같은 기초부터 시작해 색조까지 진행하며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모든 리소스가 준비되었을 때 이를 최종적으로 연결하고 효과를 얹어 완성시키는 것이 내 일이고, 스토리의 깊이와 재미를 더한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다.
만들면서 정이 든다, 개발진이 뽑은 '창세기전' 최애캐
수십, 수백 번의 회의와 수정, 야근을 거쳐 완성된 '창세기전 4'는 어쩌면 개발진에게 '애증'의 대상일지도 모른다. 너무나 힘든 작업이지만, 그만큼 너무나 많은 공이 들어갔기에 미워할 수 없는 존재다. 개발 과정에서 수없이 뜯어 고쳤을 '캐릭터'의 경우 특히 더 애착이 깊으리라 짐작된다.
그렇다면 두 개발자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누구일까? 우선 김기남 파트장은 "고르기 어렵지만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크로우'다. 그의 안타까운 역정이 일러스트에 그대로 녹아 들어 애틋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이어서 박민수 사원은 "남자는 샤른호스트, 여자는 캐서린 스팬서다. 우선 샤른호스트는 소프트맥스에서 나온 게임 전체를 통틀어 가장 기구하면서도 독특하다. 혼혈이라는 이유로 멸시당하지 않기 위해 완벽한 왕자가 되려 노력하지만 갑갑한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또 다른 인격을 만들었다는 설정이 매력적이다. 캐서린 스팬서는 마른 여성이 커다란 무기를 휘두르는 콘셉도 좋지만 과거에 대한 죄책감으로 스스로 기억을 왜곡하고 본인을 원망한다는 설정이 인상 깊었다"라고 전했다.
▲ '창세기전 4'에 등장하는 '크로우(상)'과 '샤른호스트(하)' (사진제공: 소프트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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